전편 모음집 :   우리집 브닐라 모음집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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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레피......”

 

옆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잠꼬대에 잠이 달아났다. 

 

내 옆에는 자기 팔을 베고 누워있는 이비가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는 모양인지, 간간히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도움이 될까 싶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한결 편해진 느낌이다. 나는 이비의 담요를 다시 매만져준 뒤 다리라도 잠깐 펴 줄 심산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 서늘한 새벽바람이 기도를 타고 들어온다. 따가운 듯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다. 

 

산 한복판에 놓인 버려진 저택. 이곳이 지금 우리가 몸을 뉘고 있는 장소다. 

 

이 저택은 (지도에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작은 샛길 주변에 자리 잡고 있었고, 며칠 전까지만 헤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었다. 냉장고의 음식과 찬장의 보존식들도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던데다, 집에 굴러다니던 달력까지도 이번 달 날짜로 되어있었으니까. 아마 나름 돈 좀 만지는 양반의 별장이라던가 하는 느낌인데, 정황상 집주인은 제때 피난을 떠난 모양이다. 아직까지 살아 있으련지는 모르겠지만.

 

창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가득하다. 어림잡아 4-50미터 바깥으론 제대로 뵈는 게 없을 정도다. 희뿌연 바깥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까 그 뭐더라, 옛날 공포게임 하나 생각나네. 한 백 년쯤 된 거였는데. 

 

조금 더 걸음을 옮겨보니, 창가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아있는 아라가 보인다. 어울리지 않게 큼지막한 총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 피곤해?”

 

내 물음에 잠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 아라는 금세 고개를 다시 창문으로 향하더니 뾰루퉁한 표정으로 머리를 저었다. 

 

“불침번 서는 거야?”

 

녀석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교대할래?”

 

조용하지만 단호한 도리도리. 하지만 나는 한 번 더 권해보기로 했다. 녀석도 나만큼이나 피곤할 테니까. 지금까지 제대로 눈도 못 붙였을 게 뻔했다. 

 

“잠이 안 와서 그래. 깬 채로 계속 뒹굴뒹굴하느니 바람이라도 좀 쐬면서 앉아있으려고. 나한테 맡기고 들어가서 좀 쉬어. 잠 푹 자야 키도 쑥쑥 큰다?”

 

마지막 구절에서 움찔하더니 슬쩍 나를 째려보던 아라였지만, 결국은 못 이기는 척 의자에서 몸을 떼었다.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려던 녀석은 문득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고마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긴 했지만. 나는 녀석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해준 후 자리에 앉았다. 으, 어째 주변이 아까보다 더 쌀쌀하게 느껴진다.

 

녀석의 시선이 향해있던 곳, 창밖은 아직도 먹먹하고 뿌옇기만 했다. 

 

.....마치 부모 잃은 아이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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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캠핑장 근처의 양지바른 곳에 아라의 부모를 묻었다. 

 

군용 출신인 아라와 이비, 거기에 나까지 붙었더니 생각보다는 빨리 묫자리를 파낼 수 있었다. 그렇게 간소한 장례를 마친 후, 우리는 아라를 데리고 다시 길에 올랐다.

 

엉망이 된 캠핑장에 널브러진 물건 중에는 우리에게 쓸모가 있는 것도 많았다. 담요나 램프 버너라거나, 이런저런 통조림과 휴지 등등. 그중에서도 이비와 바니가 특히 반가워했던 것은 바로 탄약이었다. 아라를 만난 시점에서 이미 총알이 바닥난 상태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겠지 싶다. 캠핑장의 피난민 중에 바닐라 모델을 데리고 온 사람이 여럿 있었는지, 그녀들이 쓸 수 있는 탄약과 총기부품을 조금 건질 수 있었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든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터였다.

 

우리는 잠시간의 휴식을 가진 후 장시간 이동에 또 이동을 거듭했다. 아라는 부모의 무덤 곁에 더 있고 싶어 했지만.....해가 지기 전에 최대한 멀리 이동하는 게 상책이었으니까. 

 

그렇게 밤이 다 되도록 산길을 헤쳐나간 끝에, 유미가 우리를 이끈 곳이 바로 이 버려진 저택이었다. 

 

오는 길에 말로만 들었을 때는 조금 긴가민가했지만, 실제로 보고 나니 깔끔하고 널찍한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툭하면 노숙을 하거나 다 허물어져 가는 폐가에서 몸을 뉘다가, 산중에서 때아닌 고급 저택을 발견할 줄은. 안에 사람도 없었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내가 이 거지 같은 인생을 살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게 하나 있다면, 

 

어울리지 않는 행운에는 꼭 커다란 불행이 찾아온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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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소완이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크고 깔끔한 집이었던 만큼, 냉장고에 들어있던 식재료도 그에 걸맞게 훌륭했다고 한다. 

 

과연, 아닌 게 아니라 무슨 영화에서나 보던 호텔 조식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상황만 아니었으면 훨씬 더 감격스럽게 먹었겠지. 아니, 어쩌면 지금 같은 때가 아니면 나로서는 먹을 엄두도 못 낼 식사일지도 모르겠다.

 

“.....서방님. 슬슬 눈 좀 뜨시고 제대로 드세요.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으로 넘어가는지 분간이나 하고 계십니까? 벌써부터 노망든 노인네처럼 입에서 질질 흘리시면 저보고 어떡하란 겁니까? 법원이고 뭐고 다 없어진 걸 다행으로 아세요, 이젠 서방님이랑 이혼도 못하게 생겼으니까요. 어휴....”

 

“우음…우리 혼인신고도 못했는데 무슨 이혼-“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씹으면서 입 열지 마세요.”

 

바니가 웅얼대는 자기 서방님 입에다가 반찬을 넣어준다. 표정으로는 오만상을 찡그리면서도 손 움직임에는 신혼부부다운 애정이 담겨 있다.

 

아까부터 바니는 말로는 아직도 잠기운에 빠진 H를 나무라고 있었다. (게다가 선을 넘는 농담까지 이어졌지만, H는 이제 그런 것에 면역이라도 생긴 듯 했다) 그 와중에도 막상 자기 몫의 식사보다는 남편을 챙기느라 바빴지만. 아직도 비몽사몽한 녀석은 아기새 마냥 바니가 떠 먹여주는 음식을 우물거렸다. 자기 손으로도 수저를 잘만 쓰면서 말이지. 저 나이에도 애새끼처럼 어리광을 부리는 꼴이 징그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모습이 바니와 H 내외다운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해맑은 표정의 이비는 -배가 상당히 고팠는지- 자기 앞에 놓인 음식을 와구와구 집어 먹고 있었다. 반면 우리 맞은편에 앉아있던 아라는 깨작깨작 밥을 넘기면서 계속 이비를 흘겨보았다. 

 

.....애가 지금 먹는 모습이 좀 깔끔하지 못하긴 하지. 그것 때문에 불편해서 그런가 싶어 대신 사과를 하려 했더니, 녀석이 대뜸 이비를 향해 물어온다. 

 

“.....야, 브라우니. 너 어제 자꾸 레피라고 그러던데. 누구 이름이야?”

 

이비가 대뜸 움직임을 멈춘다. 음식이 여전히 입에 매달린 채로. 

 

“네가 잠꼬대하던 걸 들었거든.”

 

땡글땡글한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이비는, 입에 물고 있던 음식을 접시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아하하....그게 말임다....그냥 예전에 알던 친구였슴다. 그...제가 예전에 알았던 다른 이프리트 하사님처럼 말임다.”

 

그녀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비는 어딘가 내키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아련함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이프- 아니, 아라 님은 소속이 달랐으니까 만나본 적 없으실 검다. 레피는 흔해빠진 레프리콘 한 명이었슴다. 뭐, 아주 평범하지만은 않았슴다. 저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오래 묵은 고참이었으니까 말임다. 레프리콘들이 다들 그렇긴 했지만, 깐깐하고 맡은 일 잘하면서도 알고 보면 되게 자상한 친구였슴다. 그래서 제가 무지 아끼는 녀석이었지 말임다.”

 

그 말에 아라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린다.

 

“너 말이 조금 짧다? 레프리콘들은 너네 선임이잖아. 너네 둘끼리 말이라도 튼거야?”

 

그러자 헤헤, 하고 미소짓는 이비.

 

“뭐, 그런 셈임다. 걔는 제가 소위 달고 나서 만난 친구임다. 엄청 유능해서, 나중에는 제 추천으로 NCO(부사관)까지 올라갔지 말임다. 그래도, 우린 계급 다른 거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친하게 지냈슴다!”

 

그러자 눈을 휘둥그레 뜨는 아라. 토끼 후드티를 입었다 싶었더니만, 눈까지 완전히 놀란 토끼 눈 그 자체다.

 

“뭐? ㅅ-소위? 네가? 야, 말이 되는 소릴 해!”

 

“음? 못 믿으시는 검까? 제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긴 해도, 그런 것까지 헷갈리진 않슴다!”

 

그러더니 이비는 태연히 자기 품에 넣어뒀던 군번줄을 아라에게 건넸다.

 

“직접 한번 보시지 말임다.”

 

“보자.....세컨드 루테넌트.......흐익?”

 

눈을 찌푸려가며 군번줄을 쳐다보던 아라가 몸을 흠칫한다. 그러더니 뜨악 하는 얼굴로 이비를 다시 바라보고는, 두 손으로 공손히 그녀에게 군번줄을 돌려준다. 고개까지 팍 숙여가면서.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소위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헤헤, 왜 그러심까. 이젠 계급 같은 거 의미 없지 않슴까. 저는 그냥 언니라고 불러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슴다.”

 

예의 싹싹한 미소를 지으며 아라를 토닥이는 이비. 그녀에게서 묘한 기시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앳된 십대 소녀에게서 어딘가 익숙한, 무슨 중년 직장인 같은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 얘 중년 맞지 참.

 

소완은 둘을 보며 ‘얌전히 밥이나 처먹지 저게 뭐 하는 짓이냐’ 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자기를 언니라고 불러 달라는 이비의 말에 바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와중에 이비는 바니와 눈을 맞추고는 헤벌쭉 웃어 보인다. 

 

유미에게로 시선을 돌려보니, 그녀는 그새 밥을 다 해치우고는 태블릿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경로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밥은 다 먹었겠다,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간밤에 유미가 들고 다니던 소형 발전기/배터리로 충전해놓았다) 꽤나 깊은 산인데도 신호가 잡히는 게 신기하다. 재난문자나 대피 안내가 오지 않은지도 꽤 되었지만, 혹시 모르니까. 삼안 임원 전용 대피소까지 그리 멀지 않았으니, 그쪽에서 내 번호로 뭔가를 보냈을 지도 모르고. 

 

...뭐, 예상은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뜬금없이 ‘보험료 납부일’ 이라는 알림이 와 있는 걸 빼면. 사회가 박살이 나도 돈은 내라 이거냐.

 

픽, 코웃음을 치고 핸드폰을 다시 넣어두려던 찰나, 갑자기 붕붕 하며 내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을 보니 발신자는 모르는 번호다.

 

.....이 상황에서 나한테 전화를 걸 사람이 누가 있지? 스팸 전화를 아직까지 돌릴 리도 없고. 

 

“저기,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야.”

 

나의 당황한 목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일단 받아? 어떡할까?”

 

다들 모르겠다는 표정들을 하고 있다. 하긴, 이 상황에 갑자기 전화가 온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니까.

 

“느낌이 안 좋지 말임다. 안 받으시면 안 됨까?”

 

이비가 불안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대피소 쪽에서 우리 위치 확인하고 전화한 걸 수도 있잖아. 받는 게 맞지 않을까?”

 

H가 이어서 의견을 피력한다. 아, 어렵다. 이비 말대로 어딘가 찝찝한 것도 사실이지만, 또 H녀석 말대로라면.....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전화기를 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상대방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 뒤로도 서너 번을 더 불러봤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십여 초가 지났을 때쯤인가, 통화는 저절로 끊어져 버렸다.

 

“뭐야 이건.”

 

내가 휴대폰을 내려놓자, 곧바로 유미가 내게 묻는다. 

 

“무슨 전화였어요, 관리자님?”

 

“몰라. 아무 소리도 안 들리더니 그냥 저절로 끊어지던데?”

 

“.....으음, 이상하네요.”

 

마치 이 통화의 의미를 이해해보려는 듯, 유미는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쎄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지, 유미를 제외한 일행들 모두가 다소 경직된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서두르는 게 좋겠슴다. 빨리 떠나는 편이 좋을 것 같지 말임다.”

 

이비가 가장 먼저 식탁에서 일어났고, 그녀의 뒤를 따라 우리도 주섬주섬 일어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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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짐을 정리하고 –그 와중에 소완은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해 놓았다- 슬슬 출발할 준비를 하던 순간, 베란다 쪽 창문 밖을 보던 이비가 갑자기 허겁지겁 바이저를 내리고는 창문에 더 가까이 붙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을 새도 없이, 그녀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서 누가 오고 있슴다. 신원은 모르겠슴다. 적어도 수십명은 돼 보임다.”

 

그 순간, 내 전화기가 다시 한번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아까랑은 또 다른 번호다. 

 

긴장한 표정의 일행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굳어버린 목 너머로 고인 침을 삼켰다. 그 와중에도 폰은 여전히 내 손 안에서 붕붕 울려대고 있었고. 나는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을 끌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헤, 새끼.”

 

......느끼하고 걸쭉한 목소리가 내 귀에 울린다. 

 

소름끼칠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다.

 

“너는 꼭 내 손으로 죽인다고 했지.”

 

C가 전화 너머로 이죽거린다. H가 “뭐야, 누구야?” 하며 조심스럽게 물어왔지만, 급격히 어두워진 내 표정을 보고는 대강 눈치를 챈 모양이다. 주변에 있던 이비, 바니, 소완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동요하고 있던 것은 아라였다. 소총을 쥔 그녀의 팔이 덜덜 떨리는 것이 보인다. 

 

“.....개새끼.....가만 안 둘거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아라에게서 조금 거리를 둔 뒤 통화를 이어간다.

 

“당신이야? 밖에 있는 거?”

 

내 물음에 코웃음을 치는 C.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냐?”

 

그새 수풀을 뚫고 나타나는 사람의 형체들. 이제는 이비의 바이저도 필요 없을 정도로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C놈이 빼앗은 바이오로이드들이겠지. 그들은 빠른 속도로 우리 위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있는 곳은 어떻게 찾았냐.”

 

“궁금하냐? 하긴, 어차피 싹 뒈질 거 함 알려주리?”

 

놈이 기분 나쁜 목소리로 킬킬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비와 바니, 그리고 아라는 무언가를 분주히 소리치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유미는 그들의 뒤를 따랐고, 소완은 가방에 넣어놓았던 칼들을 다시 꺼내고 있었다. 

 

그 때 C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너랑 같이 다니던 늙은이 둘이랑 개새끼 하나 있었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을 옥죄어 오는 불안감에 떨려오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려 했지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물음에 놈은 그저 낄낄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씨발 뭐 했냐고!”

 

“아, 새끼. 귀아프게 소리는 왜 지르고 지랄이야. 일부러 쫓아가거나 한 건 아닌데, 그냥 지나가는 길에 보이더라고. 그래서 바로 붙잡았지.”

 

놈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쾌활했다. 

 

“그 개잡년, 꼴에 의리는 있다고 너네 어디 갔냐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하더라. 근데 그 노인네들한테 칼자국 몇 번 내주니까 울고불고하면서 술술 불던데?”

 

......

 

이제는 손도 떨리는 데다 주변까지 흐려지기 시작했다. 시야뿐만 아니라 소리까지도.

 

저쪽에서 이비와 메이드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소리치는 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온다. 문을 막고 계단까지 막으라느니 어쩌니 하는 모양이다. 바깥에서는 큰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 굉장한 소리가 울렸고, 무슨 쇳덩이 같은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내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간신히 조금이나마 정신줄을 붙잡았을 때, C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둘 다 살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으시던데, 기왕 하는 김에 어르신들은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드렸고, 그 개잡년은 한번 박고 나서 그 위에 두고 왔지. 이야, 떡감 죽이던데? 잘 쪼이더라, 그년. 솔직히 한 번 쓰고 버리기 아까웠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야기하는 놈의 목소리에 머리가 멍해진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하치코와 노부부가 모두....저놈의 손에....

 

“오, 이제 보이네. 너도 나 보이냐?”

 

C의 경박한 목소리는 내게 비탄에 잠길 틈도 주지 않았다. 나는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눈동자를 움직여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서야 아까 들렸던 폭발음과 쇳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택의 정문 한 짝은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열린 틈으로는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위협적으로 생긴 검은 방패를 여럿 두르고 있는 한 명을 선두로, 한복 같은 것을 입고서 칼을 찬 메이드, 흔히 볼 수 있는 포티아 모델 등을 포함해 생전 처음 보는 모델들까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저 멀리에는 저번에 보았던 푸른색 보호막 같은 것이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두 사람의 형체도 보인다. C의 곁에 서 있는 저 바이오로이드는 아마 블랙 리리스였던가 그랬지. 

 

“주인님! 거기 계시면 위험함다!”

 

멍하니 서 있던 나를 이비의 팔이 잡아끌었다.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봤더니, 아라는 어느새 완전무장한 상태로 내 옆을 지나쳤고, 바니는 H를 부축해 뒤편의 방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아마 이비가 나를 끌고 가는 곳도 그곳인 모양이었다. 우리를 방 안에 밀어넣은 이비는, 아직까지 통화가 연결 중인 내 전화기를 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모가지 따기 전에 니새끼 눈앞에서 싹 따먹어 줄 거다. 지금 데리고 있는 그 좆만한 애새끼까지. 알아들었냐? 좀 이따 보자, 씨발놈의 새끼야. 으헤헤! 어디까지 바둥대나-”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린 이비.

 

“여기는 괜찮을 검다! 몸 낮추고 계시고, 창문 근처에 가지 마십쇼! 절대로 방에서 나오시면 안 됨다!”

 

“우리 서방님도 좀 부탁드립니다!”

 

이비의 당부에 이어서, 바니가 내게 H를 떠밀고서는 후다닥 뛰어나간다. H의 몸뚱이가 휘청하며 내 품에 안겨든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거칠게 닫겼다. 

 

“바니야....”

 

방문으로 고개를 돌린 H가 중얼거렸다. 그의 파리한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곧 밖에서는 시끄러운 총성과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 소음에 벽이나 합판 문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듯, 총성과 폭발음이 우리의 귓전을 때리고 있다. 

 

이비와 메이드들이 나를 해치려는 C를 저지하려는 소리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어도 C는 여전히 망나니짓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빼앗고, 그들의 주인들을 해치면서. 누군가에겐 한낱 도구에 불과하겠지만, 누군가에겐 친구이고 가족인 그들을.

 

그놈이 이제는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애초에 나를 이렇게까지 노리는 이유도 모르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하치코와 노부부를 죽인 것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강렬한 공포감이 나를 뒤덮어왔다.

 

오늘 그 새끼는 H와 바니, 소완과 유미에 아라는 물론....이비와 나까지 죽일지도 모른다.

 

손과 다리가 마구 떨린다. 사지의 근육이 내 의지와는 관련없이 경련하고 있다.

 

내 목숨 하나가 날아가는 것, 고작 그거 하나 때문에 떨고 있는 건 아니다. 

 

내 친구들, 나아가서는 우리 이비까지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으니까.

 

.....그 불길한 가능성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일보다도 나를 두렵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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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좆됐슴다.

 

진짜로 좆됐지 말임다.

 

전 대문 앞에서 바글대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쳐다봤슴다. 다들 몸을 조금씩 움찔거리고 있슴다. 공포영화에서나 보던 것 같아서 소름이 끼침다. 손도끼 같은 걸 들고 있는 녀석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총을 들고 있는 녀석들 숫자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슴다. 

 

앞쪽에는 검은 방패와 커다란 중화기를 든 녀석, 그리고 한 손에 커다란 화염방사기 같은 걸 끼고 있는 녀석도 보임다. 

 

그에 비해서 우리 쪽이 가진 거라곤 소총 셋에 유탄발사기 하나, 그리고 소완 씨의 식칼하고 유미 씨의 안테나 뿐임다.

 

“이비씨! 입구는 다 막았습니다! 이제 뭘 하면 되죠?”

 

바니 언니가 다급하게 저를 부르고 있음다.

 

“이비님! 하명하여 주시옵소서!!” 

 

소완씨도 양손에 칼을 쥐고 저한테 묻고 있슴다.

 

저도 모르겠슴다. 생각이 안 남다. 아무 생각도 안 듬다. 그냥 무섭슴다.

 

어떡해야 함까.....이러다 우리 다 죽을지도 모름다

 

우리 주인님도....이러다가.....

 

.......안 됨다. 죽고 싶지 않슴다. 아직은 안 됨다. 

 

저랑 우리 주인님은....조금 더 살아야 함다.....

 

아직 반지도 채 못 받아봤단 말임다.

 

......

......

......

 

씨발.

 

.....이제 거의 다 왔잖아. 여기서 이렇겐 못 죽어.

 

......손가락에 반지 끼우기 전에는 안 죽을거야.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이제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렀네요. 장갑 낀 손으로 눈가를 거칠게 닦아냅니다. 

 

“소위님! 소위님! 에이씨.....야, 브라우니!”

 

그리운 이프리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저 이프리트는 제가 알던 그 개체가 아닙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저는 주인님의 전 상사, C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이룬 무질서한 진형을 눈으로 훑었습니다. 

 

그들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정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들도 이런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처럼요. 저들도 피해자이긴 하지만, 당장은 우리로서도 그들과 교전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또다시 돼먹지 못한 인간들 때문에 우리끼리 죽고 죽이게 됐군요.

 

제대로 된 전술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민간인의 지휘하에 있기 때문일까요. 상대방은 단순히 숫자를 앞세워 정문으로 밀고 들어올 뿐이었습니다. 우회 시도도, 원거리 화력 지원 시도 같은 것도 없었죠. 

 

대강의 상황을 파악한 저는 그 이프리트 개체, 아라를 향해 외쳤습니다.

 

“아라, 40mm 몇 개나 남았어? 바니 언니도 유탄 개수 말씀해주세요!”

 

“뭐야, 말투가 왜….어, 전 유탄 7발이랑 산탄 2발 남았습니다!”

 

“저는 3발 남았습니다!”

 

“아라, 유탄 하나 장전하고 이쪽으로 뛰어와! 바니 언니도 유탄 준비하시고 여기로 오세요! 유미씨는 안테나 갖고 대기하시고, 소완 씨는 유미 씨 옆에서 몸 낮추고 계시고요!”

 

각자에게 지시를 내린 저는 재빨리 달려와 무릎을 낮춘 아라에게 발코니 아래쪽을 가리켰습니다. 그곳에서는 수많이 바이오로이드들이 삐걱대는 몸을 이끌고 점차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유미 씨도 달달 떨리는 손에 안테나를 든 채 제 쪽으로 다가와 앉았습니다. 

 

“저번에 강변에서 했던 거 한 번 더 해주실 수 있죠? 아라는 유미 씨가 때려주면 바로 유탄 날리고.”

 

유미 씨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끄덕였습니다. 그런 얼굴을 하고도 작달막한 손으로는 충전기의 손잡이를 열심히 돌려대고 있었지만요. 어딘가 신기하다는 눈으로 제게 귀를 기울이던 아라는, 곧 저 너머에서 뭐라고 소리쳐 대는 C라는 인간을 보고 복수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허리에 찬 벨트에서 유탄을 꺼내 장전하고 있었죠.

 

잔뜩 긴장한 유미 씨의 어깨를 톡톡 쳐준 뒤, 저는 이어서 바니 언니에게 지시했습니다. 

 

“언니, 아라가 쏘면 곧바로 유탄 하나 더 날리세요. 최대한 많이 몰린 곳에 노리시고요.”

 

그녀가 유탄을 장전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저도 곧 위치를 잡고 사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래쪽에서는 선두에 있던 한 바이오로이드 -삼안의 블랙웜 모델인 듯했습니다- 가 방패를 열고 현관문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틈 사이로 자신의 몸을 그대로 드러내면서요.

 

“지금입니다!”

 

제가 유미 씨에게 신호하자 강렬한 스파크가 지면을 향해 날아갔고, 블랙웜을 중심으로 모여있던 적들을 튀겨놓았습니다. 아라와 바니 언니는 유미의 공격을 신호로 하여 차례로 유탄을 퍼부었고, 이미 만신창이가 된 블랙웜의 발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파편이 밀집해 있던 적들 위로 피안개를 흩뿌렸고, 화약 냄새와 금속성의 비린 냄새가 주변을 가득 채웠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많은 수가 무력화되었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걸레짝이 된 몸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방패 두 개를 잃고 피투성이가 된 블랙웜도 여전히 서 있었고, 그녀는 다시 한번 팔을 들어 올려 입구를 향해 겨누고 있습니다.

 

아라와 저는 블랙웜에게 집중사격을 가했습니다. 앞선 공격에 이어 소총탄 십여 발까지 온몸에 얻어맞고 쓰러진 블랙웜은 다시 몸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라에게 움직이는 건 모조리 쏴 버리라고 지시했고, 바니 언니와 함께 입구로 몰려드는 나머지 바이오로이드들을 향해 7.62mm 탄을 난사했습니다. 워낙 옹기종기 뭉쳐있던 탓인지 대충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기기만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공격 한 번에 힘이 빠진 유미 씨를 뒤로 보내고, 빈 탄알집을 갈아 끼우며 전방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아까까지 멀리서 보이던 푸른색 역장이 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전만 해도 C라는 자가 소리치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이 겁쟁이는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되자 (소위 말하는 삼안 최강의 경호원을 끼고서도) 꽁무니를 뺀 듯합니다.

 

그때, 몰려오던 무리의 뒤편에서 힘겹게 총을 들어 올리는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이 보였습니다. 

 

발코니에 놓인 소파 뒤에서 사격을 가하던 아라의 몸을 일으켜 방 안쪽으로 옮겨 두었습니다. 저까지 벽 뒤로 몸을 피한 순간, 지면에서부터 몇 차례의 사격이 날아들었습니다. 창틀과 주변 외벽이 파손된 것은 물론, 방금까지 아라가 있던 소파도 사방에 솜과 스펀지 조각을 날려대고 있었습니다.

 

바니 언니와 제가 상체를 기울여 응사하는 동안, 아라는 총을 쏘아대는 적들의 위치를 가늠한 뒤, 유탄 한 발을 더 발사했습니다. 폭발음과 함께 곳곳에 파편이 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아라가 제대로 겨냥했던 것인지, 그 뒤로는 우리를 향한 총격이 다소 멎어 들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저는 조심스럽게 거울을 통해 바깥의 상황을 살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바이오로이드들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탄알집을 교환하며 아라와 바니 언니에게 각자 필요하면 재장전하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달라 지시했습니다.

 

그때, 뒤쪽에 계시던 유미 씨가 우리에게 소리쳤습니다.

 

“저기요! 여러부우우운! 지금 뒤에서도 오고 있어요!”

 

저는 다급히 유미 씨가 계신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방 뒤편에 있던 큰 창문 바깥으로는 또 다른 바이오로이드 무리가 몸을 뒤틀며 뒷마당으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유미 씨가 휘말리지 않도록 그녀를 옆으로 밀어두고, 창틀에 소총을 거치하며 사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바깥에는 담장을 넘으려던 바이오로이드도 있었고, 몇몇은 손에 든 연장 따위로 담장을 부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재빨리 조준 사격을 먹여주었습니다. 홀로그램 조준경의 광점이 그들의 상반신에 걸쳐지면 저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한발 한발이 총열을 떠날 때마다 그들이 하나씩 쓰러집니다.

 

그렇게 몇 명의 표적을 제압하고 나니, 이번에는 등 뒤에서 또 한 번 폭음이 울렸습니다. 폭발이 대단했는지 온 집안 바닥이 죄다 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서둘러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무력화했다고 생각했던 블랙웜이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현관문(그리고 그 뒤에 잔뜩 쌓아뒀던 바리케이드)은 이미 깔끔하게 날아가 버린 모양입니다.

 

정말이지 돌겠습니다. 이쪽도 바빠 죽겠건만, 설상가상으로 정문 방향에서는 아까 격퇴한 만큼이나 많은 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다들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민첩하군요. 

 

아마도 명령권 동기화가 덜 된 전력을 미끼로 삼아서 우리의 전투력을 소모시킨 후, 아껴뒀던 주 전력으로 밀어붙일 생각인가 봅니다. 실제로 아까 전의 공격을 상대하느라 우리는 이미 상당한 양의 탄약을 소모한 상태였습니다.

 

C가 전술적인 판단을 못 한다고 했던가요. 그 말을 정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기보다 영악한 인간이었던가 봅니다.

 

“아라! 유탄으로 최대한 숫자 줄여놔! 바니 언니는 저랑 자리 교대합니다!” 

 

아라가 “알겠슴다!” 하며 대답해옵니다. 소총을 잠시 옆에 기대놓은 그녀가 허리춤에서 유탄 한 발을 꺼내고 있습니다.

 

황급히 위치를 교대한 후, 저는 아라가 유탄을 재장전하는 동안 그녀를 엄호했습니다. 비좁은 지형 탓에 파편으로 인한 피해가 많았지만, 그들은 아랑곳 않고 우리를 향해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습니다. 

 

곧 우리 뒤쪽에서 AK를 발사하던 바니 언니 방향에서 큰 폭발과 함께 순간적으로 먼지구름이 치솟았습니다. 폭발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모양인지, 재빨리 몸을 웅크리는 언니의 주변으로 파편 몇 개가 날아들어 왔습니다.

 

“언니, 무슨 일이예요!”

 

언니는 심하게 콜록대더니, 잠시 숨을 가다듬고 제게 외쳤습니다.

 

“누가 폭발물을 갖고 있었나 봅니다. 등짐에다 쐈더니 바로 터져버렸어요!”

 

.....다들 쓸데없이 준비성은 철저했던 모양이군요. 제가 다친 곳은 없냐고 묻자, 그녀가 고개를 좌우로 젓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대신 후문쪽 담은 완전히 박살나 버렸지만요, 언니가 쓴 웃음을 지으며 덧붙입니다. 

 

저는 바니 언니에게 제 옆에서 대기할 것을, 유미 씨에게는 뒤쪽 창문을 살펴줄 것을 (그리고 대놓고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놓지는 말라고도) 각각 지시했습니다.

 

화력을 정문 쪽에 집중한 우리는 다가오는 바이오로이드들을 향해 계속해서 사격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엉망이 된 몸과 방패로도 블랙웜은 주변을 보호하며 다가왔고, 한층 정확해진 그들의 사격에 점차 우리도 고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블랙웜의 공격으로 현관문까지 뚫려버린 지금, 그들은 언제라도 그곳을 넘어 우리가 있는 2층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옆에서 몸을 낮추고 있던 소완 씨에게 지시했습니다.

 

“소완 씨, 계단 쪽 문 앞에서 대기하고 계세요. 좁은 복도니까 버텨보실 만할 겁니다.”

 

“맡겨두시옵소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순간, 뒤쪽에서 유미 씨가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으아아, 이쪽에서 또 오고 있어요!”

 

이제는 담장마저 훤히 뚫린 상황. 뒷문까지 그들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유미 씨를 다시 안쪽으로 불러들인 저는 바니 언니에게 후방을 맡아줄 것을 지시했습니다.

 

콘스탄챠 모델의 것으로 보이는 사격이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우리도 AK소총 사격으로 화답했습니다. 아라도 틈틈이 그들에게 사격을 가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우리를 향해 계속 전진해 올 뿐이었습니다. 

 

“온 동네 삼안 애들은 다 끌고 왔나, 뭐가 이렇게 많아!”

 

재장전 후 노리쇠 멈치를 누르던 아라가 짜증을 부립니다. 저도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지금 바깥에 있는 저들의 숫자는 분명 세자리 수가 족히 넘어갔으니까요. C라는 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저들을 빼앗아 온 것일까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재장전 해야 합니다! 교대 부탁드립니다!”

 

바니 언니의 목소리가 잡념에 빠져있던 제 정신에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정신을 다잡은 저는 언니와 재빨리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제가 저들을 제압하는 동안 그녀는 서둘러 베이클라이트 재질의 탄알집을 교체한 뒤, 소총을 기울이고 왼손을 뻗어 노리쇠를 힘차게 당깁니다. 곧 사격 준비를 마친 그녀가 제 어깨를 두드렸고, 저는 자리를 이탈함과 동시에 탄알집을 확인했습니다. 잔탄이 얼마 없었던 까닭에, 저 또한 빠르게 탄알집을 교체하고 재장전을 마쳤습니다. 

 

아라, 바니, 저까지, 원거리 교전이 가능했던 우리 셋은 계속해서 자리를 바꿔가며 적들의 접근을 최대한 저지하고 있었습니다. 한 명이 재장전을 위해 이탈하면, 남은 둘 중 하나가 그쪽 방향을 엄호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적들은 꾸준히 거리를 좁혀왔고, 그들의 정확한 사격에 제압당한 우리는 아까만큼 정밀하게 공격할 여유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위치를 바꿔가며 저택을 필사적으로 방어해보았지만, 결국 적들은 1층 진입에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참에 자리하고 있던 소완 씨에게 외쳤습니다. 

 

“소완씨, 놈들이 곧 계단으로 올 겁니다! 준비하세요!”

 

그녀는 말 없이 자세를 단단히 바로잡았습니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리더니, 곧 우리를 향한 사격이 완전히 멎었습니다. 

 

.....잠시 정적이 이어집니다. 짧지만 영원처럼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정적. 소총을 쥔 제 손이 땀으로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길게도 끄는군요. 왜 이 건물을 날려버리거나 하지 않는 거죠? 우릴 죽일 생각이라면 그편이 훨씬 간단할 텐데.”

 

바니 언니가 나지막히 속삭였습니다.

 

“...저놈은 우리를 끝까지 가지고 놀다가 죽일 생각이니까요. 아까 전화에서 들었습니다.” 

 

“.....미친 새끼.”

 

제 대답에 아라가 욕을 내뱉습니다. 바니 언니도 입만 안 열었다뿐이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계단 쪽 문에서 큰 소리가 연달아 울렸습니다. 누군가가 무거운 것으로 문을 강제로 열어젖히려고 하는 듯한 소리였죠. 

 

그와 동시에, 우리 등 뒤에서 외로운 십자가를 안고 있던 유미 씨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히익! 여-여러분!”

 

그 소리에 저는 홱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했고, 그러자 창틀에 몸을 걸치고 이쪽으로 넘어오려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보였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모자와 칼을 가지고서 눈을 감고 있는 메이드 (오래 전에 정부 인사들 곁에 서 있던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행장치를 달고 커다란 낫을 쥐고 있는 메이드 (아마 페어리 계열일 겁니다)였죠. 아마도 낫을 쥔 쪽이 길다란 칼을 가진 쪽을 들고 올라온 모양입니다.

 

소완씨를 부를 새도 없이 계단 쪽의 문도 부서졌고, 그녀는 양 손에 칼을 쥐고 올라오려는 적들을 막아내기 바빴습니다.

 

“Contact!”

 

저는 적과 조우했음을 알리고, 낫을 든 메이드와 칼을 쥔 메이드를 향해 자동사격을 가했습니다. 이변을 눈치챈 바니와 아라도 가세했고, 유미 씨는 안테나를 안아들고 몸을 피했습니다.

 

두 메이드는 재빨리 우리의 사선에서 벗어나고는, 이리 저리 움직여대며 우리에게 예리한 무기를 휘둘러댔습니다. 그들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고, 넘어진 몸을 일으키자, 둘을 향해 분주히 사격을 가하는 아라와 바니 언니의 뒤로 주인님과 H를 숨겨놓았던 방이 보입니다. 

 

겁을 먹고 주저 앉아있는 유미씨가 있는 바로 저쪽이었죠.

 

또 한편으로는, 좁은 통로를 통해 몰려오는 적들과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는 소완 씨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양손에 들린 그녀의 칼날이 예리한 곡선을 그릴 때마다, 하얀 색의 고급 벽지가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는 낫을 든 페어리가 바니 언니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바니 언니는 AK 소총으로 날카로운 낫을 겨우 막고 있었고요. 아라가 개머리판으로 그녀를 저지하려 했지만, 페어리는 낫 자루로 그녀를 세게 밀쳐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총구를 올려 페어리에게 다섯발의 7.62mm 탄을 박아 넣었습니다. 

 

그녀가 쓰러진 뒤 고개를 돌려보니, 웃기는 모자를 쓴 메이드는 어느새 소완 씨에게 다가가 칼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소완 씨는 능숙하게 그녀의 공격을 흘려내며, 그 메이드를 좁은 통로에 몰린 다른 바이오로이드들 사이로 몰아넣었습니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한 저는, 부무장을 꺼내 9mm 권총탄 두 발로 페어리를 확인 사살했습니다. 조금 전에 걸레짝이 된 블랙웜이 다시 일어나는 꼴을 보았더니, 이 정도는 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았거든요. 저는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바니 언니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Still in one piece, Vanny?”

(멀쩡하세요, 바니 언니?)

 

“헉헉.....아뇨. 방금 죽을 뻔했던 거 안 보여요?”

 

“따질 힘도 있으시네요. 그럼 멀쩡하신 겁니다.”

 

제 시답잖은 농담에, 언제나 지어보이던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려던 바니 언니. 그러나 갑작스레 울리는 소음에 그녀의 눈이 활짝 열립니다. 바닥이 부서지는 소리. 아래층에서 위층을 향해 무언가를 발사하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그것도 주인님이 계시던 방에서요.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리고 절망에 빠지려던 순간, 다행히도 주인님께서 방문을 거칠게 열어 젖히며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한쪽 팔로는 H님을 부축하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전화기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쉴 새도 없이 주인님께서 곧바로 입을 여십니다.

 

“이비! 이것 좀 들어봐!.”

 

“세상에, 괜찮으세요?”

 

“어어, 우린 괜찮아. 아니 그보다, 이것 좀 들어보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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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H와 함께 방 안에 틀어박혀 노심초사하고 있기도 잠시, 바깥에서 울리던 총성은 점차 더 자주, 그리고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놈들이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다는 뜻이겠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대는 총성과 폭음 사이로 다급하게 외치는 이비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 새끼가 되어서는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H 녀석도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저 녀석이 지금 짓고 있는 저 표정....아마 지금 내 얼굴도 딱 저런 느낌이겠지.

 

땅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바깥은 완전히 전쟁터 그 자체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바닥 아래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것도 한두명이 있는 느낌 같지도 않았고. 

 

“.....들어온 건가?”

 

인기척을 느낀 게 나뿐만이 아니었던 듯, H가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런가 본데.”

 

나도 조용히 대답했다. 아무래도 우리 좆된 거 같다, 라는 사족은 마음속으로 꾹 삼켜두면서.

 

나는 또 다시 이어질 총성과 비명을 기다렸으나, 한동안은 이비와 일행들이 속삭이는 소리, 그리고 C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부시럭거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H와 나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죽음 또는 그보다도 더한 운명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도 나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죽음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C 그 새끼는 그런 쪽으로의 상상력이 특히 풍부한 인물이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테마파크 죽돌이 씹새끼가 다 그렇지, 뭐.

 

그렇게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을 무렵, 갑자기 내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아까 봤던 그 번호, C였다. 

 

이 개새끼가 또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서 이러나. 

 

H는 “야야, 받지 마.” 하며 나를 말렸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죽더라도 할 말은 해두고 싶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내 귓가를 울린 것은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들리십니까?”

 

젊은 여자의 목소리. 

 

 전화 끊지 말고 진정하세요. 저는 지금 당신 편이니까요. 


.....아마도 C의 곁에 있던 그 블랙 리리스인가 하는 녀석인 듯하다.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이야기 할게요. 저 인간을 그 쪽에서 잘 보일 만한 위치로 끌어내겠습니다. 보호 역장은 해제해 둘 테니 그때를 노리세요. 기회는 한 번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끓어오르는 증오를 겨우 억누르는 것만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차피 C놈을 해치우는 것 말고는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는 상태. 나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아. 타이밍은 어떻게 알려줄 생각인데?”

 

“신호는 당신에게 직접 전달하겠습니다. 지금 계신 방 가운데는 비워두세요. 문 바로 앞에 계시면 될 겁니다.”

 

“그게 무슨-”

 

“야, 짜장면! 어디서 뭐하고 쳐 앉았냐!”

 

“쉿. 이제부턴 대답하지 말고 듣기만 하세요.”

 

그녀가 전화 너머로 속삭인 후,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그녀의 목소리가 먹먹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폰을 자기 주머니에 넣기라도 한 건가.

 

“.....짜장면 너는 씨바 내 옆에 붙어있으라고 했냐 안했냐. 몸값도 허벌나게 비싸다는 게 말귀는 또 존나게 못 알아쳐먹어요, 아주.” 

 

“.....죄송합니다, 명령권자님. 원활한 경호를 위해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

 

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따박따박 말대꾸하지 마라잉. 내 허락없이 주둥아리 열지 말고.”

 

침묵.

 

“.....헤헤, 씨발년이. 표정 풀어. 뭐 됐고, 이제 뭐 어떡할 건데? 아, 주둥이 열어도 돼.”

 

 

“.....실내에 진입한 인원들에게 보다 세밀한 지시를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시야 확보가 용이한 곳에서 상황을 살펴보시는 쪽이.....”

 

“아 씨발, 귀찮게.....”

 

놈이 카악, 퉤 하며 가래를 뱉는 소리가 울렸다. 모든 게 먹먹한 와중에도 그 소리 하나만큼은 아주 분명하게 고막을 때린다.

 

“.....원수들의 파멸을 직접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명령권자님?”

 

리리스가 대뜸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C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음?”

 

“후훗, 명령권자님을 우습게 보고 기어오르려던 그 남자와.....그의 못난 하녀가 절망 속에서 울부짖는 걸 직관하실 기회라고요? 무엇보다도....”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요염한 기운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승리의 순간을 오롯이 만끽하셔야죠. 그렇지 않나요?”

 

그러자 잠시 침묵하던 C가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허어.....웬일로 옳은 말을 다 하네. 그래, 그렇게 하자고.”

 

“바로 그거예요, 명령권자님! 자신만만하게 고개도 드시고, 어깨도 쭉 펴시고....그렇죠. 자, 이제 언덕 위로 올라갈까요?”

 

그렇게 달콤한 목소리로 C를 부추기던 리리스는, 곧 전화 너머로 내게 속삭였다. 

 

“....좋아요. 곧 신호가 갈 겁니다. 방 중앙에 총격이 몇 번 있을 테니, 확인하시면 바로 방을 나가서 당신 메이드들에게 전하세요. 저놈은 정문 방향에 서 있을 거라고요.” 

 

“....어 잠깐, 뭐? 총격?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라고 따질 새도 없이 전화는 이미 끊어져 있었고, 나는 한 손에 전화기를 쥔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그래서 뭐래?”

 

H가 조급하게 물어온다.

 

“.....방에다가 총을 쏘겠다는데?”

 

그의 눈썹이 잔뜩 구부러지며 올라간다.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그 순간, 방 바닥에 구멍이 퍽 퍽 뚫리면서 콘크리트 파편과 나뭇조각이 사방으로 튀어댔다.

 

“으아아, 씨발!”

 

“얌마, 일어나, 지금 나가야 돼!”

 

소스라치게 놀라서는 뒤로 자빠져버린 H를 일으켜 방문을 연다. 방을 나서자마자 마주친 건 이비. 어느새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표정에서는 스트레스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다급히 이렇게 외쳤다.

 

“이비! 이것 좀 들어봐!.”

 

그러자 우리를 보고서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이비와 바니.

 

“세상에, 괜찮으세요?”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다.

 

“어어, 우린 괜찮아. 아니 그보다, 이것 좀 들어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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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스는 원한을 잊지 않아요.



글이 너무 안 써지고, 그림도 영 안 되어서 곶통 받은 회차였습니다. 

쓰다보니 분량도 너무 늘어져서 요번 회차는 2 파트로 끊어서 올렸구요.

주말에 사이드로 하는 일에 본업까지 겹치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봅니다. 

여하튼, 매번 재밌게 봐 주시고 응원까지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당

여러분 덕에 모자란 끄적임이나마 계속 올릴 맛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