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우리집 브닐라 모음집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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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는 리리스가 했던 이야기를 이비에게 전달했다.

 

아니면.....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표현하는 쪽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내 입을 이비의 귀에 가져다 대고 그녀에게 말하는 동안, 저 앞에서는 소완이 열심히 칼을 놀리며 바이오로이드들을 막아내고 있었고, 이쪽에서는 바니와 아라가 소완이 놓친 녀석들에게 총을 쏘고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정리해서, 온갖 소음 때문에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는 거다.

 

그런데도 이비는 어째 내가 한 말을 다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살며시 자기 뒤로 밀어냈다. 

 

“다들 여기 모인 것 같네요. 아라, 벅샷 하나 장전해.”

 

그녀가 아라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렸다. 그러자 아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구리에 메고 있던 (딱 봐도 고물 같은) 커다란 유탄발사기를 꺾어 열었다. 녀석이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커다란 초록색 포탄 같은 것을 꺼낸다. 무슨 금속제 요구르트병 같이 생겼네. 

 

그녀를 대신해 앞쪽에 총을 겨누고 있던 이비가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말했다.

 

“우선 길을 좀 뚫어야겠습니다. H님이랑 몸 좀 낮추고 계세요.”

 

그러더니 그녀는 큰 소리로 우리 앞에 서 있던 소완을 향해 외쳤다. 

 

“Stand clear! 물러나세요!”

 

순간적으로 우리를 돌아본 소완은, 재빨리 방구석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와 칼을 맞대고 있던 한복 차림 메이드도 이쪽을 보고는 창밖으로 훌쩍 뛰어내렸고. 그 순간, 아라가 들고 있던 낡은 유탄발사기에서 무언가가 발사되었다. 이전에 몇 차례 들었던 ‘퐁’ 하는 소리가 아닌, 훨씬 더 우렁찬 총성과 함께.

 

우리 앞을 메우고 있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일제히 쓰러져버렸다. 피로 붉게 물든 안개 같은 것이 퍼져나갔고, 그 너머에는 그들의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수많은 총알 자국 같은 것이 온 사방에 생겨나 있었다. 

 

이비는 곧바로 소총을 겨누고 앞으로 나아갔고, 간신히 살아남아 꿈틀대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계단 아래까지 살펴보며 순식간에 주변을 정리한 그녀가 손으로 원을 그리며 우리에게 다가오라고 신호했다. 그에 맞춰 바니와 아라, 소완과 내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C는 거동 문제로, 유미는 다리에 힘이 빠져서 제때 움직일 수가 없었다는 모양이다)

 

곧 이비가 우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라, 40 마이크 아직 하나 남았지? 벅샷 말고 프래그로.”

 

아라가 허리에 매달린 주머니를 만지작대며 “네, 하나 있슴다.” 하며 대답한다.

 

“.....주인님 말씀대로 기회는 정말 한 번뿐인 것 같네요. 아라, 준비해.”

 

그녀가 아라에게 손짓하며 창문 쪽을 가리켰다. 발코니나 다른 큰 창문이 아닌, 벽 위쪽에 난 작은 채광창이었다. 나는 살며시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이비가 다른 쪽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며 바이저를 내렸고, 아라는 그 큼직한 대포 같은 무기를 창틀에 걸쳐놓았다. 막상 본인 키는 하도 작아 놔서 그걸 붙잡겠다고 계속 낑낑대고 있었지만. 보다 못한 나는 굴러다니던 의자 하나를 아라의 발밑에 가져다주었다.

 

아라를 의자 위로 올려주자, 무기를 조준하는 그녀의 어깨너머로 바깥 광경이 보인다. 

 

 

 

 

 

한바탕 총격이 오갔던 정문 앞에는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끔찍한 몰골로 사방에 피를 흩뿌린 채 널브러진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펼쳐진 시산혈해의 현장 앞에는 두 사람의 형체가 서 있었다. 둘 중의 하나는 이 참극을 초래한 장본인, C부장이었고. 리리스의 말 대로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푸른 방어막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여기를 쏘라는 듯 우리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 있다. 그 모습에서 자기 목숨 따위야 어찌 되든, C 자식을 확실히 지옥으로 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Range: seven-five-meters. Ready when you are.”

(거리는 75미터. 준비되면 말해.)

 

이비가 속삭이자 아라는 총신 위에 접혀있던 조준기 같은 것을 펴더니 어떤 쇳조각을 위아래로 조절했다.

 

“.....조준 완료했슴다.”

 

“Hit it.”

(때려줘.)

 

“.....지옥에나 가라, 망할 새끼야.”

 

아라가 이빨을 깨물며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큰 총성과 함께 우리 옆으로 난데없이 맹렬한 불꽃이 날아 들어왔다. 그 때문에 조준이 흔들린 아라의 유탄은 그대로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에 떨어져 버렸다. 빗나가긴 했어도 얼추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난 탓에 C가 그 비대한 몸을 가지고 펄쩍 뛸 듯이 놀란다. 그 꼴이 퍽 우습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 입에서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우린 지금 유일한 기회를 날려버렸으니까. 

 

허무하게 하나 뿐인 기회를 상실해 버린 우리. 그런 우리의 곁에서는 흡사 이무기의 혀놀림같은 불꽃들이 넘실대고 있다. 우리 일행이 처한 상황을 조롱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총성이 울렸던 곳을 바라보니, 바닥에 누운 수많은 시신 가운데서 아까 전부터 우리를 괴롭히던 검은 방패 메이드가 한쪽 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라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큰 무지막지한 무기를 들고서. 온몸에 성한 곳이 없는데다 머리에서 까지 피를 줄줄 흘리는 게 무슨 좀비 같기까지 했지만, 녀석은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소름끼치게 경련하는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You’ve got to be fucking kidding me.....”

(이건 또 뭔 좆같은.....)

 

아라는 ‘히익’ 하며 겁에 질린 듯한 소리를 내었고, 이비와 바니는 그 메이드에게 무기를 겨누며 우리를 데리고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아까 H와 내가 나왔던 그 방 가까이 물러섰다.

 

그때 바깥에서 C놈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댔다. 

 

“내가 씨발 이럴 줄 알았어! 야아아아!!!”

 

이제는 거의 완전히 몸을 일으킨 검은 메이드. 그녀가 몸을 경련할 때마다 그녀의 댕기머리가 요동치고, 몸의 한쪽을 뒤덮은 상처에서는 진한 피가 흐르고 있다.

 

“거기 있는 새끼들 다 죽여버려! 들리냐아! 다 죽이라고!!!”

 

여기까지도 선명히 들리는 C의 거북한 고함이 엉망이 된 집안에 메아리친다. 그리고 검은 차림의 메이드가 무기를 확실하게 우리의 방향으로 들어 올렸을 무렵, 나는 이비의 조용하지만 분명한 탄식을 들을 수 있었다.

 

“.....Fuck.”

(.....좆됐네.)

 

그래. 네 말대로야.

 

씨발 좆됐네.

 

한 많은 인생도 여기까지구나-싶던 그 순간, 커다란 날붙이가 날아가 그 메이드의 팔에 푹 꽂혀 들어갔다. 그녀의 몸이 움찔하던 찰나에, 우리의 뒤에서 소완이 (무슨 무협 영화에서나 보던 느낌으로) 양쪽 벽을 딛으며 도약했고, 그대로 검은 옷의 메이드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제대로 위력이 실린 발차기에 검은 메이드의 몸이 홱 하고 비틀렸지만, 곧바로 회복한 그녀는 주방칼로 추가타를 먹이려던 소완을 한 손에 잡아챘다.

 

“仆街....”

(젠장맞을....)

 

별것 아니라는 듯 소완을 우리 쪽으로 내팽개친 검은 메이드. 그러나 이비와 바니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 메이드에게 마구 총알을 퍼부었다. 남아 있는 방패로 어떻게든 방어를 시도해보려던 그녀였지만, 이비 방패 몇 개를 잃은 상태인지라 훤히 뚫린 빈틈으로 잔뜩 총알 세례를 받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그 광경을 본 우리 일행 모두의 (그중에서도 특히 소완의) 얼굴에 경악과 공포가 서린다. 

 

 

 

 

 

어느새 두 발로 완전히 일어선 그녀는 그 무지막지한 무기를 다시 들어 올려 우리를 향해 겨누려고 하고 있었다. 부상이 부상인지라 동작이 재빠르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걸레짝이 되어서도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라고 할 만했다.

 

“아라! 벅샷!”

 

이비가 허겁지겁 총을 다시 장전하며 아라에게 소리친다. 아라는 부랴부랴 커다란 총의 허리를 탁 꺾어내고 커다란 탄피를 빼내려고 했다. 긴장한 탓인지 손가락이 자꾸만 헛돌고 있었지만. 

 

바니도 금세 탄창을 바꿔 끼고는 검은 차림의 메이드를 향해 다시 불을 뿜고 있다. 유미는 외로운 십자가를 세워 그들을 도우려고 했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장비를 돌아보니 그녀의 안테나와 발전기 둘 모두가 파손된 상태였다.

 

바니와 이비의 총알 세례에 충격을 받은 몸이 이리저리 들썩이며 살점이 튀어 나갔지만, 근육 아래 은빛으로 빛나는 금속 골격이 보이는 지경이 되어서도 검은 옷의 메이드는 쓰러지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총구는 정확히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ㄷ-됐슴다!”

 

그때, 덜덜 떨려대는 손으로 겨우 장전을 마친 아라가 외쳤다.

 

“쏴버려!”

 

이비의 급박한 지시와 함께,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아라와 검은 메이드의 총구에서 동시에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가 본 게 정확하다면, 아마도 아라의 손이 미세하게 더 빨랐던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메이드의 무기에서 일어난 화염 덩어리는 우리를 간신히 빗겨나갔고 –그렇다곤 해도 순간 이대로 죽는 줄 알았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갔지만-, 반면에 아라의 무기에서 퍼져나간 무수한 총알은 그 메이드의 몸을 산산이 찢어발겨 버렸다. 

 

또 한 번 온 집안을 수놓는 핏빛 안개를 뒤로하고, 마침내 그녀의 두 다리가 더는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큰 소리로 바닥에 박힌 그녀의 방패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다리를 대신해 몸뚱이를(또는 몸뚱이의 남은 조각을) 지탱했고, 마침내 검은 옷차림의 위협적인 메이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반쯤 선 자세로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몸 곳곳에서 걸쭉한 피가 흘러내려 이미 피범벅이 된 지 오래인 바닥을 적신다.

 

“.....Holy shit, that was close.”

(.....우와 썅, 뒈지는 줄 알았네.)

 

잠시 그 메이드의 시신을 향해 총을 겨누던 이비가 안도의 한숨을 퓨, 내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그녀의 갈색 앞머리는 땀에 젖어 붙어 너저분하게 되어 있었다. 아라도 그녀의 반응을 보고 긴장이 풀린 모양인지, 떨어뜨리듯 총을 내려놓고 그대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또 일어나는 건 아니겠죠?”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 메이드의 시신을 겨누고 있던 바니가 물었다. 

 

이비가 그녀를 향해 뭐라고 농담이라도 던지려고 하던 그때, 내 옆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들려왔다.

 

“....끄으으으.....바니야.....”

 

H의 목소리였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가슴과 배에 난 커다란 상처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상처 주변에는 그을린 옷이 화상자국에 엉겨 붙은 상태였다. 

 

아뿔싸.....

 

아까 빗나갔다고 생각했던 게.....

 

“서방님!”

 

뒤를 돌아본 바니가 화들짝 놀라 총까지 내던지며 H에게 달려왔다. 그를 부여잡고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대던 바니는 필사적으로 그의 상처 부위를 꽉 누르기 시작했다. 

 

“바니야.....너무 아파....”

 

“말씀하지 말고 누워 계세요! 보기에만 이렇지 별 건 아닐 거예요!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H에게 하는 건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가는 말을 정신없이 내뱉는 바니. H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하고 있었다.

 

“바니....”

 

이비는 허리에 매달린 구급키트를 뒤적이다가 커다란 거즈 같은 것을 꺼내 들고 H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이 더 어두워지더니, 곧 걸음을 멈추고 우뚝 제자리에 섰다. 

 

“.....아.....아저씨 어떡해.....여-여기 의사는 없어? 간호사라거나? 아무도?”

 

아라가 울상이 된 얼굴로 간절히 우리에게 물어왔지만, 여기 중 누구도 저 정도의 부상을 치료할 능력은 없는 듯했다. 이비, 그리고 소완 마저도.

 

......물론 나까지도.

 

H의 상태는 누가 보더라도 위독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내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게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귀가 먹먹해지고 감각이 둔해졌다. 

 

지금 눈을 감았다가 뜨면 다시 이비 옆에서 담요를 두르고 깨어나지 않을까. 보통 꿈은 꿈이라는 걸 자각하면 깬다던데, 왜 아직 안 깨는 거지? 

 

지금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기만을 바라는 동안에도 H는 고통스러워하며 바니를 부여잡고 있었고, 바니는 여태까지 처음 보여주는 표정을 하고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서방님....서방님....제발 일어나세요.....괜찮을 거예요.....”

 

바니의 손을 꼭 부여잡은 채로, H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익히다 만 고기처럼 되어버린 녀석의 명치께에서는 산사람에게서 나서는 안 될 냄새가 나고 있다. 

 

이비는 가지고 있는 의약품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애쓰고 있었고, 아라와 소완은 그녀를 도와 어떻게든 H의 부상을 처치해보려 하고 있었다. 유미는 바니 마냥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어버버하며 떨고만 있었고. 

 

.....시바 이건 꿈이야.

 

여태까지 꿨던 꿈 중에 제일 길고 험한 꿈이긴 한데, 어쨌든 꿈일 거야.

 

그렇지? 그렇지 않을까?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빠져 멍하니 있던 동안, 소완이 불쑥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이냐고 물을 새도 없이, 소완이 치켜든 칼에 칼날 하나가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혀 왔다.

 

아까 창문 아래로 뛰어내렸던 한복 메이드였다. 언제 다시 올라온 건지, 그녀는 현란한 검술로 소완을 몰아붙였다. 날 길이에서부터 차이가 현격하다 보니, 불리한 입장에 처한 소완은 살벌하게 휘몰아치는 그 메이드의 검격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비가 권총을 빼 들어 그녀를 향해 발사했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 메이드는 믿을 수 없이 빠른 움직임으로 이비의 사격을 피해버렸다. 허공에 칼을 휘두르자 ‘챙’ 소리가 나는 게, 설마 총알을 튕겨낸 건가? 그게 되는 거였어?

 

순식간에 이비에게 접근한 그녀가 어떤 장치가 달린 다리로 이비를 세게 걷어찼고, 이비는 그대로 붕 날아가 벽에 처박혀 버렸다. 아라도 그녀에게 총구를 겨누었지만, 미처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녀석도 한복 메이드의 발에 채여 바닥을 나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내 두뇌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채 처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 한복 차림의 메이드는 나와 H에게 다가와 칼끝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자 죽어가는 H를 붙들고 있던 바니가 “안돼!”하고 절규하며 그를 자기 몸으로 감싸 안았다. 

 

한복 메이드의 얼굴에 일순간 안타깝다는 표정이 드러났지만, 곧 그녀의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늘하게 빛나는 그녀의 칼날이 바니를 향했다.

 

그 순간, 나는 H와 바니를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칼을 든 메이드를 향해 몸을 던졌다. 애초에 일반인이 바이오로이드를 몸싸움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을 리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역시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온 힘을 실은 내 주먹을 아무렇지 않게 피해버린 그 메이드는, 하찮다는 듯 손바닥으로 나를 거칠게 밀어버리더니 그대로 길다란 칼을 바니의 등에 찔러넣었다.

 

 

 

 

 

 

바닥에 쓰러진 내 눈에 바니의 얼굴이 들어온다. 

 

“허억,”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는 바니. 눈물이 가득 맺힌 얼굴로도 그녀는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의 남편을 보호하려 했다. 어깨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흰색 에이프런이 점점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이어서 한복 메이드가 나를 노리기 위해 바니의 등에서 칼날을 비틀어 빼내려던 순간, 소완이 달려들어 그녀의 등에 칼을 박아 넣었고, 이비는 권총을 그녀의 눈에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갓을 닮은 모자가 튕겨져 날아가고, 그녀의 뒤통수에서 피와 살점이 흩뿌려진다. 이윽고 힘이 빠진 손에서 칼자루가 빠져나옴과 동시에, 한복 차림의 메이드는 그대로 털썩,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 메이드가 쓰러졌을 무렵, 내 옆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H....우리 서방님.....”

 

고개를 돌려보니 생명이 꺼져가는 듯, 게슴츠레한 눈을 한 바니가 H의 생기 없는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바니의 가녀린 몸을 관통한 칼날은 H의 몸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는 이미 숨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미안했어요......내가 너무....못살게 굴었죠?”

 

그녀의 얼굴에 슬픈 미소가 떠오른다.

 

“....좀 더 상냥하게 굴 수 있었으면......좋았을 텐데.....”

 

바니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H의 얼굴을 맞대고 머리를 뉜 채였다.

 

“....언니?”

 

검을 들고 있던 메이드를 확인 사살하느라 한박자 늦게 우리를 돌아본 이비.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야 이쪽을 확인한 다른 일행들도 말을 잊고 슬픔에 잠긴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비가 절박한 목소리로 바니의 시신을 흔들며 소리지를 때 조차도, 소완이 그녀를 말리고 유미는 눈물을 흘리며 오만상을 짓고, 아라도 소완과 함께 이비를 붙잡을 때까지도.

 

이비의 우악스런 손길에 바니의 머리가 앞뒤로 요동친다. 아무런 저항없이 흔들리는 모습이 꼭 축 늘어진 꼭두각시 인형 같은 인상을 주었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던 바니가 금방이라도 다시 눈을 뜨고 우리의 한심한 모습을 빈정댈 것 같았지만, 이미 생명이 빠져나간 그녀의 몸이 다시 움직일 리는 만무했다. 

 

H의 입은 맥없이 벌어져 있었다. 부상으로 점점 파리해져 가던 그의 얼굴에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생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아까까지도 버젓이 살아서 내 옆에 있던 H였다. 그리고 아까까지만 해도 풋풋한 새댁처럼 굴던 바니였고.

 

얼굴 근육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련하기 시작한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이윽고 내 시야가 무언가로 인해 마구 일렁이며 흐려진다. 곧 따뜻한 액체가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비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먹먹하게.

 

아주 먹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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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를 찾아봤지만 그는 주변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도 그 틈에 멀리 떠나버린 모양이었다. 그가 데리고 왔던 바이오로이드들도 더는 남아있지 않았다. 워낙에 외진 곳이라 그런지, 그 난리통을 피웠음에도 철충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그래도, 그 덕에 우리는 H와 바니를 조촐하게 나마 애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아라와 이비의 도움을 받아 꽤나 짧은 시간 만에 깊은 무덤을 팠다. 손재주가 좋은 소완과 유미는 근처에서 찾은 원목 기둥으로 그럴싸한 묘비 대용품을 만들어 놓았고. 준비가 끝나자, 우리는 바니와 H의 시신을 둘이 쓰던 담요로 싼 뒤 무덤에 내려두었다. 

 

 

 

 

 

곧 일행 모두가 무덤 앞에 모여 섰고, 그 뒤로는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곧 침묵을 깬 이비가 내게 추도사라도 한마디 하는 게 어떻겠느냐 물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녀였지만, 막상 그녀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목소리를 낼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둘의 시신을 싼 흙묻은 담요에 눈을 둔 순간, 나는 그냥 울먹이기 바빴으니까. 뭔가 그럴싸하고 멋진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유머도 좀 곁들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명언 같은 것도 인용하고 하면서.....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장례식 연설을 하고 싶었다고.

 

그래. 계획은 그랬지. 그런데 지금의 나는, 말을 꺼내기는커녕 한심한 애새끼마냥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었다. 억지로 말을 해보려 할 때마다 거북한 울음소리가 성대를 긁으며 튀어나온다. 

 

내 한심한 꼴이 전염된 탓일까, 유미와 소완, 아라까지도 모두 숙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곧 하염없이 훌쩍이던 내 어깨에 부드러운 손이 닿아왔다. 이비였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마주보자, 붉게 부어오른 그녀의 눈가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본인도 그런 얼굴을 하고서는 나를 달래려 하다니, 우스운 일이다.

 

그녀는 한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내 팔을 계속해서 어루만졌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기라도 하듯이. 막상 그녀도 궁상맞게 질질 짜고 있는 건 나와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식으로 한참을 울고 나서야, 우리는 H와 바니를 보내 줄 마음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둘의 신혼길을 배웅할 첫 삽 정도는 내가 뜨고 싶은 마음에, 나는 낡은 삽을 들어 방수포 위에 차곡차곡 쌓인 흙을 듬뿍 집어 올렸다. 

 

둘의 신혼집이 이 지상보다는 훨씬 나은 곳이길 바라면서. 차별도 비웃음도 없는 곳, 뭣같은 인간들과 철충 따위도 없는 평화로운 곳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들을 위한 축의금은 고사하고 진심을 담은 축하 인사조차도 건네줄 수 없었지만, 서로를 품에 안은 그들의 몸 위로 떨어지는 흙으로 내 마음을 대신했다.

 

나를 시작으로, 이비, 유미, 소완, 그리고 아라가 각자 삽을 들어 그들의 위로 흙을 덮어갔다. 그들의 삽이 한 번씩 왕복할 때마다 둘의 형체가 조금씩 가려진다. 우리는 방수포 위의 흙더미가 자취를 감출 때까지 삽을 쉬지 않았다. 

 

그들의 무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돈해 준 뒤, 소완은 집안에서 찾은 고급 청주 한 병을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그 난리 통에도 멀쩡히 남아 있던 몇 안 되는 물건이었다. 그녀는 술병을 개봉하고, 깨끗한 술잔에 내용물을 조금 따라 무덤 위로 흩뿌렸다. 

 

“.....혼례 축하주라고 생각해주시옵소서.”

 

그녀가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서 이비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의중을 눈치챈 소완은 술잔과 술병을 그녀에게 건네 주었고, 그녀는 소완이 했던 것처럼 무덤 위에 맑은 술을 부었다. 곧 그녀는 내게 술잔을 건넸다. 내가 힘 빠진 손으로 술잔을 받아들자, 그녀는 잔을 채워주고는 옆으로 살짝 비켜섰다.

 

“.....거기서는 행복해라.”

 

겨우 목소리를 내어 한마디를 뱉었다. 

 

내가 뿌린 술이 무덤 위의 흙을 적신다. 순식간에 스며들어 사라진 청주의 흔적을 잠시 쳐다본다. 

 

별다른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내 빈약한 어휘로 묘사할 수 있는 종류의 생각이 없었다는 거지. 

 

확실한 건 마음 한복판이 통째로 뜯겨 나간 기분이었다는 것과, C 그 새끼를 찢어 죽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들었다는 것 두 가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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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가 되어버린 저택을 뒤로하고, 우리는 밤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였다. 간간히 갈 길을 가리키던 이비나 유미를 제외하면, 그동안 우리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유독 싸늘하게 느껴지는 밤바람을 맞으며 노숙을 한 뒤, 우리는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까지 이동을 거듭했다. 언뜻 똑같아 보이는 돌, 흙길, 그리고 수풀이 반복되는 지루한 경치가 망막을 채웠다. 이제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뭐, 실제로 이게 모든 일의 끝일지 어떨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긴 해도, 어쨌든 이 좆같은 VVIP 신분증을 받으면서 시작된 고생길만큼은 그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삼안산업 임원전용 대피시설은 이제 문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다. 이비의 바이저 없이도 입구가 보일 지경이다. 산골짜기 깊은 곳에 박힌 커다란 콘크리트 방폭문. 그것 말고는 아무런 표지판도 안내문도 없는 것이 비밀시설이긴 하구나 싶었다. 

 

......

......

......

 

 

바깥에 경비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찾기 힘든 곳에 놓인 카메라 몇 개를 제외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유미가 알려준 대로, 텅 비어 있던 초소에 달린 무인 패널에 대고 VVIP신분증(이자 시설 입장권)을 스캔했다. 

 

[신분증 스캔 완료. 접근 코드와 음성 확인구를 말씀해주십시오.]

 

그날의 충격적인 경험 때문인지, 패널이 요구한 두 가지는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패널에 고개를 가까이 대고 그 징글맞을 것들을 또박또박 입 밖으로 내었다.

 

“알파-브라보-에코-리마. 탕아가 돌아왔다.”

 

그러자 몇 초 뜸을 들인 뒤,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웅장한 방폭문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서 조그만 출입구가 열렸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맥 빠지는 그림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기분이 아니었다. 

 

작기는 해도 꼴에 방공호 출입문이라고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문이었다. 우리는 입구를 지나 비좁은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이 정도 쯤 되면 진짜로 누가 안내를 하러 나오든 어쩌든 할 줄 알았는데, 계단 아래에서 우릴 반기는 건 이상하리만치 쌀쌀한 공기 뿐이었다. 

 

“It’s odd.”

(이상하네요.)

 

이비가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무슨 말이야?”

 

“보통은 방공호에 들어올 때 무장을 회수하러 따로 인원을 보내거든요. 그게 아니어도 입장하는 사람들 신원체크라던지 뭔가 절차가 더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그런데, 여기는.....”

 

그녀가 차가운 느낌의 조명으로 밝혀진, 지나치게 깔끔한 벽을 가리켰다.

 

“....마치 죽은 것 같습니다. 시설 전체가.”

 

흰 LED 조명이 가득한 좁은 공간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해졌다.

 

“.....저기-”

 

유미가 소곤대듯 말을 걸어온다.

 

“보통 이런데선 사람이 안 오더라도 자동화 안내 시스템이 항상 작동 중이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내부 스피커에서 아무런 방송도 없었다는 건....”

 

“.....뭐가 됐든 정상적인 상황이란 말은 아니군요.”

 

유미의 말을 이어받은 이비. 그녀는 등에 메고 있던 소총을 앞으로 돌리고는 총알이 들어있는지를 체크했다. 

 

“다들 긴장 놓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이비의 지시에 각자가 무기를 꺼내들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갔다. 몇 층을 내려가자 작은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이비는 위험하다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계단이 여기서 끊겨있었던 데다 아까 들어왔던 출입문은 굳게 닫혀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수십층 높이를 순식간에 지나더니, 금세 청량한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문을 열었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엘리베이터 내부에 몸을 욱여넣은 우리는 문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을 향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거 피예요?”

 

문득 엘리베이터 도어 사이로 손가락을 훑은 유미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붉은 액체가 살짝 묻어 있었다.

 

우리 중에 누가 그녀의 의문에 대답할 새도 없이, 청량한 소리와 함께 도어가 양쪽으로 열린다. 그 순간, 문 앞에 등을 기대고 있던 누군가의 시신이 유미의 발 위로 떨어졌다. 

 

이마에 커다란 구멍이 난 남자의 시신. 죽어서도 눈을 부릅뜨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친 유미가 비명을 지르려던 순간, 이비가 그녀의 입을 강하게 틀어막았다. 

 

문 너머로는 수많은 사람들과 바이오로이드들이 죽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비용 로봇들까지 심하게 손상된 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다. 

 

이비는 입가에 손을 올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후, 엘리베이터 앞으로 앞장섰다. 

 

임원 전용이라는 수식어가 빈말이 아닌 듯, 널찍한 시설 곳곳은 깨끗하게 정돈된 것이 대피소라기보다는 백화점 로비에 더 가까워 보였다. 벽 한곳에는 물이 졸졸 흐르는 미니 분수대까지 마련되어 있었으니까. 물이 흐르는 벽 위로 조명까지 받아 빛나는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러분의 영원한 가족, 삼안산업]

 

그 아래로는 조금 더 작은 글씨로 [제3 임원 전용 대피시설]이라는 글귀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아래로는, 무슨 스튜어디스 같은 복장을 한 여자가 하나 죽어있었고. 백금발 머리칼을 하고 있던 그 여자의 명찰에는 ‘파티마’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아마도 바이오로이드였던 모양이다. 

 

이 사달만 아니었으면 분명히 고급스러웠을 시설 인테리어는 총알 자국과 혈흔, 부서진 기물과 바닥을 가득 메운 시신들로 어지러웠다. 비인간적인 깔끔함과 비현실적인 잔혹함이 뒤섞인 광경이 정말이지 기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주위를 경계하며 한참 시설 내부로 들어가자 더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들이 보였다. 마치 대형 놀이공원이나 리조트에나 있을 법한 구조물이 대피소에 있다는 부조리함을 차치하고서라도, 새것같이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과 에스컬레이터는 인간과 바이오로이드가 남긴 죽음의 흔적으로 너저분해져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초록색 불이 점등하며 작동을 시작하더니, 얼마 못 가 그 위에 널린 시신들에 어디가 걸리기라도 한 건지 움직임이 뚝 멈추고 말았다. 

 

우리는 곳곳에 누워있는 시신들을 지나 옆에 있던 다른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깊은 내리막 길이다. 내려가려던 건지, 올라가려던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뒤엉켜 죽어있는 시신들을 지나 몇 번이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끝에 마침내 도달한 넓은 공간. 

 

그리고 그곳에는.....

 

 

 

 

 

 

 

그들이 만든 살육의 흔적 사이에 태연히 서 있는 C와 리리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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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의 날인데 메이드 고생담을 올리게 됐네요.

바니와 H의 명복을 빌어줍시다.


계속해서 3부가 어쩌고 얘기를 했지만, 아마 다음화가 끝나고 나서야 3부가 진행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원래는 21화 정도에서 여기까지 왔어야 했는데 헣헣

그래도 매번 부족한 글과 삽화를 봐 주셔서 감사해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