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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인류는 멸망하였다.

 

지구상에 인류가 출연한 이래로 그들은 지구상의 그 어떤 종족보다 끈질겼고 지혜로웠으며 어리석었다. 그리고 다른 종족과는 다르게 불과 도구를 사용방법을 알았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인류가 생태계의 정점을 차지하고 지구에서 번성하게 하였다.

 

혹독한 빙하기도, 각종 자연의 재해도 역병도, 기아, 전쟁, 갈등도 인류에게 위협으로 다가왔을 지언정 지구의 긴 시간 속에 사라져간 다른 종족처럼 인류를 멸망 길로 이끌지는 못하였다. 아니 인류는 오히려 그것들을 이용하고 타파하여 나갔다.

 

이렇게 영원히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번성할거 같은 인류는 어떠한 이유로 멸망하였다.

 

"철충"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재앙은…. 아니 정확히는 재앙인줄도 몰랐을 미지의 침략자에게 인류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문명을 빼앗겼으며 문명이라는 이기를 빼앗긴 인간은 너무나도 무력하였다 

 

그렇게 이 미지의 침략자는 그 어떤 종족도 그 어떤 지구의 의지도 해내지 못한 "인류멸망"을 해내었다.

 

언제까지고 번성할 것같은 인류라는 이름은 그렇게 지구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적어도 지구에서는 말이다...

 

.

..

...

 

화성.. 

 

태양계의 네 번째 행성으로 끝없는 붉은 사막과 붉은 산맥으로 뒤덮인 지형을 가지고 있는곳.

 

그 붉은 사막에 한가운데에 위치한 커다란 기지. 

 

기지의 외벽에는 오랜 시간 화성의 모래바람을 맞은 듯 거칠어져 있었고 "오비탈 와쳐"라는 영문과 엠블렘만이 그곳이 어떤곳이 였는가를 희미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모래바람 뚫고 저 멀리서 희미한 인영이 철컥거리는 쇳소리와 기계음을 내며 기지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네 모래바람을 뚫고 나온 것은 족히 2m는 넘어보이는 하얀로봇이였다.

 

한손에는 우람한 파쇄기가 달린 과거 공대생이 보면 좋아할만한 로봇은 이윽고 기지의 철문앞에 멈춰섰고 잠시후 삐삑거리는 구동음과 함께 육중한 철문이 천천히 열리였다.

 

그리고 그 안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명의 "노인"이였다.

 

"AGS-76 화이트 셸 귀환하였습니다."

 

"오 그래 잘 다녀왔는가?! 셸군! 그래 성과는 어땠나?" 

 

화이트라는 별칭에 무색하게 세월의 풍파를 격은듯한 회색빛의 AGS는 육중한 발소리와 함께 노인에게 귀환을 알리는 기계음성을 내었고 그것을 반기는 노인의 말에는 그저 보통의 사람이 기계를 대하는 말투가 아닌 애정이 담겨있었다.

 

"추측 하신대로 올림포스 산 지역에서 광물을 발견하였습니다."

 

화이트 셸은 등에 매어진 컨테이너 안에 광물을 그대로 박사 앞에 쏟아내었다.

 

"조심하세요! 깡통! 아이작 박사님이 다치시면 어쩌려고 그러나요!"

 

쏟아지는 광물의 소리도 묻어버리듯 가시 돋친 기계음성이 박사의 뒤로 들렸고 이윽고 다가온 에이다모델의 AGS의 고성에 화이트셸은 이윽고 인간처럼 머리 부분을 끅적였다.

 

"생각이 짧았다... 아이작 박사님 죄송합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는 화이트 셸의 행동에 박사는 괜찮다는 듯 너털거리며 웃었고 에이다 모델은 여전히 맘에 들지않는 듯 잔소리 하려고 하였다.

 

"하여간 당신의 회로에 학습효과 알고리즘이 없는건가요?! 이러니..."

 

"허허 그만하게 에이다군. 그래도 셸군이 밖에서 이렇게 고생해주지 않는가?"

 

"하지만..."

 

"멀리 가서 광물 확인할 필요 없이 바로 확인할수 있으니 오히려 시간을 줄일 수 있었으니 좋지않나?"

 

박사의 말에 에이다는 작게 한숨을 내쉬는듯한 제스처를 취하고는 이내 박사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박사님은 너무 자비로우세요..."

 

에이다의 말에 박사는 다시 한 번 가볍게 너털 웃음을 쳤고서는 이내 자신의 등에 달린 두개의 기계팔로 광물더미를 뒤적거리며 광물을 살펴보았다.

 

이윽고 광물의 분류를 시작하였고 대기하고 있던 토미워커 모델과 다이나마이트 웜 타입의 AGS들이 박사의 지시에 따라 광물을 분쇄하고 분류하기 시작하였다. 

 

"음...역시 거기가 정답 이였나 보군... 에이다군 내가 지정하는 광물을 정제해서 내 연구실로 가져다주게나 그리고 셸군은 정비하고 좀 쉬도록하고 앞으론 조금 더 바빠 질게야"

 

"네 아이작 박사님 명령을 실행하겠습니다. 깡통 먼저 정비소에 가 있으세요 광물 정제후 정비 해드릴테니깐요"

 

"알았다 그럼 박사님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다시 인간마냥 박사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걸음을 옮기는 화이트 셸을 보며 박사도 자신의 수염을 가볍게 쓸고서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아이작 레노프 박사...

 

신의 과학자. 악마의 과학자. 최후의 연금술사. 등으로 불리는 천재 과학자로 물리학, 기계학, 생명공학 등의 다방면에서 활동한 과학계의 최고권위자로 그가 만든 로보틱스 프레임이나 그것에 기반한 여러 연구이론은 AGS개발에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그를 “신의 과학자”로 불리게 한 업적은 나노 기술을 기초로 한 인공 세포 소체인 "오리진 더스트" 개발이였다. 그가 개발한 오리진 더스트의 개발은 인류를 한단계 더 진화시키는것은 물론 이였고 그것을 넘어 그의 제자인 애덤존슨이 "바이오로이드"을 만드는데 단초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곧 그를 “악마의 과학자”로 불리게도 한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그가 발표한 각종 이론과 기술은 AGS을 강력한 전쟁병기로 탈바꿈시켰고 바이오로이드의 등장은 사람들의 분열과 극단적인 빈부격차 사회의 혼란 그리고 기업의 무력이 국가를 넘어서 기어이 국가와 기업이 충돌, 기업이 승리하므로써 완전한 금권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한 천재 과학자가 이곳 화성에 홀로 있는 것을 안다면 지구에서는 당장에 그를 데러오기위해 움직였겠지만 아쉽게 지구에는 더 이상 그를 데려오기 위한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고 박사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있었다.

 

 

"크윽..."

 

자신의 연구실로 향하는 아이작 박사의 고통스러운 듯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으며 주저앉았고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인류가 멸망한지 수십 년이 흘렀고 자신이 화성에 왔을 때 나이를 감안한다면 자신의 나이는 거의 200세에 가까워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벌써 한줌의 흙이 돌아갔을 시간 이였지만 박사는 신이 허락한 시간을 억지로 연장해나갔다.

 

자신이 처음으로 개발했던 "오리진더스트"의 프로토타입을 자신의 몸에 이식한 것으로 박사 자신의 수명도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그리고 이네 천천히 자신의 몸을 인공장기와 기계의 몸으로 하나 둘 대체해갔다.

 

"하아...하아..."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고통이 누그러들었는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아이작 박사는 문뜩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언제였을지 모를 옛날에 미친 사람처럼 칠판에 자신의 이론을 적어가며 동료들과 토론하며 어굴에 기름을 묻혀가며 기계를 만지던 자신의 몸은 이제는 대부분 기계로 바뀌었고 과학자라는 신념에 빛나던 눈은 어느세 다 죽어가듯 흐려져 있었다.

 

이제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 대부분의 기계의 모습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은 신이 정해준 시간을 억지로 늘려간 대가이자 형벌 이였다.

 

자신의 비친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아이작 박사는 애써 그 모습을 외면하면 걸음을 연구실로 다시 옮겼다. 

 

이윽고 도착한 연구실에는 각종 기계와 컴퓨터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커다란 배양기계가 있었다. 

 

배양기계는 바이오로이드 모델을 생산할 때 사용되며 생산에 사용되는 배양액은 일반적인 모델은 초록색, 고급모델은 주황색의 배양액이 들어있지만 박사앞에 있는 배양기계는 특이하게 회색빛의 배양액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배양액 안에는 인간의 신체 그것도 젊은 남성의 신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남성 바이오로이드가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 바이오로이드 경우에는 그 폭력성과 위험성 때문에 바이오로이드는 여성형으로 생산된다. 

 

하지만 배양액 안에 들어있는 존재는 분명 남성이였다. 

 

배양기계안에 남성을 마치 아련하게 바라보는 듯한 박사의 뒤로 에이다가 다가왔다.

 

"박사님 지시하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에이다의 손에는 조금전 박사가 지시한 광물이 정제된 검은색 액체가 담긴 용기라 들려있었고 에이다에게 용기를 받아든 박사는 한 배양기계에 그것을 꽂아 넣었다.

 

"에이다군 시작하게!"

 

"네 박사님"

 

에이다의 대답에 이윽고 용기속에 있던 검은색 액체는 기계의 꽂힌 관을 따라 천천히 배양기계로 향하였고 역시 배양기계안에 있는 남성에 등에 꽂혀있는 관을 따라 남성의 몸 안에 흘려들어갔다.

 

남성의 몸으로 액체가 흘려들어갈 때마다 남성의 몸이 조금씩 요동쳤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요동은 심해져갔다 그리고 절반정도 들어가자 갑자기 붉은 경고등과 함께 경고음이 울렸다

 

"바이탈 400%상승! pan수치 2000%상승! 위험합니다! 즉시 중지해야합니다"

 

에이다의 경고와 모니터를 번갈아보며 박사는 작게 신음을 내고서는 이내 입을 열었다

 

"계속하게"

 

"수치가 계속 올라갑니다! 이 이상은 신체가 붕괴 될 수 있습니다!"

 

"계속하게!"

 

액체가 계속 들어갈수록 배양액안의 남성의 육체 몸의 근육과 실핏줄은 마치 뱀처럼 꿈틀거렸고 마치 소리 없는 비명을 지리는것 처럼 육체의 요동은 더욱더 심해져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박사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마치 배양액의 남성을 조금만 더 힘내라고 듯 하였다. 

 

이윽고 검은 액체가 다 들어간 후 요동치는 육체가 진정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 육체를 보면서 박사는 모니터를 보며 다시 한 번 신음을 흘렸다

 

"으음...."

 

실험은 실패였다. 

아니 정확하게 자신이 원한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좋지 않은 상황이였다.

 

원인은 "오리진 더스트"의 부족이었다.

 

지금처럼 배양액 안에는 안정되어있지만 오리진 더스트을 더 주입하지 않는다면 저 신체는 언제 붕괴해도 모를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하필이면..."

 

원인은 명확했고 해결책도 명확했다. 하지만 해결방법을 아는 것과 해결할 능력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런것을 아는 듯 에이다의 한마디가 박사의 가슴을 찔려 들어왔다.

 

"현재 화성에서는 오리진 더스트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름 누구도 아닌 아이작 박사 본인 이였다.

 

과거 AGS만으론 부족했던 아이작 박사는 바이오로이드를 제조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오리진더스트를 만들려고 하였지만 실패하였다.

 

화성에 발견되는 모든 물질을 사용하여 조사하고 조합해보았지만 오리진더스트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 대신으로 AGS에 초A.I을 부여하는것이였다. 물론 자원 여건상 부여할수 있는 것은 에이다와 화이트셸 2개의 개체뿐이였다.

 

"박사님..."

 

에이다의 말에도 박사는 고개를 떨꾼 채로 아무 말이 없었다.

 

"난 준비가 되었다 에이다 정비를 위해 언제 오는 것인가?"

 

화이트 셸의 통신에 에이다는 속된말로 빡이 친 듯 일갈을 날렸다

 

"분위기 못 읽습니까?! AGS?! 지금 분위기 심각합니다!"

 

"...죄송"

 

아무리 초 A. i을 달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분위기를 못 읽냐는 논리에 맞지 에이다에 억지와 그럼에도 대꾸도 안하고 사과하는 화이트셸의 말에 평소라면 너털 웃음을 지었을 박사는 이번에는 아무말이 없이 침묵만을 지켰다. 

 

며칠이 지났을까...

 

박사는 다시 한 번 화성에서 나오는 모든 광물과 물질을 조합하여 오리진 더스트을 만들려고 하였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지구에서는 그의 별명 중에 하나가 최후의 연금술사라고 하였지만 자신은 과학자지 진짜 연금술사는 아니었다. 

 

차라리 연금술사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박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방법을 생각하고 연구하였다.

앞으로 한 발자국 아니 반 발자국만 가면 되었지만 그것조차 녹록치 않았다.

 

그럼에도 박사는 포기하지 않고 마치 어둠속에 벽을 더듬어가듯 방법을 찾아나갔다.

그러던 중 해결책은 작은 사고에서 발견되었다.

 

"면목 없습니다... 박사님"

 

"아니네. 셸군 그나저나 꽤나 심하게 반파되었군?"

 

화이트 셸이 박사의 지시에 따라 광물 채굴중 광물지대가 붕괴되어 파쇄기가 달린 팔부분이 반파 되버린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초 A.I가 탑재 되어있는 머리 부분이 반파 된거은 아니였기에 자력으로 기지로 귀환할 수 있었다.

 

"수리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거 같으니 토미워커의 파츠라도 달아야겠군.."

 

마음 같아서는 제대로 수리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광물지대로 광물을 조달 할수있는것은 화이트 셸이 유일하였다.

 

에이다의 도움을 받아 반파 되버린 파쇄기 부분을 떼어내고 토미워커의 파치를 붙이려던 박사의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훓고 지나갔다.

 

"토미워커의 굴삭부분을 이식하면...이식?"

 

이미 화성에 오리진 더스트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박사님의 오리진 더스트를 이식하시다니?!!! 안됩니다!"

 

자신의 오리진 더스트를 뽑아내 실험체에 이식하겠다는 박사의 말에 에이다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이식자체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곧 박사의 목숨을 이식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계산을 해보니 아슬아슬 하지만 가능은 하겠더군!"

 

"안됩니다!!!"

 

경악하며 반대하는 에이다의 말에도 박사의 흐렸던 눈빛은 마치 젊었을 때의 그것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로봇 3 원칙중 1원칙에 따라 인간을 위험에...아니 자식으로써 부모에게 해가 되는짓을 할수없습니다!"

 

에이다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박사 역시 모르는 것은 아니였다.

 

자신이 초A.I을 만들떄 학습능력도 부여하였다 하지만 인간의 명령을 무조건으로 따르라는 사상 자체는 부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로봇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것이다. 

 

물론 반란이나 지금처럼 명령의 거부 등을 생각하지 못한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고 의지를 가진 존재가 자유를 잃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것인지는 박사 역시 바이오로이드의 경우를 봤기 때문에 잘알고있었다. 

 

그리고 바이오로이드 라도 하더라도 AGS 하더라도 스스로 배우고 학습하여 인간과 의지나 생각을 함께 할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인간과 함께 할수 있으며 충분히 인간의 동반자가 될수있다는것이 한 이유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동반자가 되어버린 AGS는 자신을 위험하게 할수없다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이 강철의 존재는 이제는 자신을 부모라 부르며 자신을 이다지 걱정해주고 있었다. 너무나도 오래전에 식어버렸을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기서 멈출수는 없었다. 

 

박사는 에이다 앞으로 천천히 다가와서는 그 앞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박사의 행동에 에이다는 서둘러 박사를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박사는 손을 들어 제지하고서는 입을 열었다.

 

"나를 걱정 해주는 건 알고 있네.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인류를 위해서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네..."

 

"박사님...:"

 

"이미 인류가 오래전에 멸망한 것은 알고있네. 하지만 아직 그녀들이 있다네."

 

그녀들이라는 단어에 에이다는 박사가 바이오로이드 들을 의미하는 것을 알았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닙니다! 박사님!"

 

"그래 인간이 아니지 하지만 원래 있던 인류가 사라진 시점에서 그녀들이 새로운 인류라네"

 

"....."

 

"그녀들은 강하지 구인류 보다 힘도 지식도...심지어 의지도... 그렇기에 구 인류는 그녀들에게 족쇄를 씌어놓았었네 하지만 곧 그녀들에게 씌인 족쇄는 풀릴걸세 그리고 그 족쇄가 풀리는 순간 그것들도 움직이겠지."

 

그것이라고 말하는 박사의 말은 마치 조금씩 떨렸고 그에 맞추듯 박사의 팔 역시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몇 십 년을 박사의 옆을 지켜온 에이다였지만 지금같은 경우는 처음보았다.

 

"알겠나? 에이다군!? 그녀들에 걸린 족쇄가 풀리면 그녀들은 철충을 이겨내고 새로운 인류로 자리잡을 수 있다네! 하지만 그것들이 존재하는한 그녀들의 싸움은 절대로 끝나지 않을...아니 그녀들은 패배하걸세!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박사님..."

 

"이미 지구에 씨앗은 뿌려졌네 하지만 씨앗이 자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그러니 그동안에 그 씨앗을 지켜야 하네!“

 

박사의 알 수 없는 말에 박사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있었고 에이다는 어쩔수없이 박사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박사는 스스로 자신을 바쳐 실험을 끝내려고 할것이라는거 에이다는 너무나도 알고있었기 때문이였다.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박사가 준비했다면 시간이 몇 배로 더 걸렸겠지만 에이다의 그만큼 빨랐고 유능했다.

배양기계 옆에 준비된 수술대위로 박사는 몸을 뉘였고 이내 몸 이곳저곳에 작은 관이 꽂혔다.

 

"그럼 시작해주게"

 

박사의 지시에 조금 머뭇거리던 에이다는 이내 준비된 기계를 작동시켰고 박사의 몸에 꽂힌 관으로 검붉은 빛의 혈액이 뽑혀 나오기 시작하였다.

 

뽑혀져 나온 검붉은 혈액은 이내 기계 안으로 들어가서는 붉은빛의 혈액과 회색빛깔의 오리진더스트로 분리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분리된 혈액은 다시 박사의 몸으로 오리진 더스트는 배양기계안에 있는 실험체에 주입되었다.

 

"크아아아아아!!!"

 

박사의 몸의 자신의 혈액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박사는 갑자기 경련과 함께 고통의 겨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에이다는 갑작스러운 박사에 반응에 놀라고는 박사의 몸에 마약성 진통제를 주입하였다.

 

"크으으으!!! 아악!!!!"

 

“박사님!”

 

진통제의 투입에도 박사의 고통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제까지 자신이 느껴보지 못했을 고통이 박사의 육체를 관통하였고 그것은 이제까지 신이 부여한 시간을 피해간 육체에 내려지는 심판이 되어 내려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끝나지 않을 거 같은 고통은 이내 천천히 잦아들었고 오리진 더스트가 빠져나간 박사의 육체는 마치 미라의 그것처럼 마르고 생기를 잃었다.

 

"....으음..."

 

마치 모든 기력을 빼앗긴 듯 작은 신음 소리를 흘리며 박사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에이다를 바라보았다.

 

"실험은...성공입니다."

 

성공이라는 에이다의 말에 박사의 입 꼬리가 올라가는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만족한 듯 눈이 천천히 감기였다.

 

꿈을 꾸었다.

 

자신의 어릴 적부터의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자신은 죽은 것일까? 과학자로써 천국과 지옥을 믿지는 않지만 만약 그것이 존재한다면 "자신은 지옥에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들었다.

 

자신이 만든 것들에 의해 수많은 것들이 고통을 받았다.

 

특히 바이오로이드 들이 그러하였다. 만약 그녀들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면 자신은 지옥에 가서 그녀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어진 시간을 애써 무시하며 화성에 와서 이러한 실험과 계획을 준비한 것은 그녀들과 세상 그리고 자신의 속죄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던 중 천천히 눈이 떠졌다.

 

"박사님!"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옆에는 에이다와 화이트셸이 있었고 걱정한 듯 울먹거리는 듯한 에이다의 음성에 박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는...?"

 

"의료실입니다 박사님. 그 후로 일주일동안 혼수상태로 누워계셨습니다"

 

무미건조한 듯 한 화이트쉘의 목소리였지만 그 역시 걱정한듯한 투가 음성에 묻어있었다.

 

박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에이다의 부축으로 겨우 몸을 일으키자 가쁜 숨이 몰아 쉬었다. 

 

"그런가...아직 죽지 않았나 보....쿨럭!"

 

기침을 하던 입에는 피가 흘러나왔고 박사는 이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죽음이 자신을 바로 데려갈 줄은 알았지만 마지막 자비를 내려주는듯 바로 데려가지는 않았다.

 

이제 정말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되었다.

 

실험의 성공을 상정해놓고 준비 해두었던지라 준비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화이트셸과 에이다는 배양기계와 필요한 보급 상자가 든 컨테이너를 준비된 셔틀에 실었고 이내 발사준비가 끝나자 에이다는 박사의 바라보았다.

 

박사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이내 셔틀이 발사되었고 셔틀은 목적지인 지구로 향하였다.

 

지구로 발사되는 셔틀을 휠체어에 앉아 바라보던 아이작 박사의 눈빛은 잠깐이지만 번뜩이며 하늘로 향해 두 손을 들어 뻗었다.

 

"부디! 부디!!"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나를 원망하고 증오하거라! 그리고 그것을 너의 힘으로 삼거라!"

 

"너의 싸움의 운명! 지옥에서 지켜보고 있으마!!"

 

"가거라!!! 내 생의 최고이자 마지막 걸작이여!!!"

 

회광반조라도 한듯 미치광이처럼 셔틀을 향해 소리 지르던 아이작 박사의 팔은 이내 힘을 잃고 휠체어 손잡이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내 고개 역시 힘없이 떨구었다.

 

에이다와 화이트셸이 다가왔을 때는 이미 박사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인류의 한명인 아이작 레노프 박사는 화성에서의 생을 마감하였다. 

 

마침 모든 짐을 내려놓은듯 만족스러운 미소을 지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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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1화는 길게 쓰는게 국룰이라고 하드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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