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라, 분명 처음 합류했을 당시에는 그저 부군을 독차지하겠다는 일념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정말이지 얼굴이 뜨거워지는 추태 뿐이었지만, 적어도 당시의 나는 목적을 위해서 라면 수단과 방법을 고르는 부류는 아니었기에...


"응, 이번에 선거도 있고 갑자기 궁금해졌어."


부군께서 말씀하신 선거라면 이미 알고 있었다. 크게 걸린 것은 없었지만 이미 오르카의 대화 주제란 모두 그 선거에 관련된 것 뿐이었으니. 비록 주방에 틀어박혀 머무는 시간이 긴 나였어도, 일단은 여자. 무릇 타인과 부군의 관심이라면 충분히 원하는 것이었다.


"솔직한 소첩의 생각을 말씀드려도 되겠사옵니까?"

"물론이지! 솔직히 대답해주는 편이 기쁘다고 할까."


식사를 자시며 즐거워 하시는 부군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리는 편이 분위기에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부군을 기만하는 행위는 목이 떨어져도 하지 않겠다 맹세한 만큼, 부군께 솔직히 대답을 시작했다.


"소첩도 일단은 여성인지라.. 별 관심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요. 충분히 신경 쓰이고 있사옵니다."

"소완이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타입인지는 이제 알았는걸?"

"어머, 부군도 참.. 후훗.."


짓궂은 표정으로 살며시 농담을 건네는 부군의 입가에 음식물이 조금 묻어 그것을 닦아드리며 미소 지었다. 투표가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그저 직접 만든 식사를 드시는 것과 그 곁에서 시중을 드는 것이 더 큰 기쁨이니, 사실 투표는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이겠지.


"소첩이 평소 다른 분들께 좋지 못한 인상은 남긴 것 역시 알고 있사옵니다. 분명 수위에 들어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기란 아주 힘든 일이겠지요."

"사실 나도 그게 신경 쓰이더라."


역시 부군의 마음이란 넓고 깊은 바다와 같았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에서도 혹여 즐기지 못할 아이들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부군께서 모두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걱정 마시옵소서. 소첩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짧고 얕은 소첩의 생각일 뿐이지만.."

"응?"

"투표 결과에 상관 없이 부군께서 모두를 아끼시는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그래, 부군을 향한 마음이 그저 투표로 변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리라. 인정하긴 싫지만 경호대장도, 정원사도 그리고 다른 모든 오르카의 대원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선택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눈 앞에서, 우리들의 곁에서 언제나 사랑을 내려주는 그를, 부군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소첩의 좁은 마음으로는, 경호대장도.. 정원사도.. 소첩 보다 부군을 모시는 것에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소첩도 인정할 것은 인정 하옵니다. 그녀들 역시 소첩 못지 않게 부군을 사랑하지요. 그건 비단 그녀들 뿐 아니라 모든 오르카의 인원들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옵니다."

"그래... 고마워,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줘서 고마워."

"후후훗, 소첩은 부군의 그 말씀 하나로 충분하옵니다."


부군의 빈 물 잔에 물을 따르며 미소 짓자 부군의 따뜻한 손길이 내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선택을 받지 못함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우리들이 얼마나 부군을 따르고 사랑하는가. 그리고 부군께서 그것을 보며 행복해 하시는가. 그것 뿐이다.


"그래도 소완은 혹시 목표로 했던 득표 수가 있었어? 이건 정말 궁금하네."

"득표를 한 숫자 말씀이시옵니까?"

"응, 아무래도 이건 정말 궁금해서 말이야."


그렇게 질문 하면서 자신 나름의 예상 득표수를 말씀하며 맛있게 식사를 즐기는 부군의 모습을 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부군께서 질문하신 득표수란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내 관심사는 처음부터 부군의 미소와 행복. 그리고 사랑하게 된 남자의 곁에서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으니.


"후후훗, 부군도 참..."

"에이~ 그러지 말고 말해주라~"

"비밀이옵니다."


아직 소첩의 부군을 향한 사랑을 모두 속삭이기엔, 소첩 역시 부끄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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