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술잔에 찰랑이는 술을 바라보며 슬며시 운을 띄우자 그녀는 차분히 미소 지었다.

살며시 내게 향하는 그녀의 시선, 분명 아쉬울 법 했지만 그녀는 만족한 것일까.


"음... 소첩도 역시 아쉽기는 하옵니다."

"생각보다 덤덤한 말투네."


푸훗- 거리는 짧은 웃음 소리가 들리고, 그녀를 걱정하는 나를 오히려 걱정한 것인지 살며시 내 얼굴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소첩, 비록 결과는 아쉬울지 몰라도..."


불현듯 다가와 볼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춘 그녀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부군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것 역시, 충분히 행복하기에.."


이제 그녀도 많이 변한 것일까. 예전과 같은 집착은 사라졌다.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의 술자리처럼 이번 한 주를 떠들썩하게 만들던 선거도 서서히 끝을 보이고 있었다.


"나도 그래,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난 네가 좋아."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싸 안고 속삭이자,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내 어깨에 눕혀졌다.

희미한 열기와 옅은 숨소리는 취기 때문일까, 아니면 설레는 가슴 때문일까.


"부군의 그 말씀이 소첩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말씀이옵니다."


얼핏 보이는 그녀의 옆 얼굴에는 옅은 화장이 덧붙여져 있었다. 

평소 요리에 화장은 필요하지 하지 않다 말하는 그녀이기에, 그것은 더욱 의구심으로 남았다.


"화장도 했네."

"어머, 역시 부군의 눈썰미는.. 피할 수 없는 모양이군요.."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의 사소한 변화란, 아무리 둔감한 남성이라도 쉬이 깨닫기 마련이다.

그것 뿐 아닐지라도 그녀는 평소 입지 않는 드레스도 차려 입고 있으니 더욱 쉽게 눈치챈 것이지만.


"어찌 꾸미지 않겠사옵니까?"

"그만큼 오늘 이 시간을 기대해준 거겠지."


감싸 안은 허리에 살며시 힘을 주며 그녀를 더욱 잡아당겼다. 그러자 어지간한 강자들의 반열에 충분히 들어 갈 그녀가,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의 갈대와 같이 손쉽게 품에 밀착했다.


"그것도 있사옵니다.. 다만."

"다만?"

"소첩 역시 여자.. 사랑하는 부군의 앞에서 만큼은.. 언제나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법이지요."


이번엔 그녀로부터 공세가 시작되었다. 


서서히 아랫도리를 쓰다듬으며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 것은 역시 견디기 어려웠다.

늘 그녀의 이런 도발적인 행동에는 당하고 마는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신성한 식탁을 더럽힐 수는 없지."

"부군..? 꺄앗!"

"다음은 침대에서.. 읍읍.."


그녀를 안아 들고 침대로 향하려고 하는 나의 입을 그녀의 연붉은 입술이 덮쳤다.

술의 잔향과, 그녀의 살내음이 섞여 비강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섞여드는 체액, 혼합되는 숨결. 모든 것들이 성적인 흥분을 도취 시킨다.


결국 계획을 변경하여 그녀를 식탁 위에 살며시 앉히고 몸을 포개기 시작한다.

그녀가 요리의 재료인 색의 별미를 음미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