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퉁, 퉁, 퉁, 퉁, 퉁.


"리리스가 가야하는데 리리스가 가야하는데 리리스가 가야하는데 리리스가 가야하는데 리리스가 가야하는데 리리스가 가야하는데 리리스가 가야하는데 리리스가 가야하는데..."


아직도 저러고 있네, 이젠 무시하는 것도 한계다. 은근히 그녀가 걱정됐기에 멈출만한 방법이 뭐 있나 생각하다가 적당한 게 떠오르자 바로 그녀의 관심을 끌 만한 화두를 던졌다.


"그래서, 얘들아... 사령관 쪽은 무사히 도망쳤을까?"


퉁.


드디어 리리스가 벽에 머리 찧는 것을 멈췄다. 역시 사령관이란 단어 나오자마자 바로 반응을 보이는구만. 그러나 내 말에 먼저 대꾸해준건 리리스가 아닌 리디아였다.


"갑자기 그건 왜?"


"생각해봐. 오늘 낮에, 아니 밤12시 지났으니까 어제 낮에, 에이다한테 마지막으로 보고받았을 때도 사령관이 오메가한테 포위됐다고 했었잖아. 근데 몇 십 분 전에 유미가 말한 바에 의하면 사령관은 또 오메가한테 포위됐었지. 첫번째로 포위됐을 때 어떻게든 탈출해서 몇 시간 동안이나 도망친 거 보면 지금도 무사히 도망치지 않았을까?"


"그... 제가 지금 확인해볼까요?"


리리스의 흥미를 끌기위해 대충 던져본 추측이었는데 유미가 정말로 알아볼 수 있다는 어투로 벗어뒀던 안경을 다시 쓰며 오렌지에이드와 같이 걸어왔다.


"확인하겠다니, 어떻게? 이젠 펙스의 감시기록장치에 접속하지도 못하잖아."


"그게... 제 안경은 아직 펙스의 통신망이 연결돼있습니다... 역추적당할 위험때문에 그동안 계속 전원을 꺼놓고 있었지만 방금 오렌지에이드 씨가 위치를 추적당하지 않도록 손봐주셨어요..."


"아까 너랑 오렌지에이드 둘이서 작업하던 게 그거였어?"


내 물음에 유미가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안경테에 있는 버튼을 찾아 누르자 안경알에 인터페이스가 띄워졌다.


"이제 다시 펙스의 실시간 병력 배치도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어...!?"


"왜그래?"


"오메가의 본대가 이곳으로 귀환하고 있어요...!"


유미의 말에 주변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사령관을 잡느라 바빴어야 할 오메가가 돌아오고 있다는 건 둘 중 하나다. 사령관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던가, 아니면 그를 놓쳐서 포기하고 대신 두번째 인간인 나를 잡으러 오는 것이던가. 허나 오메가는 날 놔주고 사령관을 잡는데만 병력을 집중시킬 정도로 집념을 보인 만큼 전자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오메가가... 그럼 남은 거리는 얼마인지 알 수 있어?"


"네. 154마일 남았습니다!"


"...그게 얼마야?"


"...248km요. 시간으로 따지면 약 3시간 후에 도착해요..."


"아, 이제야 알아먹겠-"


"으아아아아아!!"


돌연 리리스가 비명을 지르더니 사나운 기세로 벽에 머리를 박았다. 아까와는 달리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히자 그녀의 이마에선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고개를 뒤로 당겨 다시 자해하려 하자 애니가 황급히 달려가 그녀를 말렸다.


"자, 잠깐만! 마음은 알겠지만 일단 진정해봐!"


"리리스가! 리리스가 주인님 곁을 떠나선 안됐는데!! 이 나쁜 리리스가!!!"


"보스! 좀 도와줘! 나 혼자선 못말려!"


리리스를 붙잡고 낑낑대던 애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자 이번엔 내가 말을 건네보았다.


"진정해 리리스. 어쩌면 사령관이 무사히 도망쳤을지도-"


"그게 억측이라는 건 부사령관 당신도 잘 알텐데요!!"


"혹시 모르지? 걔 옆에 최강 라비아타도 붙어있는데?"


"최강이라."


감마가 눈을 반짝 뜨고 고개를 내게 돌렸다. 아 망할, 쟤 자는 거 아니었어? 단어 잘못 썼더니 엉뚱한 어그로가 끌렸네.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라비아타가 여기 올 일은 없어."


"훗, 혹시 모르지. 사실 그런것 보다도 나는 네가 오르카호의 누구를 불러들였는지가 더 궁금하다만. 네가 계속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걸로 봐선 이 요새의 외벽을 파괴할 만큼 막강한 화력을 지닌 녀석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이겠지?"


아닌데요. 용한테 이리로 오지말고 니가 두고온 전함 먹으러 가라고 시켰는데요. 물론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감마는 상관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계속했다.


"그게 바이오로이드든 AGS든 뭐든간에, 도착하는대로 그 녀석과 한번 싸워보고 싶어서 체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슬슬 따분하군."


"뭐, 이젠 그 건틀렛도 없는 주제에 싸우려고?."


"새로운 도전자가 온다는데 그정도 핸디캡 정도야 감수해주지! 어이, 블랙 리리스! 한가하다면 내 몸풀기 상대나 해주지 않겠나? 어차피 너도-"


감마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리리스는 애니의 구속을 풀고 순식간에 도약해 감마의 안면에 발차기를 날렸다. 허나 감마는 이 기습공격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한 손으로 리리스의 날아차기를 막았다. 감마의 손바닥에서 발을 떼고 그녀로부터 몇 보 떨어진 곳에 착지한 리리스는 핏발 선 눈으로 감마를 노려봤다.


"예, 기꺼이 죽여드리죠. 주인님 걱정에 미쳐버릴 것만 같은 리리스도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했거든요...!"


"하하하하!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이거 꽤나 재밌겠는걸!"


눈빛만으로 죽일 수 있을 것처럼 무섭게 쏘아보는 리리스와 그 기세가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린채 그녀를 내려다보는 감마, 두 폭탄이 충돌하려하자 어떻게든 말리기 위해 아무 말이나 던져보았다.


"리리스, 여기서 힘낭비하지 마!"


"방해하지 마세요! 제 주인님이라면 제가 싸우는 것을 허락해줬을 겁니다!"


"아니, 안그랬을걸! 왜냐면 걔는 나보다 더 똑똑하니까!"


"그건! 그... 네, 그건 그렇죠... 맞아요, 네."


사령관을 들먹이며 설득하자 조금은 먹힌건지 리리스의 분노가 살짝 가라앉은 것 같았다. 반면 감마는 리리스가 진정된 게 마음에 안드는건지 이번엔 그녀가 언성을 높였다.


"분위기 깨지 마라, 오르카 부사령관! 내가 블랙 리리스랑 싸우는 동안 구석에 찌그러져있-"


"제발 좀 닥쳐, 감마."


"크큭. 또 그 소리냐? 오메가도 나한테 이렇게 많이 닥치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 너부터 죽이고 나서 블랙 리리스를 상대해야겠는걸..."


"이 새끼가, 방금 뭐라고 했냐? 남은 눈깔 한쪽도 파버린다?"


감마가 나를 위협하자 이번엔 리디아가 눈을 부릅 뜨고 으르렁거렸다. 여기 폭탄이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었네. 날선 말이 오가며 분위기가 조금씩 과열되가는 가운데 눈치를 보고있던 유미가 슬쩍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저기... 부사령관님? 밖에 계신 알바트로스 지휘관님께서... 통신을 요청하셨습니다..."


알바트로스가? 벌써 오메가가 도착한 건 아닐텐데 무슨 일이지. 감마를 흘깃 보자 기다려줄테니 전화를 받으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통신을 연결해달라는 내 말에 유미가 자신의 패널을 두드리자 화면 위에 통신창이 켜지고, 스피커를 통해 알바트로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사령관. 무적의 용 중장으로부터의 전언이다.]


"용이...?"


"용!? 방금 무적의 용이라고 했나?"


감마의 귀에 용의 이름이 들어오자 바로 그쪽을 향해 관심이 쏠렸다. 감마의 시선을 받은 유미는 놀라 움츠러들었지만 스피커 너머의 알바트로스는 신경쓰지 않고 용의 메시지를 읊어줬다.


[곧 발사할테니 충격에 대비하라는군. 이상이다.]


"...아, 그거."


"뭘 발사한다는 거지? 오르카의 누군가가 직접 오는 게 아니었나? 하지만 호라이즌은 포세이돈만큼 막강한 화력을 지닌 전함도 없는... 너, 설마..."


"그대여!!"


무언가 위험을 감지한건지 꼬리털이 빳빳하게 선 히루메가 감마의 말을 끊고 나를 부르더니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온 몸으로 나를 감싸듯이 안고선 수 백 장의 부적을 흩뿌려 우리 둘을 뒤덮을 만한 크기의 구체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걸 본 리디아는 뭐 때문에 그러는 건지 물으려다 직감으로 상황을 파악하고선 냅다 바닥에 엎드린 뒤 두 손으로 눈과 코, 귀를 막아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고 입을 벌려 아아아 하는 소리를 냈다.


"리, 리리스 씨! 방어막! 방어막 좀...!"


"제 뒤로 모이세요!"


이에 뭔진 몰라도 심상치 않음을 느낀 오렌지에이드가 울먹이며 매달리자 리리스는 곧장 로자 아줄을 전개했다.




몇 초 뒤, 무지막지한 폭발음이 내 귀를 강타했다.



*



(몇 분 전)


또각, 또각.


곳곳의 파손 부위에서 새까만 연기가 풀풀 나는 전함의 갑판 위에 단아한 구두굽 소리가 울려펴졌다. 이 발소리의 주인은 무적의 용, 허나 그녀가 지금 발을 딛고 서있는 곳은 오르카호나 그녀가 지휘하는 호라이즌의 배가 아닌, 레모네이드 감마의 기함 어나이얼레이터 호였다. 멸망 전에 용이 호라이즌과 포세이돈, 머메이드 세 부대를 총괄지휘하던 때 이후로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갑판 위에 약 100년 만에 올라선 것이었다.


'정말로 부사령관의 말대로 감마가 자리를 비웠을 줄이야... 덕분에 어나이얼레이터를 점령하기가 어렵지 않았구려.'


오르카호에서 블랙 리리스의 위치신호를 계속 감지하던 유미는 모니터에 뜬 그 위치신호가 불규칙적으로 깜빡거리는 것을 발견했었다. 기기 고장인가 하다가 통신병인 그녀는 그것이 모스 부호임을 알아채고 그 자리에서 부사령관의 메시지를 수신, 용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그렇게 부사령관의 명령을 받은 호라이즌은 용의 지휘 하에 시애틀 항구에 정박해있던 포세이돈 함대를 습격해 점령하는 데 성공했었다. 레모네이드 감마의 지휘도, 트리톤의 화력도 없는데다 함대의 반 이상이 수리중이었던 포세이돈은 호라이즌의 적수가 되지 못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점령하기가 그리 쉬웠다는 건 동시에 점령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말이 수리중인 전함이지, 대부분 물에 겨우 뜨기만 할 수 있는 고철더미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어나이얼레이터도 마찬가지로 며칠 전의 전투에서 반파되어 운항기능을 상실한 이상 이걸 가지고 바다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함포 기능은 당장 쓸 수 있을 정도로 수리된 상태였고, 그거 하나면 부사령관의 요청을 들어주기엔 충분했었다.


어나이얼레이터, 포세이돈 인더스트리가 혼신을 다해 빚어낸 최대최강의 군함. 특히 그것의 주포는 다른 함선들을 통째로 지워버릴 정도로 괴멸적인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부사령관이 내린 지시는 바로 자신이 있는 위치를 조준해 어나이얼레이터의 주포를 쏘라는 것. 비록 이것이 무슨 생각으로 내린 지시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일전에 부사령관 그대를 믿지 못해 실책을 저질렀었으니, 이번엔 그대의 말을 믿고 오르카호 방위도 다른 이들에게 맡긴 채 무리해서 작전을 수행했소. 이것으로 속죄가 되었기를."


-그녀는 이번엔 그의 명령을 듣기로 결심했었다. 마침 어나이얼레이터의 함선 제어 시스템을 조작하던 세이렌 부함장의 보고가 귀에 들어오자 그녀의 잡생각을 끊고 다시 현실에 집중했다.


"용 대장님, 보고드립니다. 어나이얼레이터 1번 주포탑 충전도가 90%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함의 상태로 보아 한번 쏘고나면 과부화로 인해 주포가 완전히 고장날 거에요."


"상관없소. 한 번이면 충분하오. 쏘고나면 우린 이 포세이돈 함대를 버리고 오르카호로 철수할 예정이니 말이오. 착탄 좌표 설정도 마쳤으니 빗나갈 일은 없을 것이오."


"네. 부사령관님과 같이 있을... 블랙 리리스 씨의 위치 추적 칩을 향해서 말이죠... 정말 괜찮을까요? 아무리 거리가 멀다한들 초장거리 포격도 가능한 이 전함의 주포라면 위력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서 위험할텐데요."


"소관도 그가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보여준 행보로 보아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소. 그는 오르카호에 해가 될 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오."


세이렌이 들고있는 패널에서 비프음과 함께 함전 제어 시스템의 알림이 들어왔다. 용과 세이렌이 고개를 위로 들자 동쪽을 향하고 있는 포구 안에서 빛이 위태롭게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억지로 전력을 끌어올린 만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1번 주포탑 충전이 완료됐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알겠소. 오래 지체해선 안되겠군."


용은 허리춤에 위치한 네 자루의 검 중 포세이돈 함대의 지휘권을 상징하는 검을 골라 뽑고선, 그 검을 쥔 손을 앞으로 내지르며 외쳤다.


"들어라! 어나이얼레이터, 포격 개시!"


그녀의 우렁찬 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나이얼레이터의 주포에선 굉음과 함께 거대한 광선이 발사되었다. 그 경로에 있는 항구 건물들을 부숴가며 거침없이 날아가던 함포탄은 그대로 오메가의 본진 건물에 직격했다.



*



귀를 찢을듯한 굉음, 그리고 물리적으로 오메가의 요새를 찢어버린 섬광, 건물 잔해 위에서 타닥타닥 타고있는 불길, 그 와중에 밖에 주차해놓은 바이크는 무사할까 걱정하는 애니와 산타클로스를 영접한 어린아이마냥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하이에나. 이명이 점차 사라지자 부사령관의 귀에 제일 먼저 들려온 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하이에나의 목소리였다.



"쩔어어어어엇...! 뭐야 이거! 굉장해! 진짜로 멋져! 이렇게 끝내주는 폭발을 직관한 건 처음이야! 나한테 꼬추가 있었다면 지금걸로 무조건 발기했어!! 오늘 내 생일이야!? 아닌가!? 그럼 오늘을 내 두번째 생일로 할래! 리디아 형님아! 평생 모실게!!"


"...어 그래, 기뻐해주니 고맙다... 솔직히 나도 이게 진짜로 될 줄은 몰랐는데 어나이얼레이터가 물건이긴 하구나. 감마야 니 배 잘썼다."


"..."


"왜, 말도 안나올 정도로 화나냐? 이번엔 알바트로스도 있으니 덤벼봤자 소용없다?"


"..."


"...감마야?"


감마는 아무런 대꾸 없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부사령관이 감마의 눈 앞에 손을 휘젓자 그녀는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비로소 그를 향해 눈동자를 돌렸다.


"...음? 뭔가 말했나? 미안하군. 지금 좀, 뭐라고 해야 하나... 뒤통수가 얼얼해서 잠시 멍때리고 있었다. 하도 어이가 없다보니 화낼 마음도 사라지는 것 같군."


"그럼... 더이상 안 날뛸거지?"


"그래. 난 그냥 잠이나 자러 가야겠다... 방금의 열기로 오메가네 회장의 해동이 좀 진행됐을텐데, 뭘 하던 간에 서두르지 그래."


감마는 진빠진 건지 그냥 꺼지라고 손짓으로 훠이훠이 했다. 그 말대로 시간이 얼마 안남았으니 슬슬 움직이려던 차에 시끄럽게 쇠를 부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한 거대 로봇이 건물 잔해를 헤집으며 우릴 찾고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형님!! 살아계심까! 대답 좀 해보십쇼!!"


"트레저, 여기야! 우리 전부 무사해!"


내 목소리를 들은 트레저가 고개를 돌리고 날 확인하더니 또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형님! 무사하시니 다행이긴 한데! 잠깐 눈 좀 붙였더니 이게 왠 난장판임까!? 탈출계획이 있다는 게 이거였슴까?"


"응, 그렇지."


"저기 죄송한데 형님 제정신임까?"


"당연하지! ...아마도."


"형님 이번엔 진짜로 죽을뻔 했다는거 압니까!? 저랑 포트리스는 알바트로스가 무슨 방어막 같은거 펼쳐줘서 살았는데, 형님은-!"


"시끄러 임마.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니 됐지, 뭘 그리 따져?"


"나 역시 부사령관의 말에 동의한다. 이미 지나간 작전에 대한 검토는 나중으로 미루지,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으니."


트레저의 어깨 너머로 알바트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알바트로스는 트레저와 함께 잔해를 치워 우리가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새로운 보고를 들려줬다.


"로크로부터의 지원 요청이 들어왔었다. 사령관과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신속의 칸 세 명이 레모네이드 오메가한테 생포되었으며, 자신은 사령관의 명령으로 다른 일행을 데리고 오르카호로 복귀해야 하기에 대신 나더러 사령관을 구출해달라고 하더군."


"...칸은 언제 합류한거래? 뭐 아무튼, 진짜로 붙잡혀버렸구나..."


"부사령관."


리리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이마의 상처도 방치해둔 채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말을 할 지 대강 예상이 간 나는 먼저 선수를 쳤다.


"이제 사령관 구하러 가도 되냐고?"


"그렇습니다. 리리스는 지금 당장 주인님께 달려가고 싶은데, 혹시 또 저를 막을 이유가 남아있나요?"


"없지, 드디어 준비가 다 됐는데! 리리스, 넌 나랑 유미랑 같이 먼저가서 오메가를 맞이한다! 너희들도 곧장 따라와! 감마는 빼고! 회장 동면포드는 알바트로스 니가 들고와!"


"예!? 잠깐만요, 전 왜요?"


갑작스레 지목된 유미가 놀라서 식은땀을 흘리며 묻자 부사령관은 당연하다는 듯 이유를 말해주었다.


"왜냐면 니 안경이 필요하거든! 그 안경으로 펙스 병력 배치도를 볼 수 있다고 했지? 오메가를 정확히 찾아가려면 니 가이드가 필요해. 그리고 안경의 위치 추적 그거 도로 켜, 오메가한테 우리가 간다고 광고해야지."


"저기, 그냥 제 안경 빌려드릴테니까..."


"다들, 바로 따라올 수 있지?"


유미의 반박을 무시하며 남은 일행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자 모두들 긍정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전 날아가면 되니까 문제없슴다!"


"충분히 수행 가능한 임무다."


"나랑 하이에나는 알바트로스한테 붙어서 갈게."


"좋았어, 내 바이크 멀쩡하네! 이것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그러면 첩은 오렌지에이드라는 아이와 함께 애니의 바이크에 타서 가겠노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대답은 체념의 한숨과 함께 나온 유미의 대답이었다.


"하아... 알겠어요. 차를 찾아볼까요? 차고에 쓸 수 있는게..."


"아니, 그럴 시간 없어. 리리스가 우릴 한 손에 한 명씩 잡고 뛸거야."


"...뭐라고요?"


리리스가 유미의 팔을 움켜쥐자 경악한 유미의 눈이 사백안이 되며 다시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이건 좀- 꺄아아아악!?"


"주인님!! 착한 리리스가 가요오오오!!!"


"잘있어 감마!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유미가 뭐라 말릴틈도 없이 리리스가 폭주기관차처럼 튀어나가자 유미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얼마안가 멀리 사라져버렸다. 곧이어 사람 셋 태운 바이크도 출발하고 AGS 3대 또한 이륙하자 황폐해진 오메가의 본진에 남은 건 레모네이드 감마 한 명 뿐이었다.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감마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쟨 죽어도 못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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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붕이 팀이 오메가 본진 쳐들어간게 14화였는데 드디어 빠져나왔다

오래 걸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