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부대의 대장을 새로 전입 오는 신병이 존경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태생이 전투를 위한 병사로 만들어져,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바이오로이드에게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저 멋있는 일로 보일 뿐이겠지.


"그렇습니다! 칸 대장께선 호드의 영웅이십니다!"


눈 앞의 신병이 즉각 대답한다. 바짝 긴장하여 꼿꼿이 선 허리며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이 힘이 들어간 목, 그럼에도 그녀의 눈빛은 총명하게 빛나며 나를 주시하고 있다.


"영웅이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그, 그건..."


솔직한 의문이 들어 질문하니 그녀의 망설이는 목소리가 들렸으나, 사실 물어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순수하게 전임 대장을 존경하던 시절이 있었고, 전임 대장의 등을 바라보며 전장에 나아갔으니.


그러나 숱한 전투에서 수많은 전우들을, 부하들을, 그리고 존경하던 대장을 잃고 나서야 전쟁의 진실을 깨달았다.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나를 존경한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뻔한 것이다. 그 시절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뛰어난 공훈을 세웠기 때문에. 많은 아군들을 구해냈기 때문에 이리라. 한때 비슷한 임무는 셀 수도 없이 해봤으니까.


"단, 그것만 알고 있으면 좋겠군."

"마, 말씀해 주십시오! 명심해서 듣겠습니다!"


수많은 부하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수많은 전우들을 이 손으로 묻었다. 그러나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많은 적들을 이 손으로 죽였고, 수많은 적들을 이름 모를 들판에 묻었다. 많은 아군들을 구한 만큼, 그저 명령권자가 다를 뿐인 다른 이들을 수도 없이 죽였다.


"겪어보지 못한 자에게 전쟁이란 달콤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대, 대장.."

"그리고 누구나 전쟁에서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고, 자신은 살아남아 전우들을 묻을 것이라 생각하지."


이 철없는 어린 병사에게 전쟁의 진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전장에 영웅은 없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를 호드의 영웅이라 생각해본 적 따위는 없다.


"나는 그저 남겨졌을 뿐이다. 홀로 살아남아, 전우들을 가슴속에 묻었을 뿐이야."


아직도 이름 모를 들판에, 산지에, 도시에 묻힌 수많은 자매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지금까지 살아남았기에, 마지막까지 홀로 남겨졌기에 그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마치 저주의 낙인처럼.


"명심해, 전장에 영웅은 없다."


어린 병사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아직 젊다. 나와 같은 전장의 망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그때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근본부터 다르니, 희망이 남아있다.


"두려운가?"

"아, 그게..."

"이런,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한 모양이군."


과거에 사로잡혀 상처 입은 늑대는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의 희망을 지켜야겠지. 그게 우리 늑대들의 정신이니까.


"아무튼, 다시 한번 우리들을 소개하지."

"네, 넷!"


살며시 옆으로 물러나며 과거에 떠나간 자들이, 현재를 위해 남겨 놓은 전사들을 소개했다.


"탈론페더, 스카라비아, 샐러맨더, 퀵 카맬, 워 울프, 하이애나..."


자랑스러운 부하들이자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이름은 칸, 호드의 대장이지. 잘 부탁한다."

"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T-4 케시크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내가 돌격하고, 나머지는 엄호한다. 그게 우리들.. 늑대들의 싸움이다."


케시크는 본래 전선에 서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적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은 나 하나로 충분하다.

나는 과거에 그러지 못했지만, 그녀에게는 지금 '나'라는 기회가 남아있다.


'내가 네 미래를 지켜주마.'


잔혹한 상처를 짊어지고, 과거를 잊지 못해 흐느끼는 어린 케시크는 나 하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