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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일어나!!"


"끄응.....!"


"더 할 수 있어, 어서!"


"배, 백 삼십 이...... 아이코!!"


"으으응... 죄송합니다 대장..."


"그것도 못 버티고 넘어지다니....! 다시 자세 잡아!"


"네!! 백 삼십 이....! 백 삼십 삼....! 백 삼십 사.... 아이코!!""


"다시. 일어나. 백 오십 개 채울 때까지 해."


"...........대장. 오늘은 이쯤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해가 지기 시작했으니, 등화관제를 해야 합니다.

적의 정찰병은 탈론페더.... 작은 불씨도 바로 포착될 겁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이만 들어가.

내일은 오늘 못한 것 만큼 더 추가할 거야, 알았어?"


"네!!"


"....발키리. 뒷정리를 부탁할게."


"예. 대장. 들어가십시오."


"...알비스. 괜찮으십니까?"


".....응! 근육이 부쩍 늘었어!"


".....대장님께서도 마음이 급하셔서 그렇습니다....

적의 공세에 벌써 몇 번이나 기습 당한 바람에 전력이 줄고,

알비스 말고는 정면을 맡아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아, 아니야 언니! 알비스 안 힘들어.... 할 수 있어!"


"뒷정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들어가 쉬십시오."


"아니야! 알비스도 같이 할게."


"제가 돕고 싶어서 그럽니다. 들어가 쉬세요."


"...응...! 고마워, 발키리 언니!"









"파.. 팔십 칠....! 팔십 파... 아윽!!"


"으윽...! 손목이.....!"


"무슨 일이야!"


"죄, 죄송합니다. 대장... 손목이...."


"이런 미련한....! 백 개도 못하고 그러면 어떻게 해!

자세를 제대로 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당장 가서 치료해 달라고 해!!"


"네...!"







".....좀 어떻습니까."


"큰 부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이상은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더 무리하면 손목 인대가 늘어날 수도 있어요."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요...."


"해야만 해요... 알비스가 아니면......"


"......."


"발키리 소령님...... 솔직히 이제 모르겠어요.

이게 맞는 걸까요?

저희로는 호드를 이길 수 없어요.

연이은 패전에서 겨우 저희 넷만 남았는데....."


"........."


"고작 팔굽혀펴기로..... 뒤엎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이대로는 알비스만....."


"나, 나 할 수 있어!! 믿어줘...! 할 수 있으니까!!"


"제가 한 번 말해보겠습니다."


"발키리 언니! 나 진짜로..! 진짜로 할 수 있으니까...!

더 이상 언니들을 잃을 순 없어.

내가... 내가 더 힘낼 테니까....!"


"알비스가 할 수 있다는 건 압니다.

다만... 불합리한 일을 계속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대장을 설득해보겠습니다."









"알비스의 부상은?"


"경증입니다."


"후.... 다행이군. 데려와."


"......대장."


".......지금 내 명령을 무시한 건가, 발키리?"


"...잠시 보류하겠습니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대장.

의미가 없다는 걸 아시잖습니다.

이대로 알비스만 혹사 시킬 생각이십니까?"


"........."


".......내가 의미 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해?"


"아니, 다시 묻지.

지금까지 내가 의미 없는 행동을 한 적이 있나?"


".....없습니다. 대장은...

대장은 언제나 최상의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그래. 내 천재적인 두뇌는 절대 헛된 짓을 하지 않아."


"그러면 대체 어째서....."


"발키리. 앞으로의 전투가 어떻게 흘러갈 것 같아?"


".......전세가 좋지 않음은 알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 네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


"......저희는 포위됐습니다.

칸이 이끄는 호드 부대는 서서히 저희의 숨통을 조여 왔고.

차례대로 저희의 손과 발을, 힘줄을 잘라왔습니다.

이제 곧, 저희의 목줄기를 물어 뜯을 것입니다."


"그래. 첫 전투에서 승기가 꺾인 후,

나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려고 했어.

하지만 호드는 절대 방심하지 않았지."


칸..... 일개 보병이었던 그 개체는 다른 호드의 칸과는 달라.

훨씬 노련하고, 몇 배는 더 날카로우며, 더 고요해.

마치 정말 야생에서 사는 늑대처럼....!

이 내게... 패배의 수치심이라는 더러운 감정을 선물해줬을 정도로!"


'.........'


"전쟁은 호드가 이겼다. 우리는 졌어.

첫 전투부터 결정되어 있었지.

그들이 승자, 우리는 패잔병."


이제 남은 일은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면서,

하나하나 죽어나가는 것뿐이야."


"대장, 저희는 반드시...."


"반드시란 없어!"


"반드시....라는 말이 통했다면.

천하의 레오나가 이 꼴이 되지는 않았겠지.

나는 반드시 해냈을 테고, 해냈어야 하니까.

반드시라는 말은 없고, 절대적이란 것도 없어."


"......"


"발키리, 넌 죽을 거야.

베라도 죽겠지.

우리에게 살아남는다는 선택지는 없어.

누가 먼저 죽냐, 이 차이가 있을 뿐."


"혹시 몰라? 다음에 죽을 게 내가 될지도 모르지."


"전쟁의 여신이시잖습니까...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데, 네가 딴지를 거는군."


"....?"


"나는 전투에서 졌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완벽하게 지지 않는 것'뿐이야.

절대....! 절대 그것 만은 허락할 수 없어."


"대장. 그게 무슨...?"


"호드는 우리 부대를 괴멸하려고 하겠지. 그게 그들의 목적이니까."


"절대 그렇게 두지 않아. 살린다. 단 한 명이라도....!"


".....!"


"난 모든 상황이 내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적성이 안 풀려.

그런 내 성격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 발키리."


"예....."


"만약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난 미쳐버렸을 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어."


"대장 설마...!"


"마침 손목이 다쳤다니 잘 됐어. 적당한 구실이 생겼으니까.

고작 손목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부대원 따위...

내 계획에 방해만 돼.

그런 부실한 병사는 내게 필요 없어."


"....."


"잡담이 길었네. 내일 동이 틀 때, 내가 정면으로 나설 거야."


"패잔병들을 쫓는 이유는 부대의 괴멸이 아니거든.

바로 나.

이 천재 레오나님의 회로 속 정보가 목표지."


".........제 설득은........ 안 들어주실 겁니까?"


"너 따위가 날 설득할 수 있을까?

발키리. 넌 누군가의 머리 위에 설 그릇이 못 돼.

얌전히 2인자로써 명령과 지시에 따라 행동하도록 해."


"이게... 최선입니까?"


"하. 최선?"


"이 레오나의 지휘에, '이게 최선이다'라는 불행한 작전은 없어."


"최상....의 작전이 있을 뿐이지."


"대장, 저는..... 저는 이런 식으로 대장을 잃기 싫습니다."


"피로 몸을 물들이던 사신이 왜 눈물을 흘리지?"

발할라의 하얀 사신이라는 칭호를 가졌으면 사신 답게 굴어."


"......"


"이제 더는 울음 참는 그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되겠지."


"가. 꼴보기도 싫으니까.

그 울보랑 손 잡고 어디로든 떠나라고.

나 같은 악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릴 수 있겠지.

네 우직함을 믿고 하는 말이니까.

죽을 때까지 입 꾹 닫고 살아. 알았어?"


".......저도 함께......"


"대체 언제까지 어리광 부릴 거야! 이제부터 네가 지휘관이라고! 발키리!!"


"하.....! 결국 내가 화를 내게 만들다니."


"........"


"너희가 떠남으로써.

내 작전은 승리에 더 가까워져.

모르겠어?"


"떠나. 그게 나의 승리야."


"......발할라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천천히 오도록 해.

나 혼자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을 테니까."



"그럼 이만....."


"........."


"..........떠났군."


"칸... 어떤 년인지 낯짝 좀 보자."










'드디어 내일이군.

내일이면 우리 부대를 위협하는 발할라 부대를....'


"....대장님.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레오나.....가 왔습니다."


".....? 들여보내도록."


"들어가. 손가락 하나 잘 못 놀리면 바로 목 잘릴 줄 알고."


"...네가 칸인가?"


"그렇다. 그러는 그대는 발할라 부대의 지휘관, 레오나군.

적진에 직접 찾아온 이유는?"


"흠.... 내 목숨을 담보로 거래를 하려고 왔다."


"동쪽으로 셋. 쥐가 도망치고 있어."


"......."


"이건 내 회로의 데이터를 복제해둔 거야.

이걸 건네줄 테니 날 파괴하는 걸로 눈감아줬으면 하는데.

고작 쥐 세 마리를 가지고 부대를 움직일 만큼 엉덩이가 가볍지는 않겠지."


"호오?"


".......워울프."


"앙?"


"즉시 동쪽을 제외한 숲의 수색을 시작해라."


"....예써...! 그런데 대장.

레오나를 살려줄 생각은 아니지?

우리 동료도 꽤 죽었다고?"


"전쟁에서 서로의 이치는 일치할 수 없다.

거래에는 응하되, 적에 대한 동정을 우선시하지는 않는다.

레오나. 네 처형을 동쪽에서 진행하겠다."


"....동쪽에서 널 생포 및 즉결사살한 것으로 보고하면 의심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 테지."


"흠...... 과연.... 좋아. 나쁘지 않네.

내가 상상했던 최후 중 가장 최상의 죽음이야."











타아아앙-!





"헉...!"


"......아뇨, 거리가 멉니다. 어서..... 가죠."


"........."


".........."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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