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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와 함께 벙커 내부에 장비를 어떻게 배치할지 계획하고 아자즈가 헬리콥터로 개조했다 다시 원상복구 시킨 실험장비들을 계획해둔 장소에 가져다 놓는데만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장비 설치를 마친 지금 나는 닥터와 함께 벙커 안의 연구실에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그래서 지금 연구할 물건들이 중추신경계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전자 신경이랑... 두뇌를 복제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그걸 보관 할 대형 인공두뇌라..."


"가능하겠어?"


"전자 신경계는 뭐때문에? 외부 단말에 직접 연결하거나 손상된 신경을 대체하기 위해서 만든다고 해도 요즘은 오리진더스트 기술이 발전해서 쉽게 극복 가능하고, 두뇌를 복제하고 그걸 보관할 인공두뇌라니... 솔직히 왜 만들어야 하는지 감이 안오는데...?"


"심리적인 이유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는데?"


"그건 그렇다 쳐, 대형 인공두뇌는 대체 무슨 생각이야? 구형 IC칩에, 트렌지스터 따위로 그런걸 만들려면 엄청 큰 공간이 필요해, AGS에도 들어가는 고밀도 직접회로로 만들면 사이즈도 엄청 줄어들고 전력 소모도 적을거고 개발도 금방일텐데?"


"그렇겠지"


"그런데도 그렇게 만들려는 이유가 뭐야"


"애초에 이 시설 규모가 이정도로 큰 이유도 다 니가 말한 이유를 수용하기 위해서 이렇게 크게 만든거야. 연료전지로 작동하는 전력시설 뿐만 아니라 따로 지열발전 시스템을 만들어둔 것도 전력 소모를 충당하기 위해서고"


"나는 이유를 물어봤어 아저씨"


"하..."


"나는 바이오로이드이기 이전에 과학자라고, 논리적인 설명도 없이 날 납득 시키려 했어?"


"그래, 내가 졌다. 그냥 이 기술이 남들한테 넘어가길 원하지 않아서 이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하는거야"


"흠..."


"끝나면 돌아갈 거 아니야 일부러 쓰기 힘들게 만들어서 굳이 필요한 인간이 아닌 한 이 연구 결과에 손대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거든"


"이야, 아저씨 진짜 성격 한번 괴팍하네"


"미안하네 베베꼬인 인간이라"


닥터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얼버무리려 했지만 그녀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서 이유를 만들어 급하게 대답했다.


"뭐, 일단은 알겠어."


그녀는 일단 납득한 모양이다


'후... 일단은 납득해서 다행이다.'


그녀에게 철충이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이야기 할 수는 없을터. 결국 내 아집과 이기심으로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사용하기에도 까다로운 연구를 한다는 내용으로 간신히 얼버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닥터는 들고있던 시트종이에 이것저것 끄적이고는 나를 보고 말했다


"좋아, 그럼 일단은 저기 앉아서 옆에있는 스캐너 머리에 써"


"이렇게?"


나는 헬멧처럼 생긴 스캐너를 머리에 얹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지금부터 그 장비로 뇌 전체 구조를 스캔하고 저장해 둘거야, 앞으로 인공두뇌 설계할때 참고할거고"


"알았어"


-4시간 뒤-


닥터와 이런저런 잡담을 하던 중 스캔이 완료되어 헬멧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나는 닥터에게 식사를 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알았어 아저씨, 이거 저장 끝나는대로 가서 밥이나 먹게 그럼"


"오냐, 차에 먼저 가있는다. 끝나면 와"


"응"


지상에 올라와 차에 앉아 기다린지 10분정도가 지나고 닥터가 조수석에 올랐다.


"다 끝났어?"


"응"


"그럼 간다"


바로 시동을 걸고 우리는 벙커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어, 왔어"


"식사 준비되어있습니다"


"그래 손 좀 닦고"


나는 식사에 앞서 손을 씻고 부엌으로 향했다.


"어머, 오셨네요"


밥을 먹으러 가는길에 아자즈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웃으며 이야기 했다.


"여, 아자즈 고생 많네"


"아뇨, 꽤나 재밌던걸요"


아직 할 일이 없을 아자즈에게 심심하면 구형 중장비 정비라도 해달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마음에 들던 모양이다.


"사장님 아자즈 언니가 뭐했는지 알아?"


"...?"


갑자기 아자즈가 오늘 뭘 했는가에 대해 자랑하려는듯 이야기 하려는 더치를 보니 뭔가 뒤통수가 싸해진다.


"굴삭기 두대가지고 로보트 만든거 있지?"


"... 로봇?"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다시 되물었다


"아, 여기는 AGS 금지인거 알고 있어요. 당연히 직접 탑승해서 조종할 수 있는 로봇 이랍니다"


"그 굴삭기로 로봇이 만들어져?"


"되던걸요, 덕분에 간만에 재미있었어요"


역시 아자즈랄까 벌써부터 화려하게 로봇부터 만드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려는 생각만이 들었다.


"뭐, 재미있었으면 됐지"


"사장님, 나중에 내가 조종하는거 보여줄게"


"어... 그래..."


그렇게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나는 부엌에 들어가 차려진 밥을 먹었다.


'나중에 한번 콤바인 같은 농기구 만들 수 있는가 물어봐야겠네'


나는 그녀의 터무니없는 능력에 감탄하며 잠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