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조절이 안되는 것은 많이 불편해 보여서..."


몸이 따뜻한 만큼 마음도 따뜻해서 그런 것일까. 이 녀석은 언제나 걱정이 많다.


"그리고 알비노 형질이 있으면 낮에 활동하는 것도 어려울 것 아니야."


그래도 썩 불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가 걱정을 해준다는 것은 내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였고

이렇게 그의 품에 안겨 온기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이득이 남는다고 생각했다.


"헤에~ 핫팩 주제에... 의외로 세심하네?"

"너... 평소에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장난기 섞인 미소를 담아 그에게 말하니 결국 그도 가벼운 미소를 보였다.

평소의 너를 어떻게 보냐니.. 창피해서 절대 말 못하지.


"뭐로 보기는? 생체 핫팩이지~ 븅신아~"

"정말로 끼고 다니는 핫팩, 압수해 버린다?"


이런 시시콜콜한 농담마저도 그와 함께하면 즐겁다. 홀로 떠돌던 시절의 나는 이런 미래가 올 것이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체온 조절이 힘들어 밤에는 살을 파고드는 추위에 떨었고, 해가 뜨는 낮에는

알비노 형질 때문에 따가운 자외선과 씨름 해야 했다.


"예전에는 핫팩이 말한 것처럼 조금은 내 체질을 원망했을지도 몰라."

"역시... 불편하지?"

"뭐, 전부 만족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왜 이렇게 만들어 졌을까. 어째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숱하게 고뇌하고 원망하며 살아가던

시절이 분명 있었으나, 그를 만난 이후로는 오히려 축복이 되었다.


"그래도 지금은 전~혀 아닌 걸?"

"어째서?"


스스로를 쓸데없이 긍정적인 편이라 생각하면서도, 지금 등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에 몸을 맡기면

이렇게 바보같이 풀려버린 자신의 모습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가 춥지 않도록 품어주는 핫팩이 있잖아."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에도 부드러운

손길이며 조금 더 밀착하며 안아주는 그의 품은, 이런 간사한 뱀이라도 품어주는 아량이 느껴졌다.


"아~ 좋다~ 야, 핫팩! 좀 더 꽉 안아줘!"


그에게 응석을 부리며, 이번에는 나부터 그에게 몸을 밀착 시킨다. 살며시 돌아 앉아 그의 가슴에

이마를 붙이고 그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핫팩."

"응?"

"고마워... 걱정해줘서."


멸망 전 세상에서는 사냥개로 살아왔다. 마음을 나눌 친구도, 사랑하는 존재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에

그는 따뜻하고 밝은 태양처럼 다가왔다.


알비노의 형질 탓에 태양을 싫어하지만, 정작 체온의 조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낮에 활동하는

모순과 같았던 삶에 그는 나만의 태양이 되어주었다.


"따뜻해.. 몸도, 마음도.."

"언제든 너만의 핫팩은 준비되어 있으니까, 걱정 말고 찾아와."


아무리 바라봐도 괴롭지 않은 태양이자, 언제나 따뜻하게 품어주는 나만의 핫팩이 생겼다.


"핫팩 주제에... 멋진 척 할래?"

"그,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확실히, 핫팩이 멋진 척은 못하지..."


어느새 복부를 콕콕 찌르는 그의 사타구니가 느껴져 고개를 숙이니 그의 바지가 부풀어 오를 

정도로 솟아나 움찔 거리고 있었다.


"어라라? 핫팩... 왜 이렇게 엉거주춤해?"

"그게.. 그러니까.."

"풉! 너도 남자라 이거지? 알았어, 그럼..."


서로의 체온을 보다 확실하게 느끼려면, 옷은 방해만 되겠지.




아 스네이크 쎅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