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흔히 사후에 가게 된다는 빛의 품을 뜻하는 말로써 교단의 교리에도 설명되어 있는 것이다.


"응, 베로니카는 천국이 무엇이라 생각해?"

"일개 빛의 종복인 제가 감히 논해도 되는 것인지..."


빛의 품을 논하는 것은 주제를 넘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구원자께서 직접 의견을 물으니 나름의 의견을 전했다.


"구원자... 아니, 당신이 계시는 곳이 저에게는 천국입니다."

"응? 내가 있는 곳?"


예상 외라는 듯 놀란 그의 표정을 보니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예전의 나라면 다른 대답을 했겠지만, 지금의 내게 천국이란 그랬다.


"당신이 있는 곳에 제가 함께하고, 당신이 가는 곳에 제가 따라갑니다. 빛을 모시는 종복으로써 빛의 대리자인 당신을 따르는 것이야 말로, 저에게는 천국이겠지요."

"베로니카..."


매일같이 그의 곁에서 웃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삶. 

신앙이라는 명목으로 그를 따르던 나는, 어느새 그에게 감화되어 모든 마음을 허락했다. 


"빛께서 이르시길, 천국이란 빛의 곁에만 있는 것이 아닐 지니, 무릇 사랑을 베풀고, 사랑을 받는 것이야 말로 천국이라 하셨습니다."

"하핫, 이거 낯 뜨겁네."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주는 그의 곁으로 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따뜻하게 전해지는 온기와,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것 같은 포근함.

천국이란 이런 것이겠지.


"전 매일 당신을 생각하며 잠들고, 당신을 찾으며 눈을 뜨곤 하니까요."


묵묵히 들어주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살며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대답이 없어도,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오직 당신 만을 바라기에, 당신이 제 곁에 있음을 행복하게 여긴답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행복을 알게 해준 당신이 있다면 그곳이 곧 천국이겠죠."


마주 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은은한 행복감. 그래, 천국이란 이런 것이겠지.

빛의 대리인을 사랑하게 된 죄인마저도 빛의 대리인은 용서하고 품어주었다.


내 모든 것들을 걸고 지키기로 맹세한 그라는 빛을 진심으로 품고 싶어진다.

비록 그것이 주제넘고 신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해도, 이 빛을 지키고 싶다.


"저는 일개 빛의 종복이지만, 감히 천국을 그렇게 평가하겠습니다."

"베로니카의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상관 없어."


사랑이 묻어 나오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나에게 천국이란 그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자, 지금처럼 부드럽게 웃어주는 그의 미소를 보는 것이니까.


"그럼 제가 구원자 님이 생각하는 천국이란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음.. 내가 생각하는 천국이라.."


잠시 고민하며 턱을 어루만지던 그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짧은 입맞춤을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천국이란 소중한 사람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거야."


공교롭게도 그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빛의 대리인이자 구원자인 그 역시, 천국을 그렇게 평가한다는 것에 감격스러운 감정이 올라왔다.


"그러니 내 곁에 함께해줘."

"네, 이 세상의 끝까지... 당신의 곁에서..."


어떤 슬픔도, 어떤 아픔도 당신과 함께하면 두렵지 않으니까.

마지막까지 함께, 이 세상의 끝까지.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