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하는 인사도 귀찮은 내색 없이 화답해주는 주인님을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니?"

"아, 그.. 많이 기다린 건 아닙니다."


부스스한 머리며 삐쭉 솟은 수염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 흐트러진 주인님의 모습조차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도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미안한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는 주인님의 손길에 되려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사양하고 맙니다.

전투에 어울리지 않는 능력과, 바닷가의 환경이란 정원을 꾸미지 못하기에.

주인님의 도움이 되지 못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감히 주인님의 손길을 거부하고 맙니다.


"사양할 필요 없어."


마치 생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눈을 마주치는 주인님의 시선에

불현듯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주, 주인님.."


이런 과분한 애정을 받아도 되는 것일까.

이런 넘치는 배려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항상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기만 했던 주인님이 다가옵니다.


"안돼요..."


그리고 저는 한 발짝 물러서며 다가오는 주인님을 피합니다.


"저는.. 저는 주인님께.. 이런 애정을 받을 자격이.."


레아 언니처럼 싸우지도 못하고, 리제 언니처럼 주인님께 온전히 헌신하지 못하기에

다가오는 주인님의 모습에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음.. 자격이 필요한가?"

"네..?"


영문을 알 수 없어 대답을 망설이자, 주인님께선 대답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는 듯

살며시 한 발짝 뒤로 물러섭니다.


"사실 난 명령하는 것을 싫어해."


주인님께서 명령을 싫어하시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명령보다는 부탁으로, 강요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씨로 대해주시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명령을 하나 해야겠어."

"며, 명령이시라면..?"


무슨 명령일까? 잠시 뜸을 들이는 것처럼 주인님께선 잠시 생각하시다가

조금 뒤로 물러서서 팔을 벌리셨습니다.


"다프네, 나에게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봐."

"네? 그건.."

"명령이야."


회로에 각인된 본능이 주인님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주인님이 계시는 곳으로 작은 날개가 파닥이기 시작합니다.


"아, 안돼요.. 주인님.."

"괜찮아. 괜찮으니까."


마치 처음부터 제가 무엇을 할 지 알고 있으셨던 것처럼, 주인님께선 품에 달려든

저를 사뿐히 받아주셨습니다.


"영차~ 잘했어 다프네."


언제나 바라고 또 바라온 주인님의 품 속에 나비가 안겨옵니다.

먼저 다가가는 것이 두려워 그저 먼 발치에서 지켜보았던 정원에, 나비가 날아갑니다.


"잘 싸우지 못해도 괜찮아."

"주인님.."

"바다에 정원이 없어도 괜찮아."


주인님은 처음부터 알고 계셨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할까 두려워 하고 있던 나를

그저 멀리 떨어져 지켜보고 있었던 나를

주인님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 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싸우지 못하는 다프네도 좋아."


마치 폭발할 것처럼 심장이 쿵쾅이기 시작합니다. 

주인님의 짧은 '좋아'라는 말 한마디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아집니다.


"그래서 나는 정원을 가꾸지 못하는 다프네도 좋아."


처음부터 자격 따위는 원하지 않으셨다는 것처럼, 주인님께서 귓가에 속삭이십니다.


"난 다프네가 좋아."


정원의 꽃밭에는 언제나 나비가 날아듭니다.

나비는 몸을 기댈 꽃을 찾아서, 꽃은 나비를 품어주기 위해서.


나비는 꽃을 바라고 꽃은 나비를 부릅니다.

마치 저와 주인님의 관계처럼.


"난 다프네를 사랑해."

"네, 저도 사랑해요.. 주인님."


제 이름은 다프네.

앞으로도 영원히 주인님의 정원을 가꿔 드리겠습니다.

당신이라는 정원의 나비가 되어, 그 곁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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