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리마토르와 칸이 방 안에서 대담을 이어가는 동안, 방 밖의 인원들은 탈론 페더의 작은 도청장치에 머리를 맞대고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훔쳐보았다.

 

“저, 저거! 대장 뺨에!”

 

“꺄아아아아! 대장님이 주도하고 있어요!”

 

“역시 대장이야! 사령관에 이어서 지구상의 남자들을 모두 홀리는구나!”

 

몰래 설치된 카메라와 도청기라 화질과 음질이 좋지 않은 것이 흠이었지만,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얼추 넘겨짚을 수 있을 정도였기에 그녀들은 흥미를 곤두세우고 영상에 집중했다.

 

「만져보...니 어...떤가...?」

 

「리마...토르... 그대...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칸 대장님이랑 리마토르님이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그윽하게 쳐다보고! 만져보니 어떠냐고 묻고! 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뭘 준다는 거지? 음량 높여봐 페더!”

 

“칸 대장님의 첫 키스? 사랑? 아니면... 밤 경험?

 

크으으으윽!!!! 회로 돈다!!!!!”

 

어딘가 구멍이 뚫려서 전달되는 정보를 채우기 위해 머릿속으로 자체적인 회로를 돌리던 탈론 페더는 코피까지 흘리면서 행복해했다. 탈론 페더는 ‘칸 대장님이 모든 남자를 차지했다’라는 사실을 알려야한다며 둘의 대화 장면을 탈론허브를 통해 생중계를 시작하였다. 이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리마토르와 칸은 방 안에서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칸 씨, 혹시 이 책들 들어본 적 있나요?”

 

리마토르는 자신의 태블릿을 조작하여 책 세권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캔버스를 각각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칠한 느낌의 디자인이 인상적인 책들이었다.

 

“다들 처음 보는 거네.”

 

“그렇군요. 안드바리에게 말해둘 테니 나중에 저 책들을 찾아 가시길 바랍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교과서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명작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책 한 권의 제목을 잡고 확대하여 화면을 가득 채웠다. 책의 제목을 읽은 칸은 리마토르가 앞에서 한참동안 이야기한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리마토르, 분명 그대는 ‘쓸모없을 용기’를 말하지 않았나? 이 책의 제목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군.”

 

“닮은 게 맞습니다. 용기라는 측면에서 <미움 받을 용기>라는 제목을 따온 거니까요. 알프레드 아들러가 주장한 개인심리학은 ‘용기’를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이 책을 저술한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겁니다.”

 

“그대가 누차 말한 용기가 얼마나 중요할지 알고 싶어지는군. 그런데 왜 ‘미움 받을 용기’라는 건가? 안 좋은 방향으로 살 것을 권유하는 책인가?”

 

칸의 질문에 리마토르는 웃으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해주었다. 늘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그녀가 문외한인 분야에서는 이런 허당 같은 면을 보이자, 그는 그런 귀여운 모습은 자신 밖에 모를 거라는 생각을 얼핏 하였다.

 

“아들러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관계가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에서 큰 폭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 필수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구성해간다는 뜻이죠. 그렇지만 그런 세계가 바뀌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성격 또한 선택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보았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이야기로 그녀의 분위기를 떠보려 한 리마토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보이는 걸 보니 그녀는 그의 말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읽은 리마토르는 다른 예시를 꺼내들었다.

 

“칸 씨, 처음부터 그런 성격이었나요?”

 

“음, 뭐가?”

 

“케시크였을 때와 신속의 칸인 지금을 비교했을 때, 성격 차이가 있나요?”

 

질문을 들은 칸은 생각에 잠겼다. 과거 위생병 시절의 자신은 어땠는가? 동료들이 다치면 뛰어나가 후방으로 구출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였다. <헥소 고지>라는 영화를 보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었고 훈련도 여럿 해보았다. 

 

그러나 실전에 나가면 자신은 늘 그러지 못했다. 총성이 들리고 옆의 동료가 피탄 당해 살결에서 붉은 꽃이 피어나면 그녀의 몸은 움직이기를 거부하고 얼어붙었다. 머릿속에서 ‘어서 움직여! 네 할 일을 해야지!’라고 다그쳐도 갈 곳을 잃은 눈동자는 몸이 가야할 곳을 밝히지 못했고, 몸은 땅에 매인 것처럼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런 공포로 구하지 못한 동료들에게 가진 죄책감은 그녀를 모든 순간에서 괴롭혔고, 그녀 자신도 부정할 수 없는 죄악을 피하지 않고 짊어졌다. 기존 지휘관 개체가 피살되었을 때 자신이 앞장서서 움직인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 자신도 여전히 모르겠으나 아마 ‘죄책감’이 자신을 이끌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었다.

 

케시크였을 때도, 칸인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죄책감의 사슬에 묶여 형벌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동일한 것 같네.”

 

고민의 시간에 쌓인 침묵을 걷어내고 칸이 답하자 리마토르는 그녀의 얼굴을 재빠르게 살폈다. 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20도 정도 어긋난 눈동자, 처음 대화를 시작했을 때보다 가빠진 숨, 그녀의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한 줄기 땀. 그는 세심한 관찰로 포착한 단서를 조합하여 그녀가 자신의 과거에 그리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음을 파악했다.

 

원래대로라면 이쯤에서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이론 설명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그녀의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심리상담으로 대화를 잠시 전환하기로 했다. 뾰족한 과거의 파편에 현재의 그녀가 찔리지 않도록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칸 씨, 과거와 현재가 동일하다는 건 칸 씨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오나요?”

 

어투는 부드러웠으나 내용이 묵직하게 그녀의 머리를 때리자 칸은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그 시절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했고, ‘케시크였을 때와 지금의 성격차이는 없다’라는 결론을 무겁게 내렸다는 점에서 그녀는 자신이 과거를 부끄럽게 치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

 

그녀가 입을 떼지 못하자 리마토르는 잠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1분이 지났음에도 그녀가 말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개를 숙이자 그는 그녀를 다독이면서 다른 질문을 던졌다.

 

“대답 못해도 괜찮아요. 그럼 다른 질문을 한 번 생각해보죠. 칸 씨는 무엇이 가장 두려우신가요?”

 

“.....나로 인해 부하들이 죽는 것이네.”

 

“그게 두려운 이유가 있나요?”

 

“난 케시크였을 때 위생병이었네. 부상을 입은 부대원들을 구하는 게 내 일이었지만 난 그러지 못했지. 내가 노력하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내가 두렵다는 이유로 임무에서 눈을 돌려 다들 죽음으로 몰고 갔어. 부대가 전멸했을 때 나는 스스로를 원망하고 절규했네. 내 본분을 다하지 못해서 맞이한 결과였으니까.

 

신속의 칸이라는 이름을 얻은 후에도 여전히, 내 안에는 케시크였을 때의 내 자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네. 닮아서는 안 될 반면교사로 말이야.”

 

“그래서 과거와 현재의 성격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었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죠.

 

만약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칸 씨는 모든 이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나요?”

 

그의 질문에 칸은 다시 입이 굳어버렸다. 케시크라는 이름이었던 시절의 자신이 폭발과 초연이 난무하는 전쟁터 위에 서 있었다.

 

 

‘의무병! 의무병!’

 

 

‘여기 총상을 입었다! 도와줘!’

 

 

‘케시크! 뭐하는 거야?! 빨리 구해줘!’

 

 

‘케시크!!!!!’

 

 

동료들은 상처를 입은 몸을 엄폐물 뒤에 숨긴 채 그녀에게 구조요청을 했지만, 그녀는 수많은 동료들의 외침 속에서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황망히 서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는 그녀의 눈에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철충들과 그런 놈들에게 맞서고자 구축한 방어선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는 동료들이 들어왔다. 흘리는 피가 점점 많아져 부츠를 적실 정도가 되었음에도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뭐해, 움직여! 어서!’

 

 

내면의 감시자가 그녀를 다그쳤다. 하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동상처럼 그 어떤 독촉에도 움직여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의적인 명령 불복종이나 반란은 아니었다. 모두 소중한 동료고, 자신이 살리고 싶었으며 살려야만 했다. 그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대체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그녀는 자기 자신을 향해 깊은 물음을 던졌다. 자신의 임무를 이루지 못하게 막는 두려움. 무엇에서 기인한 것이길래 그녀를 그토록 괴롭히는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 모든 사실을 주마등처럼 직시한 칸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커헙-!!”

 

생각에 잠겼던 칸은 입에 거품을 물었다. 누군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 마냥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시야도 점점 어둡게 물들어가면서 팔다리에도 힘이 빠져 그녀는 앉아있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칸 씨!”

 

리마토르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했다. 그녀가 흘리는 식은땀의 양은 비를 맞는다 표현할 정도로 많았고, 호흡 소리도 불규칙적이었다. 자신을 보고 있음에도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시야가 어긋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그녀가 현재 제대로 시야를 볼 수 없는 상태임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어둠으로 물들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그의 두뇌 속에서 흩어져있던 퍼즐들이 빠르게 맞춰져 결론을 냈다. 

 

“공황발작이다.”

 

그녀의 상태를 진단한 그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녀가 코를 통해 호흡하게 유도하자마자 그는 방문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밖에 아무도 없어? 이 소리 들으면 당장 아무 봉투나 갖고 와!”

 

노이즈가 낀 화면과 소리를 제대로 맞춰보려고 애쓰던 넷은 안에서 리마토르의 고함 소리가 들리자 급히 방문을 열려 했다. 그러나 그는 안에서 방문을 막으며 외쳤다.

 

“문 열지마! 빨리 봉투만 갖고 와줘!”

 

“아, 네!”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 덩달아 긴장한 그녀들은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바닥에 굴러다니던 다 먹은 감자칩 봉투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문틈 사이로 봉투를 받은 그는 그녀의 입과 코를 봉투로 막은 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 쉬어요.

 

괜찮아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옆에서 붙잡아드릴 테니까요.”

 

가빴던 그녀의 호흡이 조금씩 안정세로 접어들자 그도 긴장의 끈을 조금씩 놓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한 번 소수를 세 봐요. 2, 3, 5, 7, 11, 13, 17...”

 

칸은 그의 말을 따라 마음속으로 소수를 셌다. 59를 세었을 때 어두웠던 시야가 다시 밝아지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팔다리도 자유를 되찾으면서 그녀의 생각도 차츰 침착함을 되찾았다.

 

“괜찮아요?”

 

“....어, 대강 괜찮아졌네.”

 

“다행입니다.”

 

리마토르는 탁자 위에서 루이보스티를 갖고 와서 그녀에게 주었다. 달짝지근한 차가 목 뒤로 넘어가자 그녀는 완전히 안정을 되찾았다. 칸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고맙네. 추태를 보였군.”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걸요.”

 

땀에 젖어 눈가에 칠한 워 페인트가 지워지자 리마토르는 옆에 있던 티슈를 뽑아 건넸다. 워 페인트를 지운 그녀의 모습에 리마토르는 흩어진 기억 중 한 부분이 맞춰지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보다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가?”

 

칸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자신이 케시크였을 때 느꼈던 공포가 되살아나 자신을 집어삼키는 것만 같았던 그 감각에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는 공포를 겪었다. 철충 연결체와 맞설 때도 이런 감각을 느끼지 않았는데,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이런 고통을 받자 그녀는 자신이 대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라 여겼다.

 

“공황발작입니다. 강렬한 공포와 불안이 쓰나미처럼 닥쳐와서 호흡곤란, 몸떨림, 단기적인 시각 상실을 불러오는 증세죠.”

 

“....면목 없군. 대장으로서 실격이네.”

 

칸이 고개를 숙이고 수치스러워하자 리마토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공황발작은 특별한 질병이 없더라도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이 주기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것일 뿐, 절대 공황이 일어나는 유일한 상황이 아닙니다.

 

공황발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과도한 스트레스나 과거의 기억이 방아쇠가 된다고 추정되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칸 씨가 공황발작을 겪었다고 해서 대장으로써 자격미달이거나 한 건 아닙니다.”

 

그의 말을 들어도 칸은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이 잘못해서 모두가 죽는 상황이 싫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지금의 자신도 과거의 자신에서 최소한의 발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그녀는 마음의 짐을 쉬이 버릴 수 없었다.

 

그녀의 반응을 관찰하던 리마토르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무장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눈동자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마른 침을 삼킨다는 점에서 그녀가 완전히 평정심을 되찾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녀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던 그였기에 그는 나직이 그녀에게 물었다.

 

“칸 씨, 부하들에게 어떤 대장이고 싶으신 건가요?”

 

그의 말에 칸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답했다.

 

“흠결 없는 대장이 되고 싶네. 나로 인해 모두가 다치는 일은 절대 없기를 바라지.”

 

“그렇군요. 그럼 칸 씨의 지휘 때문에 호드 대원 중 누군가가 다쳤던 일이 있나요?”

 

“....그렇네. 날 엄호하던 하이에나가 나이트칙의 기습을 받기도 했고, 정찰 중이던 탈론 페더가 피습당한 적도 있었지.”

 

부하들이 다친 순간을 회상하는 게 괴로웠기에 칸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자신이 조금만 더 빠르고 섬세하게 움직여서 적들을 미리 제거 했었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비 내리기 전의 하늘처럼 어두웠다.

 

“그렇군요. 그래서 항상 칸 씨가 선두에 서시는 건가요?”

 

“잘 아는군. 내가 앞에 있으면 다쳐도 나만 다칠 테고, 부하들을 위협하는 적을 제거할 수 있으니 말일세.”

 

칸의 답변을 들은 리마토르는 편안한 미소를 보여주며 날카로운 질문을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

 

“훌륭하시군요. 대장의 귀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요.

 

그런데 칸 씨, 칸 씨가 항상 앞에 선다고 해서 뒤에 있던 대원들이 안 다친 적이 있나요?”

 

그 말에 칸은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니 하이에나도, 탈론 페더도 모두 자신보다 뒤에 있었을 때 피습당한 상황이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자신을 희생해서 뒤에 있는 대원들을 살리려고 했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사실을 마주한 그녀는 절망했다. 자신이 발전하지 않았다고 느꼈던 것 이상으로, 자신이 아무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자 그녀는 여태까지 해온 모든 일들이 부질없는 발버둥으로 느껴졌다.

 

“...결국 난, 한 발자국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었나.”

 

방금 전에 느꼈던 검은 물결이 다시 그녀의 안에서 범람해 그녀를 덮치려고 했다. 도망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내면의 공포에 자신이 휩쓸리게 자포자기했다.

 

“아뇨,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물결에 휩쓸리기 일보직전인 그녀의 손을 잡고 끌어당긴 건 리마토르였다. 그는 칸의 생각을 꿰뚫어보듯 그녀의 생각에 질문을 던졌다.

 

“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발전하지 않고 그대로여도 괜찮지 않나요?”

 

“그럴 수는 없네. 더 이상 나로 인해 모두가 죽는 상황을 볼 수는 없어.”

 

“칸 씨 때문에 모두가 죽는다고요? 어째서 그런 것이죠?”

 

“대장이니까! 내가 제대로 지휘하지 않으면 모두가 각개격파 당한다!”

 

그녀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그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언성을 높였으나, 오히려 리마토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왜 그런 생각을 하나고요.”

 

“....내가 케시크였을 때, 나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어.”

 

“지금 칸 씨가 케시크인가요?”

 

“그건 아니야. 하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지.”

 

“왜 나아지지 않았나요?”

 

“그건...”

 

칸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 스스로도 ‘발전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발전하지 못했는가’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답변이 끊어지자 리마토르는 처음에 대화했던 내용을 끌고 왔다.

 

“아까 말했죠.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모든 문제가 인간관계에서 비롯한다’라고 주장했다고요. 지금 칸 씨가 겪는 대장으로서의 문제도 전부 부대원들과의 관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목적론을 제시했다고 했죠? 알프레드 아들러는 어떤 일을 겪어서 A라는 목적을 만들고, A라는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해 B라는 이유를 만들어낸다고 말했습니다. 칸 씨의 경우에는 케시크였던 시절 겪었던 기억이 원인이 되어 ‘완벽한 대장이 되어야 한다’라는 목적을 만들어냈고, 그걸 정당화하고자 ‘자신 때문에 다치는 게 싫다’라는 이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칸 씨가 겪고 있는 문제가 만들어진 꾀병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명한 사실이며 중대한 문제죠. 프로이트 심리학에서는 ‘이유’에 집중하겠지만, 저희는 아들러 심리학을 다루고 있으니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잠깐, 목적을 고민하는 게 무슨 의미지?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결과가 바뀌지 않는 것 아닌가?”

 

리마토르의 말이 끝나자 칸이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충분히 예상한 상황이라 생각하며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프로이트 심리학에서는 그렇게 주장합니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발생하며, 결과를 바뀌기 위해서는 원인을 바꿔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 주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원인이 동일하다고 해서 모두 같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죠. 집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모두 자수성가하거나 범죄자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원인과 결과가 항상 확고한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인이 과거에 있기 때문에 과거를 직접적으로 바꿀 수 없죠. 현존하는 물리 법칙을 뛰어넘지 않는 이상 시간여행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알프레드 아들러가 목적론을 제창한 거에요. 과거의 원인에서 기인한 현재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따라 우리의 상태가 결정되었으니 목적을 바꾸면 상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하죠. 책 제목이 <미움 받을 용기>인 건 그 때문입니다.”

 

“...알겠네.”

 

칸이 짧은 말로 동의를 표현하자 그는 그녀의 잔을 다시 채워주며 말을 시작했다.

 

“칸 씨는 ‘완벽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부하들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런가요?”

 

“그렇네.”

 

“하지만 칸 씨의 부하들도 모두 뛰어난 전투력을 갖고 있지 않나요?”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다들 쉽게 다치네.”

 

“칸 씨, 지금 칸 씨의 보직은 무엇인가요?”

 

“앵거 오브 호드의 지휘관이지.”

 

“그렇죠. 지휘관은 모두를 보호하는 직종인가요?”

 

“그렇네, 부하들의 목숨이 모두 내게 달려있으니까.”

 

“대장이 없으면 부하들은 어떻게 될까요?”

 

“위기에 처하겠지. 다들 지휘 없이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테니까.”

 

탁구랠리를 이어가는 것처럼 둘은 짧은 질의응답을 반복했다. 리마토르는 일부러 쉴 틈을 주지 않고 속도를 높였다.

 

“전선에서 가장 위험한 부대는 어디에 위치한 부대인가요?”

 

“최전선에 있는 부대지.”

 

“칸 씨는 어떻게 전투에 나서나요?”

 

“맨 앞에서 지휘하네.”

 

“그럼 칸 씨는 최전선에 있는 건가요?”

 

“그렇다네.”

 

“칸 씨가 말한대로면 칸 씨는 가장 위험한 곳에서 싸우는 거네요?”

 

“그렇네.”

 

“그렇다면, 가장 전사하기 쉬운 사람이 칸 씨 아닌가요? 칸 씨가 전선에서 사망하면 부하들은 모두 골로 가는데요?”

 

“.....”

 

칸의 답변이 돌아오지 않자 리마토르는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칸 씨, 부하들을 생각해서 선봉에 선 것이 부하들을 전멸로 몰고 가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

 

또 다시 칸이 대답하지 못하자 그는 그녀가 가진 생각의 껍데기를 해체하는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본질적인 이야기로 들어갔다.

 

“이런 모순이 발생한 점은 칸 씨가 설정한 목적 때문입니다. ‘완벽한 대장이 되겠다’라는 목적이 뒤에서 지시하는 지휘관의 모습 대신 현장에서 직접 뛰는 지휘관의 모습을 칸 씨가 택하게 만든 거죠.

 

그렇지만 칸 씨는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완벽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요.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일 뿐이죠. 맨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대장이 이상적으로 보일지라도, 적들로부터 제거 대상 1순위가 되어 사살당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지휘 체계가 붕괴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후방에서 지휘하는 대장이 이상적인 건 아닙니다. 부하들을 방패로 삼아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일선의 상황을 모른 채 지휘만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어느 쪽도 ‘완벽’이라 평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저희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존재는 없어요. 멸망 전 인류가 자신들의 사고를 초월하는 AI를 만들어도 그건 인간이 가진 단점을 보완해서 완벽해 보이는 것이지, 본질적으로는 다른 대상과 감정적인 교류를 나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죠.

 

감정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가정해도 하나의 데이터를 받아들인 것에 불과한 AI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만들어진, 어느 한 사람의 평생 분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인다고 볼 수 없습니다.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아마 신이겠죠.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받아들이고 절망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완벽을 바라볼수록 인간은 자신이 갖지 못한 부정적인 측면들을 보고 비교합니다. ‘왜 나는 수학을 못할까’, ‘왜 나는 키가 작을까’, ‘왜 나는 돈이 없을까’, ‘왜 나는 못생겼을까’처럼요.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타인이 넘어선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고, 어느 순간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두렵게 되죠.”

 

“그래서 방어기제를 만들라는 뜻인가?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나는 나약하니 어쩔 수 없다’라고?”

 

그의 말을 듣던 칸이 반발하자 리마토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이 결코 도피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제가 말하는 내용은 그런 게 아닙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죠. 뻔한 자기계발서에 있는 소리지만 의외로 가장 정론인 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단점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단점이 있다고 해서 나는 다른 사람보다 못난 사람이 아니고, 단점을 가진 채 영원히 살아가지도 않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모든 사람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인간의 가치에 높고 낮음은 없다고 말합니다. 

 

제가 아까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라고 말했죠? 단점이라 칭해지는 것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칸 씨가 보시기에 스스로 고쳐야 하는 점이라 여겨지는 두려움은 부하들이 자칫 위험해지지 않을까 고민해보는 신중함이 됩니다. 부하들의 유기적인 협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건 부대의 자율성이 높아 예상치 못한 순간이 닥치더라도 유연한 임기응변이 가능함을 의미하죠.

 

절대적인 단점은 없습니다. 칸 씨는 여기,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단점이라 여겨지는 것들 앞에서 좌절할 이유 따위 없습니다. 이 사실을 자각한 상태에서 고치고 싶은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단점이란 상대적이며, 이런 것들이 내 가치를 낮추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고치고 싶으니 그게 무엇인지 먼저 알아봐야겠다, 그리 생각하시는 겁니다.”

 

그의 말에 칸은 현기증이 일어나는 걸 느꼈다. 그동안 자신이 두려워하며 덮어두려고 했던 것들이 사실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임을 느끼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대체 무엇을 해왔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미아가 된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려 탁자 위에 턱을 괴자 리마토르는 그녀의 내면과 자신이 제시한 말이 충돌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대로, 그냥 이대로 살면 된다고?”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만, 자신이 바꾸고 싶은 부분에 칼을 대어야 한다면 기꺼이 그래야하죠. 그 부분은 목적입니다. ‘완벽한 대장이 되고 싶다’라는 목적을 바꾸면 칸 씨는 지금보다 더 심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으시겠죠. 우리는 그러기 위해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생활양식을 깨고, 새롭게 바뀌려는 용기 말이에요.

 

이 용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에, 괴로워하면서도 현재의 목적을 고수하려고 하죠.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스스로 그어놓은 선의 1cm 앞에 앉아있어요. 딱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되는 겁니다.

 

칸 씨에게 지금 필요한 용기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 용기’입니다. 목적을 ‘부하들과 행복할 수 있는 대장’으로 수정하는 거죠. 목적에 따라붙는 이유는 나중에 정해도 됩니다.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일 목적의 수정이 필요해요.”

 

“계속해서 용기를 강조하는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아들러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이기 때문이죠.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 있으면 인간은 바뀌게 됩니다. 아들러 심리학은 그 사건이 오도록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기에 용기를 강조하는 겁니다.”

 

리마토르는 그렇게 말하며 차를 홀짝였다.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고소한 향이 오래 말한 피로를 녹여주었다.

 

“완벽한 대장이라는 목표는 자신과 부대원을 괴롭힐 뿐이에요. 완벽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주변 인물들을 닦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행복을 목표로 하는 대장은 다른 부대원도 챙기게 됩니다. 나 혼자 행복한 게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니까요.

 

칸 씨, 칸 씨에게는 지금 행복할 용기가 있나요?”

 

그의 말을 들은 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머리는 지끈거렸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당당하게 말해주는 한 남자의 모습에서 미궁을 탈출할 실마리를 찾은 것만 같았다. 그녀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에게 말했다.

 

“천천히,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찾아봐야지.

 

고맙네, 리마토르. 덕분에 아주 오랜 시간을 헤매던 미로에서 벗어난 것 같아. 미로를 나간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어렴풋이 느낌이 오는군.”

 

그녀의 감사인사에 그는 별 일 아니라며 겸손을 표했다. 오히려 그 자신이 그녀와 대화하며 과거에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 하나를 더 맞출 수 있었다.

 

‘그보다 이해가 안 되는군. 난 분명히 철학을 전공했는데 왜 심리학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지? 공황발작인 건 어떻게 알아차렸고, 대처법은 왜 알고 있었지? 위장을 지운 칸 씨를 보고 받은 감각은 대체 뭐야?

 

퍼즐 한 조각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빈칸은 두 개가 생겨버렸어. 닥터가 말한 약물 투여를 시도해볼 때가 온 건가.’

 

그는 속으로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비친 감정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스널이 사령관을 언급할 때와 유사한 감정이 언뜻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에 그는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자신이 잘못 봤다고 넘겼다.

 

“음, 벌써 3시간이나 되었네요. 밖에서 다들 걱정하시던데 이만 나가볼까요?”

 

“그러지. 이거 부하들에게 면목이 없군. 대장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걱정 마세요. 그럴까봐 문을 막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밖에서 걱정은 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는 모를 거에요.”

 

“거기까지 생각해줄 줄은 몰랐군. 고맙네, 리마토르.”

 

둘은 그렇게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방 밖으로 나왔다. 문 뒤에서는 탈론 페더, 워울프, 하이에나, 퀵 카멜이 노이즈가 나오는 화면을 둘러싸고 서로 남 탓을 하고 있었다. 아까 리마토르가 그녀들을 불렀을 때 그녀들 중 누군가가 화면을 실수로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몰래 설치한 거라서 잘 안 보일 거라... 아, 칸 대장님 나오셨어요?”

 

책임전가를 하며 싸우던 중 칸이 밖으로 나왔음을 알아챈 탈론 페더가 평소보다 과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으나, 자신의 방에 도촬장치가 설치되었음을 파악한 칸은 미소를 싹 지우고 말했다.

 

“....페더, 분명 내 방에만큼은 카메라를 설치하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아니, 저, 그게... 워울프가 시켰어요!”

 

“뭐?! 사실 하이에나가 시켰잖아!”

 

“왜들 이래? 퀵 카멜이 주동자라고!”

 

“하하, 아무래도 오늘 한마음 단합대회를 해야겠군.”

 

서로 네 탓이라고 떠넘기기만 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칸은 살벌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마토르는 아무래도 칸과 정기 상담을 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녀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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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를 봤는데 이대로 가자는 의견이 과반수더라. 그렇지만 조금은 난이도를 낮춰달라는 의견도 상당수를 차지했기에 소수의 의견도 고려하여 예시를 추가하고 설명을 늘렸어. 그러다보니 14000자를 넘어 분량 조절에 실패했지만 이해해주기를 부탁할게.


그리고 난이도를 조정하며 스토리도 일부 조정했어. 원래는 히로인을 넣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후반부 전개를 위해 넣기로 했어. 누군지는 뭐... 아직은 비밀에 부칠게.


이번 에피소드는 칸이 케시크였을 때 느낀 감정을 주제로 해봤는데,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긴가민가하네. 지나친 해석을 덧붙인 건가 우려도 조금 되고. 그래서 내용도 <미움받을 용기> 내용을 따오기 보다는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뤘는데 이해하기 쉽게 썼을지 걱정이 된다.


오늘도 부족한 작품을 읽어준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올린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