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금란은 눈이 참 예쁘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먼저 예리한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무릇 사람이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호기심을 갖기 마련이고, 그저 신기한 것 정도로만 취급하기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고는 했었다. 그러나, 주인님은 감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눈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순수한 호기심이 아닌 예뻐서 보고 싶다고 했기에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마주 보는 것이 쑥스러워 가슴이 떨리는 것일까? 그러나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이든 썩 불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주인님은... 저에게 눈빛을 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응?"


다소 민망한 감정이 들어 머뭇거리자 그는 조용히 다가와 손을 잡아주었다. 예민한 감각을 숨기기 위해 착용한 장갑 너머로도 전해지는 그의 온기란, 괴롭지 않고 오히려 마음까지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첫 번째... 분이세요... 대부분은 제 감각에 대한 이야기만 하시는데..."


본래가 고관대작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몸. 예민한 감각은 그것을 위한 도구였기에 일상 생활에 큰 장애가 있음에도 이렇게 창조 될 수 밖에 없었지만, 괴롭지 않았다면 거짓일 터. 그럼에도 순수하게 자신을 좋아해주는 주인을 모실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감각이 예민해서 눈을 감고 다니는 거지? 괴롭다면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 괜찮습니다. 물론 주인님께서 말을 거시면... 감각이 더 예민해지는 느낌이지만..."


걱정하는 그를 향해 웃어 보이며 살며시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강한 조명이 눈을 자극하고, 순식간에 눈이 따가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눈에 힘을 주며 눈 앞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았다.


"괴롭다면 무리할 필요는 없어."

"아니에요! 무리라니, 그건... 앗!"


난처해 하는 그의 모습에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고,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는 생각에 입을 막는 나를 그는 조용히 품으로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제 아무리 날카로운 감각도, 항상 귓가에 찌르듯 파고드는 잠수함의 소음도, 그의 품 안에서는 모든 것들이 잠잠해 졌다.


이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기는 감각이라는 것일까.


"예쁘다. 눈, 정말 예뻐."


잠깐의 시간 동안 마주 보았을 뿐이지만 그는 예쁘다는 칭찬을 해온다. 그리고 그 짧은 칭찬 한마디에 다시금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한다.


"고맙습니다..."


무어라 말하고 싶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짧은 감사의 인사를 표현하는 것 말고는 그의 사랑에 보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리해서 말할 필요도, 무리해서 버틸 필요도 없어."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더욱 그의 품에 빠져들었다.


"주인님의 품에선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있어요."

"그래, 내 품으로 잊을 수 있다면 잊어도 돼."

"가끔은 제 예민한 감각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눈을 뜨기 힘들고, 거슬리는 소음이 귓가에 찌르듯 파고든다. 사소한 자극에도 화들짝 놀라며, 장갑이 없다면 쉽게 만져보지도 못한다.


"어째서 감각은 그대로인데... 이리도 평온해지는 걸까요?"


그럼에도 그의 품 안에서 라면, 그의 손길이라면, 그의 시선이라면 오히려 평온함을 느낀다.


"냄새, 소리, 색채, 그리고... 감촉까지... 전부 주인님으로 가득해요."


한 떨기 난초와 같이 그의 곁에서 머물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고, 미약한 향기 나마 그에게 남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부디, 이 날카로운 감각에 평온함을 내려준 그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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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 안마 의자에 앉혀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