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말, 주인님의 무릎에 자리를 잡고 몸을 기댑니다.

다정하게 느껴지는 손길과 온화하게 느껴지는 주인님의 체온.

그것들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해오니까요.


"꼬리는 안됩니다."


꼬리로 향하는 주인님의 손길을 살며시 끊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주인님께 하면서도.


"물론.. 절대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주인님의 사랑과 관심을 원하면서도

주인님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솔직하지 못한 대답이 흘러나옵니다.

그래도 주인님은 이런 고양이를 아껴주십니다.


"킁킁! 주인님.. 샤워하셨나요?"


살며시 옅어진 주인님의 체취에 대해 물으니

주인님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어쩔 수 없겠네요."


결국 솔직하지 못한 고양이는 결국 주인님의 체취를 핑계 삼아

오늘도 주인님의 몸에 밀착하며 진한 체취를 남깁니다.


밀착하면 할수록 더욱 느껴지는 주인님의 체취와 온기.

이것들을 느끼면 더욱 포기하지 못할 주인님의 품이기에.


"냐앙~"


등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자연스레 소리가 나옵니다.

고양이가 아니라며 부정하면서도 숨기지 못하는 본능일까요.


"고양이 소리는... 본능이라서..."


의식하지 않아도 함께 반응하는 꼬리와 살랑살랑 부드럽게 움직이는 귀.

고양이의 유전자는 결국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단지 주인님의 무릎에 몸을 기대고 앉아있는 지금이

단지 주인님의 손길을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는 지금이

마냥 좋고 행복한 것일까요.


"그래도 괜찮지 않나요."


이렇게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것도


"주인님의 곁에선 조금 편하게 있어도 되겠죠?"


주인님을 향한 마음이 커지는 것도,

주인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한 것도.


모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니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흐음... 음..."


마음이 놓이니 긴장이 풀리며 눈이 감겨옵니다.

오늘도 주인님의 무릎에 앉아, 고양이는 눈을 감습니다.


"주인님의 품은... 마음이 놓여요..."


그러니까,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나만의 소중한 주인님.


함께해요, 이 세상의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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