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페이아, 나 왔어."


"왔어? 빨리 침대로 와!"



최근 들어 사령관은 스카이 나이츠의 숙소를 방문하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스카이 나이츠를 방문해서도 주로 하르페이아을 찾았고, 찾아올 때마다 하르페이아와 같이 침대로 갔기에 오르카의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둘의 관계를 두고 말이 많았다.



"그거 들었어? 어제 하르페이아와 사령관이 밤새 시간을 보냈대!"


"크고 두꺼운 걸 좋아한다고 들었어!"


"아니야, 가끔은 얇은 게 더 괜찮다고 했어."


"굵기가 그렇게 마음대로 조절이 되나?"


"사령관님이잖아. 분명 닥터의 기술로 어떻게 했겠지."



이런 대화가 물밑에서 열심히 오가든 말든, 당사자들은 그 날도 밤의 침대에서 만났다. 하르페이아는 옷을 벗으면서 사령관에게 말을 꺼냈다.


"사령관, 매일 같이 찾아와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꼭 이래야겠어?"


"음? 뭐가?"


"아니... 왜 섹스할 때마다 책을 주제로 토론하면서 하냐고... 내가 독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생각해봐도 이건 아닌 거 같아."


"누구나 당연히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런 짓을 누구나 당연히 한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지 않았어?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꺄흣?!"


하르페이아가 그에게 한 마디하는 순간, 사령관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가슴을 쥐었다. 뽀얀 살결이 손가락 사이로 넘치자 사령관은 씨익 웃으면서 그녀의 말을 돌려주었다.


"걱정마, 이렇게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볼 테니까. 그럼 오늘은 <카마수트라>를 주제로 이야기해보자고?"


"흐읏... 진짜... 변태..."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어. 자, 1장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하르페이아와 사령관은 심야 독서를 시작했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은빛 고리가 서로의 관계를 증명하는 만큼 둘은 뜨거운 독서를 나누었다.








소설 쓰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써본 단편. 다 쓰고 보니 막장이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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