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란 만능이 아니다. 폐하께선 간혹 틀리는 예측에 대해 물으셨으나, 그것에 대한 답이란 이것 뿐이었다.


"예측이라 함은, 결국 경우의 수를 조합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돌이켜보면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예측마저 틀린 적이 있으니 결국 확률 놀음일 뿐. 물론, 예측이 틀린다 하더라도 나쁘지 않으리라. 지금까지는 좋지 못한 미래의 예측만이 틀려왔기에 오히려 틀려서 좋은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폐하에게는 식상한 답변이었을까.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폐하의 손길 너머로,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 보였다.


"음, 이건 예측하지 않아도 잘 알겠네요."

"무슨 소리니?"

"폐하께서는 제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하십니다."

"아, 그게..."


참으로 폐하의 얼굴은 알아보기 쉽다 생각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폐하를 좋아하는 것이겠지. 솔직하게 기뻐하고, 솔직하게 아껴준다. 따뜻한 마음이란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커지는 법이니까.


"어째서 폐하가 제 대답에 만족하지 못하셨는지, 그것이 궁금하긴 하네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가끔은 알아차려 주면 좋겠다! 같은, 그런 느낌이려나."


알아차려 주면 좋겠다는 폐하의 답변에 결국 참아왔던 웃음이 조금 나왔다. 나 역시 폐하를 생각하는 마음을 폐하께서 알아차려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폐하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셨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심전심이라는 말처럼, 오랜 시간을 보내니 통하는 것이 있는 것일까?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음은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직접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더 좋겠지.


"전 폐하의 마음과 생각을 예측하지 않는답니다."

"어째서?"

"직접 폐하에게 듣고 싶고, 직접 폐하에게 말하고 싶으니까요."


'모든 것들은 예측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행동한다면, 이렇게 폐하의 곁에 머무를 시간이 줄어들 것이니까요.'


속마음을 담아 폐하를 바라보니, 폐하께서도 결국 머리를 긁적이며 웃기 시작하셨다. 알아차렸다는 듯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며, 진지하게 꼭 해야 할 말씀을 하실 때 보이는 짧은 한숨을 내쉬는 폐하의 버릇이 눈에 들어왔다. 폐하의 중대한 결심을 들을 각오는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피하지 않고 폐하의 곁으로 다가가 폐하의 가슴에 이마를 붙이고 안겼다.


"폐하, 폐하께서 갖고 계신 버릇을 알고 계신가요?"

"내 버릇? 음.. 딱히 잘 모르겠는데."

"폐하께서는 중요한 말을 하실 때, 짧게 한숨을 쉬는 버릇이 있답니다."


예측하지 않아도, 미래를 계산하지 않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 그것은 폐하의 곁에서 오랜 시간을 보좌하며 폐하 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폐하의 사소한 버릇도, 사소한 표정의 변화도 모두, 오랜 시간을 바라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전 언제나 폐하 만을 바라보았기에, 예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답니다."

"이거... 아르망은 못이기겠네."


결국 체념한 듯 너털웃음을 짓는 폐하의 모습에 나 역시 미소가 지어진다. 살며시 맞잡은 두 사람의 손으로 따뜻한 마음이 서로 뒤엉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폐하를 향한 내 마음과 그것에 대답하는 폐하의 마음이 흘러 들어온다.


"역시, 이런 것은 알아차려 주기를 기다리는 편이 못나게 보이겠지."


서로의 온기를 즐기며 잠시 뜸을 들인 폐하가 그렇게 운을 띄우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작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작고 하얀 상자를 열리며 보이는 것은 작은 보석이 박힌 반지. 그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주며 폐하께서 다시 말을 이어나가셨다.


"이제 내 감정을 아르망에게 숨기지 않을 거야, 정말 사랑해 아르망."

"저도 더 이상은 제 감정을 숨기지 않을게요... 폐하의 반려로써, 당당하게 폐하의 마음과... 제 마음도..."


언제나 폐하를 보좌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기를.

언제나 폐하와 함께할 수 있기를.


"저도 정말 사랑해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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