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갑자기 치고 들어온 여자애의 발언에, 나는 놀람이나 당황보다 의문이 더욱 컸다.


"으음…뉴텔라는 대체 뭐니? 뉴델리나 누텔라도 아니고."


눈앞에 있는 이 검은머리 여자애는 갑자기 들어와서 나한테 이상한 질문을 하고…그보다 방금 사모님한테 엄마라고 하지 않았나?


"뉴텔라는 똑똑한 사람을 그렇게 말하는거래! 이것도 모르다니, 내가 선생님 해야겠는데?"


웃으면서 자신있게 말하는 여자애의 뒤로, 다른 여자애가 다가와서 어깨를 붙들었다.


"철용아…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틀림없이 네 친구겠지만."


"토모가 말해줬어! 단어가 똑똑해보이는게 좋아보여서 외워뒀는데?"


뒤에서 끼어든 여자애가 어깨를 붙잡은 뒤 온몸을 써서 잡아당기고 있었지만, 검은 머리 여자애는 움직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힘이 참 굉장하다. 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야.


그보다 저 여자애 이름이 철용이구나. 여자애인데 왜 그런 이름을…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지은건가? 확실히 효과는 엄청난것같다.


"이런, 미안해요 철남군. 철용이는 순수한 아이라 다른 사람의 말을 너무 잘 믿는 경향이 있어서 가끔 이런 일이 있어요. 다른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믿고 갖다쓴다거나 하는일이…종종 있어요."


사모님은 이런일이 종종 있다며, 철용이란 아이의 특징에 대해 명료하게 대답해주었다.


뭐 순수하고…사람 말 잘 믿는거라니까…그럴수도 있지. 좋은 집에서 잘 컸으면 그럴수도 있지.


근데 저 신체능력은 뭐지 진짜? 온몸으로 잡아당기는데 버틴다고?


"네, 뭐…그래도 말의 뉘앙스는 대충 맞네요. 아예 잘못된 말은 아닌게 다행이네요."


내 대답에, 철용이는 마음에 담아둔게 있었는지 빠르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보고 바보라고 하는데, 단어의 자세한 부분이 좀 틀렸을뿐이지 나도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거나 하진 않는다구. 어쨌든 알아는 듣잖아. 문자로 얘기하면 오타라고 넘기면서 왜 말로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거야?"


"그렇게 차분하게 말하면 좋겠지만, 말에 담긴 뜻을 생각해보거나 알아보지않고 그대로 갖다쓰는게 문제잖아."


분명히 의도나 단어를 말하는 과정에는 바보스러움이 없는데, 단어를 받아들인 과정이 조금 문제가 있어서 바보처럼 보인다라…


대충 예를 들면 가공기계나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데 원재료 때문에 결과물이 이상해지게 된거겠지.


근데 그건 검수의 문제인거야, 아니면 원재료의 문제인거야? 아까 얘기한거보면 친구의 말을 그대로 갖다썼다는건데.


어찌됐건 친구도 멀쩡하진 않나보네.


"아무튼, 미호네 선생님 그다지 똑똑해 보이지 않는데 믿어도 되는거야?"


철용이의 말에, 뒤에 있는 다른 애들이 붙들어 끌어내기 시작했다.


"야, 이 바보야! 방해하지말고 나와!"


"그래, 일단 나와! 엄마 얘기중이잖아!"


일단 저렇게 달라붙는걸 보면 아마 미호의 자매겠지.


근데…사모님 나이가 대체…? 아니, 대부분 비슷하니까 연년생이나 쌍둥이라고 쳐도 대체…?


"나도 얘기정도는 할 수 있는거 아니야? 우린 모두 평등하다고! 다 쌍둥이잖아! 전부 동강이야!"


"동갑이겠지!"


음, 확실히…너무 순수해서 저런거라기보다는 본인 자체의 문제도 조금 있는것 같기도.


그래도 문제는 없다. 대충 영어 문법은 다 아는데 단어를 몰라서 문장을 못만드는거랑 비슷하니까. 그리고 단어가 맞다고 생떼를 쓰는건 아니잖아?


"아무튼, 난 이 결혼 반대야!"


라고 생각하자마자, 얘가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결혼이라고?


"지금 결혼 얘기가 아니잖아! 또 어디서 뭘 본거야?"


"어…이거 결혼전에 하는 상경내 아니야?"


얘는 뭘 보고 산거지? 매일 드라마만 보고 사는건가?


"겨…결혼…?!"


"아니야!"


"지난주에 미호가 보는 만화책에서 분명 선생님이랑 제자가 결혼하는 내용이…"


"아, 그건 재밌었어."


"으와아아! 아와아! 넌 그냥 말하지마!"


테이블에 앉아있던 미호가 함께 달려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난장판이 시작되었다.


물론 붙잡히는쪽이 반항하지 않아서 난장판이라기보다는 모두가 철용이를 잡고 매달리는것과 비슷한 모양새가 됐지만.


그 모습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던 도중, 사모님이 말을 걸어오셨다.


"으음, 딸들이…조금 개성넘치죠?"


사모님은 딸들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걸 많이 난감해하시는듯 했지만, 나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귀여운데요, 뭘."


"네?"


뭐 군대에서 본 또라이들이랑 고등학교 다닐때 본 녀석들의 광기에 비하면야 확실히 귀여운 수준이지.


사내놈의 젖꼭지를 핥는다거나…다리털과 가슴털, 수염까지 덥수룩한 주제에 본인이 하와와 여고생이라고 말하는 놈이라거나…남자나 여자나 관계없이 취향에만 맞으면 된다고 말하는놈이라거나…


…나 살면서 또라이 엄청 많이 만났네?


"애초에 이 나이대에 얌전하고 모범생인 애들만 있을리도 없고. 그리고 저렇게 쾌활하고 좋은 애가 하나정도 있어야 가족이 재밌죠. 저희 가족은 외동인데다 부모님 일이 바빠서 가족간의 시간을 보내고 그러는게 힘들었거든요."


과거의 비밀스러운 기억중 하나인 또라이들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가, 무심코 내 집안얘기를 꺼냈다.


쓰읍, 왜 안할 얘기까지 했지? 배부르고 편해져서 그런가? 뭔가 본심을 털어놓은것 처럼 됐네.


"어머, 그랬군요…"


뭔가 나를 따뜻한눈빛으로 바라보고 계신다. 저 행복한데요? 아…안불행한데요? 친구가 적긴 해도 없는것도 아니고?


"나 아까 휴대폰으로 매형이라고 불러야되는것도 검색해놨단 말이야!"


"매형이 아니야! 만화 주인공이 쓰던 표현 그대로 갖다쓰지마! 그보다 힘 안빼?"


이제 진짜로 뭔가 힘싸움에 가까운 모습이 됐고…난장판이 벌어지기 직전이 됐다.


근데, 저런 모습을 보니까 가족이 되게 화목하고 재밌긴 한가보다. 나도 반쯤 미친걸까?


결국 내 과외면접은 철용이라는 애를 다른 둘이 붙잡고 밖으로 끌고나가고, 사모님과 미호가 연신 고개를 숙이는것으로 끝났다.


물론 미호와 사모님의 휴대폰 번호는 받아놨지만…왜 기억속에는 철용이란 애밖에 안남은걸까.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오후 9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습관적으로 미호가 빌려준 핑크색 보조 배터리가 연결된 휴대폰을 들어 얼굴에 갖다대고 전화를 받았다. 주머니에서 충전해서 그런지, 뜨끈뜨끈해진 휴대폰의 열기가 얼굴에 그대로 전해했다.


크으윽, 뜨겁다! 이 통화도 빨리 끝내야지.


"여보세요?"


-조용히. 주변에 아무도 없겠지?


갑자기 들려오는 이상한 말에 휴대폰의 뜨거움마저 잊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뭐지? 갑자기 뭐지? 뭘 의미하는거지? 이게 그 받으면 일주일 뒤에 죽는다는 전화인가?


-아무도 없는걸 확인했다면 앞으로 직진해.


전화를 걸어온 의문의 상대가 내리는 지시에 따르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머릿속에 의문하나가 떠올랐다.


잠깐, 내가 왜 상대방이 시키는대로 해야하지?


근데 상대도 그걸 예상한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럴작정이었던건지 내가 움직이게 만들기 시작했다.


-만약 내 말을 안듣는다면 네 신변이 좋지는 못할거야. 옆에 있는 파란 스포츠카, 보이지?


"파란…페라리? 저게 왜 우리동네 근처에 있지?"


-그게 내일아침 부숴질거고, 밤중에 차량 주변에 있던 인물이 너밖에 없었다는 물적 증거를 경찰에 제출할거야.


너무 갑작스러운 협박이고 뭔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것 같지만, 페라리의 가격대가 내 머릿속을 마비시켰다.


"뭘 원하는거지? 아니, 원하는겁니까? 저희 말로 대화하도록 해요."


시키는대로 순순히 따르겠습니다. 애초에 덤터기 써도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저 앞쪽, 편의점으로 들어가.


편의점으로 들어가라는 말에, 설마 나를 조종해서 강도질을 시키려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크윽! 집 주변에 있어서 신세 많이 진 편의점이었는데! 비록 알바가 날 보고 죽일것같은 눈을 하고 특이한 옷차림의 여자도 만났지만! 나름 정든 편의점이었는데!


하지만 그런 정보다는 페라리 백미러의 수리비가 훨씬 무겁고 의미있었기 때문에, 나는 순순히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들어왔어요. 이제 뭘 하면 되는거죠?"


그리고 편의점에 들어오자마자, 전화기속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내 앞쪽에서 들려왔다.


"어서와, 면접은 처음이지?"


예? 뭐가 처음이요? 그보다, 저 옷차림…지난번에 편의점나갈때 본 여성분 아닌가?


"어……?"


내가 얼빠진 소리를 내고 있을 때, 눈앞에 있는 여성분이 냅다 질문부터 던졌다.


"면접을 시작할게. 편의점에서 일해본 경력은?"


나는 파릇파릇하고 신품에 가까운 신입이다. 박스만 열어본 개봉품도 아니고, 잘 써먹던 중고는 더더욱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아주 깔끔한 민트 컨디션!


"솔직히, 없습니다."


내 대답에, 여성분은 고개를 젓고 다음 질문을 해왔다.


"그럼, 비슷한 일을 해본적은? 물류관리라거나 포스기를 쓰는 알바같은거."


"없습니다."


둘 다 해본적 없다.


"…솔직한건 좋지만, 네가 알바하려고 했던 이 편의점은 사람이 많이 지나가고 매장 규모도 커서 취급할 물건이랑 해야할 일이 많아. 경험없이 할 수 있겠어? 사장인 나한테는 일 잘하는 직원이 필요해."


여성분의 질문에, 나는 여성분의 대략적인 정체가 이곳 사장님이나 점장님이란건 파악했다.


그렇지만 저 질문에는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는데…그래도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자.


"솔직하게 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한번 부딪혀봐야죠."


예전같으면 필사적으로 말했겠지만, 어차피 떨어져도 과외로 먹고살면 되니까.


"뭐, 좋아. 군대는?"


"다녀왔어요. 근데 사장님은 여자 아니신…"


내가 뭘 물어보려고 했을 때, 사장님은 정색했다.


"닥쳐. 내가 묻고있잖아."


"네."


처음봤을때는 그냥 미인이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싹 바뀐다. 목 뒤가 차가운 느낌까지 드는데…?


아, 내가 에어컨 밑에 서있었구나. 어쩐지 시원하긴 하더라.


나는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서 비켜섰고, 사장님은 아까 하던 질문을 계속 이어나갔다.


"시간은 비어있지?"


물론 돈 더 벌면 싫은건 아닌데, 그래도 시간이 겹치는건 피해야한다.


"제가 지금 과외도 하나 하고 있어서…혹시 조정이 가능한가요?"


"그랬었지, 참."


그랬었..응? 뭐지? 내가 과외하는걸 알고있네? 내가 말했었나?


"어쨌든 과외란게 아침시간에 하는건 아닐거 아냐. 아침은 어때?"


사장님은 상식적인 과외시간에 맞춰서 질문을 하셨지만, 내가 맡은게 일반적인 상식선의 것은 아니지...


"그게, 아침에 가야하는데요? 오전 7시쯤."


"뭐? 오후랑 저녁시간대는?"


"오후시간에 과외가 있어서…"


"하나라면서? 그보다, 그렇게되면 일은 새벽에 하게?"


이게 어쩌다보니 일 구하러 온 놈치고 시간을 깐깐하게 따지는 녀석이 되어버렸다.


"으음…안정적인게 점심때랑 새벽뿐이네요."


"점심때는 안돼. 좋아, 그럼 새벽에 나와."


"잠깐…저는 한다는 말도 안했는데요?"


"그럼…안할거야?"


또다시 그 날카로운 눈빛이 내 심장을 뚫을것처럼 노려보기 시작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그럼 새벽이네."


"혹시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을까요?"


"없어. 그럼 따라와. 어차피 무경험자고…다른 알바도 상관은 없지?"


"네?"


어? 편의점 면접인줄 알았는데? 설마 나 참치잡이 배에 팔리나? 이게 그 취업 사기인가?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이 위층으로 출근…아니다, 지금 따라와. 시간 있지?"


"없…"


"없으면 만들어."


"…네."


사장님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데리고 편의점을 나와 건물의 2층으로 가셨다.


편의점에 올때 2층이 있다는걸 본적은 있었지만, 창문이 가려져있고 간판이나 조명같은게 없어서 가게가 아니거나 모종의 사무실로 쓰는 공간인줄 알았다.


그런데…2층의 문을 열자, 거기엔 은은한 조명과 의자 및 테이블이 갖춰진 고급스러운 바가 있었다.


그런 바의 중앙, 술들이 진열되어있고 카운터 겸 테이블의 역할을 하는 배리어에서는 누군가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하하하하, 한잔 더!"


정장차림에, 어째서인지 마녀 모자를 쓰고 웃으면서 술을 마시는 취객누나 A.


…근데 왜 바텐더 자리에 있지?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여성은 더 놀라웠다.


"이런…손님이 오신것 같은데요."


수녀님? 수녀님 어째서?! 수녀님이 술 먹어도 되는거야? 그런거야?!



"손님? 이런 바에 손님은 무슨…엣, 사장님?"


취객누나 A는 바텐더 내지는 직원이 맞았는지, 내 앞에 서계신 사장님을 보고 사장님이라고 했다.


그보다, 가게 2개 주인이었구나. 사장님 부자셨네.


"그래…일 한번 잘하네. 술을 팔아야하는 바텐더가 술을 마시고 앉아있고말이야. 하하하."



"어어? 그러니까…그게…무, 문제는 없잖아요? 아니, 애초에 여긴 단골밖에 안오는데 그 단골상대로 한잔이라도 더 팔려고 영업뛰는건데요? 일종의…영업 전략이랄까? 아시죠?"


바텐더 누나는 허겁지겁 변명을 하며 눈앞에 있는 수녀님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하지만 수녀님도 그대로 넘어가줄 마음은 없었던건지, 바텐더 누나의 발언에 입을 열었다.


"자매님, 저를 파는겁니까?"


"에~이, 손님이 아니라 술을 파는거라니까요? 그보다 수녀님도 마음놓고 술마실 곳을 찾다가 인적이 드문 여기로 오신거잖아요."


"…세상에는 기도와 신앙으로만 해결되는게 없습니다. 술 또한 은총의 일부이니 괜찮습니다."


수녀님과 바텐더누나의 말싸움이 시작되려던 찰나, 사장님이 살기를 풀풀 뿜어내며 둘을 위협하셨다.


"거기, 얘기 나누는건 좋은데 지금 사장 대 직원과의 진중한 비즈니스 대화가 있어야할것 같은데…어떻게 생각해?"


사장님의 위협에, 수녀님은 매우 눈치빠르게 자리를 털고 일어난 뒤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비켜드리죠. 그리고…계산은 달아두세요."


그보다 몸에 가려서 안보였는데 바 위에 얹어져있는 저거 그냥 음료수잖아…이런 비밀스런 장소까지 와서 음료수 먹는거야?


그런 당황함과, 어색함, 그리고 사장님이 보여준 살기에 놀란 내 몸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수녀님은 계산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가려던 찰나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형제님?"


"네, 네?"


아까 볼때는 잘 몰랐는데, 수녀님 눈빛이 너무 무섭다. '신을 위해 죽어라!'라고 말하면서 누구 하나를 때려죽일것같은 눈빛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


"음…"


"마, 말 안할게요. 수녀님."


내가 말을 더듬으며 한 대답에, 수녀님은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후후, 저는 그걸 말하려고 한게 아닙니다. 뭐…언제 한번 성당에 한번 들려주시면 좋겠네요. 만약 안오시면…제 기분이 조금 상할지도."


저 눈빛이 너무 무섭다…수녀하기 전에 뭐 조폭이라도 했나?


수녀님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이미 바텐더 누나를 무릎꿇린 사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너, 뭐해? 나랑 얘기해야지."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지요, 자매님과…형제님."


수녀님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바의 문을 닫고 사라지셨다.


그렇게 바 내부에 3명만 남게되자, 사장님이 주위를 손짓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무튼, 여기가 조만간 네가 일하게 될 곳이야. 일은 간단해. 이 게을러터진 바텐더 대신 청소하고 잔 닦고 하면 돼. 술은 얘가 알아서 파니까 나머지만 맡아줘."


청소구나. 근데 손님이 되게 없는것같은데 굳이 알바를 쓸 이유가 있나?


"에~이, 사장님. 제가 술 파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줄 아시네요?"


"닥쳐, 술만 먹어서 살찐 주제에."


우와, 바텐더누나 뱃살이 육안으로 보일정도긴 해도 저렇게 대놓고 까다니.


그런데 바텐더누나는 사장님의 말에 상처받은건지, 내 다리를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흐에에~손님~! 아니, 새로운 알바님! 사장님 말이 너무 심해요오오~!"


갑작스러운 바텐더누나의 주사?에 사장님은 상당히 당황한 모습을 보이셨다.


"너, 너 뭐하는거야?"


"흐에엥~또 혼내고 계셔요~알바님? 그보다 몸에서 엄청 좋은 냄새가 나는데…혹시 오기전에 술 마셨어요? 40년산 싱글몰트 위스키의 냄새가…"


진짜 많이 취했나보네. 손님한테 판매하는건 구라고 그냥 본인 술마시려고 바텐더 하는게 아닐까?


"…사장님, 진짜 바텐더로 적합한 분 맞아요?"


"유감스럽게도, 실력은 있어."


그렇게 나는 하루만에 심상찮은 분위기와 주변인들만 있는 일자리를 두개나 얻게 되었다.


…나, 사고당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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