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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령관과 발키리가 연기 연습을 하고 있는 동안 시간은 지나갔어.

 대략 몇 주 정도 지났다고 칠까?

 구체적인 기간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동안 이 바이오로이드의 마을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어.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졌다는 걸 거야.

 

 당초 살아남는 것에 집중했던 바이오로이드의 집단이었으니까, 당연히 마을도 요새와 비슷한 느낌이었지.

 안전하지만, 기능미만 중시되어있고, 녹슨 철물 따위로 방벽을 세워둔 그런 마을 말이야.

 당연히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고, 반대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니 좋은 거처라고 할 수 있었어.

 그렇지만 사람이 빵으로만 살아가는 건 아닌 법이잖아?

 

 바이오로이드들은 인격체이고, 여성인 만큼 보다 자유롭고 화사하게 지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법이야.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조금만 걸어 나가도 구문명의 찬란한 도심을 볼 수 있었는데 신석기 시대의 우가우가 아포칼립스 땜빵 벙커 같은 곳에서 지내는 건 여러모로 정신건강에 좋지 않았었지.

 

 그렇다고 마을을 허물고 확장하기에는 최고 지도자인 레오나가 심신미약 상태인게 문제였어.

 안전한 것 같기도 한데 만약을 생각하면 무작정 넓히기는 어렵고, 인가를 내주어야 할 최고 지도자는 인사불성 상태이니 그냥 다들 현상 유지만 하고 있었던 거야.

 

 인간이었다면 이쯤에서 출세욕에 가득 찬 누군가가 ‘여러분! 절 믿으시고 생업에 종사하십시오!’ 같은 걸 하면서 권력을 쥐려고 하겠지만, 이상적인 공산주의가 가능한 바이오로이드인 만큼 그냥저냥 분업하면서 잘 살고 다녔지.

 

 그러던 와중에 나타난 유일할 인간인 사령관의 존재는 낯설음과 위협과, 경계심의 대상이었지만, 반대로 변화의 시작이기도 했던 거야. 

 

 바이오로이드의 근간인 인간을 보조, 봉사한다 란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고, 의식적으로는 몇 십년 동안 부재 중이었던 최고 지도자의 등장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

 

 그리하여 처음의 날이 선 분위기는 사라지고 이제 와서는 사령관을 굉장히 환영하는 분위기가 된 거야.

 

 “그러다보니 마을 확장으로 자잘한 사건 사고는 있어도, 치안대가 나설만한 분쟁계열은 거의 없는 상황이야. ....당신 말대로 다 되었네.”

 

 “나라고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겨우 몇 주간 일어난 변화로는 고무적이군.”

 

 아이언 애니의 보고를 받는 사령관은 이제는 완연히 상급자 티가 나기 시작했어.

 분열을 막기 위해서 사령관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던 아이언 애니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지.

 걱정하고 우려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고, 반대로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어.

 그저 자매들이 갈라서지 않기를 바랐던 아이언 애니로서는 오로지 기쁘기만 할 일이야.

 

 “다만, 좀 불만 사항이 올라오고 있어.”

 

 “음? 무슨 일이 있나?”

 

 그랬기에 사령관으로선 아이언 애니의 말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지.

 분위기 좋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 갑자기 불만 사항이라니, 심각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거야.

 

 “그, 사령관 당신이 시킨 일 있잖아. 저쪽이랑 관련 된 거.”

 

 “아, 그쪽이였나.”

 

 “응, 그 작업 하는 애들에게서 불만이 나오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부담되는 일인데 아무래도 당신으로 인한 변화가 계속 좋은 쪽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더 부담되는 거겠지.”

 

 “그쪽도 생각지도 못한 오산이로군.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힘내달라고 전해줘.”

 

 사령관의 말에 아이언 애니는 고개를 푹 숙였어.

 머리로는 이해 하지만 푸념은 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내 머리를 도리질 쳤어.

 효과가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령관에게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듣기도 했었고.... 무엇보다도

 

 “레오나씨는 우리 모두의 은인이니까. 회복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어.”

 

 “....그래,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알았어. 그 애들도 알고는 있지만 힘들어서 그런거니까. 그건 상급자로서 이해해 줘.”

 

 “원래 높은 사람은 욕을 먹는게 일인 거야.”

 

 “하하, 그걸 높은 사람이 직접 시키는게 우습기는 하지만.”

 

 아이언 애니는 가볍게 웃고서는 이내 사령관 실을 떠났어.

 사람들 사이의 분쟁은 없다지만, 치안대는 이 마을의 유일한 무력집단이고 그만큼 그 대장인 아이언 애니가 해야 할 것도 많았으니 말이야.

 

 “후우....”

 

 혼자 남겨진 방의 주인은 답답함을 흘려보냈지.

 아이언 애니에게 했던 말들은 그저 빈말이 아니었어.

 실제로도 준비는 거의 다 끝내가거든.

 발키리의 연기는 이제 완숙의 경지에 닿았고, 성량과 발성 또한 멀리서도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지.

 문제가 있다면 작전 그 자체야.

 

 이런 걸로 정말로 회복이 될까? 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이었지.

 만약 안 된다면... 그 때는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까?

 사령관은 일의 준비가 거의 다 끝나 갈 때쯤 누구나 느끼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어.

 

 

 

 

 “들었어? 그 자칭 사령관이란 인간 말이야.”

 

 “왜? 오늘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또 성추행 하고 다니더라고.”

 

 “정말? 자기 동상 만들라고 해서 마을 사람들을 전부 고생시키고 있는 와중에 또?”

 

 “으... 진짜 듣기만 할 때도 짜증났었는데 직접 만나니 더 악몽이야.”

 

 “그러게. 역시 인간은 안 되는 건가봐.”

 

 “발키리씨가 불쌍해.”

 

 사실무근인 말을 들으면 알겠지만, 진심으로 하는 뒷담화가 아니라 사령관이 시킨 뒷담화였어.

 경멸과 비난이 스며들어있는 목소리는 굉장히 그럴싸했지만, 만약 직접 보았다면 느낌이 달랐을 거야.

 그야 시선을 완전 부자연스럽게 사방으로 튀고 있었고, 행동거지는 뻣뻣한데다 손끝은 떨리고 땀은 삐질삐질 나고 있었으니까.

 누가 봐도 나 속이고 있는게 있어요! 라고 동네방네 말하고 다니는 꼴이었지만, 상관없었어.

 지금 살포하고 있는 유언비어의 대상은 아직도 눈을 감고 누워있었으니까 말이야.

 

 “.....”

 

 조용히 누워있는 레오나는 그녀들의 말에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어.

 늘 그래왔듯 그저 가늘고 얕게 숨을 내쉬고 있을 뿐이었지.

 혹시라도 무언가 반응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 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방 담당 아이들은 그런 레오나를 보며 안타까움의 한숨을 내쉬었어.

 

 “레오나님이 일어나셨으면....”

 

 “쉿, 그런말 하지 말아.”

 

 마음에도 없는 유언비어와 중상모략을 하는 것은 꽤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깨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이정도의 정신적 피로는 참을만 했었지.

 그랬기에 이번에는 정말로 진심이 잔뜩 섞인 한마디를 내뱉고선 방 정리를 끝마쳤어.

 

 “......흣”

 

 가늘고 옅게 이어지던 숨소리가 변화하고 손가락 끝이 조금 떨려왔지만,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어.

 

 

 https://arca.live/b/lastorigin/53698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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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짧지만 다음 편이 한번에 길게 이어져야 해서 미리 좀 끊음.


재미있게 보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