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여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하던가. 지금의 핫팩이 그랬다.


"조, 좋기는 무슨.."


그럼에도 솔직하지 못한 대답을 하는 모습은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헤벌쭉하게 웃고 있었던 주제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갈무리하며 정색하는 그의 표정은 여러모로 웃음을 주었다. 언제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렇게 남자와 단 둘이 앉아, 농담이나 따먹고 있는 내 모습을.


"헐~ 정말? 일부로 가장 야한 걸 골라서 입어봤는데..."

"확실히 노출이 심하긴 하네."

"뭐야, 관심 없는 듯 했으면서도 전부 보고 있었구나?"


꼴에 남자다 이거지? 미묘하게 관심 없는 듯 하면서도 그의 시선이 노출된 가슴이며, 복부 언저리에 쏠리는 것이 느껴져 우쭐한 감정이 들었다. 좋아하게 된 이성에게 받는 뜨거운 시선. 그것이 이렇게 기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그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음.. 이렇게 좋아해주는 핫팩에게.. 다른 것도 해줄까?"

"다른 거?"


다른 것이란 말에 입으로는 관심 없는 척, 노출이 심하니 뭐니 했으면서도 반색 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좋은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한 웃음이 입을 비집고 나오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여주니 나는 그를 놀리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힘든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음.. '오빠~' 라던가, '자기야~' 같은 거?"

"윽..!"


오빠라는 말 한마디에 움찔거리고, 자기야라는 말에 마시던 커피를 뿜어내는 그의 모습에 또다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스스로의 모습도 웃기게 느껴졌다. 냉혹하게 여제의 명령에 따라 사람을 죽이고, 일말의 자비를 보이지 않았던 사냥개가 이제 단 한 사람의 남자에게 빠져버려 아양을 떠는 모습이라니. 아마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아마 몰랐겠지. 이렇게 마음을 놓고, 함께 마주 보면서 웃고 떠드는 내 모습은 어색하기 그지없었으니까. 여제의 사냥개는 이제 사령관의 애완견이나 다름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몸도, 마음도 모두 그에게 내어주었고 이제 그의 행복이 가장 큰 목표가 되어버렸으니.


"확실히.. 오빠나 자기야는 파괴력이 강하네.."


그를 바라보며 감회에 젖어있는 내게 그가 중얼거렸다.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도 않고 뿜어낸 커피를 수습하는 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당혹감은 겨우 이 정도의 말로도 그가 충분히 기뻐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겨우 저 정도의 말로도 이렇게 기뻐하는 그에게, 과거의 사냥개가 새로운 주인에게 자리를 잡고 품게 된 목표를 말해주면 어떻게 될까?


"뭐야~ 겨우 오빠랑, 자기야 라는 말에 그렇게 당황해?"

"겨우라니! 누구나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당황한다고!"

"그래? 그러면 앞으로 듣게 될 말에는 까무러치겠네~ 그건 그렇고.. 어후~ 추워!"


무슨 말을 더 하려는 것인가 경악하는 그를 바라보며, 살며시 그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밀착 시켰다. 노출이 많고 얇은 옷을 입었기에 체온이 떨어져 있어서 괴로웠던 차에, 그의 따뜻한 온기는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


"아아~ 좀 살겠다.. 추웠는데 이렇게 몸을 붙이니 좀 살겠네."

"추위는 많이 타면서 왜 그렇게 입은 거야?"

"그야~ 주인님 너, 이런 야한 옷 좋아하잖아~"

"좋아하기는 누가 좋아해!"


입으로는 싫다고 하는 주제에, 그는 나를 피하지 않고 툴툴 거리면서도 안아주었다. 내가 그에게 빠져든 것은 그가 이렇게 몸도, 마음도 따뜻하고 훈훈해서 나를 품어주기 때문이었을까. 사랑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기에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나에게 반한다는 것은 이 정도의 것으로도 충분했다.


"발뺌하시겠다?"

"발뺌이라니.. 읏! 뭐, 뭐야?"

"그럼... 이건 뭘까요~?"


살며시 손을 뻗어 그의 사타구니를 문지르니 바지 너머로도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딱딱한 흉기가 잡혔다. 얼굴은 온순하게 생긴 주제에, 이렇게 흉악한 흉기를 갖고 있으니 남자란 참 알기 힘든 생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앞으로 이 흉기가 누군가에게 쓰일지 명백했기에 지금부터 이 흉기를 조금 길들여 놓을 생각이었다.


"이 몽둥이는.. 벌써 딱딱하게 시동이 걸렸네? 말로는 발뺌하면서도, 봐봐. '너~무 너무 좋아!' 이러고 있잖아." 

"그건 네가 만져서..!"

"하아~ 이 몽둥이가 날 때리면... 이제 오빠나 주인님이라고 못 부를지도 모르겠어."


살며시 그에게서 몸을 떨어뜨리며 앞치마를 들어 올려 속옷을 그에게 선보였다. 얇은 끈 하나만이 간신히 성기를 가리고 있는 천을 붙잡아 주고 있어서 아슬아슬한 속옷. 이런 속옷을 고른 것 역시, 그가 이런 취향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그 몽둥이를 잘못 휘두르면.. '애 기 아 빠' 가 돼버릴지도 모르는데..."


애기 아빠란 말에 결국 이성의 끈이 끊겨버린 것일까. 순식간에 그가 나를 덮쳐 누르며 옷의 끈들을 풀기 시작했다.



 

천아 중파 개꼴리네

확률적 임신 몽둥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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