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타리온 외전은 재미있었고 스틸라인 외전은 멋졌음.


개인적으로는 스틸라인 외전을 많이 기대하고 있어서 이 글에서는 스틸라인 외전 위주로 얘기해볼까 함. 보면서 되게 좋았다고 느낀 것들을 좀 생각해봤음.



1. 타이밍


이번 이벤트 스토리가 꽤 진지한 얘기기는 했지만 긴 시간 동안 라스트오리진의 배경설정에 어울리는 묵직한 스토리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었음. 메인 스토리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은 건 순수하게 떡밥만 쌓아두고 풀어야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인 부분도 있지만, 방주-역바니-데이트로 이어지며 가벼운 이야기 위주로 다룬 이벤트가 연달아 나와서, 진지한 이야기 보고 싶은 사람이 늘어난 것도 한 몫을 했을거라고 생각함. 그런데 여기서 배경설정에 딱 맞는 분위기있는 내용이 딱 나왔단 말야. 덕분에 아주 재밌게 봤음.


타이밍이 좋다는 건 위에서 말한 전체적인 스토리의 경중 관점도 있지만, 스틸라인의 이미지 확보라는 관점에서도 아주 좋았다고 생각함. 기존의 스틸라인 스토리에서 아쉬운 점을 들자면 너무 군대개그랑 군대 PTSD를 강조한 점이라고 생각함. 덕분에 사병들은 고문관 브라우니와 아이들 느낌이 되고, 레드후드나 마리 같은 애들이 얽히면 뭔가 사병들의 현황은 잘 모르고 존나 굴리기만 하는 상관 같은 느낌이라, 한 부대지만 둘로 갈라져있다는 느낌이 아쉬웠음. 그렇다고 피닉스, 레드후드, 마리 같은 상관급들끼리 뭔가를 보여주는 것도 없고 말이지. 그나마 성역 때 마리가 레드후드 인정하는 모습 보여주던 것 정도? 


간단하게 비교해서 마리 vs 칸의 이미지 보면 마리에게 진지한 케어가 필요한 상황이기는 했다고 생각함. 둘 다 100년 넘게 전장에서 구르며 생존한 개체지만 부하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은 이미지는 대체로 칸에게 몰려있지. 이번 외전이 마리 외전이 아닌 스틸라인 외전이지만 아무래도 대장이니만큼 마리 비중이 컸고, 여기서 많은 이미지 회복에 성공했다고 생각함.



2. 놓치는 애들 없이 잘 챙겨줌


스틸라인 외전은 처음으로 시작하는 부대 외전 컨셉이었음. 캐릭터 외전과 비교했을 때 부대 외전이 갖춰야 할 덕목은 뭘까? 아무래도 놓치는 애들 없이 두루두루 챙겨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게 내 생각이었고, 이 관점에서 이번 스틸라인 외전은 꽤 훌륭했다고 생각함.


물론 전체적으로 마리의 비중이 좀 높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 마리는 원래 명예회복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 정도면 준수하다고 봄. 개인적으로 이번 이야기에서 높게 치는 건 피닉스임. 그리고 비중 측면에서 높은 건 아니지만 브라우니, 레프리콘, 임펫 등 지금의 오르카 인원들과는 다른 역할을 맡는 모습, 그런 현실 때문에 드러난 그녀들의 특성과 그게 어떻게 현재로 이어지게 되는지를 살짝 비쳐주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계도 무척 마음에 들었음. 오르카에서의 스틸라인이 FM식 스틸라인 편제가 아니라 과거로부터의 성장이 녹아든 새로운 스틸라인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구. 근데 브라우니 2056 넌 왜...


부관 브라우니는 기존에 설정도 풀었고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갔어야 할 캐릭터라고 생각함. 외모를 다르게 만들어줘서 딱 봐도 백전노장이라는 이미지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것 같음. 많은 금손들이 2차 창작에서 보여준 것처럼 간지나게 나왔음. 마리를 제일 잘 아는 부관이라는 느낌도 있었고, 짬 먹을만큼 먹고 짬킹 간지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고.


피닉스는 상당히 의외일 정도로 좋았는데 스마조가 지금껏 오르카에 합류한 계기라든가 부대 배속 같은거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뤄주지 않았단 말이지. 근데 둠 브링어에서 전출왔다는 설정이 있어서 특별대우인지는 몰라도 이 부분을 제대로 부각해줘서 좋았음. 특히 이렇게 은근슬쩍 지나가면서 궁금해하던 떡밥 풀어주는 솜씨가 분늑송에서 설정 푸는 방식이 생각나게 해줘서 멋있더라. 분늑송 2부와 스틸라인 외전을 합쳐도 피닉스 분량이 그렇게 많은 게 아닌데, 짧은 출연만으로도 캐릭터 이미지가 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잡힌 느낌임.



3. 전투씬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는건데 쓸데없는 전투씬 많이 안 넣어서 참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음. 중간에 예의상 마리가 지휘하는 장면을 넣어주기는 했지만 짧게 잘라서 좋았음. 어차피 스토리 작가들이 전략전술의 달인도 아니고 그럴싸한 전투씬이나 부랄을 탁 치게 만드는 기책 같은 거 짜내기 쉽지 않음. 괜히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분위기만 맞춰주고 어색하지 않게 빼는 선택지가 훨씬 좋다고 생각함. 전투가 지나감에 따라서 소모되어가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해줘서 실제 전투씬은 없더라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분위기는 충분히 느껴졌음.


굳이 아쉬운 점을 넣자면 상황이 상황이었으니만큼 실제로 누구 한 둘 정도 죽어나가는 장면을 보여줬다면 위급함이 실감나게 전달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차피 유언 대신에 보여줄 영상편지도 있었고 식량은 남아돈다는 씁쓸한 표현으로 초장부터 암울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잡아줬으니 지금 정도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함. 위기를 보여준다고 어설프게 털리는 묘사 넣다가 괜히 안 좋은 이미지 붙을 바에는 무난하게 좋은 선택지 아닌가 싶음.




대충 자세한 내용들은 다 쓴 것 같고, 나는 오늘 업데이트된 스토리들 중에서 외전 두 개가 분늑송 3부보다 좀 더 마음에 들었음. 물론 분늑송 3부도 나앤, 실피드의 대담이라든가 3년만에 농사일 맡고 즐거워하는 드리아드, 다프네 같은 장면은 무척 좋았지만 난 스틸라인 외전이 제일 좋고 그 다음이 골타리온 외전, 마지막으로 분늑송 3부 순으로 마음에 들더라.


내 취향이 대세라는 보장도 없고, 우로부치가 3부는 꽤 가벼운 기분으로 쓴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오늘 하루만큼은 스마조 스작이 우로부치를 이겼다라고 말해주고 싶음. 앞으로도 고퀄리티 외전 많이 나왔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