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자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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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시여..."


"저희는 구원 받을 수 있나요...?"


"이제 대답해 주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당신이 주신 시련도... 전부 받아냈어요."


"그런데 왜... 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왜!"


"그 꼬마 천사님이 무엇을 잘못해서 데려가신건가요?"


"더... 더 많은 시련이 필요하신 건가요?"


"그러면 답해주실 건가요!?"


그녀는 왼팔을 크게 들어 자신의 팔을 찔렀다.

주사액이 들어가는 차가움과 이물감에 움찔였다.

"아아..." 세계가 점점 흐릿해져간다.



아자젤은 따가운 햇볕에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여긴...?"


뾰족한 가시에 검은 잎, 뿌리는 썩어 뒤틀린 꽃이 가득 피어있다.

발톱이 푸른 은빛 새 떼가 몸을 구부려 꽃을 뜯는다.

하지만 꽃은 계속 자라난다.

그녀는 그 광경에서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바람을 타고 누군가의 말이 속삭여온다.

'폭력, 아름다움, 진실. 이 모든 것이 널 기다리고 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아자젤은 걸음을 내딛었다.


'영원한 꿈으로 정말 많은 생명을 잃었다.

빛에 대한 기도는 그들을 보호하지 못 했어.

빛에는 나약함만 존재한다.'


내딛었다.


'빛은 소녀, 꼬마 천사를 버렸다.

그녈 죽게 내버려뒀다.

빛에는 실패만 존재한다.'


내딛었다.


'철의 무리는 수많은 인간과 바이오로이드를 차례대로 도살했다.

빛은 잠자코 바라만보며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리고 대참사가 일어났다.

빛에는 죽음만이 존재한다.'


내딛었다.


'빛은 빼앗지만 어둠은 내어준다.

이리와라... 두려워할 것 없다.

더는 꼭두각시로 살아가지 마라.

더는 사랑하는 이들이 사라지게 내버려두지 마라.'


그리고 자신 앞에 멈춰섰다.


"당신은...?"


'아직도 우릴 못 알아보겠나?'

'우린 네 아군이 아니다.'

'적도 아니고...'

'우린 너의...'



'구원이다.'


*


"...니, 언니... 언니 눈 좀 떠봐요...!"


"아...엔젤..."


"언니!" 엔젤은 아자젤이 붙잡고 있던 빈 주사기를 내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더는... 더는 그 약 쓰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엔젤... 아아... 내 사랑스런 엔젤... 전 계시를 받았답니다... 우리 모두를 구원할... 계시를."


엔젤은 아자젤에게서 평생 느껴본 적 없던, 느낄 리가 없을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등골에 흐르는 한기에 작게 날개를 떨며 다시 아자젤을 들여다보았다. "언니...?"


"이제... 모두 괜찮아질 거에요."


그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