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본대와 합류한 뒤 보급소로 돌아가 재정비하는 와중 바이저에 연결된 단말로 연락이 들어왔다.


내용은 시티가드 지부로 모여달라는 내용이었다.


"어이, 워울프"


"뭔데 리더"


"무기 점검하고, 탄약 보급한 다음 쉬고 있어"


"뭐야, 어디 가는 거야?"


"지휘관들 시티가드 지부로 모이라던데"


" 또 뭔 회의가 있나 보네?"


"그러게, 하여튼 자리 좀 비울 테니까 부대원들한테 이야기 해둬"


"알았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워울프에게 자리를 비우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는 시티가드 지부로 향했다.




-임시 회의실-


마리를 비롯한 지휘관 개체들과 나와 같은 스쿼드 리더들 몇몇이 모인 임시 회의실에서는 작전 회의가 한창이었다.


"왔군"


"예 왔습니다"


"조금 늦었군, 회의는 거의 끝물인데 말이야"


"죄송합니다 마리 소장님, 보급소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좀 늦었네요"


"소장은 무슨 그냥 편하게 부르는 게 어떤가"


"아니 그래도..."


"첫 출전치고 꽤나 인상적인 전과였다, 지금은 자네를 정식 지휘관으로 인정할지에 대해 토의 중이였지"


"칸 소장님??"


"일단 거기 앉아, 이것저것 할 이야기가 많으니까"


사령관이 내게 말하며 지휘관들 사이의 의자를 가리켰다.


"당신, 구질구질하게 패장이라고 자조한 것 치고는 꽤나 활약했던데?"


"그러게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았나. 자신을 저평가 하지 말라고, 신나게 들쑤시고 다닌 걸 보니 마음에 더 드는군"


레오나가 칭찬한 뒤 이어서 아스널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겨우 다섯 명 남짓한 정찰조만으로 철충의 군세를 무력화 시킨 것이 그들에게는 꽤 놀랄만한 전과였나 보다.


"조금 당황스러운가 보군?"


"아, 예 소장님"


"그건 우리도 마찬가질세, 정찰하라고 보낸 소규모 정찰조가 철충의 정찰 부대를 다섯 개나 박살 내고 다녔다는데 당연히 당황스럽지"


거의 한 달 동안 우리 애들과 보내는 두세 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혼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보내서 그런지 사령관의 전과가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있던 나의 실수였다.


"아무튼, 그쪽 생각은 어때?"


사령관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사람이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이라고 그러셨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구태여 여기서 거절했다가는 되려 입장이 난처해지는 상황에 몰려버렸다.


'젠장, 그냥 묻어가려고 했는데...'


속으로 뜻하지 않은 결과를 자책했다.




-약 20분 후-


부대 배치도와 방어계획을 단말에 다운로드 받고 그걸 보고 있던 와중 사령관이 내게 다가왔다.


"몸 상태가 꽤 상했는데?"


"아, 마지막 전투 때 저희 팀 탄약이 거의 바닥나서 제가 선두에 서서 적의 시선을 유도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요"


"흠..."


"대부분은 외부 장갑판 손상뿐이고 구동계는 문제 없으니 작전 수행에는 이상 없습니다."


"아냐 아냐, 일단 라붕씨가 없더라도 방어 계획에는 큰 차질은 없으니까 지금은 보급소로 가서 정비를 좀 받아"


"아, 네"


"그리고 혹시 다른 필요한 거라도 있을까? 내가 봤을 때는 필요한 물건이 있을까 싶은데"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그가 물어보았다


"그... 이번 작전에서 화력이 좀 모자란 거 빼면은 부족한 건 없었는데요..."


"그럼 그 건은 포츈한테 이야기해 둘게, 이야기하면 만들어 줄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조금 더 있으려 했지만, 사령관의 만류로 등 떠밀려 중간보급소로 돌아가게 되었다.




-보급소-


"오셨습니까 지휘관님"


"어 레프리콘아, 별문제는 없었고?"


"네, 정비 완료하고 휴식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포츈씨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벌써 왔나 보네"


"무슨 일 있습니까?"


"나도 정비 좀 받으라고 잔소리 좀 들었지"


피탄자국들을 가리키며 나는 이야기 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더 확실히 엄호를 했어야 했는데"


"아니 괜찮아 괜찮아, 탄약도 없는 상태에서 우회해햐 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 내 아집으로 생긴 전투였으니까, 되려 내가 미안하지"


"그렇게 얘기하셔도..."


"아냐, 고생했다 레프리콘.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끝낼 수 있었어"


"감사합니다"


"그 뭐냐, 포츈씨는 어디 있는지 알어?"


"저쪽에 임시 정비창에 계실 겁니다"


"땡큐, 그럼 나도 정비 좀 받고 올 테니까 더 쉬고들 있어"


"알겠습니다"


레프리콘이 가리킨 천막으로 가보니 이런저런 무기들이 정비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계십니까"


"어, 오셨어요?"


"응, 사령관이 바로 가보라더라"


"어머, 왔구나? 여기 앞에 서면 되는 거거든"


"잠시 몸 좀 볼게요"


또다시 크레인에 들려 몸 이곳저곳의 장갑판을 들어내는 와중 포츈이 내게 질문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생한테 그쪽에 새 무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들었거든? 그렘린한테 말해두면 정비받는 동안 만들어 줄 수 있을 거 같거든"


"아, 까먹고 있었네"


"그래서 필요한 무장이 어떤 건가요? 뭐든지 말해주세요!"


"근데 무기가 그렇게 뚝딱하고 나오는 거야?"


"스틸라인처럼 제식 무장이 정해져 있는 부대들도 있지만, 기존 장비를 개조하거나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런 일은 익숙하니까 금방 만들어 드릴 수 있을 거예요"


"흠... 그러면... 포츈, 질문이 있는데 괜찮을까?"


"응?"


"아니, 정비팀이면 철충 해체도 해보지 않았을까 싶어서 물어보려고"


"우리 동생이 누나한테 또 뭘 물어보는 건 완전 처음이네? 뭐든 물어봐도 괜찮은 거거든"


"그 기생 당한 폴른들도 오르카의 폴른들과 같은 탄약을 사용해?"


"특별히 뭔가 강해진 개체가 아닌 이상 탄약은 같은 거거든"


"근데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하신 거래요?"


"아니, 같은 탄약을 쓰는 거면 현장에서 탄약 수급이 가능한 장비가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본 거지"


"설마 필요하다는 무기가 폴른이 쓰는 기관총인 거야?"


"아뇨, 그걸 쓰기에는 제가 좀 작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 탄약을 사용하는 소총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죠"


"문제는 없는데, 소총이면 좀 무겁지 않을까요?"


"일단은 경량화가 중요하니까... 볼트액션은 어때?"


"써본 적은 있어요?"


"...없는데"


"흠... 그래도 볼트액션이 그나마 제일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방식이긴 한데..."


"그건 누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거든, 스트레이트 풀 방식으로 만들면 조작하기 쉽지 않을까?"


"그거 괜찮은데요? 그렇게 만들어 드릴까요?


"나는 잘 모르니까, 알아서 만들어줘"


"네, 그럼 포츈언니 저는 저쪽에 가볼게요"


"응, 고생하는 거거든"


그렘린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안쪽에서 쇠를 깎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포츈은 크레인에 걸린 내 몸에서 장갑판을 완전히 들어내고는 이것저것을 만지작거렸다.


'다른 건 상관 없는데 이게 좀 지루하네'


갑자기 내가 움직이면 작업 중이던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 몸을 정지시키고 작업하는 것이긴 하지만 역시 매달려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건 조금 지루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포츈도 집중하고 있어서 이런저런 잡담을 하기는 실례겠지 하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렘린이 무기를 들고 돌아왔다


"짜잔, 어때요? 괜찮게 생겼죠?"


그렘린이 뒤에 작업을 도와주는 로봇 위에 싣고 온 무기는 거의 가슴께까지 올라오는 크기를 가진 커다란 소총이었다.


"저번에 기관총에 했던 거랑 동일하게 바이저랑 연동되도록 세팅해 뒀어요, 혹시라도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서 일반 조준기도 달려있으니까 문제는 없을 거에요"


"딱 기대했던 대로야, 고마워"


"별말씀을요"


"장갑판 다는 것도 다 끝나가거든, 곧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예, 감사합니다 포츈씨"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자 갑자기 사령관이 있을 시티가드 지부 쪽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엣? 무슨 소리죠?"


"뭔일 난 거 아냐?"


"잠깐 기다리는 거거든, 그렘린 언니 좀 도와줘!"


"네 알겠어요 언니!"


두 명의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붙어 순식간에 내 몸의 정비를 끝내고 나를 크레인에서 내렸다


나는 그렘린이 만들어준 소총을 둘러매고 같이 가져온 탄약 가방을 허리춤에 차고 급히 나왔다


"지휘관님!"


레프리콘이 브라우니와 함께 내 기관총과 가방을 들고 뛰어왔다.


나는 탄약 팩을 등에 매고 총을 허리춤에 걸쳐둔 뒤 단말로 통신을 했다.


그리고 듣게 된 내용은 철충이 사령관이 있을 시티가드 지부에 공격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