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데이 R 1화 :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지구, 스발바르 제도-


공성 전차의 폭음이 천지를 뒤흔들고 있었다. 포격 지원을 받으며 CMC 전투복을 착용 한 스틸라인 부대들과 충격탄을 장비 한 아머드 메이든과 캐노니어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폴른과 렘파트들 역시 새로 지급 된 탄환을 사용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선 도망치는 드론, 와쳐들과 그들을 쫒고있는 스카이 나이츠와 바이킹들의 모습이 지나가고 있었다. 제공권 싸움은 오르카의 완승이었다. 오르카의 부대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따라온 토미 워커들은 일정 구간마다 벙커와 미사일 포탑을 건설하며 전선을 굳히고 있었다. 


스발바르 제도에 온건 에바 프로토타입의 메세지 때문이었다.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스발바르 제도엔 유전자 씨앗과 생명체들의 종자들이 다량 보관되어 있는 거대한 방주가 있었다. 인류의 부흥을 위해선 꼭 필요한 시설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난입한 레모네이드 델타가 몇개의 방주를 파괴했었고 이를 막으려는 펙스와 오르카 사이에 전면전이 발생했던 것이었다. 


독하게도 레모네이드 델타는 생명체라고도 하기 힘든 마리오네트까지 만들어 자신의 군대를 꾸려놨던 상황이었다. 생명의 존엄함을 짓밟는 행위에 많은 대원들이 분개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마리오네트로도 힘이 부쳤는지 전선은 오르카 세력이 밀어내고 있었고 이제 마지막 펙스 주둔구역에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전투중인 오르카 지상 병력들 사이로 육중한 로봇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공중전 정리가 끝난 바이킹들이 돌격 모드로 합류한것이었다. 측면 부분을 노렸던 레모네이드 델타 세력의 공격은 오르카가 다량으로 매설해 놓은 땅거미 지뢰에 의해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전장의 매캐한 연기를 뚫고 거대한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타이런트와 토르가 수송되어 전장에 합류했던 것이다. 타이런트의 플라즈마 포와 토르의 250mm 타격포가 작렬했고 전선은 빠른 속도로 붕괴되었다. 마침내 더 이상의 전투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델타측이 병력을 물리기 시작했다. 스발바르 제도의 전투는 오르카 세력의 완승이었다. 이제 이 지역은 오르카 세력의 새로운 주둔지가 될 것이다. 오르카를 정박시키고 방주가 있는 지역 부근에 병력을 주둔시키기 시작했다. 민간 바이오로이드 역시 방주에서의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업적들이었다.


"순조로웠군."


사령관이 말했다.


"델타를 이렇게 쉽게 몰아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철충은 강한 적이니 방심을 하셔선 안됩니다."


레모네이드 알파가 조언했다. 옆에 서있던 아르망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견에 동참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다만, 그래도 역시 믿기지가 않아.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와있다는게."


사령관은 모두가 자랑스러웠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대원들이, 자신 주변에서 보좌해준 지휘관들이 모두 자랑스러웠다. 부족했던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녀들 덕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기 그지없었는데 얼마 전에는 취임 3주년 기념 파티까지 열어줬던 그녀들이었다. 사랑스러운 대원들. 사령관들은 앞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들에게 보은하기 위해서라도. 생각에 잠겨있을때 문이 열리며 포츈이 들어왔다. AGS 정비에 대한 보고 때문인 듯 했다.


"사령관, 누나왔거든. 폴른과 바이킹들이 조금 파손이 있긴 했지만 심한 문제는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거든."


"정말 고마워 포츈. 주호씨가 떠난 이후로 많이 바빠진 것 같은데 조금 쉬어가면서 일하도록 해."


포츈은 그저 웃음지어보였다.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사령관에 대한 고마움인지, 여전히 일이 많기에 마음 놓고 쉴 수는 없다는 현실에 대한 자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벌써 3개월은 지난 것 같네..."


사령관은 의자에 몸을 뻗었다.


"많이 그리우신 모양이군요 주인님."


레모네이드 알파가 말했다.


"뭐... 많이 그립지. 유능한 대원이기도 했지만 좋은 친구이기도 했는데 말야. 오르카에 새로 생긴 주점에서 한잔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좀 쓸쓸하게 느껴지더라고."


사령관은 아르망을 보며 물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르망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부정이라기 보다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차원을 넘어서 왔다는 사실은 저도 계산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다시 차원을 타고 올 수 있을지... 이대로 영원히 헤어질지는 저도 에측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아르망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좋은 분이셨던 만큼.... 많은 오르카 대원들이 재회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할겁니다."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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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년, 최후의 전쟁 종결 1년 후, 


코프룰루 외곽, 행성 "엘도라도" , 테란 자치령 구역.


자치령 군사 연구소 산하 연구소 MW-103. 많은 기술자들이 돌아다니며 자치령의 군사 기술을 개량하기 위한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실험동 2동에서는 바이킹의 신형 게틀링 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고 실험동 3동에서는 밤까마귀에 기술자들이 달라붙어 기체를 정비하고 새로운 장비를 장착시키고 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개발2팀 회의실에선 직원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엔 폭죽을 든 채, 누군가는 케이크를 든 채로 서있었다. 문이 열리고 주인공이 들어오는 순간, 갑자기 불이 켜지고 폭죽과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기술 채택 축하드립니다!"


주호는 웃어보였다. 내 참, 누가 보면 승진이라도 한 줄 알겠네. 그저 새로 고안해서 제출 한 기술이 군부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서 정식 기술로 채택되었을 뿐인데 말이지. 뭐 기분이야 좋기는 하다만.


"정말 대단해요! 적의 기계병기를 파고 들어가서 회로를 침식시킨 다음 제어권을 탈취하는 병기라니! 저그의 감염 메커니즘을 이런 식으로 구현하실 줄은 몰랐어요!"


"어.... 그래... 고마워...."


웃어보이며 주호가 말했다. 다만 저그를 모티브로 한건 아니지만 말이지....


"그래도 디자인이 좀 아깝긴 했어요. 무슨 벌레처럼 생겨가지고는..."


"얌마 오히려 그래서 더 어울리는거야! 이름도 철충이라고 붙이면 딱이구만? 응? 철충! 저그같은 벌레들도 있는데 뭐!"


하하하.... 그래.... 그 철충이라는게 다른 세계에 실존하는 놈들이라고 한다면 날 미친놈으로 보겠지. 그냥 저대로 두자. 주호는 그렇게 생각하고 팀원들을 진정시킨 후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에 주호가 맡은 프로젝트는 새로운 바이킹의 게틀링 포 무장에 대한 것이었다. 위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기에 이번 기회에 탄환과 무기 모두를 개량해보려는 계획이었다. 성과도 나오고 있었다. 두꺼운 장갑을 순식간에 걸렛짝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화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농담조로 누군가가 말했다. 바이킹의 파일럿들이 돌격 모드의 버튼을 누르는 경우는 두가지 경우라고. 첫째는 지금 돌격 모드를 하면 아군의 승리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상황이거나, 둘째는 지금이라도 돌격 모드를 하지 않으면 패배하게 생겼거나. 물론 돌격 모드의 바이킹이 지상 작전에 참여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런 병기의 화력이 강력할수록 아군에게 더 도움이 될테지.




점심 시간이 되어 주호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오늘은 점심으로 뭘 먹을까... 햄버거는 저번에 먹었고... 오랜만에 동양풍 음식이나 먹어볼까? 일식도 괜찮을 것 같고... 한식? 한식이 땡기는데. 뚝배기 불고기나 먹으러 갈까? 돌솥 비빔밥도 괜찮을 것 같고. 나, 참 점심메뉴 정하는 것도 일이라니까.


"야! 사람이 부르는데 무시하는거야!"


그제서야 주호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캐시, 네가 여긴 왠일이야? 우모자에 있는거 아니였어?"


"자치령 연구팀이랑 공동으로 엘도라도 생태계 조사하러 나왔었지. 한스 박사님이 우모자 연구팀 대표로 왔고. 월차 받아서 모처럼 너 있는 곳으로 왔는데 말이야. 사람 무시하기나 하고! 엄청 섭섭했다는거 알아 몰라!"


"미안해. 점심거리 생각하다가 넋놨었나봐. 모처럼 만났으니 같이 먹을래? 불고기 먹으러 가려던 참인데."


"뭐야, 모처럼 사주겠다는거야? 그럼 거절 할 수 없겠는데!"



식당으로 향하며 주호는 캐시의 얼굴을 몇번이나 쳐다봤다.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캐시가 자신의 옆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뭐야?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니면.... 음흉한 생각 하는거야?"


캐시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던지 내 자유거든."


"헤헤헤, 부정하지는 않는거 봐. 진짜 웃기다!"


주호는 그대로 손을 캐시의 이마에 갔다 대더니 그대로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캐시가 이마를 부여잡았다.


"사람도 적당히 놀려야지."


"으...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뭐가?"


캐시는 초대장을 내밀면서 말했다.


"이번에 네 주변에 있는 차원장 연구시설에서 기술 시연한다고 우리 불렀잖아. 나는 한스 박사님이 바쁘셔서 대신 가게 됬거든. 너도 올거야? 분명 너한테도 초대장이 왔을텐데,"


주호는 자신에게 왔던 초대장을 떠올렸다.


"음... 왔었지... 근데 굳이 가야하는지는 모르겠다. 커스터 녀석이 엄청 재수없게 거들먹거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커스터는 주호의 대학 동문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 많이 하는 부잣집 출신이었고 캐시에게도 자주 집적거리던 녀석이었지. 정말 재수없는 녀석이었다. 흔히 말하는 만나면 밥맛 떨어지는 녀석. 그 녀석이 지금 차원장 연구소에 있댄다. 별로 보고싶은 녀석은 아니었다.


"뭐 어때, 걔 보러 가는것도 아니고 기술 보러 가는거잖아. 솔직히 프로토스 기술을 해석해가며 만든 기술이라니 기대되잖아."


주호는 말없이 생각했다. 확실히 차원장 프로젝트에는 관심이 가기는 한다. 자신이 오르카로 갔을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 뭐... 커스터야 알게 뭐야. 주호는 시연회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오르카 하니까 지금쯤 그쪽에선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는데..... "


"무슨 생각해?"


주호는 캐시를 바라봤다. 캐시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주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 봤던 것이겠지. 주호는 머리를 긁적인 후 웃어보이며 캐시에게 대답했다.


"별일 아냐."


그 순간 경보음이 들려왔다. 뭐지? 


"시설 내 무단 침입 감지! 시설 내 무단 침입 감지! D-14구역의 인원들은 즉시 대피바랍니다! 경비 병력은 무장 후 D-14 구역으로 이동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시설 내...."


시설의 부관이 침입자 발생을 알렸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있었다. D구역이면 옆동인데? 분명 개인화기 연구소였지?


주호와 캐시는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뭐... 우리 일은 아닌 것 같으니.... 주호는 그대로 통신을 연결해 팀원들에게 시설 문단속 잘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후 주호는 개발2팀 시설 관련 알고리즘을 전부 바꿨다. 팀원들에게 이를 공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호 주변으로 해병들이 달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당분간 검문때문에 골치만 아파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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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분대 하나가 D-12구역의 연구실 문 앞에 서있었다. 방금 전 돌입했던 다른 분대가 통신이 끊어졌다는 보고를 받고 지원 병력으로 온 분대였다. 경비팀장이 분대장에게 신호를 보냈고 분대장이 손짓하자 해병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이저를 내리고 시설 문 개방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들이 본 관경은 참 꼴불견이라고밖에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시설 내에 해병들이 죄다 쓰러져있었다. 죽은 것은 아니었다. 널부러져 있는 해병들은 버둥거리며 일어서려고 애쓰는 듯이 보였다.경비팀장은 즉각 해병 하나에게 달려가 바이저 옆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바이저가 열렸다. 해병은 안쪽에서 헐떡거리고 있었다.


"아이고... 팀장님.... 좀 도와주십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침입자가... 한놈이라 쉽게 봤는데 그 놈이... 전투복의 동력을 죄다 차단시키고 도망쳤습니다..... 이거... 동력이 꺼지니까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있어야 말이죠...!"


"무슨소리야! 분대 8명이 침입자 하나를 못당해냈다는게 말이 되냔 말이야!"


"아이고... 팀장님이 보셨어야 합니다! 그놈 들키자 마자 바로 은폐장 작동시켜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구요...!"


"은폐장이 있다고...? 그럼 유령이라도 침입했다는 소리야?!"


"아니... 뭐 하기도 전에 당해서 모른다니까요! 그보다 저좀 일으켜주십쇼... 아야야...!"


경비팀장은 이마를 짚더니 본부에 통신을 연결했다.


"본부, 여기는 경비팀 베타. 알파가 전부 무력화됐다. 알파팀의 전투복 동력을 모조리 차단시키고 도망쳤다는 점과 은폐장을 사용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때 유령의 침입 가능성이 있음. 유령이 포함 된 특수 부대의 지원바란다."


통신이 끊어지고 경비팀장은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해병들을 시켜 알파 팀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복도를 걷고 있던 주호가 창 밖을 바라보자 뭔가 반짝 하는 섬광이 보였다. 


"캐시, 방금 저거 뭐였어?"


"뭐가?"


"방금 반짝거린거 있지 않았어?"


"글쎄... 난 못봤어. 잘못 본거 아냐? 대낮이라 어디 반사된 빛이라도 보였나보지."


주호는 고개를 갸웃거린 후 캐시를 데리고 다시 식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뭐... 경비팀이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며칠간의 조사가 있었지만 침입자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고 이 사건은 그대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그날 이후 연구소 내부의 경비가 매우 삼엄해진 것은 물론이었다. 사건이 오리무중으로 끝나가는 가운데 차원장 연구소의 시연회 날짜는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그 시연회가 어느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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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데이 시즌1 전 에피소드>

 https://arca.live/b/lastorigin/52090369


<리버스데이 R 전 에피소드>

https://arca.live/b/lastorigin/54130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