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시절 문학 중 갑자기 생각나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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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오르카호 함 내 가장 넓은곳인 격납고 안. 지금은 스틸라인 부대들이 줄지어 사열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오늘은 마리가 아니라 각하께서 직접 시찰을 하러 오신다는 날이었고


또 하나 다른 점이라면 각하의 명령으로 소위 짬순이 아닌 역짬순, 즉 하위계급부터 제일 앞으로 오도록 사열한 점이라는 것이다.


레프리콘 0031은 자기는 특별할것 없는 일반 스틸라인에서도 발에 채이는 브라우니 7, 레프리콘1, 노움1, 이프리트1 로 구성된


일반적인 보병분대였고 ( 브라우니가 많이 포함된 분대는 이들내에서는 소위 땅개 라고 불리었다. )


다들 각하가 온다는 사실에 두려움반 기대반으로 때빼고 광낸 상태에서 사열대 앞에서 집합하고 있었다.


그 이프리트 병장마저도 오늘은 A급 군화와 평소에는 열어젖혀주는 자켓앞섬을 끝까지 잠근채 열중쉬어 자세로 대기 하고 있었다.




각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오르카호 방송이 울려퍼지자 단상 바로 밑에서 레드후드가 딱딱 떨어지는듯한 절도 있는 자세를 멋있게 보여주며


" 부대에에에에 차렷 ! " 하고 힘차게 외치자 발을 척 척 굴리며 차렷 자세를 하였는데 마치 한명이 내는 소리같았다. 소리의 스케일은 훨씬 컸지만.


이윽고 문이 열리고 사령관이 지휘관 개체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불굴의 마리, 철혈의 레오나, 신속의 칸, 멸망의 메이등을 주시한


지휘관급 개체들이 사령관이 뒤를 따라 자유롭게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고개는 45도 전방을 주시한채 곁눈질로 사령관의 모습을 좇기 바빴는데 뒤에서 이프리트병장이


" 이것들봐라 ? 눈알 굴러가는 소리 들린다 이거지 ? " 하자 다들 눈알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정말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건가 ? 브라우니 0312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만큼 똑똑하니까 ! 하는 자부심이 있었던 것이다.


사령관이 걸어 들어오자 레드후드는 흐으읍하고 숨을 한계까지 들이마시고는 준비해온 일련의 제식동작을 하려 했으나


" 그만. 레드후드. 괴롭힐려고 온것이 아니야 " 라고 사령관은 일축했다. 마리는 썩 실망하는 눈치였다.



사령관은 단상으로 난 길을 사열된 브라우니 앞을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한 브라우니 앞에 멈춰섰다.


레프리콘0031은 비명을 질렀다. '왜 하필 우리 열 앞에 멈춰서시냐고 !' 하고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지만 무표정을 가장한채


한점 흐트러짐없이 열중쉬어 자세로 꼿꼿하게 자기 열 맨 앞 을 보고 있었다.


레프리콘은 머릿속으로 '부동자세체크, 이상없음. 인원체크, 이상없음. 총기체크, 이상없음..' 등등


레프리콘모델에 있을리 없는 전례 없는 고속 사고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긴장한채 45도 각도로 오르카호 천장의 있을리 없는 얼룩을 세고 있던 뻣뻣한 브라우니 앞으로 사령관이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오고는


"탄입대 거꾸로 멨어" 하고는 손수 브라우니의 탄입대를 풀어 고쳐메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브라우니는 엇, 아 하고


뭔가 의미 불명의 허공을 휘젓는 손동작을 하고는 사령관의 손목을 홱 하고 잡아채고는 ( 여기서 노움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


"제,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는 자기가 고쳐메기 시작했다. 꽉찬 오르카호 내부 사열대 공간에서 한 브라우니의 부스럭 부스럭 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사령관을 바로 뒤에 따라 오고 있던 마리는 사령관의 이런이런 하는 듯한 눈웃음을 받고는 가볍게 눈웃음을 짓고는


바로 뒤로 따라오고있는 레드후드에게 몇마디 말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레드후드의 안광에 서서히 서릿발이 치는것을 레프리콘은 놓치지 않았다.


" 시정했습니다 ! " 하고는 다시 열중쉬어 자세로 들어간 브라우니0312. 피닉스 대령이 언짢은듯 " 관등 성명을 대야지 ? " 라고 말했지만


사령관은 " 됐어 됐어 " 하고 웃고는 지나가려는데,



아뿔싸.. 레프리콘은 부동자세를 유지하는것도 잊어버리고 이마를 짚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브라우니 0312의 앞에는


자켓주머니에서 떨어진 초코바가 있었던것이다.


순간 정적이 흐르는듯 했고 마리는 마치 시간이 정지 한듯 바닥의 초코바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눈길로 초코바를 뚫어버리겠다는듯이.


사령관이 두걸음을 떼기도전에 벌어진 일이었던지라 다시 돌아와서 초코바를 줍고는 브라우니에게 건네며


"마리, 장병들이 많이 배고픈가봐 따로 부식은 잘 챙겨주고 있는거야?" 라고 묻자


마리는 "아, 예 식사시간 이외의 부식은 정해진날의 정해진 시간에만 먹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고 절도 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였다.


사령관이 건네준 초코바를 브라우니는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듯이 무시하며 허공을 응시한채 가만히 있자 사령관이 직접


브라우니의 자켓 주머니 안으로 초코바를 꽂아주었다. 그리곤 브라우니의 긴장을 풀어주려는듯이 브라우니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털어내고는


"혹시 생활간 불편한점이나 건의할만한 일은 있어 ? 마리는 너무 융통성이 없어서 말이야" 하고 묻자


브라우니는 필사적으로 생각을 하려는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게 뒤에서도 보일정도였다.


레프리콘은 '제발 제발 제발 제발' 하고 속으로 빌었는데 자신의 뒷통수가 뚫릴듯한 엄청나게 따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 그 , 밥 맛이.. "


" 밥맛? "


" 밥 맛이 별로 없는 날이 있습니다. 맛 없는 날은 레프리콘 일병님 이 저희 끌고가서 삼안 교환소에서 초코바 사주십니다."


레프리콘은 자살하고 싶어졌다. 제일 뒤에서 이프리트가 주먹을 꽉 쥐는 소리가 자기 귀에 들리는듯 했다. 노움은 연신 님 ? 님 ? 니이임? 하고 중얼거렸다.


"... 식단의 불만족인가" 하고 사령관은 혼잣말로 소완의 밥을 먹으니까 신경도 못쓴 문제야.. 하고 중얼거렸다.


" 마리는 알고 있었어 ? "


" 예 ? "


" 마리는 장병들이 식단에 불만족인거 알고 있었어 ? "


" 아니 그게,, " 항상 냉철했던 불굴의 마리도 사령관의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항상 지휘관급들의 의견만 들어서 몰랐는데, 이런 불만이 있을줄은 몰랐어. " 사령관은 속으로 깊은 반성을 하며 자기 반성의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마리외에 지휘모듈을 달고 있는 개체들은 아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것 같았다.


고개를 푹 숙인 마리가 이윽고 생각에 잠겨있는 사령관에게 " 차후 장병들의 생활 만족도를 조사하여 바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 하고 말하였지만


사령관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 지금도 마리는 잘 몰랐던 사실 이잖아 ? 하위계급 장병들의 목소리를 마리로써는 잘 들을 수가 없는것 같아 "


"시, 시정하겠습니다..."


" 맞는거 같아. 마리는 너무 꼰대 같다니까 " 하고 메이가 타오르는 적색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신랄하게 비판을 하자


뒤따라오던 칸도 음 하고 동의하는듯 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레오나는 딱딱한 공기 자체가 마음에 안드는지 그 점엔 동감이야 라며 팔짱을 낀 자세를 고쳐잡았다.


레프리콘은 죽을 맛이었다. 어째서 오늘 각하께서는 낮은 계급순으로 맨 앞으로 사열하라는 명령을 내렸단 말인가 ?


이윽고 사령관은 걸음을 옮겨 단상위로 올라가자 스틸라인 소속 레드후드 외 이하 계급은 남고 모두 사령관을 따라 올라가였다.


단상으로 가는내내 마리는 ' 각하께서 내 능력을 의심하셨어.. ' 같은 소리를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적잖은 충격을 받은듯 보였다.


이윽고 사령관은 준비해온 짧은 연설을 마친뒤 스틸라인이 있기에 지금의 안전한 오르카호가 있다고 칭찬을 한뒤


"혹시라도 질문이나 의견이 있는 병사는 질문을 할 수 있게 질의 시간을 갖겠어. 혹시 질문이나 평소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개선사항 있으면 질문하도록."


장 내는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 정말 없어 ? " 사령관이 재차 물었다. " 진짜 없어 ? 다음 사열은 언제일지 기약도 못해. 허심탄회하게 말해봐, 정말 없어 ? "


" 거기 너, " 하고 사령관이 단상 바로 앞에 있는 브라우니를 지목하자


" 브라우니 4071 ! " 하고 장내가 떠나갈듯 경례를 하며 외쳤다.


" 혹시 궁금한점이나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사항 없어 ? "


순간 브라우니는 고민하는척 하는 행동을 과장스럽게 보이고는 " 없습니다 ! 너무 만족 스럽습니다 ! 이상입니다 ! "


하고는 다시 열중쉬어 자세로 돌아갔다. 해당열의 분대 뒷쪽에서 눈에 띄게 안심하는듯한 한숨소리가 들려왔으나 사령관은 개의치 않고


" 개선사항이나 질문 있는 장병들 있으면 지금 질문해주길 바래 " 하고 다시 재차 물었다.


장내는 꽤나 조용했고 사령관은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는 " 그럼 식단 불만족 하나 밖에 일단은 없단 말이지.. " 하고는


" 마무리는 마리에게 맡길게 " 하고는 먼저 퇴장선언을 했다. 사령관은 그러지말라고 했지만 마리는 끝끝내


" 각하께 경례 ! " 하고 외치자 수백의 함내 스틸라인 부대들이 마치 코어링크를 한듯이 짜맞춘 동작으로


발과 발을 울리며 스틸라인식 경례를 하는것을 보자 이죽대던 메이조차도 뒤에서 와.. 하는 감탄사가 느껴졌다.


사령관도 예의에 맞게 경례를 해주며 돌아서자 그제서야 마리는 쉬어 ! 하고는 사령관과 함께 자리를 떠나갔다


자리를 떠나가면서도 메이는 우리 둠브링어도 저렇게 해볼까 ? 했지만 나앤은 택도 없는 소리라며 일축하곤 복도를 떠나갔다.


레프리콘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냐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없기 떄문이다.


그러자 제일 앞에 있던 브라우니0312는 자랑스럽다는듯이


" 레일병님, 저 각하와 대화했습니다 ! 평소 말씀하시던 식단 좆같아서 못먹겠단것도 다 말했습니다 ! 아 근무시간도 줄여달라고 할껄 그랫슴다 "


하고 키득키득 웃는게 아닌가 ?


눈 앞이 깜깜해지는듯한 광경에 뒤를 살짝 돌아보자 최후열에 레드후드, 피닉스, 임펫 중사등이 몇마디 말을 나누고 있었고


레드후드는 열심히 곁눈질로 이쪽을 쳐다보며 메모지에 글을 쓰고 있었다. 뭘 쓰고 있는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이내 임펫 중사가 인상을 구길대로 구기며 또각또각 사신의 발걸음과도 같이 걸음을 옮겨 자기 열의 제일 후미의 이프리트에게 걸음을 옮기고는


이프리트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것 같았다. 이프리트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재삼다 재삼다 시정하겠습니다 이러고 있었다.


" 죄송하면 끝나 ? 애들 관리 안해 ? 짬 먹고 급탕실에서 자는거 봐주고 점호 빼줬더니 이딴식으로 해 ?


오늘 부터 아침저녁 점호, 컨디션 악화로 인한 열외 없다. "


고개를 푹 숙인 이프리트가 순간 앞쪽을 바라보며 레프리콘을 쳐다보는 소위 말하는 눈동자 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레프리콘은 열중쉬어 자세로 고쳐잡으며 앞을 고개가 부서질듯 빠르게 바라보았다.


뒤에서 무언의 아우성이 들려오는듯했지만 차마 뒤돌아보기가 너무 겁났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는 압박속에 살짝 뒤를 돌아보자


뻐끔뻐끔


이프리트 병장이 소리는 일절 내지 않은채 입으로 뻐끔뻐끔 거리고 있었다.


다른 이가 본다면 이프리트가 뻐끔거리는 장면은 매우 귀여운 장면이 아니겠는가 ?


하지만 레프리콘은 뻐끔거리는 입 모양 하나하나 마다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곤 이프리트는 손가락으로


레프리콘을 지목한뒤 위를 가르키곤 뻐끔뻐금, 다시 손가락으로 자길 가르킨후에 아래를 가르키며 뻐끔뻐금.


분명 독순술 모듈을 장착한적이 없는데 다 알아들을 수가 있는 이 상황이 몹시 무서워졌다.


레프리콘이 사색이 되어 벌벌 떨고만 있자 그 사이에 있던 노움이 얼음장 같이 차가운 눈으로 조용히 말하였다


" 앞에 봐라, 고개 돌리지마라...사열 안 끝났다.. 사열 안 끝났어.."


레프리콘이 덜덜 떨며 앞을 바라보자 쾌재를 부르며 자켓에서 초코바를 꺼내 포장지를 뜯고 있는 브라우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노움이 레프리콘의 귀 옆에 바람을 훅 불고는 마지막 한마디를 더 하였다.


" 니 군생활은 끝났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