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서:

이 칸안에 있는 쓰여져 있는 것들은


이거를 표현하기 위한 거니까 참고하시면서 보셈


 



오르카 호에 살다보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이 있다.


햇살 부족, 한정된 공간, 출렁거리는 함내,


잠수함에서 생활하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감내 해야하는 부분들이였다.


내가 바이오로이드들과 만나기 전, 라비아타는 철충들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멸망 전, 군용으로 사용되던 핵잠수함을 개조하여, 해저이동기지를 만들어 놓았다.


바다에는 절대로 오지 않는 철충들의 특성상 이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안전하게 생존하여 왔지만.....

 


바닐라 A1: "주인님, 실례하겠습니다. 청소 시간입니다."

 

                                                                   '응? 아 미안. 금방 비켜줄게.'


 

바닐라 A1: "...쯧. 그런 곳에 있으면 걸리적거리기만 합니다. 곧 조리시간도 끝나가는데 빈둥거리실거면 식당에나 가서 빈둥대시죠."

 

조리시간? 아무튼 언제나 나한테 핀잔을 주는 바닐라를 뒤로 한 채 함장실을 나왔다.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어쨌든 우리는 철충들의 공격을 피해 잠수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위와 같이 이야기한 여러 가지 불편사항들을 참고 겪어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크게 불편한 것들은 아니였다.

 

햇빛이야 물자 보급을 이유로 정박 할 때마다 나가서 쬐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한 부분이며, 

 

공간은 라비아타가 어떻게 개조를 한건지 마음놓고 돌아다녀도 눈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수준이였으며,

 

함내가 출렁거리는 거? 나도 그렇고, 인원들 중에 배멀미가 있었으면 모를까 전혀 지장이 없었다.

 

아무튼 잠수함에서의 생활은 그리 큰 불만은 없는 편이다. 딱 한 가지만 제외한다면.

 

cs 페로: "앗 주인님." 

 

페로 안녕, 많이 바빠보ㅇ.....


 

cs 페로: "죄송합니다. 주인님 지금은 조리시간이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나: 조리시간? 무슨 조리시간?

 

cs 페로: "죄송합니다 주인님, 사정이 있어서 주인님과 오래 이야기할 수는 없겠네요. 그럼."

 


페로는 그 말을 끝으로 인사를 하며 바로 주방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전부터 궁금하던건데, 조리시간이라는게 있었나?


머릿속이 정리도 되기 전에 페로는 황급히 내 곁을 지나쳐 주방으로 향했다.


오르카호에는 명확하게 정해져있는 조리시간이 없다.


대부분 오르카 인원들에게는 즉석식품들이 대부분 나가고 있으며 그나마 나 같은 사령관에게는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그런 특징상 조리시간이 절대 있을 리가 만무한데.


요리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건가? 아니면 내가 싫어져서 대는 핑계인가?

 

 

하치코: "앗! 주인님이다!"

 

하치코 안녕?


 

성벽의 하치코: "네! 주인님도 안녕하세요! 오늘도 많이 쓰다듬어 주실거죠? 그쵸?"

 

"물론이지! 할 일도 없는데 같이 돌아다니면서 놀까?"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내가 한 말에 하치코는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침울해 지면서

 

성벽의 하치코: "히잉 안 돼요... 지금 요리하는 중이여서 주인님이랑 같이 돌아다나가는 하치코, 요리 못 끝낼꺼에요..."

 

하치코는 울상이 된 얼굴로 인사를 하며 황급히 조리실 쪽으로 뛰어갔다.

 

하치코? 하치코!!!!!


생각을 해보자,

페로의 날 무시하는듯한 바쁜 움직임

하치코의 제안 거절

그리고 바닐라의 핀잔

그리고 원래는 없던 '조리시간'

지금까지 주어진 단서를 종합하여 고민을 해보자

이 모든것을 관통하는 결론은 단 하나...


모두들 내가 싫어진게 분명해!!!


 

??:"여기 계셨군요?" 

 

호감을 다시 얻는데 직빵이라던 100참치캔 값어치의 유산개방을 위해 창고에서 참치캔을 들고 나오던 내 등 뒤로 품위있고 단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완?’

 

뒤를 돌아보니 최근에 오르카호에 합류한 하얀 머리의 요리사 바이오로이드, 소완 서 있었다.

 

소완: "어찌 이런 곳까지 나와 계시나옵니까, 곧 식사시간 이신데 얼른 사령관실로 돌아가시지요."

 

"돌아가다니? 마침 식당으로 갈려던 참이였는데."

 

소완: "한 무리의 으뜸이신 분을 다른 분들이 식사하는 곳에서 같이 대접을 하는 것은 소첩이 용서하지 못하옵나이다. 함장실에서 극진히 대접해드릴터이니,  돌아가시는게 어떻사옵나이까.'

 

굳이 사령관실을 고집하는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슬슬 배고파져서 딱히 신경이 안쓰였다. 

파티마에게 나중에 한 소리 들을 각오하고 다시 창고에 참치캔들을 던져놓은 나는 함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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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실에 앉은 나는 문뜩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소완, 조리시간을 따로 만든 게 너야?

 

소완은 식기세팅 하는걸 멈추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소완: "그렇사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사옵니까?"

 

"아니, 요즘 애들이 요리 때문인지 많이 바빠진거 같아서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너가 합류하고 나서부터 애들이 요리를 많이 하기 시작하더라고."


페로도 그렇고 하치코도 그렇고

생각해보니까 이 둘만 그러는게 아니다.

소완이 합류하고 나서부터 오르카 내 모든 인원들이 내 식단향상을 위해 안팎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외부 정찰과 교전을 담당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제외하자면,  내부에 있는 모든 인원들이 그랬다.

내 곁에서 나를 보좌하던 콘스탄챠도 최근 내 식단향상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완: 그만큼 모두가 주인님의 식단향상을 위해 노력을 쏟는다는 것이옵나이다. 염려하지 마옵서서.


 

"그런가? 그래도 너무 힘들게 굴리지는 마. 애들 피곤하겠다."

 

내가 잘못봤나? 순간적으로 소완의 얼굴이 정색하는 듯한 표정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웃는 표정으로 바뀌며.

 

소완: 농도 지나치시옵나이다. 근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마음의 안정을 가지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마침 차도 준비되어 있사옵나이다.

 

그렇게 말하며, 소완은 차를 따라서 한잔 건내주었다.

 

오 차 좋지, 고마워 소완


나는 소완이 건내준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따뜻하지만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은, 좋은 향의 차가 내 목구멍 속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소완: 아아.... 이 얼마나 멋진 모습이신지......

 


기분 탓인가, 소완의 말대로 모든 걱정이나 근심거리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아니, 그런 정도가 아니였다. 몸이 붕 뜨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나른해지기 시작한다.

차라는 것이 이렇게나 기분 좋은 거였나.

아니 잠만,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소완..... 이거......


 

소완: 네, 소첩이옵니다. 부디, 주인이 원하시는대로....

 

눈이 감긴다.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일어나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럴 사고조차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거.... 뭐야......


 

소완: 이것이 바로 지고의 쾌락인 거옵나이다. 자 받아드릴 준비가 되셨사옵나이까?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소완은 주사기를 꺼내서 잔에 있던 차를 주사기에 담은 뒤,

능숙한 솜씨로 내 목에다 찔러 넣었다.

 

점점 생각조차 하기도 싫어진다. 소완이 주사기로 넣어준 저 차 때문인건가


아니, 저건 애당초에 차 였던건가.


아무 상관 없었다. 그냥 지금은 어딘가에 몸을 맡기고 싶은 기분이였다.


사이렌이 울리고,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관하기 싫다, 무슨 일인지 알기 조차 싫었다.


지금의 나는 이 ‘지고의 쾌락’ 이라는 것에 몸을 맡기고 싶다.


그래,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