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왕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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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전선으로 향하는 길의 차량 안.

레오나는 부러진 검을 바라보며, 과거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오르카 저항군의 철충 소탕전이 한창이던 시절.

그날도 어김없이 오르카는 전투에 나섰다.


사령관과 레오나는 협곡을 걷고 있었다.

과거에는 강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물이 흘렀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말라버린 땅이었다.


"하하, 전투 패널이 고장나다니 별일이네. 뭐, 그 덕에 간만에 전투에 직접 나서보기는 하지만 말이야."


사령관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랜만에 전장에 직접 나오는 것이 즐거운 듯 보였다.


"그러니까 달링, 내가 지휘해도 된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검은 또 뭐야? 검을 쓰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레오나의 말은 조금 퉁명스러웠지만, 그 말을 들은 사령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하하. 하지만 검이 총보다 좋은 점도 있다고?"


그런 사령관의 모습을 보던 레오나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살짝 미소를 띄며 말했다.


"에휴, 달링 마음대로 해. 우리 자매들과 함께하는 이상, 달링이 검이 아니라 나뭇가지를 쥐고 싸워도 다치지 않게 해줄테니까."


사령관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역시 레오나야. 믿음직스럽다니까?"


그때, 척후병이 철충을 발견해 알려왔다.

전투가 시작되자, 사령관과 레오나의 느슨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긴장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철충의 소탕이 끝난 후, 사령관과 레오나는 군을 쉬게 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협곡 위, 두 명은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매번 전투할때마다 불안하다니까."


레오나는 싱긋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달링이 지휘를 그만큼 잘 했다는 뜻이지. 내 남자다운 지휘였어. 고생했어."


사령관은 기분이 아주 좋았지만, 괜한 장난기가 발동해 말했다.


"오, 우리 철혈의 레오나님께서 이런 칭찬을? 기분이 너무 좋은걸?"


"뭐, 뭣? 나도 칭찬할 땐 해!"


순간적으로 당황해 얼굴이 새빨개진 레오나를 보며 사령관은 크게 웃었다.



바로 그 순간, 뒤쪽의 수풀에서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왔다.


총알은 레오나의 머리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고, 순간적으로 판단을 끝낸 레오나는 생각했다.


'이건 못 피해. 여기서 죽는건가?'


그때, 사령관은 번개처럼 검집에 있던 검을 뽑아 탄환을 막았다.


비록 만화처럼 탄환을 베어내거나 쳐낸 것은 아니었으나, 검을 가져다 대면서 궤도를 비틀어내는 것은 성공해낼 수 있었다.


레오나는 깜짝 놀라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달링! 고..."


고맙다고 말하려던 레오나의 입이 다물어졌다.


총탄의 궤도를 비틀어낸 검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다.

그리고 부러진 검의 위쪽 부분은 날아가 사령관의 왼쪽 어깨에 깊숙히 박혀 있었다.


사령관은 어깨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레오나의 표정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거 봐. 검이 총보다 좋을 때도 있다고 했지?"


그렇게 말한 뒤 사령관은 쿵, 하고 쓰러졌다.


레오나는 그 이후의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미친듯이 사령관을 들고 뛰어 오르카로 돌아오고, 급하게 사령관이 수술실에 들어갔다는 것 외에는...


나중에 치료가 끝난 사령관은 별일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고 말해주었지만, 그 일로 레오나는 사령관에게 엄청난 부채감을 가지게 되었다.


사건이 일단락되자, 레오나는 그 자리에 남아있던 검을 다시 회수했다.

그리고 언제나 마음이 약해질 때면 그 검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지곤 했다.


"달링... 오직 나만이, 달링의 후계자야."


"모든 전쟁이 끝나면, 이 검을 달링에게 돌려주러 가겠어. 반드시."


"기다려줘."


레오나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시며, 검을 다시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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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코멘트할 말이 없으니,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댓글이나 아카콘 달아주시는 분들, 추천 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읽어주시기만 하시더라도 역시 너무나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이렇게 계속 끄적일 수 있는 것도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글을 읽다가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