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쪽 세계로 가겠다, 사령관txt]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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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지금 대화를 하자고 권한 건가?"


사디어스가 물었다.


"그렇다."

"....?"


사디어스는 미간을 좁힌다.

옆에 있는 소니아도, 그리고 저 너머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는 무용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


"대화라...? 못 믿겠는데.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 거 아니야?"


소니아가 말했다.


"그런 의심도 타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군."


감마가 씩 웃으며 말을 잇는다.


"허면, 지금 바로 싸우고자 하는가?"

"글쎄, 어쩔까?"


소니아가 도발하며 미소를 짓자, 감마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농담도 못 하는군. 보다시피 나는 무기도, 부하도 없다."

"그래?"

"입고 있는 슈트는 최소한의 무장일 뿐, 내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건틀렛은 두고 왔다."


-확실히, 감마 이외의 기척은 없어요.


이어폰을 통해 알파가 말했다.


-정확한 건 현장에 있는 두 분이 더 잘 아시겠지만요.


'확실히 홀몸이기는 한데.'


사디어스가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믿기는 어려웠다.


"나는 홀몸이다. 너희가 명예를 안다면 적어도 내가 진실한 태도로 이곳에 와 있음을 알 터."

"뭐?"

"한 무리의 수장이 허심탄회하게 찾아왔지 않나? 예로부터 적의 수장이 직접 찾아오면 의심을 하더라도 독대를 받아주었지. 나는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다. 대화를 원한다."

"명예라...."

"이거 참...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네."


사디어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데, 당황스러움이 가장 컸다.

그 이유는....


"나도 믿기 힘들지만, 쟤 지금 진심인 것 같은데?"


사디어스가 오르카호 인원들에게 말했다.


"슈트를 입은 건 뭐, 그 정도도 없으면 우리한테 맥도 못 추고 잡힐 게 뻔하니까 그렇다 치고."

"제대로 된 무기가 없는 것도, 부하가 없이 홀몸으로 온 것도 사실이야."


-....신호에 대해 물어봐주세요.


알파가 말했다.


"네가 보낸 신호는 어떻게 된 거지? 듣기로는 알파가 거기 있을 때 사용한 거라던데."

"그렇다. 오메가는 네가 배신한 직후,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연락망을 구축했지."


감마가 사디어스를 본다.

아니, 그녀의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하고 그 연락망을 파기하지 않았다."

"즉, 네가 우리를 부른 게 맞다, 이거네?"

"오메가도 이걸 알고 있나?"


감마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할망구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나도 모른다. 관심도 없고."


-....


"하지만 내가 지금 이곳에 와 있다는 건 모를 가능성이 크지. 내가 워낙 여기저기 멋대로 돌아다녔거든."

"솔직히, 네가 그런 말을 해도 믿음이 안 가는 게 사실이야."

"이해한다. 어쩔 수 없지. 지난 일이 말 한 마디로 덮어지는 것이 아니니."

"....좋소, 그 마음이 진심인지 알아보겠소."


무용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깐, 당신이 오면...."

"부탁 드리오, 사디어스 경."

"...."


사디어스가 휴대폰을 꺼내 앞을 비춘다.

빛이 번쩍하면서 세 자루의 칼을 찬 무적의 용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


"무적의 용."


감마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큭... 네가 와 버리면 안 된다고...."


그 미소를 본 소니아랑 사디어스가 바로 전투를 준비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스읍, 후...."


감마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숨을 들이켰다가 뱉었다.


"어서 와라, 무적의 용."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은 감마의 모습에, 싸움을 준비했던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다.


"...변했군, 감마."


용이 말한다.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던 것이오?"

"마음의 변화라...."


감마가 고민하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그러는 너희는 어떻지? 새 주인을 모셨을 때 마음의 변화가 있었나?"

"...."

"멸망 전의 이 세계를 두 눈으로 직접 본 후, 마음가짐에 있어 달라진 바가 있나?"


사디어스와 소니아는 서로를 바라봤다.

있었다.

정신과 마음에 있어 아주 큰 변화, 그리고 깨달음이 있었다.


"그렇소."


무적의 용이 대답했다.


"우리는 '진정한 주군'을 모신 후, 다시금 삶의 활력을 되찾았소, 꿈이 생겼소, 희망을 품었으며, 행복을 찾았소."

"거창하군."


감마는 못 말리겠다는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부럽기도 해, 그런 변화가."

"무슨 뜻이오?"


감마는 그 질문을 무시하고 자기가 할 말을 뱉는다.


"이 세계의 존재를 눈치 챘을 때, 우리도 너희처럼 희망에 들떴다."

"....?"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감정이 느껴졌지. 그래서 마냥 행복할 수 있는 너희가 부럽기도 하다."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듣고 싶소만."

"...."


감마가 무적의 용을 똑바로 바라본다.


"무적의 용. 현재 이 세계의 총사령관은 너인가?"

"그렇소."


저쪽은 라비아타가 지키고 있으며,

이쪽의 사령관은 결정권은 가지고 있되, 지휘할 능력이 없다.

무적의 용이 모두를 통솔하고 있었다.


"그 휴대폰 너머에 있어야 할 중요 인물은 다 있겠지. 사령관이야, 너희들이 말을 전해주면 될 테고."

"...그렇소."

"좋아. 이 자리를 빌려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감마가 다시금 미소를 되찾았다.


"휴전하지 않겠나?"

"휴전...?"


무용이 미간을 좁혔다.


"그래. 너희는 현재 지휘부를 두 개로 나눈 것 같더군. 적어도 이쪽 세계에서의 싸움을 중단하는 것이 어떤가?"

"이봐,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소니아가 기가 차서 한 마디 하려는 것을 사디어스가 막았다.


"잠자코 지켜봐."


무용이 다시 감마를 본다.


"감마. 지금 소관에게 농을 건네는 것이오?"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 내 명예를 걸지."

"....오메가가 당신이 이곳에 온 걸 모른다고 하지 않으셨소?"

"맞아. 그래서 휴전 협정은 나로 한정된다. 휴전 기간은 우리의... 아니, 오메가의 목적이 달성하기 전 단계까지다."


'전 단계?'


문득, 무용의 뇌리에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그 말은, 지금 '회장 부활 찬성파'인 그대들 셋 사이에 불화가 생겼다고 판단해도 되겠소?"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좋아. 나도 모든 걸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만 이해해 달라고."

"....만약 휴전을 받아들인다는 전제 하에..."

"무적의 용, 당신!"


사디어스가 버럭 외쳤다.

무적의 용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말렸다.


"당신이 전부터 갈망하던 소관과의 결전은 어떻게 하실 것이오?"

"바로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다."

"무슨 말이오? 제대로 설명하시오."

"나도 모르겠다."

"뭐라고 하셨소?"


감마는 진지했다.

그녀는 손으로 턱을 괴며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무적의 용.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가진 자가 하늘에서 추락했다는 얘기를 아나?"

"알고 있소."

"만약 그 날개가 밀랍이 녹은 게 아니라, 어떤 이유로 자신이 직접 뜯은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감마가 고개를 들어 무용을 본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했다.


"...?"

"나는 지금 날개를 뜯고 스스로 추락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중이다."

"대체 무슨...."

"너희가 부럽군."


그녀가 쓴 미소를 지었다.


"자유를 얻었음에도 발 붙일 장소와 기댈 사람이 있는 너희가 부러워."


횡설수설하는 감마의 모습에, 무용도 말문이 막혔다.

침묵이 맴도는 와중, 감마가 다시 말한다.


"나중에 선물을 하나 보내겠다. 대답은 그때 듣도록 하지."

"선물?"

"그래. 그리고 떠나기 전에 경고 하나만 하겠다."

"무엇이오?"

"우리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앞서 있다. 무적의 용. 절대 방심하지 마라."


-앞서 있다니? 무슨 말이죠?


알파가 말했다.

이미 이어폰을 빼고 소리를 최대로 키워둔 채였다.


"내가 너희 위치를 특정해서 이곳에 찾아왔다는 건 알고 있겠지."


-...예.


"우리가 너희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음에도 사소한 견제조차 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도록 해라."

"...."

"조만간, 우리는 차원 게이트를 완전히 개방한다."

"...!!"

"또 만나도록 하지, 무적의 용.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감마가 스위치를 꺼내 눌렀다.

버튼 조작 하나로 그녀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다가 픽, 하고 사라졌다.


"...."

"...."

"...."


긴 침묵이 흐른다.


"이제 어쩔까?"


사디어스가 물었다.


"단순하게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소.

지금 감마는 본인도 자기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듯하고.

여러모로 횡성수설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확실히, 이상했지."

"하지만 이득이 없지도 않았소. 적어도 그들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알았소."

"음."

"우선 돌아가겠소. 주군에게 보고하고 의논하도록 하오."


세 사람은 건물을 떠나 사령관에게로 간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감마는 근처 지붕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염원하던 하늘에 손이 닿을 만큼 날아올랐을 때.

나는 우쭐해하며 내 발 아래를 보았다."


그녀가 무적의 용의 뒤통수에 대고 말한다.


"피와 장기, 시체의 산이 쌓여 있었지.

그걸 보고 큰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덤덤한 편이었지."


그녀가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군."


하지만 그런 나약한 말을 저 여자 앞에서 할 수는 없었다.


"휴전을 받아들였으면 좋겠군."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돌아섰다.

그렇게 돌아선 순간, 그녀는 현대가 아니라 펙스의 건물 한쪽 구석에 나타났다.


"....어딜 다녀오는 건가요?"

"오메가. 이른 시간부터 바쁘군. 날 감시하고 있었나?"

"임무 보고를 들을 시간이 넘겨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뭘 하다가 오셨죠?'

"경치를 구경하다가 왔다. 보고는 뭐, 언제나처럼 실패다. 그 도시는 환경이 마땅치 않아."

"....경치를 구경했다....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요?"


오메가의 의심에 감마는 코웃음을 쳤다.


"안 믿으면 어쩔 테지? 여기서 나랑 한 판 붙겠다는 건가?"

"...반쪽 짜리 케스토스 히마스만 가진 주제에 입이 험하시군요."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내가 잠시 빌려줬을 뿐이다. 그리고..."


감마가 노골적으로 살기를 뿜으며 오메가를 노려보았다.


"반쪽으로도 네년을 가지고 놀기는 충분해. 알아들었으면 비켜라."

"...."


오메가는 마지 못하는 척 옆으로 비켰다.

그리고 떠난 감마를 두고 중얼거린다.


"사춘기 소녀처럼 틱틱 거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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