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니.."


"헉헉..저질러버렸다..아무리 질긴 년이라도 심장이 꿰뚫려서야 살아나진 못하겠지!"


"니 년이 나쁜거야!내 앞에서 얌전한 척은 다 해놓고 몰래 주인님을 홀린 네가! 분명히 날 비웃고 있었겠지 엉?!"


"..."


"이,이제 어쩌지? 이게 들키면 분명.."


"물론 주인님은 나를 가장 사랑하시니 괜찮겠지만..이런 더러운 년이라도 주인님이 총애하던것도 사실..아,안돼 누구에게 들키기 전에 숨겨야 해!"


"!갈기갈기 잘라서 정원 곳곳에 몰래 파묻어버리는 거야. 어차피 정원을 총괄하는 건 나니까. 좋아, 일단 창고로 이 년을 옮기자"




"후우 어떻게든 안 들키고 무사히 옮겼네. 다행히 여긴 연장도, 독한 약품도 즐비하니 이딴 더러운 몸뚱아리 하나 없애는 건 일도 아니지.."


"리제? 다프네? 다들 어디있니?"


"! 어,어쩌지? 레아 언니에게 들키면 분명 죽은 목숨이야..킄 어떻게든 여긴 못 들어오게 해야 돼."


"(우당탕탕!)어,언니 왔어? 아하하 드론들도 함께 있는 걸 보니 오늘도 전장에 나가나보네"


"깜짝이야! 갑자기 창고에선 왜 나오는 거니 리제? 창고정리라도 하고 있었어? 왜 그렇게 땀투성이야?"


"으,응. 창고에 거대한 해충..들이 있어서. 치우다보니 좀 정신이 없네"


"음 언니가 좀 도와줄까? 그깟 해충 몇 마리 쯤이야 요렇게 파지직 한 번 해주면.."


"! 아,아냐 언니! 오늘도 전장에 나가야 되는 거 아냐? 괜히 내 일을 도와주다가 주인님이 명령하신 일에 지장이 가면 안돼지"


"..."


"후후 그렇네. 그럼 여기는 정원 총괄자인 우리 리제에게 맡기도록 할까?"


"아 참 리제. 이번 주말 저녘에 시간되니?"


"(큭..빨리 좀 갈 것이지)으,응? 주말에는 갑자기 왜?"


"..음 주인님이 요새 내게 일을 많이 시켜서 미안하다며, 소원을 하나 들어주시겠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서 너만 괜찮다면, 이번 주말에 우리 귀여운 리제가 주인님과 데이트를 해줬으면 해서"


"! 무,물론 그래 준다면 정말 기쁘겠지만..어째서 날 위해 소원을 쓰려는 거야? 요새 언니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전장에 불려나가는 건 나도 알아. 모처럼의 소원이니 언니를 위해 쓰면 좋을텐데.."


"후후 우리 리제가 언니 걱정도 해주는구나? 요 귀여운 녀석. 뭐 당연한거야. 아무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나 정도의 광범위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전투원은 없고, 오르카는 총알 한 발, 기름 한 방울도 언제나 아쉬운 실정이니까. 모처럼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이럴 때 써야지"


"그리고 네가 주인님과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걸로 고민하는 걸 알고 있으니까..다프네나 드리아드를 은근히 질투하는 것도 말이야"


"어,언니.."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주인님께 어필 좀 해봐. 나름 연습도 많이했잖아? 기세를 몰아 그대로 마지막 단계까지 골~인!하는 거지"


"언니..고마워"


"후후 그래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누구나 자신만의 페이스라는 게 있는 거니까, 너는 네 페이스대로 해가면 돼"


"가끔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하긴 해도, 이 언니는 리제가 착하고 다정한 동생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만은 네 편이야. 알지?"


"으,응..언니 고마워. 미안해.."


"어휴 이러다 출발시간에 늦겠네. 그럼 언니는 가볼게. 우리의 정원을 잘 부탁해!"


"..."


"..역시 레아 언니에게만은 사실대로.."


"아,아냐 마음 약해져선 안돼. 이건 용서를 구하고 할 문제가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도, 흔적도 남기지 말고 처리해야 돼!"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좋아 어떻게든 잘게 조각을 냈어. 창고 내부 정리도 완벽하게 했고. 이제 정원 곳곳을 깊게 파서 이것들을 묻어버리면.."


"이야 정원사 아가씨! 여기서 뭐하시는 건가요?"


"! 너,너 이 해충! 깜짝 놀라게 뭐하는 짓이야!"


"우후후 사령관님이 정원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쏜살같이 달려왔죠! 흐드러지는 꽃잎 아래 발갛게 상기되는 요정들의 얼굴. 그리고 그 요정들과 꽃밭에 쓰러져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아아 상상만으로도 쓰러질 거 같아~"


"!주인님이 정원에 오신다고? 그거 정말이야?"


"네 맞아요. 그런데 도통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사령관님을 못 보셨나요?"


"나,나도 몰라! 나는 바빠. 저리 비켜 이 해충!"


"와우 그래 보이시네요. 온 몸은 땀으로 범벅에 옷차림도 흐트러져있고, 마침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창고에서 나오는 정원사 아가씨..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령관님. 과연,과연.."


"이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 난 이 비료를 정원에 뿌려야 한단 말이야. 귀찮게 하지 마!"


"흐음 정원을 가꾸는 건 잘 모르지만 이 정도 넓이면 비료도 많이 필요한가 보군요? 굉장히 큰 포대 자루네요. 잘하면 사람도 들어가겠어요 하하!"


"!허,헛소리 하지말고 어서 비켜!"


"네네 수고하세요 리제양~"


"..."


"흐음 땀으로 흠뻑 젖고 흐트러진 옷차림..누구도 못 들어가게 꽁꽁 잠겨진 창고..그리고 저 당황한 얼굴.."


"이건 그거군요! 순수한 정원사 아가씨와 사령관님의 뜨거운 사랑! 아아 멋져라. 누구보다 주인님을 사모하지만 표현을 할 줄 모르는 순진무구한 정원사 아가씨. 그 아가씨는 그저 아름다운 정원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주인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려 했다. 함께 정원을 산책하던 주인님과 정원사 아가씨의 손이 우연히 닿게되고 발갛게 달아오른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는 둘만의 낙원으로 간 남녀는..아아 멋져 최고야 짜릿해!"


"분명히 이 창고 안에는 벌거벗은 사령관님이 나갈 타이밍을 노리고 계신 거겠죠?후후 매너 없이 억지로 열고 들어가서 확인하진 않겠지만, 영상은 받아가야겠어요. 나름 조용하고 사람없는 장소를 고른다고 고생하신 거 같지만 소용없답니다 정원사 아가씨. 그야.."




"이 오르카에서 제 카메라가 닿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요!"


"후후 이 창고라면 분명히 C-24 카메라가 찍고 있겠죠? 아아 어서 숙소로 돌아가서 확인해봐야지. 이번에도 좋은 영상이 나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