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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UOU 고등학원 앞.


한 차량이 다급하게 정문에 멈춰섰다.


"미호야, 늦어서 미안. 집에 문제가 좀 생겨서 그거 고치다가 늦었어. 진짜 미안해."


"아뇨, 그렇게 오래 기다린것도 아니니까 죄송해하실 필요는 없지만...확실히 늦긴 하셨어요."


미호는 하교시간보다 살짝 늦게 도착한 자신의 과외 선생이자 짝사랑 상대, 철남에게 늦은것에 대해 괜찮다고 말했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녀에게 썩 괜찮지 않았다.


"와~아, 안녕! 미호네 쌤!"


그녀의 자매, 철용이 집에 갈때 함께 가기 위해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까지는 그녀도 불평할 여지가 없었다. 철용이 철남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타는건 자주 있는 일이었고, 또 오늘 철남이 늦게 와서 합류할 여유를 준건 맞으니까.


그러나 그 옆에 있는 인.물.들.이 문제였다.


"이 사람이 미호네 선생님? 선생님처럼 안생겼는데?"


"그렇게 생기긴 했는데, 그래도 선생님이야!"


"그렇구나! 안녕, 선생님!"


한없이 해맑고 애는 착하지만 배움은 모자른...철용과 누구보다 어울리는 친구, 토모.


일본계 혼혈이지만, 어째서인지 UOU 국제고 대신 옆쪽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 어째서인지가 성적문제일것같다는 확신이 들지만...'


토모야 뭐 철용의 파트너같은 존재였으니 붙어다니는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쪽은 대체 왜...?'


"어머, 어머. 반가워요. 철남 선생님. 이것 참 우연이네요."


미호의 뒤를 슬쩍 따라와 대각선 후방에서 자연스럽게 합류해있는 학생회장....이름이 뭐였더라. 시발유비였나? 분명히 첫만남때 얘기는 나눴는데 갑자기 이름이 기억나지않네.


"깐깐한 학생회장나리가 이렇게 비리비리해보이는 남자에 왜 그렇게 관심을 쏟으실까?"


그리고 그런 학생회장을 따라온듯한 불량학생 바바리아나.


"뭐야, 뭐야? 재밌는거 해? 귀여운 린티도 같이 할래~"


그냥 사람이 모여있는데에 끼어드는걸 좋아하는 자칭 귀여움담당 린트블룸까지.


처음에는 학생회장과 철용, 토모를 포함해 네명이 모여있었으나 조금씩 인원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나, 집 가야하는데…길 막혔어. 비켜줘..."


"....비켜줘."


사람이 많이 모인만큼, 통행에 지장이 생길정도였다.


"쌤, 저희 그냥 빨리 가죠. 하나하나 인사할 시간이 없어요."


미호는 조금씩 사람들이 몰리자 짜증도 났고, 또 선생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기에 묘한 위기감을 느껴 곧바로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그래, 가자! 빨리 타!"


철남은 빠르게 차의 문을 연 뒤, 태울 사람만 태우고 곧바로 학교 주위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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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갑자기 몰려들기 시작한 학생들을 피해 도망친 뒤,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차에 탄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후우, 갑자기 왜그렇게 사람이 많이 모였대?"


"뭐, 이른바 아가씨 학교와 비슷하니까요. 외부인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으니 흥미로워보이는게 있으면 몰려드는게 당연하죠. 저희에게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만 지나가고 있었다는 약간의 우연도 있었지만.


나는 분명히 미호에게 물어볼 의도로 한 질문이었는데, 그 질문은 뒷좌석에 있는 일자머리 흑발의 학생회장이 대답해주었다.


"....너 언제부터 타있었어?!"


"어머, 방금 전이요. 제 등을 떠밀면서 태우셨으면서 까먹으신건가요?"


아, 망할. 흑발에 긴 머리라 철용이인줄 알고 태워버렸다.


"철용이인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시라유리의 동승에, 미호도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소리를 질렀다.


"뭐야, 쌤! 여기 다 다른애들 탔는데?!"


"뭐?!"


마침 차가 신호에 걸렸기에 곧바로 정차한 나는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돌아보았고, 거기에는 낯선 얼굴과 낯익은 얼굴이 함께 있었다.


"우후후, 요 앞 사거리의 지하철역까지만 태워다주세요. 조금 더 가주시면 더 좋고."


얘는....뭐 방금 봤고.


"저기, 선생님. 나 집가는 길 모르는데...학교 앞까지 돌아가줄 수 있어?"


토모? 그래, 철용이 태우면서 옆에 있으니까 잡아서 태웠지. 그리고 옆에는....


"........"


......얘는, 왜 있지? 그보다 어쩌다 태운거지?


"넌 누구니?"


"1학년, 에밀리양이에요. 이거이거, 선생님. 다른 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범죄자인걸요? 한창때의 풋풋한 여고생 넷을 차에 태우고..."


에밀리? 이름은 예쁘네. 그보다 범죄자라니! 차 근처에 몰려든 너희가 잘못 아냐?


"응? 그럼 나...아저씨한테 납치된거야?"


"무슨 소리야! 쌤은 그런 사람 아니야!"


"아니, 납치 아니야! 그보다 내가 등 떠밀어서 태운건 시라유리랑 토모뿐인데 너는 왜 있는거니?"


"우와! 아저씨 넙치야? 엄청나다! 근데 왜 지금은 인간 모습이야?"


"그럼 유괴범이구나. 가짜택시....페이크 택시 유괴범."


"그거 위험하다! 위험한 주제야! 그거 함부로 말하면 위험한거야! 게다가 납치도 유괴도 아니라고!"


"어머, 후후후. 정말 위험해지셨네요."


"학생회장! 웃지만 말고 좀 도와줘!"


"쉿, 미호양도 구경한번 해보세요. 지금 상황이 너무 재밌어보이는걸요. 위험하면 개입할게요."


"그, 그래? 상황이 조금 재미는 있지만...그래도 말려야지!"


"아저씨, 넙치가 아니라 육회였구나! 저기, 혹시 계란 노른자랑 채썬 배도 있어?"


아니, 지방방송 그만해! 내가 왜 넙치에 육회야! 육회...맛은 있겠다만은.


아무튼 주변에서 떠드는 둘을 무시하고, 나는 에밀리란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해명을 시도했다.


"아저씨는...아니,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납치범도 유괴범도 아니란다. 그냥 네가 탄줄 모르고 실수로 차를 출발시켰을 뿐이야. 다시 돌아가서 내려주면 되지 않겠니?"


그렇게 나름 친절하고 정중하게 설득을 시도하던 중, 에밀리란 아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갑자기 손은 왜...? 합의금을 요구하는거냐! 크윽, 하필 오늘 사장님이 찢어버린 옷 대신 새 옷을 사기 위해 졸부처럼 몸에 현금을 잔뜩 지니고 나왔는데 그걸 어떻게 알고!


"아저씨, 경찰서에 신고하게 휴대폰좀 빌려줘."


"그래, 부족하겠지만 내 지금 전재산 12만 5천원이라도...응? 휴대폰?"


"응, 내 휴대폰...네오딤한테 있어. 그러니까 휴대폰 빌려줘."


얘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에밀리양? 갑자기 무슨?"


저거 봐, 너네 학생회장님도 당황했잖아. 에밀리라는 얘는...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너, 진짜 납치범이 경찰한테 전화하라고 '자, 여기 휴대폰 있단다. 경찰 번호는 국번없이 112인거 알지? 경관님이 친절하게 대응해줄테니 차분히 용건을 말하렴~'이라고 말하면서 휴대폰을 줄것같니?"


"휴대폰 없을때 그렇게 부탁하면 휴대폰 빌려주는거...아니야? 전화 한통화만 쓴다고 하는거?"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렇겠지만 상대방으로 납치범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면서 그렇게 태연하게 부탁하면 들어줄리가 없잖아...


"상대방이 납치범인데 당연히 안빌려주지. 신고당하잖아."


"아....그렇구나."


에밀리란 아이는 겉모습만 보면 그냥 조용조용한 아이같았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어딘가 맹해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철용이나 토모와는 조금 결이 다른...뭐랄까, 천연미랄까...백치미랄까...아무튼 그런느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기서 휴대폰을 주지 않고 어떻게든 말로 설득을 했겠지만, 나는 나름의 생각을 한 뒤 휴대폰을 줬다.


"자, 전화 해."


"응...? 휴대폰, 주는거야?"


"빌려주는거야."


에밀리는 나한테서 휴대폰을 받아들고 잠시 그것을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나에게 돌려주었다.


"그럼 아저씨, 납치범 아니네."


다행히도, 내가 혹시몰라 질러본 도박이 에밀리한테 정답으로 먹힌것 같았다.


어딘가 맹해보여도 나름의 원리가 있는것같아 보여서 방금 '납치범은 휴대폰을 주지 않는다를 배웠으니 역으로 휴대폰을 주면 납치범이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한건데 진짜 되네.


내가 납치범이 아니란걸 나름대로 납득? 하자, 에밀리는 좌석에 편하게 기댄 뒤, 창 밖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럼 학교까지 태워줘. 토모랑 같은곳에 내려주면 돼..."


아니, 마음 놓은건 좋은데 너무 놓았잖아! 왜 이렇게 편하게 있어?


"...납치범이 아니지만 택시기사도 아니야!"


"후후, 저는 나중에 내려주셔도 된답니다? 이 앞 교차로에서 차를 돌리시면 될거예요."


학생회장, 유턴할 장소를 알려줘서 고맙긴 한데 아까 애들 그냥 구경하더라?


"그래, 고맙...그보다 아까 좀 말려주지 그랬어?"


"너무 재밌어보여서 그만, 구경을 해버렸네요. 그래도 저와 미호양, 토모양이 증언했다면 범죄자로 몰릴 일은 없으셨겠죠. 블랙박스도 있으실것 같았고."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로 가진 않을거라는걸 알고 있으니 구경을 했다 이거네. 조금 얄미운데?


"에휴, 됐다. 아무튼 다시 학교 앞에 내려줄게. 건너편 도로로 가겠지만 그정도는 알아서 찾아갈 수 있지?"


"응! 아저씨, 고마워!"


"...고마워...습니다."


그래, 감사인사를 안해도 되는데 고맙다고 해주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 비록 조금 맹하고 배움이 짧더라도 그렇게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미호야, 미안하지만 얘들만 데려다주고나서 집에 가자. 괜찮겠지?"


"앗, 네. 괜찮아요."


미호의 동의도 구했으니, 나는 차를 잘못 타게 된 애들 셋을 다시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에밀리, 어디갔었어...?"


"...드라이브."


쟤는 친구가 없어졌는데도 왜 저렇게 태연하게 맞이하는거야? 뭔데 둘 다 자연스럽게 그대로 하굣길에 오르는건데?


"흐~음, 정말로 다시 돌아와서 내리라고 하시다니. 사춘기의 여린 소녀 마음에 상처가 됐네요."


"원래 사람은 상처를 통해 성장하는 법이란다. 그리고 나도 네 방관에 여린 청년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


"우후후, 농담도 잘하시네요. 작은 애교이자 장난이었는데."


"장난이 그정도면 본격적 악행은 어느정도일지 정말 무섭네."


"그보다 이번에 차에 태운게 전부 긴 머리의 여성이라니…취향이 참 확고하시네요. 잘 정돈된 긴 생머리가 취향이시라..."


"그 이전에 너희들 중에 긴 머리 아닌 애가 있긴 하고?"


"....그럼 전 이만."


학생회장은 그렇게 별 의미없는 대화나 조금하다가 가버렸다. 고3인데...안바쁜가?


그렇게 둘을 보내고, 남은 하나를 봤는데...



"철용이는 없네..."


토모가 뒤늦게 왔지만,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던 에밀리랑 다르게 철용이가 없다. 알아서 집에 간건가? 친구를 버리고?


잠깐, 아니지. 철용이 입장에서 나는 지인이잖아. 그냥 알아서 하겠지 싶어서 집에 간건가?


친구가 사라진 토모는 그 자리에 서서 턱에 손을 갖다대고 뭔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으음, 어쩌지...?"


"....저 자세는?"


왼쪽 손으로 턱을 짚는 저 자세. 검지 첫번째 마디를 굽혀 걸쳐놓는듯한 저 자세...본적이 있다.


'아하핫! 바보다 바보!'


'뭐래! 자기도 시험 망쳤으면서!'


'둘 다 진정해. 우리 셋 다 점수는 똑같잖아.'


'바보같은 왓슨이랑 다르게 나는 학교 공부가 재미없을 뿐이라고!'


'누구보고 왓슨이래? 내 이름은 철남이라고!'


'에~내가 왓슨이라고 부르면 왓슨인거야! 셜록이 있으면 왓슨이 있어야지!'


'야, 니가 괜히 셜록이니까 내가 왓슨이 됐잖아!'


'엣, 멋지지 않아...? 싫은거야?'


'아하핫! 셜록과 왓슨! 멋지잖아! 그 멋짐을 이해못하다니 역시 왓슨은 바보야!'


'이익! 바보 아니라고!'


'아하핫! 하긴 손해보다 이익이 낫긴하지! 왓슨, 그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구나?'


'야!!!!'


이제는 가물가물하게 느껴지는 흐린 옛 기억속에서 그나마 뚜렷한 즐거웠던 어린시절의 추억.


이름에 대한 편견을 없애준 친구를 떠오르게 해주는 자세였다.


그러고보니, 발랄한 성격이나 얼굴도 묘하게 닮은것같기도 하고...


"토모, 너 혹시...아니, 아니다."


그래, 걔는 흥미가 다른곳에 있긴 했어도 적어도 똑똑하긴 했어. 토모랑은...조금 다르지.


"쌤, 왜요? 얘는 철용이 친구이긴 해도 쌤이랑 초면일텐데."


"아니, 그냥. 옛날 친구를 닮아서."


"옛날 친구요?"


미호가 물어오자, 나는 이름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던 계기도 설명해줄 겸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어릴때, 학교 다니던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외국인 친구가 두명 있었어. 전에 내가 이름에 편견 없다는거 얘기해줬지? 그렇게 어릴때 외국 출신이거나 외국 이름가지고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그래. 물론 너처럼 국제고에 다닌건 아니고, 그냥 우연히 그런 애들이 주변에 있더라고. 철용이도 토모랑 친하게 지내듯이...그런 관계였지."


"지금은 어떻게 지낸대요?"


"몰라, 한명은 중학교 가기전에 떠났어. 다른 한명은 중학교까지 알고 지냈지만 결국 갔고."


"아아..."


그렇게 미호에게 옛 친구들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안, 토모는 뭔가 해결책을 떠올린듯 했다.


"좋은 생각이 났어!"


그래, 그 녀석도 저런 자세로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리곤 했지.


"아저씨, 나 철용이 집까지 태워줘! 철용이랑 놀다가 집에 갈게!"


...좋은 생각 맞니?


어쨌든 그냥 두고가는것도 영 아닌것 같았기에, 나는 토모와 미호를 태우고 미호의 집까지 갔다.


"와! 철용아!"


"토모! 살아있었구나!"


"에헴, 이 토모님의 뛰어난 두뇌로 살아돌아왔단 말씀!"


"대단해! 역시 내 친구야!"


....그래, 니들은 진짜 최고의 친구가 맞는것같다.


일단 쟤들은 쟤들끼리 놀게 두고, 나는 원래 하려던 일인 미호와의 과외를 진행하기로 했다.



"자, 이쯤해서 끝내자."


"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그래. 조만간 중간고사 있다고 했지? 내신 그거 되게 중요하다."


"네, 알고있어요."


과외를 대충 끝낸 뒤, 방 바깥으로 나오자 토모와 철용이가 서로 웃고 있었다.


"아하하하, 하하하!"


그리고...둘 사이에는 치킨박스가 놓여있었다.


"맛있다!"


"아, 미호네 쌤! 와서 먹어!"


그래, 뭐 너희 둘이 노는거야 상관 없고 치킨을 시켜먹는것도 그럴만하지. 저녁시간대도 가깝고, 학생이 못 사먹을 음식도 아니고. 근데....그 치킨박스가 옆에 4개나 놓여있으면 조금 이상하다고.


"너희...좀 많지 않아? 그보다, 4마리면 좀 비쌀텐데."


물론 사모님의 딸인만큼 용돈도 제법 받을테고, 낭비벽이 심해보이지는 않았으니 시켜먹을 돈이야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려던 순간, 철용이가 손에 묻은 양념을 빨아먹으며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해줬다.


"괜찮아, 토모네 언니가 사왔어!"


"토모네...언니?"


"응, 나 여기 있다고 하니까 우리 언니가 저녁 아직 안먹었을테니까 맛있는거 먹자면서 사왔어."


그래, 뭐. 친구네 집에 놀러간 동생. 그런 동생을 챙기는 겸 동생 친구한테 밥도 먹일 겸 치킨을 사오는 좋은 사람인건 알겠다. 근데 어디있지? 주변에는 철용이랑 토모밖에 없는데.


"근데 그 언니분은?"


"지금 화장실에서 손 씻고있어."


"음? 이거 치즈야? 나도 먹자."


미호도 치킨파티에 합석했고, 나도 남이 사주는 음식을 마다할 사람은 아니니 슬쩍 끼어들려 했다.


"다 같이 먹으라고 사온거래. 그래서 다양하게 골라왔나봐."


그렇게 치킨파티에 끼어들기 위해 테이블로 향할 때, 뒤에서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모네 언니, 치킨을 사와주신 고마운분이 누구인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 머릿속의 흐린 기억속에서 잠들어있던 옛 추억이 모습을 바꾸었지만 과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서있었다.




"아하핫, 미안해 얘들아. 손에 머스타드가 묻어서......왓슨?"


먼 옛날의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 그 추억은 마치 치킨처럼 등장만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추억을 눈앞에 두게 되자, 나는 잊고있었던 과거의 기억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는 기억속에서 잊혀져있던 그 추억의 이름은....


".....리앤?"


"날 기억하는구나? 나도 보고싶었어!!"


와락!


리앤은 나를 보자마자 젖은 손으로 나를 껴안았고, 갑작스럽게 포옹을 하는 상황이 펼쳐지자 세 소녀들 모두 치킨을 먹던 손길을 멈추었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 그 옛날 친구..."


◈소꿉친구 포지션의 라이벌! 드디어 등장---!


다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