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편


발키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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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오늘도..."


금란은 요즘 들어 통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사령관은 금란의 특이체질 때문에 시끄러운 부대시설들과 최대한 떨어져있는 방에 숙소를 마련해 줬지만, 금란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미 오르카 호 전체를 아우르는 금란의 감각은 정비실에서 약하게 들리는 포츈의 렌치 소리, 어딘가에 숨어서 자고있는 이프리트의 고른 숨소리, 주방에서 풍겨오는 소완의 요리 냄새 하나까지 전부 잡아낼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사령관실 옆에 있는 비밀의 방에서 알 수 없는 달큰한 냄새와 교태로운 신음소리에 덩달아 자신까지 흥분되어 잠이 싹 달아나버렸다.


살과 살이 맞닿는 파열음이 울릴때마다 고간 위 쪽이 쿵 쿵하고 소리에 맞춰 욱신거렸다.


처음에 금란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자신의 콩알을 살짝 만지작거리며 쑤셔오는 자궁을 달랬으나, 이것도 잠깐일 뿐 금세 적응이  되었는지 더 이상 만지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침대에 엎드려 배게로 귀를 틀어막은 금란은 엉덩이를 치켜들고 다리를 베베 꼬며 제발 사령관이 얼른 끝내주기를 비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금란의 음부에서 흐르던 꿀로 침대보가 흥건해질 때 즈음 비밀의 방에서 들리던 소리가 잦아들었고, 아침을 알리는 오르카 호의 방송소리가 울려퍼졌다.


풀썩 쓰러진 금란은 배에 닿는 축축함에도 아랑곳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잠에 빠졌다.


* * *


점심때 즈음 눈이 떠진 금란은 샤워를 하고 솜을 약간 뭉쳐 귀에 넣은 뒤 훈련장으로 향했다.


잘 때도 넣으면 괜찮을까 싶어서 해봤지만, 밤엔 이 솜뭉치로도 어떻게 못할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져 완전 무용지물 이었다.


약이라도 써봐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닥터에게 물어보니 결국 어떻게든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는 답변에 생각을 접어야 했다.


"아, 주인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함내 순찰을 돌던 사령관과 마주친 금란은 배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숙였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금란의 안색에 사령관이 조심스럽게 무슨 일 있냐고 묻자 금란은 손을 저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요즘 잠을 조금 설쳐서.... 하읏?!"


사령관은 금란에게 다가가 까치발을 들고 그녀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쌌다. 양 볼과 귀에 전해지는 따끈한 감촉에 놀란 금란의 입에서 작은 비명이 나왔다.


"주.. 주인님?"


금란이 부르던 말던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사령관은 금란에게 오후 일과를 물었다.


"오늘 오후엔 개인 수련 이후 자매들끼리 하는 정기 모임밖엔 없사옵니다만..."


사령관은 손목에 차고있던 통신기로 바닐라를 호출해 오늘 모임에 금란은 빼라는 지시를 내렸다. 바닐라는 [하아. 또 무슨 속셈입니까.] 라는 말만 할 뿐 순순히 알겠다고 응답했다.


"주인님. 저는 괜찮사옵니다."


금란이 조심스럽게 사령관을 말리려 했지만 오히려 사령관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거절했다.


그리고 수련이 끝나면 바로 비밀의 방으로 오라고 신신당부한 사령관은 준비를 하기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금란은 사령관이 감싸쥐었던 볼에 남아있는 온기를 살짝 쓰다듬으며 얼굴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