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는 질색이다. 땀이 멈추질 않는군."


여왕의 검이며 배신자의 목숨을 거두는 처형인.

그리고, 여왕의 사냥개로 만들어진 존재.

바르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증오를 담아 태양을 노려보았다.

눈이 따가워 곧바로 시선을 돌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 코트만 벗어도 시원하지 않을까?"


그녀의 옆에서 시체를 태우던 바이오로이드의 말에, 바르그가 사나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이 코트는 여제님께서 주신 정복이다. 군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옷을 벗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네이네이, 그러시겠지. 청소 끝났어."


딱딱하기 그지 없는 바르그의 말에 고개를 흔들던 파트너 바이오로이드가 일어섰다.

자신의 동료였던 바이오로이드를 '청소'한 두 사람은 주변을 경계하며 물러났고,

감시카메라 등을 이리저리 피해 무사히 은신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복귀는 내일하래. 그러니까 오늘은 푹 쉬자."

"알겠다."


바르그는 그렇게 말하고 벽에 몸을 기댔다.

분명 쉬자고 했는데도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긴장하는 모습.

바르그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었던 바이오로이드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꺄악!"


차가운 것이 목덜미에 닿자 놀란 바르그가 비명을 질렀다.


"아하하, 뭐야. 완전 소녀 같은 비명이잖아!"

"네년.... 작전 중에 장난을 치다니. 처형 당하고 싶나?"


바르그가 으르렁거리며 위협하자 파트너 바이오로이드는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바르그에게 아이스팩을 건내며 말했다.


"너무 딱딱해서 그랬지. 휴식도 작전의 일환이니까 긴장 풀라고 한거야. 자, 시원한 거."

"칫. 이 굴욕, 언젠가 반드시 널 처형하고 말겠다."

"아하하, 죽기 싫으니까 배신은 안할게~."


능청스럽게 넘기는 파트너 바이오로이드를 보며 바르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잠시 냉각팩을 바라보다 목덜미에 그것을 가져다 댔다.

시원함이 목덜미를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낀 바르그는 자그맣게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그래~."


이 파트너라면 처형할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바르그는 자그마한 소원을 빌었다.

부디 여제님이 뜻을 이룬 세상에서 둘이서 평화롭게 지내는 나날을 지내길.


-


보름 후, 바르그는 명령을 받고 오랜만에 단독으로 움직였다.

작전을 허술하게 진행해 여제님의 뜻을 방해한 자를 처단하는 것.

습하고 더운 날씨에 땀이 멈추질 않아 유독 함께하던 바이오로이드가 그리워졌다.


바르그는 잠시 호흡을 고르기 위해 나무 그늘 아래에 멈춰섰다.

그리고 지난 번에 받았던 냉각팩을 목덜미에 대며 목표에 대해 생각했다.

여제는 바르그에게 명령은 단순했다.


"역추적의 빌미를 준 쓰레기를 치우도록."


대상은 자신이 추적하기 쉽도록 흔적을 잔뜩 남기고 도주 중이었다.

분명 잡생각이 많고 실력도 미천한 쓰레기임에 분명하다.

그런 자는 여제님의 곁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목을 베어 일벌백계하는 것이 맞다.

바르그는 냉각팩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추적을 시작했다.


그리고.


"네가 왜 여기 있는거지."


바르그는 은신처처럼 보이는 동굴 입구에서 자신의 파트너를 만났다.


"아하하, 바르그. 결국 여기까지 찾아왔구나."

"비켜라. 이 안에 '처형 대상'이 있다."


바르그가 검을 뽑아들자 파트너 바이오로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이 아니야."

"무슨 소리지?"


뭔가 잘못됐다.

바르그는 직감으로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로 다가왔다.


"목표, 여기 있잖아?"


자신을 가리키는 파트너를 보며 바르그는 이를 악 물었다.

그런 바르그를 보며 처형 대상이 말했다.


"위치추적기를 달고 은신처에 들어온 탓에 소중한 기지를 날려먹은 쓰레기. 그게 나야."


자백까지 들은 이상 망설일 필요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바르그의 검은 바닥을 향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바르그. 망설이면 어떡해. 얼른 베어야지."

"그래."


망설이면 버림받을 뿐이다.

여제님에게 피해를 끼친 얼간이를 베어 일벌백계한다.

바르그는 검을 들어 처형대상의 목을 겨누며 말했다.


"그래도 파트너였으니 유언을 들어주겠다. 하고 싶은 말을 해라."


바르그의 말에 처형 대상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죽기 싫어서 배신은 안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

"바르그, 제발 여름에는 코트를 벗어. 아니면 관리라도 잘하던가."


바르그의 검이 움직인다.

처형 대상의 목을 향해 태양을 잡아먹는 검이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보며 '파트너'는 마지막 말을 뱉었다.


"특히 목덜미를 조심해."


목이 날아간다.

바르그의 파트너였던 것은 마지막 말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고,

바르그는 검을 집어넣자마자 코트의 목깃을 보았다.

뭔가 달려있었는지 미묘하게 실밥이 튀어나온 모습.


위치추적기. 상한 옷깃. 그리고.

냉각팩.


"죽을 대상을 속이다니. 여제님을 배신하지 않는다면서...."


바르그는 눈을 슬며시 가리고 하늘을 보았다.


"태양이 너무 뜨겁다. 땀이 멈추질 않아."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바르그는 눈을 가린채 하염없이 땀을 흘렸다.

슬픔을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여름이었다.


백일장 제출용으로 쓴거임

바르그가 허당기도 좀 있고

좀 친해지면 정도 붙이는 타입인거 같아서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