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시간을 보내며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물었다. 지금처럼 살며시 미소 지으며 눈을 마주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이라도 더 그녀의 아름다운 이 미소를 보고 싶었기에.


"느긋하게 책을 읽는 것 역시 좋아합니다만.. 아, 마음껏 쇼핑을 하는 것 역시 포함되겠네요."


순수한 얼굴로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을 떠드는 베로니카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그 밖에도 빛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나 천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 역시 좋아한다는 그녀였지만 내심 나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기에 조금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구원자 님?"

"응, 듣고 있어."

"표정이 밝지 못하시네요."


살며시 얼굴에 손을 감으며 시선을 마주치는 베로니카. 그녀의 붉은 눈빛이 유독 매혹적으로 빛났다. 빛을 따르는 성직자가 갖고 있을법한 눈빛이 아닌, 농염하고 성숙한 여인의 눈빛에 자연스레 목울대가 상하로 운동하며 군침을 삼켜졌다.


"후훗..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구원자 님을 말하지 않아서.. 그래서 서운하신가요?"

"아..."


마치 모든 것들을 이미 꿰뚫어 보는 듯, 베로니카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이윽고 그녀의 얇상한 손가락이 내 얼굴을 이리저리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고, 귓가에는 그녀의 뜨거운 숨결을 불어 넣어지며 그녀의 달콤한 음성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저는 구원자 님을 섬기는 것에 지고의 기쁨을 느낍니다. 단지, 교단의 심문관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여자로서..."


마치 성교 직전의 애무를 하듯, 은밀한 장소까지 베로니카의 부드러운 손이 비집고 들어왔다. 성직자로써 탐하면 안될 금단의 쾌락을 추구하는 손길에 약간의 거부감이 생겨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으며 그녀의 의중을 떠보았다.


"베, 베로니카.. 조금 있으면 다른 천사들이 들어올 거야.."


다른 천사들이 종교행사를 끝내고 돌아올 시간이 멀지 않았기에 살며시 베로니카를 말려보려 했지만, 오히려 베로니카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히 대항하지 못할 힘으로 나를 침대에 밀치고 복부 위에 올라타며 평소의 정갈한 수도복을 벗기 시작했다.


"물론, 저는 천사 님들의 대리인으로써 그분들을 모시는 입장이죠."

"그러니까 이건 밤...읍!"


갑작스레 입속을 파고드는 베로니카의 혀가 하고자 하는 말을 틀어 막았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불과 몇 cm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와 더욱 또렷하게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볼 수 있었다. 성직을 업으로 삼은 자가 결코 보여선 안될 욕망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붉은 눈빛. 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답고 매혹적인 눈빛에, 나는 빠져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원자 님에게 반지를 받은 자로써... 구원자 님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평소의 정갈하고 단정한 모습과, 지금의 굶주린 야수와 같은 모습. 두 상반되는 모습의 그녀에게서 나는 모두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옛 종교의 성서를 읽어보았는데, 기억에 남는 단어가 있다. 바로, 생육하고 번성하라. 나는 '성직자 베로니카'가 아닌, '사랑하는 반려' 베로니카와 그 가르침을 직접 행하기 위해 그녀의 손길에 온전히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베로니카 서약 대사 출시 쎅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