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한 수색대로부터의 보고였다.


오르카호는 생체재건장치를 확보하고 사령관이 제대로 된 몸을 갖춘 후론 여유가 생겼었다. 그렇기에 요즘은 외부로 수색대를 보내 고립된 야생 바이오로이드를 찾아 합류시키거나 자원과 물자를 긁어모으며 착실하게 세력을 불리고 있었다. 그 중 소완이 들어오면서 오르카호 요리대회가 열리는 앙증맞은 찐빠가 있었지만 지금부터 설명할 일에 비하면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니 넘기도록 하겠다.


그 날도 평소랑 다를 바 없이 소규모 수색대를 꾸려 탐색을 나갔었다. 운 좋게도 탐색 중 어떠한 철충과도 마주치지 않았던 날이었다. 적당한 물자를 찾아 차에 실은 뒤 오르카호로 귀환하려 하던 차에 어디선가 쿠구궁 하는 소리가 작게나마 들려오자 수색대원들은 자연스레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들의 시선 끝에선 조그맣게 보일 정도로 멀리 있는 빌딩 하나가 무너지고 있었다. 건물이 반토막난 위쪽이 가라앉자 까만 연기가 하늘 높이 피어올랐다.


저 연기가 났다는 건 화재 내지는 폭발이 일어났다는 뜻. 멸망 전에 저 빌딩에 박혔던 불발탄이 이제와서 터진 게 아니라면 범인은 하나밖에 없다.


철충.


그리고 철충이 애먼 건물에다 의미없이 화력 낭비를 했을리가 없다. 철충이 바이오로이드 내지는 AGS 생존자와 교전을 벌였고, 그 전투의 여파로 저 빌딩이 파괴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보고를 받은 사령관은 있을 지 모르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색대에게 무너진 빌딩으로 가도록 명령했다.


몇 십 분 뒤, 스틸라인 소속 바이오로이드들로 이루어진 수색대가 그 무너진 빌딩이 있는 폐허 도시에 도착했다. 해당 수색대의 리더인 임펫이 단원들을 모아놓고 구역 분담을 지시하던 때에 집중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는 브라우니 한 명이 그녀의 눈에 밟혔다.


"여어, 무슨 일이지 브라우니?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은..."


"레후 상뱀, 어디서 개소리 들리지 않슴까?"


"브, 브라우니!? 지금 무슨 말을...!"


"방금 뭐라고 했지!?"


자신의 말이 뜬금없이 개소리 취급받자 임펫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이에 레프리콘은 얼굴에 핏기가 달아났고, 이프리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허리를 칼같이 숙이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자기 때문에 이 사단이 벌어졌다는 걸 한 박자 늦게 눈치챈 브라우니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해명하기 시작했다.


"아, 아님다! 오해임다! 그게 아니지 말임다!"


"뭐가 아니라는 거지?"


"제가 정말로 개 짖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지 말임다!"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그 때, 임펫의 귀에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그녀 또한 자연스레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저 앞에 있는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작지만 분명히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평범하게 짓는 게 아닌,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 제 말이 맞지 말임다?"


"브라우니, 알았으니까 제발 조용...!"


"방금 일은 불문에 부치도록 하지. 수색대, 따라오도록! 구조대상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임펫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레프리콘과 이프리트에게서 뒤돌아선 뒤 앞장서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조금 빠른 속도로 날아가자 수색대원들 또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붕괴된 건물 잔해에 가까이 갈수록 개가 짖는 소리 또한 점점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길을 막는 잔해를 치워가며 전진하자 흙먼지를 뒤집어쓴 개 한 마리와 무너진 건물 파편 사이로 삐져나온 사람의 팔을 찾을 수 있었다.


허나 살아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가서 맥을 짚기도 전에, 파편에 깔려있는 사람에게서 방출되는 특이한 신호를 감지하자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춰버렸다.


"이건... 뇌파 신호!? 설마...!"


임펫은 부대원들에게 잔해를 치워 밑에 깔린 사람을 구하라고 지시를 내린 뒤 곧장 통신기를 꺼내 본부에 그들의 발견을 알렸다.


"오르카 1호, 여기는 임펫 중사! 인간을 발견했다! 반복한다, 살아있는 인간을 발견했다!"



프롤로그니까 짧은 건 이해해주셈


미리 말해두자면 두번째 인간은 이세계 전이한 라붕이

1화부턴 과거 시점으로 가서 라붕이가 어떻게 오르카호에 발견됐는지 까지의 과정을 다루게 될거임


다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