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나는 워울프가 연락한대로 야외공연무대를 찾아갔고, 내 옆에는 리리스만 동행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 시간에 공연을 하지는 않는것 같았다. 음...? 다음주 공연예정? 야외무대, 매지컬 모모?....골타리온 나오냐?


툭툭.


"모모, 백토, 뽀끄루 출연...으악?!"


무대 옆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관찰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기습이냐! 닌자라면 아이사츠를 해라!"


"주인님? 기습은 아니에요. 그랬으면 제가 막았겠죠."


나는 어느덧 몸을 돌리며 '기습받은 사람이 할 대사 예시 4번'을 외쳤고, 리리스의 말을 듣고 나를 건드린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자 나는 마음을 놓았다.


"형씨. 앞에서 가만히 있길래 까먹었나 싶어서 데리러 왔더니..기습이라니. 그보다 옆에는 아까 여친이 아니라고 부정한쪽이네. 뭐야, 반전인가? 아니지, 여친을 데려오지 말래서 여친이 아닌쪽을 데려온건가...?"


해적의 옷을 벗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워울프가 날 보고있었다. 저게 평상시 복장인건가...?


"워울프였나...그보다, 아까 문자로 보낸 그 확인절차는 안거쳐도 돼?"


"뭐...이미 들어와버렸으니, 어쩔 수 없잖아? 들어와."


워울프는 나를 검은 문 안쪽으로 안내했고, 안으로 들어가자 부서진 놀이기구 외장부분과 빛바랜 입간판 등 각종 잡동사니와 낡은 물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창고인가싶은 생각에 조금 더 둘러보자 테이블과 의자, 캔으로 된 맥주와 음료, 다트판이나 포커용 테이블, 소파와 매트리스등이 조금 깨끗한 구석에 놓여있었다.


포커용 테이블이랑 소파등등은 대체 왜 있는건데...? 여기 뭐하는데지?


"여긴 대체 뭐하는 공간이야? 그보다, 옷갈아입은걸 보니 퇴근한거야?"


내 질문에, 워울프는 뒷부분만 대답해주었다. 내 질문의 본론은 앞부분인데...


"퇴근한건 맞지만...형씨, 여자를 볼때 옷부터 보다니...음흉한걸?"


은근히 날 놀리려는 워울프의 말에, 나는 똑같이 받아쳐서 대답해주었다.


"여자를 볼때 가슴과 허벅지부터 보는것보다는 덜 음흉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남자를 볼때 사타구니부터 보나봐?"


그런데, 워울프도 만만찮은 고단수였다.


"이런, 어떻게 알았대? 형씨, 내 눈길을 눈치챈거야?"


그렇게 둘의 말싸움이 이어지려 할 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하하하, 워울프! 너 또 이상한 애 데려왔네? 쟤는 어디 소속이야?"


송곳니가 참 특이한....사실 죄다 송곳니같아보이긴 하지만 아무튼 건치인건 확실해보이는 누군가가 왔다.


"아아, 이쪽은 하이에나. 우리들의 폭발물 전문가이자 폭발광, 데몰리션우먼, 폭발마, 살아 숨쉬는 화약고, 화약에 죽고 화약에 사는, 공기없이는 살아도 화약없이는 못사는, 폭탄 폭탄 누가 말했나 내가 말했지, 폭발소리 한번에 힘 불끈 솟는 여자..."


뭔데, 어디까지 가는건데. 별명 몇개야 대체?!


"시한폭탄을 겁먹게해서 자기 마음대로 터지지 못하게 만들 여자, 하늘에서 폭발시키라고 내려보낸 여자, 폭발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고 폭발을 그리워하며 잠드는 여자, 폭탄꿈만 꾸는 여자, 일하다가도 폭탄때문에 일을 망치는 여자...또 뭐가있더라? 아무튼 미치광이 폭탄선생이야."


아니 그 별명 갯수는 그렇다 치고, 왜 다 하나같이 폭탄이나 폭발 관련인데?! 무섭잖아!



"씨잉, 무슨 소개가 그래? 내가 화약이랑 폭발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만큼 미친건 아니라고. 그리고, 폭탄때문에 일을 망치다니! 내 일이 이거라고! 화약 다루고, 폭발 다루고! 전문 기사 자격도 있는데!"


기사 자격...? 그거 보통 쉽게 내주는게 아니지 않나? 그리고, 경력도 제법 있어야 줄텐데.


"그보다 대체 무슨 직업이길래...?"


"이 놀이공원 불꽃놀이 전담이시다. 원래는 화약회사에 있었는데...아니, 아무튼."


아아, 폭발물이랑 화약을 취급하는게 직업이 맞구나. 뭔가 신경쓰이는 과거사를 말한것같지만 그건 넘어가자.



"내가 만든 불꽃놀이 보고 가지 않을래? 카하핫! 오늘 저녁에 쏠거야!"


근데 그거 보려면 저녁까지 기다려야하잖아...저녁까지 놀기에는 힘들것같은데.


"저기, 그냥 받을거만 받고 가면 되니까..."


그렇게 적당히 거절하고 선물만 받아서 가려던 그 때.



"제가 일반인들 막 끌고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또 컴플레인 들어오면 어쩌려고요!"


누군가가 들어왔다.


다소 자유분방한 복장의 앞선 둘과 달리, 이쪽은 고글같은것도 쓰고 옷도 뭔가 제복같은데...


"워, 워. 진정하라고. 우리도 잘 아는 사실이니까. 그리고 걱정하는 일은 없을거야."



"나 참, 드럽게 깐깐하네...누가 보안쪽 아니랄까봐..."


"다 들리거든요...."


보인아라고 말하는걸 보면 경비쪽 인물인것같았다.


"출입금지 지역에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나는 곧바로 고글을 쓴 경비원?에게 사과했고, 경비원은 내 사과에 워울프를 째려보았다.


"아니, 아니에요. 잘못은 이분들이 했겠죠."


실수?를 한두번 한게 아닌지, 워울프와 하이에나가 뭘 해보기도 전에 의심받고 있었다.


"다짜고짜 우리를 범인 취급하다니, 이거 억울한걸?"


"우리라고 하지마! 나는 이번 일만큼은 관계 없어!"


....이번일 '만큼은' 이라고? 이런짓을 한게 진짜 있긴 있다는거지?


"아무튼, 이번 일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워, 워. 케시크. 그러지 마. 그리고 막 끌고 온것도 아니라고. 실은 내가 내기에서 져버렸거든. 무슨 뜻인지 알지?"


워울프의 말에, 경비원...케시크는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워울프씨를 이겼다고요...? 아니, 그래도 여기 데려오는건 아니죠! 상품이든 뭐든 워울프씨가 가지고 가서 건네줬으면 됐잖아요!"


케시크는 논리적으로 밀고 나왔고, 워울프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지 눈을 옆으로 굴렸다.


"으음, 너무 딱딱하게 굴지마."


그리고 그 때, 창고 내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워울프가 내기에서 졌어? 대단한데~? 저기, 나랑도 내기 어때?"



"샐러맨더씨...말리려고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주시면 안될까요?"


붉은색의 브릿지가 인상적인...실눈의 여성이었다.


"아하하! 내가 얘들을 어떻게 말리겠어? 너도 잘 알잖아."


오오, 실눈캐. 뭔가 눈떴을때 엄청난 강함을 보여줄것같다.


...아니면 밥을 잘하거나. 운전을 잘한다거나. 그래도 삐죽삐죽한 머리는 아니네.


"그걸 잘 아시는분이 부추겨서 도박판에 끼우는건가요!"


케시크는 샐러맨더라는 여성에게도 불만이 있는것 같았고, 어떻게보면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같아보였지만...


워울프의 성격과 케시크의 발언에 부정하는 사람이 없는걸 보니, 케시크는 중간에 끼어서 고생하는 쪽인것 같았다.


"그보다, 왜이렇게 사람들이 줄줄이 모이는거야?"


내 물음에, 워울프는 양 팔을 벌려 연설하듯이 대답했다.


"응? 그야, 다들 퇴근시간이 됐으니까 그렇지. 우리는 일출과 함께 나타나서, 일몰과 함께 황야속으로 사라지는 들판의 무법자들과 같은...."


뭔가 그럴듯하고 장엄하게 설명하는듯 했지만, 케시크가 중간에 끼어들어 진실을 말해주었다.


"오전근무가 끝나고, 오후 근무가 시작되기 전의 휴식시간에 다같이 모여서 놀려고 오신겁니다. 에휴, 어쩌다가 여기에 끼게된건지..."


아하, 여기가 휴식공간이었구나. 의자랑 매트리스, 그리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있는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그 때, 창고 안쪽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오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망할바보들이 실례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언제 온건지는 몰라도, 또다른 인물이었다. 아니, 그냥 여기 입구가 한두개가 아닌걸지도?

"여어, 카멜. 그렇게 일일이 사과하지는 마. 우리가 바보짓 하는걸 보는게 하루이틀이 아니잖아."


"하루이틀이 아니니까 그렇지!"


그렇게 몇명인가가 모였을 때, 워울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지? 뭘 찾나?


"그보다, 공주님은?"


공주님? 별명인가?


"...하아, 공주님은 페더가 데려오고 있어."


"뭐야, 평소에는 눈치안보고 쉴수있다고 여기는 알아서 잘 왔잖아."


"얼마전에 새로 일 맡아서 그래. 공주님이라고 부르면서 그걸 까먹어?"


"아아, 그렇지."


그렇게 나만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가 한참 오가고 있을 때, 나와 리리스가 들어왔던 문이 벌컥 열리면서 여러명의 사람들이 한번에 들어왔다.


터엉!


너무 세차게 열려서 문이 벽에 충돌하기까지 했다.


"자, 자. 여러분. 공주님이 오셨어요."


"여어, 페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오, 하나같이 개성있어보이는 이 구성원들 중에서 그나마 제일 얌전해보이는 단발머리의 여성, 페더가 들어왔다.


그런 페더의 뒤에는...


"........."


핑크머리의 인어공주님이 누군가의 어깨 위에서 축 늘어져있었다.


왜 진짜 인어공주가 생포된것마냥 들려서 들어오고 있냐? 심지어 움직이지도 않아! 죽은거야?! 활어인줄로만 알았는데!


"자, 자. 우리 잠자는 바닷속의 공주님 좀 침대로 옮겨주세요."


"세상에...퍼레이드까지 4시간이나 남았는데 분장 미리 해둔거야?"


"...안지운거야...."


"혹시 어제 한 분장 그대로 유지한건 아니죠?"


"그건...아니..."


케시크와 샐러맨더가 인어공주님의 팔과 꼬리를 잡아서 옮기기 시작했고, 인어공주는 이 일이 익숙하다는듯 얌전히 둘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인어공주가 운송되자, 공주를 잡아서 어깨에 들처메고 들어온 사냥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팀장님. 물이라도 갖다드릴까요?"


"아니, 나보다는 스카라비아에게 챙겨주도록."


오, 말 한마디만 들었는데 외모랑 다르게 뭔가 똑부러지고 일처리 잘하는것같다.


그보다 팀장이라, 이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임의 지도자인가?


그렇게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여성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던 그 때. 그 이름을 먼저 말한 사람이 있었다.


"....호오, 칸님 아니신가요?"


"...리리스인가."


뭐야, 구면인가?


"알아?"


내 질문에 리리스가 답하기도 전에, 칸이 먼저 답했다.

"삼안의 특급 경호원이 여긴 왜 온거지?"

"아아, 삼안을 나와서 프리로 뛰고 있거든요. 물론 조만간 전속으로 바뀌겠지만. 그보다 칸...당신이, 놀이공원에서 부하들 뒤치다꺼리나 하고있다니. 정말 의외인걸요?"


아까 들었던 경호원 뭐시기에 삼안 이야기가 나오는걸 봐서 업계 사람인것 같았다.


나는 도저히 알 도리가 없는 그 업계 말이지.


그리고 리리스의 도발적인 질문에도 불구하고, 칸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사람을 지키는것에는 변함이 없지. 더군다나, 꿈과 희망을 지켜준다면 더욱 좋지 않나?"


오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뭔가 있어보인다. 멋져보여.

"많이 감상적으로 변하셨네요? 송곳니가 무뎌지지나 않았을까 싶네요."

"그쪽이야말로, 많이 부드러워졌는걸. 그 철벽이 물러진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둘은 서로를 떠보며 신경전을 펼쳤고, 이내 웃으면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어머, 후후후후."


"훗."

둘은 마치 사전에 협의라도 한듯 웃는것을 동시에 멈추었다.


뭔데, 둘이. 그러니까 무섭잖아.


그리고 분위기가 심상치않음을 감지한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대장...저런 신경전도 할줄 알았나."


뭔데 그렇게 놀라? 원래 저런 사람 아니었어?


"분위기가 많이 안좋은데...우리, 피해야 하는게 아닐까?"


어어? 피해야되는거야?


"어떻게 할까? 대장이 이긴다에 걸어볼래?"


"으음...모르겠으니까 좀 더 지켜보고."


니들은 도박판 벌이고있냐!


"잘래..."


...이쪽은 뭐,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


"언..아니, 팀장님이 저런 모습을..."


케시크쪽은 칸의 동생인 모양이었다. 음, 하긴. 닮긴 했네.


일단 이쪽 사람들이 칸을 말리는건 힘들어보이니 내가 리리스라도 말려야겠다.


"리리스? 옛 지인을 만난것도 좋지만 우리가 이러려고 테마파크를 온건 아니잖아?"


"...그렇네요. 지금은 경호였죠. 잠깐 그리운 얼굴을 만나니 옛날 기억이 살아나서 그만."


"그렇군, 나도 옛 얼굴을 보자 잠시 옛날로 돌아갔었어. 미안하군."


둘의 분위기가 어느정도 소강상태로 나아가자, 워울프는 눈치빠르게 나한테 다가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어어, 그래! 형씨. 아까 말한 선물. 여기. 가져가."


상자를 떠넘기듯 받아들인 나는 그걸 들고 곧바로 검은 문으로 향했고, 리리스도 나를 따라 이곳을 나가는듯 했으나...


중간에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잠깐, 그렇다면 혹시 다.른.분.들도 주변에 있나요? '지금같은 모습'으로?"

"그래, 있지. 애초에 여긴 블랙리버 소유의 테마파크니까. 다.른.쪽.들도 '지금같은 모습'으로 있다."


칸의 대답에, 리리스는 고개를 끄덕인뒤 다시 몸을 돌렸다.

".....알겠어요.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웠어요."


그렇게 나는 리리스와 함께 창고를 나왔고, 나는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기로했다.

"둘이, 아는 사이야?"

"그냥...옛날에 일하다가 만난 사이에요."


옛날에 일하다가 만난 사이...삼안의 이야기가 나온걸 보면 경호업체인 <컴패니언>을 만들기 이전의 이야기인것 같았다.

"흐음...일하다가 만난 사이라? 다른쪽은 안면이 없나봐?"


"몇몇 있긴 하지만, 직접 만난적은 없죠. 그보다, 그런 사소한것들은 잊어주세요. 자, 놀러오셨잖아요? 마음껏 놀죠?"


리리스는 너무 눈에 보이게 대화의 주제를 바꾸려 했고, 나는 뭔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제를 바꾸려는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마 엄마가 날 위해 그랬듯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진짜 비밀로 하고싶은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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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에서 옆에 위치한 카지노-


푸른 머리의 여성이 빠른 발걸음으로 카지노 내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여성은 검은색의 짧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입가에는 담배를 물고 있었다.


여성의 그 모습은 영락없이 손님, 그것도 상당히 무례한쪽의 손님으로 보였지만, 그녀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않고 곧바로 보안구역으로 향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보안구역 내부의 한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벌컥.


문이 열리자, 사무실의 내부가 드러났고 그 안에는 백색 제복을 차려입은 금발의 여성이 앉아있었다.


"무슨일이지? 샌드걸. 노크도, 연락도 없이 언더커버 담당인 네가 바로 찾아오다니. 이거, 엄청 큰 실수야. 그런데, 네가 이렇게라도 찾아온 이유가 있겠지?"



"레오나 대장님, 방금 호드 구역에 민간인이 들어갔다 나오는걸 발견했습니다."


샌드걸의 보고에, 레오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뭐 그정도가지고. 종종 있잖아? 그 격낮은 녀석들의 놀이에 휘말리는 민간인들. 그런거로 찾아온거라면 나중에 처벌을..."


"그런 단순한게 아니라, 대장님이 예전에 언급했던 블랙 리리스와 동행하고 있었다고요."


"...처벌은 취소."


레오나는 샌드걸이 이렇게 급하게 찾아올만했다고 판단하여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샌드걸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뭐하는거야?"


"지금, 직접 가시려는거잖습니까?"


"그래, 직접 가야지."


레오나가 샌드걸을 지나쳐가려고 시도하자, 샌드걸이 몸을 옮겨 그녀를 다시 가로막았다.


"그러면 저희가 감시하고 있었다는게 들킵니다! 저희 구역은 카지노, 호드 구역은 테마파크! 우연이라고 잡아뗄수는 없다고요!"


레오나는 이 카지노구역의 경비책임자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부하들은 공식적인 경비가 아닌 언더커버...즉 위장한 경비였고, 그 신분을 쉽게 노출해서는 안됐다.


"...후, 그렇겠네. 그러면 테마파크에 들어가있는 우리 애들을 보낼 수 없나?"


"그쪽은 알비스가 언더커버로 있습니다만...아무래도, 접근시키기에는 힘들겠죠."


"그런가...CCTV는? 아니, 발키리한테 연락해. 잠깐 카지노에서 눈을 떼고 테마파크를 보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주시하라고 해."


샌드걸이 사무실을 나가자, 레오나는 책상앞에 앉아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딱딱딱딱딱딱-


"리리스...왜 여기에 모습을 드러낸거지...? 호드랑은 뭘 하려고...!"


그녀가 리리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과 과거의 일들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왔지만, 그녀는 냉정한 두뇌로 그것들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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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


우리들은 놀이공원에서의 시간을 잘 보내고 집에가려 했으나...아직도 여기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몸이 여기에 있기로 한거지. 어때?"


"와아, 워울프 멋져!"


그것도, 옆에 워울프가 있는채로.


그 창고에서 빠져나온 뒤, 나와 리리스는 원래 있던곳으로 돌아갔지만 워울프와 하이에나가 그 뒤를 따라왔었다.


아니, 하이에나는 따라왔다가 자기 할말만 하고 돌아갔다.


'불꽃놀이 보고 가! 내 역작이니까! 게다가 관람차에서 보면 더 쩐다? 카하핫. 가리는 건물도 없이 순수하게 불꽃만 볼 수 있다고!'


그런 하이에나와 달리, 워울프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나를 따라왔다고 한다.


그녀가 '대장'이라고 부르는 칸의 지시라나.


워울프의 말에 따르면, 그녀들의 팀, <앵거 오브 호드>....통칭 <호드>는 테마파크에 숨어서 비밀리에 시설을 지키는 위장 요원이라고 했다.


'가끔 공공시설에서 사고가 있을때 지나가던 시민의 도움이나 직원의 현명한 대처로 피해를 줄이거나 용의자를 잡았다는 기사 봤지? 그거, 실제로 시민들이 하는것도 있겠지만 블랙리버 소속 업체에서 일어난 일들은 다 언더커버 요원들이 하는거다?'


모종의 이유로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을때 바로 출동하거나 몰래 관찰하고 보고하는게 일상이라나.


대체 그런 요원들이 왜 필요한가 싶었지만, 의외로 하는일은 많단다.


'우리 기업이, 아무래도 적이 많아서 말이야. 주가 하락을 노리고 사고를 일으키려는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놀이기구에 수작부리는 놈들, 불꽃놀이에 실제 폭탄 끼워넣는놈들, 퍼레이드에서 사람 등 떠밀려는 놈들, 인형탈 알바한테 다가가서 은근슬쩍 탈 환기구멍 막는놈들...의외로 사건사고 일으키려는놈들 엄청나.'


확실히, 사람이 쓰러졌다거나 기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거나 하면 논란이 되고 주가가 휘청일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산업스파이나 사보타주 행위를 굳이 놀이공원에서 수작질 부리는데 쓰는건가? 했더니 거기도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뭐, 기업 본래의 업무에 관련되어있으면 법적으로 걸고넘어질 수 있지만...이런데는 그렇게 걸고 넘어질 부분이 취약하단 말이지. 그래서 우리같은 언더커버가 필요한거야. 나는 놀이기구 일부 담당, 하이에나는 폭죽담당, 스카라비아는 퍼레이드 담당, 페더는 CCTV관찰담당...또 샐러맨더는 도박장에서 딜러로 일하면서 다른쪽도 살펴보고. 우리 막내 케시크처럼 연기가 안돼서 대놓고 경비원인 애도 있고.'


아무튼, 그녀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보통은 비밀에 부쳐야할 그런 사실을 나에게 말해주게 된 이유는...뜻밖에도 리리스 때문이었다.


'우리 대장이 꽤 호쾌해서, 뭐 숨기는거 그런거 잘 없거든? 그리고 괜히 의심하지 말라고 있는대로 말해주고 오라고 하더라고.'


워울프는 그런 사실들을 전부 말해준 뒤, 언제 잠입요원 이었냐는듯이 토모와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고....지금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우리들의 시간을 잘 때워주고 있었다.


"...불꽃놀이, 언제 시작하려나."


그렇게 하늘을 보고있던 그 때, 워울프가 나의 손을 붙잡고 일으켰다.


"기대되지? 기대해도 좋아. 조만간 우리 전문가님이 설계한 개쩌는 불꽃놀이의 시작이라고."


하이에나의 실력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 그녀는 이내 뒤에있는 다른 사람들의 손도 잡고 일으켰다.


"자, 일어나. 일어나. 불꽃놀이 명당에서 구경해야지?"


"명당...?"


"음, 명당이라. 좋은 풍경에서 보면 더 좋은 추억으로 남지."


명당을 소개해준다고 말한 워울프는 미호와 리앤을 일으킨 뒤, 곧바로 둘을 내쪽으로 밀어냈다.


"엄마야?!"


"깜짝이야...뭐야?"


"자, 형씨. 귀엽고 예쁜 애인들이랑 명당에서 잘 놀고 오라고. 하이에나가 말해줬지? 불꽃놀이 잘 보이는 공간."


리앤와 미호를 나한테 떠넘긴 워울프는 곧바로 몸을 돌려 토모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과 사모님을 회유하기 시작했다.



"자~그럼 내가 숨겨둔 비장의 불꽃놀이 명당으로 가볼까나? 괜히 다리 아프게 서서 보거나 목아프게 앉아서 보긴 싫잖아? 누워서 볼 수 있는 장소로 안내해줄게."


"와아! 고마워!"


"철남군..."


사모님은 내쪽을 약간 우려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셨지만, 나를 믿으시는지 아니면 뭔가 생각하는게 있으신지 몰라도 이내 워울프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다른 이들이 모두 떠나고 등 뒤를 돌아보자....


"부, 불꽃놀이 명당이라고 했죠? 저는 모르니까...같이 가줘요. 선생님."


"자, 왓슨! 불꽃이 터지기전에 빨리 가자!"



"폭음과 섬광때문에 시선이 쏠리는만큼 경호가 필요할테니...동행하겠습니다."


워울프에게 손을 붙잡혀 일어났던 둘은 내 손을 각자 한쪽씩 붙잡고 나를 이끌기 시작했고, 그렇게 끌려가기 시작한 내 뒤편에서 리리스가 뒤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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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호드 이야기때문에 세계가 개판이고 막 폭탄이 일주일에 한번 터지는곳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아닙니다.


그냥 블랙리버가 이상할정도로 적대세력이 많아서 놀이공원에까지 수작을 부리는거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사실 저렇게라도 안넣으면 군인속성인 블랙리버 소속 대장들을 못넣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