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며 흔적을 남긴다. 겨울이란 계절이 이렇게 잔인한 계절이었나? 분명, 겨울은 좋아하는 계절이었는데.


"한마디 말로 이별을 표현하긴 힘드네요..."

"페로, 조금만 힘내! 구조대가 거의 다 왔어!"


이미 하반신에는 감각이 남아있지 않고, 흐려지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그저 주인님의 얼굴을 마지막까지 각인하기 위해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지 않았다. 살며시 시선을 내려 아래를 바라보면, 붉은 피로 물든 천이 보였다.


"여긴.. 오르카 호인가요?"

"아니야, 그래도 구조대가 오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


필사적인 주인님의 음성. 중상을 입어 누워있는 지금마저도, 주인님의 음성을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졌다. 아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지금 순간이기에 더욱 그러한 것일까? 그러나 주인님의 얼굴에 남은 눈물 자국을 보면 아련한 감정이 함께 느껴졌다.


"평생을 지켜드리겠다 약속했었는데."

"페로..."


만약 지금 떠난다면, 한마디 말에 이별을 고하고 언제일지 기약 없는 기다림이 기다리겠지. 역시 그건 슬프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주인님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는 해야 조금이라도 주인님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을 필사적으로 뻗어 주인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부디 눈물을 멈추어 주길, 영원한 이별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영원한 이별은 없어요.."


생사에 대한 고뇌보다, 죽음의 공포보다 더욱. 주인님의 눈물이 저를 더 힘들게 한답니다.


"시간이 흘러서.. 계속 기다린다면.. 언젠가.."

"걱정 마.. 나도, 나도 기다릴 테니.. 조금만 더 힘내.."


평소 주인님이 강하게 안아주면 창피해서 스스로 거리를 두고는 했었지만, 지금 만큼은 주인님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바스러지는 낙엽처럼, 생명의 불꽃이 힘을 잃어가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주인님의 손길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다.


"주인님.. 부탁이.."

"말해,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들어줄게."

"눈물을 보이지 말아주세요.."


이미 시야는 완벽히 어둠에 잠겼지만, 볼을 타고 흐르는 주인님의 뜨거운 눈물이 느껴졌다. 깊은 상처에서 흐르는 피보다 더 뜨겁고, 더 아픈 눈물이 느껴졌다. 보잘것 없는 고양이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주인님의 따스한 마음, 그것에 난 사랑에 빠졌던 것일까.


"아마 재회를 기다리는 시간은.. 힘들겠지만.."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그 시간이 지나고.. 몇 번의 세대가 흘러도 꼭, 반드시.. 또 주인님을 지켜 드릴게요.. 반드시.."


수많은 자매들 중에서 주인님을 지킬 수 있는 행복을 누렸으니 남은 미련은 없으리라 여겼지만, 그럼에도 주인님의 곁에서 멀어질 것이라 생각하면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주인님을 독점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리리스 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그걸 언니가 하실 말씀은 아니잖아요.'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지. 그래도 주인님의 곁에 머무르며 처음으로 욕심이 생겼다. 오랫동안 주인님의 곁에서 주인님을 지키고 싶다. 주인님의 손길을 느끼고 싶다. 그러나 이제 그 욕심을 내려놓을 순간이 찾아왔다.


"오늘도 주인님을 지켜내서 다행이에요.. 주인님을 그동안 지킬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먼저 떠나간다면, 주인님보다는 이런 욕심쟁이 고양이가 먼저 가는 것이 낫겠지. 다시 찾아올 재회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괴롭고, 외롭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주인님을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감내할 수 있다.


서서히 주인님의 절규하는 음성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이 욕심 많은 고양이에게, 하늘은 감사하게도 마지막 약속을 남길 시간을 남겨주었다.


"걱정.. 마세요.. 영원한 이별이.. 아니니까.. 언젠가, 반드시..."


주인님, 부디 눈물을 멈춰주세요. 

영원한 이별은 없으니.


시간이 흘러, 세월이 흘러 언젠가 반드시

주인님을 다시 지켜드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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