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장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올리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슬레이프니르를 바라보며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방금 보고를 한 인원의 가슴이 신경 쓰였던 것이겠지. 의외로 그녀는 순진한 면이 있으니까.


"난 별다른 말 하지 않았는데?"

"윽.. 아무튼! 가슴은 일부러 줄인 거야!"


이렇게 콕 찌르면, 귀엽게도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기에 더욱 그녀를 상대할 때면 짓궂어 지는지도 모른다.


"정말?"

"진짜야!"


결국 하하 웃으며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리 깔자, 슬레이프니르는 분한 모양인지 방방 뛰면서 스스로의 대단한 점들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마하 100의 속도는 우습다는 것부터, 예전에는 자신의 사인 한 장을 얻기 위해서 1000미터는 줄을 서기도 했다는 등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마 그녀는 모르겠지. 그런 대단한 점들을 굳이 과시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정말, 둔감한 녀석.


"정말? 이야~ 슬레이프니르, 엄청 대단한 걸?"

"흐흥~ 그걸 이제라도 알았다니 다행이네."

"그런 대단한 슬레이프니르에게 오늘의 선물!"


귀여운 마음에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탕을 몇 가지 집어 건네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갑작스러운 선물은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귀까지 붉어질 정도로 눈에 띄게 당황하는 그녀를 보아하니 선물 공세에는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뭐야...? 뭐, 이런 건.. 하루에 천 개도 넘게 받았지만... 일단은 고맙다고 말해둘게."

"정말? 에이.. 그럼 안 줄래."

"무, 무슨 소리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서 줘!"


그러면서 사탕을 받아 들고 헤헤 웃는 그녀의 모습에 마찬가지로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톡톡 튀는 매력이 있는 그녀였지만, 이렇게 작은 선물에도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을 나는 그녀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사랑했다.


"저기, 사령관!"

"응?"


한참을 헤실헤실 웃으며 사탕을 어루만지던 그녀가 갑작스레 부르자 약간의 당혹감이 밀려 들었다. 그녀는 의외로 엉뚱한 구석이 있었기에 이렇게 갑작스러운 행동은 항상 무언가 사고를 유발하고는 했으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스카이나이츠의 다른 아이들도 공인하는 바이기에 그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오늘 좀 답답한데 나가서 내 속도를 보여줄까? 응?"

"무, 무슨.. 갑자기?"

"마하 100 정도면 괜찮겠지?"


이미 스스로의 세계에 빠져버린 것일까.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인지 상상의 나래에 빠져들려는 그녀를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지난번 그녀의 등에 업혀서 하늘을 날아본 적이 있었는데, 결코 좋은 추억 거리는 아니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은 멀미에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그녀를 말려야 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일이 좀 바빠서... 그건 힘들겠네."

"흠.. 그래? 아쉽지만.. 그럼 어쩔 수 없지.."


다행스럽게도 같이 하늘을 비행한다는 미련은 금방 포기한 모양이지만, 눈에 띄게 아쉬운 표정을 짓는 슬레이프니르. 그녀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니 그녀의 표정만 살짝 곁눈질로 보기만 해도 그녀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딱히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방식이 비행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그녀와 추억을 늘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계획을 세우면 일단 실행하고 뒷수습을 하는 편이니, 고민할 것 없이 저지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예전 요리의 질을 늘리겠다는 생각으로 오르카 요리 대회라는 거창한 흑역사도 세운 마당에,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한다 해도 딱히 창피하지는 않으니까.


"같이 비행하는 것 말고 더 좋은 방식이 있지."

"응? 무슨..."


어깨를 늘어뜨리고 시무룩한 슬레이프니르의 뒤로 조용히 다가가 강하게 끌어 안으며 가슴을 주무르자, 이윽고 그녀의 뒷목까지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무무무무슌..! 무슌 짓이냑!!"

"하핫! 아무리 빨라도 이렇게 붙잡히면 소용 없는데~?"


급격히 당황하며 발버둥 치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자, 그녀는 결국 조금의 반항 이후 단념한 듯 작게 웅얼 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령관은 아무래도.. 풍만한 쪽이 더 좋아..?"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며 일부러 줄였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말이야. 이렇게 신경 쓰고 있었다면, 이제부터 그 오해를 풀어줄 시간이다.


"어디, 가는 것도 빠른지 확인해 볼까?"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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