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건 크게 두가지

공감과 몰이해


괴담은 말 그대로 이야기이기때문에 그림이 아닌 언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음

애시당초 어설픈 그림으로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살리기도 힘듬


그렇기 때문에 공감성이 필요함

좀 더 쉽게 말하면 이야기를 듣는 청중이 '몰입'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되는거임
이 몰입을 더 쉽게 풀어서 말하면

내가 이야기 하는 장소,상황을 청중이 자연스럽게 상상할수있는 상황을 말함


흔히 괴담에서 학교가 사용되는 이유가 현세대의 인류라면 거의 예외없이 다녀간 장소이기때문에

배경만으로도 충분히 몰입이 되니까


"야자가 끝나고 교실을 나서려는데 화장실에서 물이 틀어져있는 소리가 들렸어.

우리 학교는 자율야자여서 남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없는것도 아니였기때문에 누군가 손을 씻는거라고 생각했지

화장실에 불이 꺼져있다는걸 눈치채기 전까지는"


아마 이 문장을 읽은 대다수는 자신이 다녔던 학교의 교실,복도,화장실이 어렵지않게 상상이 될거임

그에 반해 생소한 판타지 세계관에서의 길드,제단,던전 이런곳은 상상하려고 해도 쉽게 상상이 안됨

게다가 단순히 상상을 유도하는것만으로는 안됨

요지는 '얼마나 쉽게, 자연스럽게 상상이 가능한가'


상상을 한다는것 자체가 뇌의 프로세스를 차지하게 되는 행동임

이야기의 배경설정에 너무나 신경써서 설명하거나, 과하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되면

그만큼 청중은 괴담 자체를 온전히 느끼기 힘들어짐

좌측하단 패널 두번 눌러서 핸드폰의 최근 탭을 열듯이 간단하게 상상이 되는 장소여야 괴담에만 집중할수있는 상황이 만들어짐


이건 배경뿐만이 아니라 인물의 행동에도 필요한 사항임


"평소라면 누가 물을 틀고 나간거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갔을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나는 그 상황이 너무나도 신경쓰였어

그래서 하다못해 물이라도 잠궈놓고 가자는 생각에 화장실 문을 잡았을때

문이 잠겨있다는걸 알았지"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의 행동범주 안에서만 있어야 함

대신 그럼에도 약간 음 뭐라고 해야하지

쓸데없는 탐험정신? 어 어 저 미친새끼 저길 왜 가 뒤돌아보지마!!!!! 하게 만드는 그런 용기?

그렇다고 갑자기
'나는 어렸을때 배운 도동파를 사용해서 화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수도꼭지를 잠근 후 무공술로 날아서 집에 갔어'

이렇게 풀어가면 안된다는거임


여기까지가 공감성

그 다음은 몰이해


니가 몰 이해해!!!!!!! 조랭이떡같은게!!!!!!! 라는건 아니고

몰이해는 '이해함이 전혀 없음'
몰이해의 몰은 [빠질 몰]임

영어로 표현하면 대충 not 정도겠지


즉 이해할수없는것 이 필요한거임

그렇기 때문에 괴담인거고


굳이 귀신이 아니여도 상관없음

상식적으로 이해할수없는 현상 혹은 행동을 보이는 인물을 보여줌으로서 청중의 공포심을 부각시키는거임

원초적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건 이해할수없는것을 만났을때니까


"문이 잠겨있는데..
물은 누가 틀어놓은거지?

복도에는 정적을 깨는 물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어

그냥 갈까 라고 머리속으로 수십,수백번을 생각하면서도 손은 문 손잡이에 가까워졌고
용기를 내서 잠긴 문을 당겼지

덜컹



뚝  "


이해할수없는 현상을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음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거창하고, 러브크래프트같이 무슨 행성크기만한 괴물이 나와야 하나 싶을수도 있지만

그냥 단순하게 자취방에 혼자 지내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냉장고 문이 열려있다

새벽에 화장실에서 물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불밑에서 무슨 감촉이 느껴진다

컴퓨터 책상 밑에서 뭔가가 닿는 느낌이 든다

허겁지겁 이불을 들춰봐도, 책상 밑을 바라봐도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해


이런것도 이해할수 없는 현상임




"  정적.



복도를 시끄럽게 울리던 물소리는 끊겼어

'뭐지?씨발안에사람이있었나?왜씨발불을끄고지랄이야존나씨발무섭게아씨발진짜'

생각은 어디까지나 생각일뿐

경직된 몸은 수도꼭지가 잠긴 그 상황에 멈춰있었어

.. 물소리도 끊겼고.. .. 그럼 이제 문제 없는거 아닌가?

자기위로에 가까운 생각을 하며 중앙계단을 향해 몸을 돌렸지
사실은 그냥 그 장소에 있는게 무서워서 몸을 피한건데말이야





쏴아아

'씨발!!!!!!!!!!!!!!!'
등 뒤에서 나는 물소리에 나는 계단의 비상등에 비치는 희미한 계단의 형태만 보고 미친듯이 달렸어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없었지 공포영화에서는 그런 새끼가 가장 먼저 죽었으니까

다음날 학교에 왔을때 화장실은 당연하게도 아무 이상이 없었어


여기까지가 내가 학교다닐때 있었던 이야기"





이야기의 흐름, 전개방식은 제쳐두더라도 필요한 요소인 공감과 몰이해 이 두가지만 잘 조화시킨다면 분명 재밌는 괴담을 만들어낼수있을거예요

그리고 가끔 보면 클리셰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시도때도 없이 클리셰를 피하고 비트는 이야기도 자주 보이는데

클리셰가 왜 유명하냐면

그만큼 잘 먹히니까 클리셰인거예요

이거 어디서 본거같은 내용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도 일단은 과감하게 써내려가보세요

바꾸는건 초고를 마친 뒤에 해도 늦지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