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얼굴에 때리고, 옷깃이 조금씩 젖는 이 곳이 가장 마음이 편한 장소라는 것에 슬픈 아이러니를 느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아서 오늘도 그를 찾아온 것일까. 처음으로 안식처를 주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끼게 해줘서? 


이유가 무엇이든, 오늘도 변함없이 그를 찾아왔다.


"나도 왜 찾아오는지 잘 모르겠으니까 묻지 말고, 븅신아~"


뱀이란 본래 차가운 냉혈 동물이니,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신 역시 차가운 심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의 품은 벗어나기 어려웠다.


"참 웃겨, 누구씨가 이렇게 길들여버려서.. 매일 널 찾아서 온다니까?"


조용한 이 장소에서 너에게 등을 기대고, 과거를 회상해본다. 매일같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바보 같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살며시 외로움이 찾아 들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 그는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매일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이렇게 비를 맞네.."


체온 조절도 힘든 주제에 흰 눈이 사박사박 밟히는 겨울이며, 이슬비가 뿌옇게 내리는 여름에도 그를 매일 찾아오게 되었다. 그의 품에 안기는 것을 좋아했기에 더욱 그러한 것일까. 생각해보면 그의 따뜻한 체온을 정말 좋아했으니.


"사냥개를 길들여서 어쩌란 거야? 이게 다 핫팩 때문이야."


사냥개를 주워 애정을 주고, 마음을 녹인 그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합리화를 해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이런 처량한 모습이란 피식 거리는 웃음이 입 밖으로 비집고 나오게 만들었다.


비록 다른 녀석들보다 짧은 시간을 그 녀석과 함께했지만, 아마 가장 길들여진 것은 자신이 아닐까.


"하아~ 비까지 쫄딱 맞으니, 이거 완전 비에 젖은 강아지 꼴이네~"


예전과 같았으면 지금 스스로의 모습을 배를 부여잡고 비웃었을 것이다. 사냥개 주제에 주인을 보러 매일같이 찾아오는 모습이라니. 따뜻한 온기도, 사랑을 속삭여주던 목소리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던 손길도. 그 무엇 하나 잊지 못하고 이렇게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이란, 비웃기 충분했으니까.


살며시 등을 기대며 하늘을 바라보니 빗방울이 안면을 직접 적시기 시작했다. 본능이 남아 있다면 어딘가에서 비를 피하고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지금은 이 빗방울을 피하지 않고 맞이하였다.


"걱정 마... 너한테 보이기 싫어서 이러는 거니까."


빗물에 숨기면 뺨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가려지니, 너와 나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잖아.


"예전엔 이렇게 기대면 따뜻했는데 말이지... 지금 핫팩은, 완전히 식어버렸어. 어째서 일까?"


스스로도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건네지만 당연하게도 그에게서 대답이 없었다. 그야, 그는 이제 차가운 흙으로 돌아가, 이렇게 영면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묻고, 아무리 기대도 대답은 없겠지.


그것에 대한 증거로, 등에 느껴지는 네 온도는 이렇게 차가우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이렇게 쉬다가 갈 거야. 매몰차게 먼저 떠나갔으니, 이 정도는 봐줄 거지? 핫팩..."


이제 너는 다 식어버려서, 전혀 온기를 나누어주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난 너의 온기를 그리워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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