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보련과의 관계 후, 철남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사랑에 확신이 없다면, 확신이 생길때까지 수많은 사람과 마음을 나눠보자...!'


말하는것과 나름의 마음가짐이야 그럴듯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진짜 사랑을 찾을때까지 수많은 여자의 사랑을 받기만 하겠단 뜻이다.


그렇게 마음을 새로 다잡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오던 길...철남은 어떤 여자를 발견했다.


"후후후...왜 불이 꺼져있을까...?"


그녀는 꽃집 겸 메이드카페 페어리의 점원인 리제였고, 철남은 특징적인 그녀의 복장에 그녀를 알아보고 다가가기 시작했다.


지금의 철남은 스토커의 존재만 알 뿐, 골목에서 길을 잃는 얼빵한 스토커보다 더 위협적인 암살자들만을 경계하느라 스토커의 정체와 인상착의에 대해 설명듣지 못한 상태였다.


애초에, 카엔도 리제의 얼빠진 행동에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행동시간이 정해져있어 여차하면 자신이 지키면 된다고 생각해 보고가 누락된 상태였기에...철남은 그저 그녀를 얼굴정도 아는 지인이라 생각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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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이랑 화끈한 시간을 보내고 마음도 다잡았겠다, 잠이나 자려고 집에 가는데...익숙한 옷차림의 누군가를 발견했다.


노출이 적은 긴 메이드복과 카추샤, 그리고 갈색 머리카락....음, 모자가 없는걸 보니 잠깐 마주쳤던 그 다프네씨의 언니분인가.


"...여기서 뭐하세요?"


"....!"


내가 말을 걸자 언니분...이름이 아마 리제였지. 리제씨는 곧바로 몸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순간 마주친 그 눈빛에 살짝 쫄았다.


"앗, 이 목소리는...안녕하세요. 주인님. 이 시간엔 어쩐일로 여기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그쪽이야말로 이 시간엔 어쩐일로 여기에...그보다, 이름이 리제씨맞죠? 지난번에는 꽃 감사했습니다."


"엣, 앗...옷이....아...."


응?


"아, 으으으..."


리제씨는 알 수 없는 소리만을 내뱉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나는 그 모습에 깜짝놀라 그녀를 부축했다.


내, 내 체취가 여자를 뿅가게 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모습만으로 뿅가게할줄은 몰랐는데?! 아닌가? 지병이라도 있나?


"어어, 연락..연락을..."


분명히 다프네씨에게 받아뒀던 명함이...지갑에 없다. 집에 있나?!


"연락처가...연락처가...!"


아마 사장님도 일단은 리제씨와 가족관계인건 어렴풋이 알고 있다. 사장님한테 연락해보면 뭔가 방법이라도...응?! 지갑속에 다른 명함에 겹쳐진 명함이 드러났다.


[Floral Shop& Maid Cafe-Fairy]

사장-레아


으음, 다프네 씨는 아니지만...


'오늘처럼 감정이 격해졌을 때 폭력적으로 나간다거나, 아니면 말 없이 술만 계속 마신다거나...평소처럼 냉정한 상태가 아닐때 연락주세요.'


그 쌀쌀맞은 사장님 앞에서도 자매를 챙기려는 그 모습을 봤을때, 마음씨가 좋으면 좋았지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


아니, 애초에 가족인데 연락하면 받겠지!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거기에 적힌 번호로 연락했고, 몇번의 착신음이 울린 후에 전화가 연결됐다.


"으음,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그러니까...뭐라고 설명해야하지? 이, 이쪽이 그쪽의 동생분을 데리고 있는데요..."


-나, 납치인가요?! 몸값은 얼마면 되나요?


아니 내가 말을 좀 이상하게 하긴 했는데 그게 왜 갑자기 납치로 이어지는건데?


"네? 그게 아니라..."


-어, 얼마든지 준비할게요! 현금은 무리지만...현물로 준비할수는 있어요!


"...얼마까지?"


-20억이요!


순간 혹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동생분이 지금 길거리에 쓰러져있어서..."


-치료비를 보내면 되는건가요?!


사람 말을 안듣는다. 그보다 왜 전화통화하는데 이렇게 나오는거냐고...보이스피싱 사기범들도 너무 쉽게 속는게 미안해서 액수 줄여부르겠다!


"아니라고! 말 좀 제대로 들어요!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아주머니나 할머니들도 아니고 무슨...!"


내가 짜증을 못이겨서 제대로 설명하기위해 일단 소리를 한번 지르자, 스피커 너머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라고 했지?


...뭐지?! 전화 통화로도 살기를 보낼 수 있나?


-다시 말해봐. 뭐라고?


나는 지금부터 공손오공이다. 지금부터 공손겸손자세낮추기계왕권 2배에 들어간다.


"저...사모님? 일단 침착해지신것같으니까, 제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정확하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사실만을 그대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내 정신력아, 반드시 버텨다오! 3배로 공손해진다!


-사모님이라고?


어어? 어어어?


4배다-----!


"선생님?"


-...계속해봐요.


다행이다, 먹혔어.


"일단 제 소개부터 드리자면 그때 티타니아 사장님에게 변화가 생기면 연락하라고 명함주셨던 그 알바생인데요."


-그렇군요. 제 동생에 관한 이야기가 티타니아에 관한거였나요?


"아뇨, 그보다 더 어린 리제씨가 길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리제가? 어쩌다가요?


진짜로 심각한 안건이라서 전화한게 밝혀지자, 방금전의 살기가득한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걸 모르니까 연락드린거거든요..."


-위치 말해주세요! 빨리!


"네, 그러니까 여기가..."


나는 내가 있는곳의 위치를 상세하게 설명해줬고, 레아님은 람보르기니의 미칠듯한 배기음과 함께 10분만에 이곳에 도착하셨다.


"리제!!!!"


레아님은 운전석에서 내리자마자 내쪽으로 달려와 리제씨의 상태를 확인했고, 이내 나에게서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군요...리제에게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레아님은 리제씨를 조수석에 앉히고 벨트를 채운 뒤, 다시 운전석에 오르셨고 나는 그런 레아님에게 10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올렸다.


"네, 레아님. 부디 가는길 조심히 살펴가십시오."


참고로 지금 저의 공손 겸손 예의범절 수치는 56만입니다.


"어머, 굳이 존칭붙일 필요는 없어요."


"그럼, 살펴가십시오. 레아누님."


"붙일필요...없다니까.....요?"


어어 지금 봄이고 정장까지 다 챙겨입었는데 왜 갑자기 한기가 돌지?


"살펴가요, 레아씨."



"음...네, 그정도에서 만족할게요."


목숨을 건진것같았다. 아까 통화할때도 느꼈지만 나이 언급은 절대 해서는 안될 주제겠어....사장님도 마찬가지이려나?


레아님은 그렇게 만족하신듯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몰고 유유히 사라지셨고, 나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집에 들어가서 곧바로 잠들었다.


-일요일 오전 8시-


평소라면 조금 더 늦은시간까지 잘 생각이 있고 더 늦게까지 잤겠지만, 오늘은 나를 깨우는 누군가가 있었다.


"주공. 손님."


"어어, 그래...그보다 손님이라니."


손님이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정좌 자세로 앉아있는 시라유리가 있었다.


"저랍니다, 선생님?"


뭐, 오는게 이상하지는 않다. 옆에 제로랑 카엔도 서있고 둘을 빌려간다고도 한데다가 어제 둘이 없었으니까.


근데, 내가 의문인건 얘가 굳이 이 아침부터 찾아온거란건데...


"...이 시간에 갑자기 왜?"


"금일부로 제가 일족의 수장을 맡게되었기에 그걸 알려드리려고 찾아왔어요. 선생님께서는 외부 사람이시니 행사에 참여해달라는 말은 못하겠지만...축하라도 부탁드리려고요."


수장은 분명 얘 아버지였을텐데...물려달라고 땡깡을 부렸을리도 없을테니 정치질해서 반란이라도 일으켰나.


"그래, 축하해. 잘됐네. 그럼 이제 암살자가 올 염려는 없나?"


내 물음에, 시라유리는 대답을 잠시 주저하더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으음, 그게...어떻게든 알아내보려고 했습니다만...알아낼 방법이 없어서...."


뭐지? 흔적이 안남게 비밀로 지시내렸나?


"그럼, 암살자는 올지도 안올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태로 살아야한다는거야?


"그렇게, 돼버렸네요...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찾아보고 제가 호위를 붙여드릴테니 안심하세요."


아니 니가 나한테 호위를 붙이면 또 의심을 사잖아...나는 의심하고 위협받는거 무섭다고.


"괜찮아, 나한텐 카엔과 제로도 있고 믿을만한 호위도 있으니까."


컴패니언 애들도 있고 제로랑 카엔도 내 주변에 있으니까 괜찮다. 리리스의 능력은 대기업에서도 인정하는 바이니까, 그 리리스가 팀원으로 쓰는 다른애들도 어지간한 경호원보다 능력이 좋겠지.


"혹시 그 경호업체라면 제가 더 나은..."


시라유리가 경호업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려 할 때,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그래,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왔나보네."


"제가 가겠습니다."


제로가 현관에서 문을 열어주자, 흰색과 검은색과 갈색의 무언가가 재빠르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쭈인니이이이임~!"


그때 하루 본걸로 벌써 이만큼 정이 들었나...


"그래, 그래...잘 지냈어?"


나는 나한테 안겨드는 하치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부를 물었다.


"네! 하치코는 잘 지냈어요! 언니가 이제부터 계속 주인님이랑 지낼 수 있다고해서 하치코, 차도 안타고 바로 달려왔어요!"


달려왔어? 그 거리를? 못 걸어올것도 아닌데 뛰어온거면 상당히 무리일텐데....


"에헤헤, 이히히히..."


하치코는 그저 좋다고 쓰다듬을 받으며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하치코를 쓰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시라유리는 전에없이 충격받은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께 저렇게 가까이..."


그렇게 충격인건가...


"선생님, 저도 오늘부터 선생님의 수족이 되어 경호든 살림이든 화장실시중이든 잠자리시중이든 뭐든 할테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런 미친소리를 '오늘부터 XX님의 팬을 할거야'라고 말하는 일상회화같이 포장하지마!


"하지마, 그거..."


"....네."


시라유리는 내 말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시라유리가 풀죽은 모습을 보이는게 안타까웠다.


"나는 네가 학생회장인 모습인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런애가 별 이상한짓까지 하는거보면 별로 마음이 안편하다? 미호의 옆에서 슬쩍 다가와서 말걸어오는게 일상인데 그런모습은 별로야."


내 말에, 시라유리는 풀죽어있던 아까와 다르게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때, 나를 끌어안고 있던 하치코가 나에게서 살짝 떨어져 바닥에 무릎꿇고 앉아 나를 올려다보았다.


"주인님! 근데 오늘은 뭘 하실건가요? 집에 계실건가요? 그럼 하치코랑 놀아요!"


금방이라도 일어날것만같은 하치코와, 그 자리에 뿌리내린 거목처럼 차분하고 안정된 시라유리.


둘 다 무릎을 바닥에 댄건 같았지만, 엉덩이의 높이에서 분위기까지 서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글쎄, 집에만 있는건 아니야. 성당에 가야하거든."


"성당...? 그렇다면 저도 개종을..."


으아악 멈춰 이 미친아이야!


"아니야! 자원봉사 가는거야!"


"와! 성당! 하치코도 성당 좋아요! 근데 성당이 뭐하는데에요?"


....머리가 좀 복잡해진다.


"일단 너는 집에 가고...하치코는 좀 있다가 나랑 같이 성당으로 가자..."


시라유리는 일단 집에 좀 보내야겠다. 내가 마음가짐을 다르게 먹었다고 해도 그 마음은 과하게 부담스럽다.


"주공, 우리는?"


"저희도 동행할까요?"


쿠노이치 자매들도 동행하면 좋겠지만, 둘의 복장은 성당에서 너무 눈에 띌것같다.


"너희 혹시 평상복은 있니...?"


"없어. 전통복은. 많아."


"몇벌 있지만, 은신처에..."


결국 동행은 힘들게 됐다. 내 남는 옷을 준다 해도 바지는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그럼 하치코랑 다녀올게. 성당이 의외로 폐쇄적이니까, 습격당할 위험같은건 별로 없을거야."


"응. 하치. 실력. 확실."


"은신한 적을 감지해내는 능력만큼은 월등히 뛰어나니..."


"네,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주인님! 얼른 가요!"


나중에 가는거라니까?


"아니, 지금 가는거 아니야."


"히잉..."


그렇게 마이페이스만 고집하는 애들을 설득하고 나서 나름 평화로운 분위기가 찾아오자, 시라유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선생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우선은 집...제 기반인 조직을 안정화시키는게 우선이겠죠. 모든것을 틀어쥐고 제것으로 만든 뒤에 '성의'를 보이러 찾아올게요."


그건 아닌데...일단 기반을 다지는건 동의한다. 시라유리가 좀 비틀리긴 해도 내 편인건 확실하니까, 반발이 나오지 않게 해두는게 내 안전을 위해서도 좋겠지.


시라유리는 나에게 고개를 숙인 뒤 집을 나갔고, 카엔과 제로가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주공. 예쁜옷. 훔..아니. 사올게."


방금 훔친다하지 않았니?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그래, 너만 믿는다...



시라유리는 철남의 집을 나온 뒤, 자신의 팔을 끌어안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선생님...제가 조금 더 성의를 보여야한다는건가요...? 제가 성의를 더 보인다면 다시 품어주시는거겠죠...? 아니, 어쩌면 실망시켜드렸을때 '벌'을 주실지도...? 아아, 선생니임...!"


시라유리의 뒤를 따라 집을 나온 쿠노이치 자매는 다리를 배배꼬며 흥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카엔이 나지막하게 그 감상을 내뱉었다.


"...광인."


"언니!"


"그치만, 광인."


"최소한 안들리게 하세요!"


그렇게 서로가 각자의 일을 위해 자리를 비웠고, 철남은 집에서 하치코와 함께 바닥에 누워 못다 잔 잠을 보충했다.


-오전 10시 30분-


나는 하치코와 키르케 누나를 태우고 성당에 도착했고, 지난번처럼 베로니카 수녀님이 우리를 맞이하기위해 바깥으로 나오셨다.


"어서오십시오, 형제님과 자매님. 그리고...지난번의 옷이, 마음에 드셨나봅니다?"


지금 나는 지난번의 골타리온 티셔츠를 그대로 입고있었다.


"마음에 들기도 했고, 일하는데 긴팔 옷이나 정장셔츠같은걸 입고오면 좀 그렇잖아요?"


순면 재질의 티셔츠는 이럴때 쓰기 적합하니까...우리집에 스포츠의류는 없다고.


뭐, 운동이야 할 생각이 있으니까 조만간 마련해야겠지만.


"어머, 지난번처럼 일을 시킬 생각은 없습니다만...따라오시죠."


나와 키르케 누나는 지난번처럼 수녀님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고...키르케 누나는 우리보다 뒤쳐졌다.


"자, 잠깐...알바군! 같이가~"


"박스같은걸 두개씩 들고 오니까 그렇죠."


키르케 누나는 크고 작은 상자를 들고 들어오고 있었고, 내가 하나 들어주긴 했지만 그래도 두개는 무리인듯했다.


"그치만 애들한테 줄 선물이 있는걸."


"...자매님, 도와드리겠습니다."


베로니카 수녀님은 아이들을 줄 선물이라는 말에 곧바로 다가와 큰쪽의 상자를 대신 들어주려했지만, 키르케 누나가 몸을 슬쩍 뺐다.


"아하하, 큰쪽은 제가 들게요. 작은쪽 들어주세요."


"...부담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힘이 약한 편도 아니니..."


"그, 이쪽은 제가 직접 옮기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신가요. 알겠습니다."


순순히 작은 상자를 한손에 들고 옮기기 시작한 베로니카 수녀님.


우리는 한쪽 손에 상자를 들고 옮기는 수녀님의 모습에 감탄했지만 그것을 티내지 않기로 했다.


균형감각이 뛰어난것일수도 있지만, 테이프랑 아랫부분 늘어난거보면 분명히 저거 많이 묵직한 상자같은데...


힘이 얼마나 센거야? 아니, 그보다 저런 힘 갖고있으면서 지난주에 날 그렇게 부려먹은거야?


어?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그런 업무가 일상이었다면 힘쓰는 담당이 있었다는거고...그게 설마....더이상 생각하지말자.


그렇게 지난번의 고아원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베로니카 수녀님과 키르케 누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수녀니임~!"


"마녀 언니다~!"


지난번에 왔던때에 친분을 다져둔건가...젠장, 내가 친해진건 우좌 하나뿐인데.


"그럼, 자매님은 여기서 아이들과 놀아주시고...형제님? 아시죠?"


아니, 이번주에도?!


"또에요? 일 안시키신다면서요?"



"글쎄요, 그럼 아이들과 서먹서먹한 형제님께서 선물을 나눠주고 놀아주시려는겁니까?"


"......."


"그 얼굴을 보니 답은 이미 알아내신 모양이군요."


"수녀님...아니, 자매님...언젠가 진짜 크게 혼나실겁니다."


"어머, 저는 두렵지 않답니다."


아 열받아. 수녀님이 저렇게 능글맞고 사람 놀려먹는게 진짜 열받아. 근데 원론적으로는 틀린말이 아니라서 더 열받아.


열받으니까 땀이 나는것같은데...베로니카 수녀님은 내 체취에 어떻게 되려나?


생각해보니 저 수녀님, 지난번에도 땀에 절은 내 주변에서 표정하나 안변했다.


...신앙심인가?! 마음속 믿음과 신앙으로 버틴거야?


쓰읍, 깝치지 말아야겠다.


"에휴...이번에 할 메뉴는 뭐죠? 또 튀김인가요?"


"아, 국수입니다."


뭐야, 국수? 면 넣고 삶으면 땡이잖아.


"와, 쉽네."


"그렇죠? 지난주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중노동은 안시킨다고."


...진짜 거짓말은 안하는구나. 거짓말'만' 안하는구나...


"좋아요, 적절한 레시피만 따르면 뭐 저도 할 수 있죠. 그럼 시작할까요?"


나는 곧바로 주방으로 발을 옮기려 했지만, 베로니카 수녀님이 내 어깨를 잡으셨다.


"형제님, 벌써부터 면을 삶으면 아이들이 면이 아니라 떡을 먹게 될겁니다."


쓰읍...진짜 틀린말 하나도 안하네.


"그럼 기다려야하나요?"


"아뇨, 육수를 내야죠."


아....맞네. 면 요리는 면을 삶기 이전에 육수를 내야지.


라멘도 그렇고, 냉면도 그렇고, 하다못해 인스턴트 라면도 스프 없으면 그냥 밀가루 덩어리다.


잠깐...설마...


"설마 그 육수 재료...."


내 물음에, 베로니카 수녀님은 활짝 웃었다.


"네, 준비해야죠. 지금부터. 형제님과 저. 단 둘이서."


....험난하다, 험난해.


다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