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몸을 눕히고 있는 에키드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몸을 돌려 시선을 맞추며 대답하는 그녀.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호선을 그리며 마치 귀여운 것을 보는 것 마냥 휘어졌다.


"그런 것 치고는 자주 나한테 찾아오던데..."

"어머, 자의식 과잉 아닐까?"


그렇게 사뿐히 대답하며 몸을 일으킨 에키드나는 차분한 걸음으로 곁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난 맛있는 건.. 오래오래, 아껴 먹는 주의니까..."


처음의 말이 무색한 그녀의 대답에 어색한 웃음이 삐죽 나온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노리고 있었다. 이것 아니던가. 당혹감을 숨기며 그녀의 손길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금 서류를 향해 고개를 숙이니, 이번엔 아주 작정한 것인지 그녀는 내 무릎 위에 체중을 실으며 몸을 밀착 시켰다.


"으음~ 무시하는 남자는 재미 없는데?"

"저기.. 일하는 시간이라.."

"뭐, 당신이 일하는 모습도 매력적이긴 하지."


결국 약간의 저항은 에키드나의 독점욕을 자극할 뿐, 좋은 대책은 아닌 모양이다. 그녀는 그녀의 유혹보다, 서류를 선택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서류를 손으로 가볍게 밀어 치워버리고는 귓가에 촉촉한 숨결을 내뱉으며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런 당신같이 훌륭한 남자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곁에 둘 거야."

"호, 혹시 에키드나는 혹시 갖고 싶은 건 없어?"


에키드나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말을 돌려보았지만, 그녀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포식자의 눈빛으로 가볍게 대꾸했다.


"당신과의 아이를 원해."

"....."

"내 유전자의 우수함은 수많은 실험들로 이미 증명됐어."


솔직하고 스트레이트한 답변과, 멈추지 않는 그녀의 고혹적인 애무가 결합되며 자연스레 군침이 넘어갔다. '아이를 원한다.' 라고 여성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생각보다 강한 파괴력이 내포되어 이성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당신의 것이 섞이면... 어떻게 되는 걸까? 후후훗.."

"뛰, 뛰어난 아이가 나오겠지..?"

"맞아, 그래서.. 상상만 해도 몸이 떨리는 걸?"


일이 밀려있다.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밀려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이성을 부여잡으며 에키드나의 손길을 견디고 있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굴복하여 미래의 내가 고통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차분히 설득하는 것이 방법이리라.


"에키드나는 나와 보내는 밤이 즐거워? 다, 다른 맛있는 걸 먹는다거나.. 그런 것이 더 즐겁.."

"응, 즐거워."

"조금은 고민을 해줬으면 했는데.."

"그렇지만, 당신과의 밤이 즐겁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매일 당신은 내가 몰랐던 쾌락을 알려주니까."


욕망에 솔직한 대원이 에키드나 말고도 몇 명은 더 있었기에 이 정도의 유혹은 벗겨낼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막상 이렇게 면전에서 솔직하게 들이대는 살갗의 유혹이란 예상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 것이었다.


"나라고 모든 쾌락을 다 아는 것은 아니야. 그래서, 난 당신과의 밤이 더 즐거워. 당신은 나와 보내는 것이 싫어?"

"그건..."


깊이 생각해보면 그녀는 실험을 받으며 살아왔다. 이렇게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 역시, 그때 그 실험들이 남긴 그녀의 상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원들을 골고루 사랑해줘도 모자란 마당에, 이렇게 매혹적인 여성의 애정을 모멸차게 거절하는 것이 더 잔인한 짓 아닐까.


"그럼 적어도 여기 말고, 방으로 가자. 긴 밤이 될 테니."

"우후훗, 좋아.. 오늘도.. 내일도.. 계속 한 몸으로 있는 거야.. 점점 고조되는 쾌락에, 미쳐버릴 때까지."


품에 안긴 에키드나의 얼굴에 순수한 미소가 걸렸다. 마치 순수한 아이같이 웃는 그녀의 모습은 앞으로 이어질 육체의 결합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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