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pixiv.net/artworks/81473066


이틀이 지나고 감마와 약속한 날짜가 다가왔다. 병사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무적의 용 대장이 직접 결투를 하러 간다는 소문이 벌써 오르카 호 전역에 퍼져 있었다. 평소에도 뛰어난 지휘력과 올곧은 성품으로 말단 병사들, 장교들로부터 존경심을 한몸에 받는 그녀였지만, 이번 일로 그녀의 평판은 더욱 수직상승했다.


"용 대장님 꼭 이기십쇼!!!"


"저희는 대장님을 믿습니다 화이팅!!!!"


"대장님... 꼭 무사히 돌아오셔야 합니다..."


용 대장은 갑판으로 올라가는 와중에도 그녀를 응원해주기 위해 모인 병사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후후... 인기만점이로군. 무적의 용 대장."


"본관은 그저, 이번 결투로 병사들이 피를 흘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만족할 뿐이오."


용은 마리의 배웅을 받으며 갑판 위로 올라갔다. 해치 위에 서 있는 그녀들은 점점 다가오는 감마의 수송선을 지켜봤다.


"이젠 정말 눈 앞까지 왔군. 준비는 됐나?"


"물론이오. 본관은 이번 결투에 모든 걸 걸고 임할 것이오."


부우우웅....


"직접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적의 용 대장님. 감마님께 모시러 왔습니다!"


감마의 수송선 위에 있는 장교가 경례하며 말했다. 용은 덤덤히 수송선 쪽으로 걸어갔다.


"그럼, 다녀오리다."


"꼭 무사하시길..."



-------------------------------------(3시간 뒤 감마의 군함)


"감마님, 용 대장이 탑승한 배가 오고 있습니다."


"후후후... 그래////"


감마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상태로 갑판 결투장 위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늘의 거사를 준비하느라 이틀동안 잠도 새가며 결투장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무적의 용과 싸울 생각만 가득했다.


"도착했군. 그럼 어디..."


"저기 감마님? 용 대장이 잠시 전투복으로 갈아 입겠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랩니다."


"그래? 후후후...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으면 개인 전투복까지! 정말 기대가..."


"준비됐소."


!!!!!!!!!!!!!!!!!!!!!!!!!!!!!!!!!!!!!!!!


환복을 마치고 결투장 위로 걸어오는 용의 모습에 감마를 포함한 주변에 모든 병사들의 표정이 멈춰버렸다.

그들은 마치 메두사의 머리를 쳐다본 것 마냥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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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음.....크음...흐흐흐흫......."



"크킄ㅋ크킄ㅋㅋ킄킄ㅋㅋㅋㅋㅋㅋㅋ"



"푸하핳하핳ㅎ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결국 감마는 웃음을 참지못하고 그대로 폭소해버렸다. 그녀는 아예 배꼽까지 잡아가며 땅에서 구르고 있었다.


"무적의 용! 도대체 그 꼬락서니는 뭐냐!!ㅋㅋㅋㅋㅋㅋㅋㅋ"


눈물까지 빼면서 자신을 보며 웃는 감마의 모습에도 용은 덤덤하게 눈을 감으며 서있을 뿐이었다.


"이번에 그대와의 결투를 위해 입은 복장이오. 문제있소?"


"문제가 있냐고? ㅋㅋㅋㅋㅋ 머리에 문제가 있는거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시간 전 오르카 호 갑판 위)


"근데, 그 가방은 뭐지?"


마리가 용이 쥐고 있는 가방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바로 감마와의 결투에서 이길 수 있는 묘책이오."


"묘책...? 어디한번 보여주게."


지이익-


"이... 이건!"


"그렇소. 이걸 입고 감마와 싸울 것이오."


"용 대장 진심인가? 이걸 입고 싸우겠다고?!"


"난 이미 주군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희생할 수 있소. 그게 비록 내 수치심이라도..."




--------------------------------(다시 감마의 군함 위)


용이 입고 있는 옷은 바로 그녀의 부관 세이렌 부함장의 옷이었다. 사령관과 뜨거운 밤을 보낸 적 이후로, 단 한번도 다시는 꺼내보지 않은 복장이었다. 그녀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차림에도 불구하고 용은 묵묵히 결투 자세를 잡았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시작하지, 그대가 먼저 들어오겠소?"


"아닠ㅋㅋㅋ 잠깐만ㅋㅋㅋㅋㅋ그딴차림으로 자세 잡지말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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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발도 자세를 잡았지만, 감마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스으으읍! 하아.... 스으으으읍!! 하..........."


"이제 됐소?"


"그래, 이제 진정됐다... 그럼 시작해볼까!"


감마는 자신의 오른손에 끼고 있는 건틀릿의 출력을 높였다. 그리곤 공중으로 10미터이상 도약한 다음, 용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쾅-!!!!


갑판의 바닥이 흉하게 파이며 주변에 파편이 튀었다. 용은 재빠르게 몸을 피해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역시 엄청난 파괴력이군 감마. 전혀 녹슬지 않았어."


"그래, 푸흡!ㅋㅋㅋ 이번엔 진짜로 가루로 만들어주짘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용의 복장에 적응이 안된 감마는 웃음을 흘리며 재빠르게 용을 향해 돌진했다.


"들어와라!"


"푸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감마는 그녀의 모습에 다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건틀릿은 결국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완전히 옆으로 빗나가 버렸다.


"아 진짜... 집중이 안된다곸ㅋㅋㅋㅋ"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오늘은 그대의 제삿날이 될 거요!"


용은 감마가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검을 복부 쪽으로 휘둘렀다.


사샥-!!


감마는 비록 웃느라 집중을 못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몸을 돌려 용의 참격을 피했다. 그녀는 자신의 수트 위에 선명히 새겨진 칼자국을 보며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후후... 무적의 용. 이젠 네가 왜 그딴 차림으로 왔는지 알겠다..."


"그렇소? 그러면 어디 전력으로 맞붙어보시지."


"그래, 좋아... 언제까지고 그런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내 집중력을 흐트려 놓을 수 있을 것 같나!!!"


감마는 순식간에 용의 앞으로 돌진해 그녀의 얼굴을 향해 건틀릿을 휘둘렀다.

용은 바로 방어자세를 취해 공격을 막았으나,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인해 뒤로 20미터이상 밀려났다.

칼 끝에서부터 느껴지는 강한 진동때문에 용은 손이 저릿해지는 걸 느끼며 바로 다음 공격을 수비할 자세를 취했다.


"아쉽게 됐군! 아까 전 나한테 휘두른 공격이 네 마지막 기회였을텐데 말이지!!"


쩌저적- 쾅! 콰쾅! 쾅!!!


감마의 맹렬한 공격에 주변은 전부 초토화 되고 있었다. 이미 구경중이던 병사들은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고, 선체는 파손 경고음이 들려올 정도였다. 감마는 공격을 쏟아부으면서도 용에게 단 한번의 반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무적의 용! 겨우 이정도밖에 안됐나? 더 발악해보라고!!"


"크윽!"


용은 힘겹게 공격을 전부 피하고 빗겨냈으나, 지치지도 않고 엄청난 파괴력을 쏟아붓는 감마한테 점점 밀려나고 있었다.

단 한대라도 맞으면 뼈도 못추릴 정도의 공격에 그녀는 끝까지 집중을 유지하며 빈틈을 노렸다.


"꽤나 끈질기게 버티는군. 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보시지!"


지이이이잉-


감마는 건틀릿의 출력을 최대로 높이고 용에게 내질렀다. 주변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칼을 놓쳐버린 용이 나가 떨어졌다.


쾅!!!!!


"커헉-!!!"


풀썩-


감마는 쓰러진 용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건틀릿으로 내려찍으려는 찰나,


"푸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이 쓰러지면서 짧은 치마아래로 귀여운 곰돌이 팬티가 보였다. 감마는 결국 또 웃음을 참지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건틀릿을 끼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틀어막으며 웃었다.


"아 진짴ㅋㅋㅋㅋ 옷도 저따위로 입은 주제, 나이에 맞지않게 곰돌이 팬티는 뭐냐고 대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마는 도저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끅끅 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 건틀릿을 치켜올렸다.


"하... 아쉽게도 그 예쁜 옷하고 같이...?!"


하지만, 방금까지 자신의 발 밑에 쓰러져 있는 용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감마는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지만, 이미 그녀의 턱 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서늘한 칼날의 감각에 자신이 방심했음을 깨달았다.


"내가 전투중엔 절대로 한 눈 팔지말라고 교육했을텐데?"


"크윽! 이 비겁한... 곰돌이 팬티!!"


용은 감마의 목에 검을 바싹 붙이며 말했다.


"이틀전에 내가 그대에게 말했지. 목이 붙어있는 감각을 잘 기억해두라고..."


"흥! 죽일거면 그냥 빨리 끝내라고. 내 부하들한텐 절대 나서지 말라고 지시해놨으니."


감마는 역시 그녀답게 깔끔히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용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목에 대고있는 검을 내렸다.


"무슨 짓이지?! 끝까지 나한테 굴욕을 안겨줄 셈인가?"


"절대 아니오. 내가 애초에 비겁한 방법을 썼으니, 이런 식으로 승부를 내기 아쉬워서 그렇소."


개운해 보이는 용의 모습에 감마는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자신과의 승부를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용에게 엄청난 고마움을 느꼈다. 지금까지도 동경하는 옛 상관 무적의 용은 여전히 그녀의 완벽한 우상이었다.


"흥, 그럼 다음에는 옷부터 제대로 챙겨입고 오라고. 그 무적의  용이 이런 우스운 꼴로 다니면 무슨 소문이 날 줄 알고..."


"후후... 본관은 이미 주군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소. 수치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하, 그러셔... 그러면 왜 그런 애들용 옷까지 입으면서 나랑 싸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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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주군이 얼마 전에 납치됐소."


"너네 사령관? 어쩌다가?"


"역시 그대는 아닌 것 같았소. 누가 어떤 이유로 납치했는지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오."


"흠... 그래서 우리를 한명씩 공격 중이었나. 얼마전에 제타가 완패를 당했더군."


"그렇소. 그리고 그대와의 결투에서 이긴 대가로 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줬으면 좋겠소."


감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아, 나도 구차하게 패배하면서까지 입 닫고 있을 생각은 없다고. 뭐든 물어봐."


"고맙소. 그러면, 레모네이드와 관련된 것 중 혹시 미심쩍은 면이 있소?"


"미심쩍은 거라... 아, 하나 있다."


"무엇이오? 빨리 말해주시오."


"델타가 근 몇년동안 제타로부터 엄청난 양의 건축용 자재들을 지원받고 있었다."


"델타? 그녀는 이미 유럽에 막대한 양의 지부를 지니고 있잖소?"


"그렇지.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항상 요구하던 린넨이나 가죽대신 콘크리트, 철근, 시멘트같은 것들을 요청하더군."


"흠... 뭔가를 짓고 있었나."


"몇 달 전에 내가 제타의 장부를 한번 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얼추 본 양으로도 대도시 하나쯤은 지을 정도였다."


"그게 사실이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자재들을..."


"나야 알 수 없지. 애초에 걔가 뭘하든 별로 관심도 없고."


"그것 말고도 또 아는 게 있소? 우리는 최대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오."


"또 다른 거라... 요즘은 성격이 조금 유해진 것 정도? 하고있는 일이 잘 풀리나봐."


그 순간, 용은 직감적으로 뭔가를 눈치챘다. 이번엔 지휘관으로서의 판단이라기보다 여자의 감에 가까웠다.


"이 정도가 내가 알고있는 것 전부야. 더 물어봐도 생각 나는 게 없군."


"아니, 이정도면 충분할 터. 협조에 감사드리오."


"그래, 이런 건 제타한테 물어봤어도 곱게 안알려줬을거야. 레모네이드는 생각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거든."


"어쩐지... 돌아가면 혼쭐을 내줘야겠군. 그리고 이번 납치관련 일은 누구한테도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알았어. 갈 땐 타고 온 배를 다시 이용해. 내 부하들이 데려다 줄거다."


"배려에 감사하오. 그나저나 그대는..."


"음?"


"여전히 잘 웃는군."


"하! 웃기지마라, 다음번엔 절대 봐주는 일 없을테니."


"후후... 알겠소. 다음번엔 더 명예로운 승부가 되면 좋겠군."


감마는 노을이 지는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배를 쳐다보며 용과의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거는 쓰느라 힘들었다. 이제 통발 걸어두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