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astorigin/56650249


3. 심해로 가는 길

알파는 유능한 비서였다. 그녀의 말대로 좌표까지 이동하는 데 많은 연료도 시간도 요구되지 않았다. 목표에 도착한 잠수함은 조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몇 분 내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시 몇 분이 지나자 창밖 풍경은 어둠과 이따금 보이는 생물이 전부가 되었다.

오랜만의 잠수는 오묘한 느낌이었다. 이제껏 작전상의 이유로 수많은 잠수를 지시했을 터였다. 그럼에도 참으로 오묘하다고 사령관은 생각했다. 잠수함이 심해로 내려가는 게 아닌 심해가 잠수함에 손을 뻗어 아래로 끌어내리는 듯한 수동적인 감상. 무척이나 불쾌하고 답답했다. 


그러나 사령관이라는 자리에 앉은 자로서 동요를 드러내는 것이 자신의 부하 전체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얼굴을 단단히 굳혔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리 순하지만은 않아 그정도쯤은 간단히 해낼 수 있다고 사령관은 자신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침몰한 잠수함이 카메라에 잡힌 순간, 사령관은 그러한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누구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니 말이다.


4. 호기심은 때때로



"저건.."

그는 사령관으로서 합류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보아왔다. 전쟁의 참상. 구인류의 행태. 한 순간도 그 끔찍한 것들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것'은 달랐다.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온갖 비윤리적인 행위를 보며 느낀 분노 섞인 역겨움과는 질이 다른 순수한 역함의 결정. 침몰한 잠수함이 변형되고 파손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기이한 점들이 계속해서 시야에 잡혔다. 차마 어떤 부분이 어떻게 이상한지 짚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했다. 그러나 딱 하나의 공통적인 설명만은 가능했다.


'그것'은 명백히 썩어있었다.


간신히 비유하자면 운나쁘게 물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가 고양이에게 산채로 뜯어먹힌 모습이었다. 반쯤 터져 바닥에 늘러붙은 내장처럼 녹아있는 부수품과 그런 잔해를 바위삼아 자란 해조류는 곰팡이와 같이 자라나 어지럽고 지저분하게 외벽을 뒤덮고 있었다. 역겨우면서 신비로운, 그 불쾌한 자태에 사령관은 말을 잇지 못했다.



"흠흠"



"아, 미안. 불렀어?"



"앞에."



"내가 나설 시간이네! 그렇지, 사령관?"

트리아이나. 골든 워커즈 소속의 심해 탐사용 바이오로이드. 아무래도 그녀의 눈에는 저 혐오스러운 것이 흥미진진한 미개봉 보물창고로 보이는 듯 했다.



"..."

사령관은 고민했다. 트리아이나 정도의 숙련된 대원이라면 '저것'을 성공적으로 분석해 미소와 함께 결과물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령관으로서의 생각. 저 꺼림칙한 것에 그녀를 포함, 어떤 대원도 접근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녀들의 가족으로서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사령관으로서의 입장과 가족으로서의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그의 눈 앞에 트리아이나의 파란 머리칼이 튀어나왔다.


"사령관, 나 믿지?"


"당연하지. 너 이상의 적임자가 없을 정도야."


"그치? 역시 사령관은 보는 눈이 있다니까."


"하지만 그런 너라서 보내고 싶지 않아."


"설마 내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그래?"


"그런 것도 있지. 하지만"


트리아이나는 양손으로 사령관의 뺨을 주무르며 말을 채갔다.


"아이구, 우리 기특한 사령관! 내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그럴 필요없어. 난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이라구! 그러니까 사령관, 응?"


트리아이나는 심해에서도 반짝거릴 두 눈으로 애원했고,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허락해주었다. 그의 대답에 기뻐하며 달려가는 트리아이나가 복도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사령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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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적다가 실수로 기능 모를 것들을 눌러서 이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노트에 쓸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대화문 대비 서술이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