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을 열자, 밤새 닥터의 방을 지키던 콘스탄챠가 졸고 있었다. 자위를 얼마나 했는지 바닥이 온통 애액으로 흥건했고 스스로 빨아재낀 젖꼭지는 빨갛게 팅팅 불어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흠칫 깨어나더니 애액 범벅인 손으로 닥터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닥터...? 약속대로 섹스..."


"아, 하게 해준다고 했잖아요! 놔!"


닥터는 그녀를 발길질로 떼어낸 후 함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복도를 따라 두 개 층을 올라가자 금방 함장실에 도달했다. 닥터는 똑똑 노크를 했다. 


"누구?"


"오빠, 나야. 잠깐 시간 돼?"


"뭔일인데."


쌀쌀맞은 답이 들려왔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얼마 안 걸리는 일이야. 잠깐 이야기좀 할 수 있을까?"


"업무 관련?"


"응."


"들어와."


닥터는 조심스레 함장실 문을 열었다. 닥터는 책상 위  산더미같은 서류뭉치 때문에 사령관을 바로 발견하지 못했다. 사령관이 기지개를 키며 팔을 위로 뻗자 그제야 그를 볼 수 있었다. 


닥터는 그의 곁으로 종종걸음쳐 다가갔다.


그는 도표로 가득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피곤에 찌든 옆모습이었지만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러나 닥터는 그런 데 홀릴 만한 여자가 아니다. 그녀가 말했다.



"얼마 전에 보안시스템 개선 프로젝트로 자동터렛 인공지능 개선버전 적용계획 메일로 올렸는데 아직 답이 없어서. 지금 급해서 그런데 먼저 처리해줄수 있어?"



"아, 그거. 확인했는데 별로더라. 다시해."



아, 이건 예상에 없었는데.


닥터는 욕이 씹히는 입꼬리를 억지로 비틀어 미소를 띄웠다.



"알았어, 오빠. 오늘까지 해서 가져오면 되지?"


"어. 바쁘니까 찾아오지는 마. 메일로 보내."




응! 알았어 오빠!



"좆간새끼..."





"뭐라고? 잘 못들었어."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가볼게."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빠 그런데... 요즘 잠을 잘 못 자나봐?"



"너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이 참, 그러지 말구. 오빠 너무 피곤해보여서 그래. 불면증이라도 있는 거야?"



"안 가?"



"오르카호 계측시스템 야드파운드법으로 바꿔버리기 전에 혓바닥에 구리스좀 칠하는거 어때? 대화를 하자구 오빠."



야드파운드라는 말에 사령관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닥터를 노려보았다.


"그래, 불면증 있어. 아무리 피곤해도 도통 잠이 안오더라고. "


"좀 푹 자고 싶은가보구나."


"어, 푹 자고 싶어. 왜? 너가 고쳐주게? 여기서 당장 재워줄거 아니면 나가. 일 없어?"



걸려들었다.


닥터는 환히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빨간 약을 꺼냈다.

"자, 여기."


"뭔데?"

약을 받아 든 사령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닥터를 바라봤다. 


"오빠 불면증으로 고생하는거 같아서, 내가 불면증 치료제를 개발해 봤어. 그거 한 알이면 자고 싶을때 마음대로 잘 수 있을 거야. 임상실험까지 충분히 거쳤으니까 걱정 말고 먹어도 돼."


"어...그래? 고...고맙다."

조금 감동했는지 사령관의 눈가에 습기가 스몄다. 그만큼의 죄책감도 닥터를 찾아왔지만, 자동터렛 인공지능을 다시 만들 생각을 하니 죄책감은 말끔히 사라졌다.

 귀여운 미소를 싱긋, 고개를 갸웃, 순박한 웃음을 히히 흘리며 물컵을 건넸다.


사령관은 빨간 약을 입에 털어놓고 물과 함께 꿀떡 삼켰다. 목젖을 따라 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고마워, 닥터. 내가 너무 쌀쌀맞았지? 요즘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그랬어. 그래도 내가 너 사랑한다는건 잊지 ㅁ"


거기까지 말한 사령관은 눈을 뒤집은 채 바닥에 털푸덕 쓰러져 잠들었다. 닥터는 악랄한 미소를 띤 채 그의 머리맡에 다가가 속삭였다.

"난 명령에 따른 것 뿐이야. 분명 오빠가 재워달랬어."


바이오로이드는 주인에게 몰래 약을 먹여서 재우는건 할 수 없다. 그러나 명령을 받으면 약을 제공할 수 있다. 닥터는 DNA에 새겨진 시스템을 교묘히 우회하여 사령관에게 수면제를 먹이는데 성공했다. 


쿨쿨 잠든 사령관은 암컷이라면 누구나 홀리는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그 물건이 대단했다. 

닥터는 불룩한 그의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주물러 보았다. 

감촉이 예술이다. 굵기도 굵기인데, 어찌나 큰지 허벅지에다가 그것을 수납해둔 것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닥터도 여자인지라 팬티가 촉촉해지는건 당연했다.


"뭐...이왕 재운 김에 맛이나 좀 볼까?"

그래,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러는지 나도 한번 먹어보자.

닥터가 입술을 핥으며 그의 바지를 벗기려는 순간, 함장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웬 발정난 암컷 둘이 우당탕탕거리며 뛰쳐들었다.

탈론페더와 콘스탄챠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변태마냥 훔쳐보던 주제에 짐짓 점잖을 빼고 서 있는 마리도 있었다.


"닥터! 순서를 지켜야지! 내가 먼저라구!!"

사타구니에서 애액을 뚝뚝 흘리며 콘스탄챠가 소리쳤고, 꼴사납게 바닥에 뒹군 탈론페더는  팬티속에 에그 바이브레이터 전원선이 세 개나 들어간 상태였다.

성욕이고 나발이고 어이가 없어진 닥터가 말했다.

"아니...언니들, 지금껏 지켜보고 있던 거에요? 심지어 마리....님까지?"


그러자 탈론페더가 멋쩍은 듯 볼을 긁적이더니 미친 소리를 해댔다.

"헤헤... 사실 우리 뿐만 아니라... 오르카호 전체에 중계되고 있었어요..헤헷."


상황은 이랬다.


닥터가 섹스를 하게 해주겠다며 사령관과 결판을 내러 함장실로 향한 뒤,

콘스탄챠는 그 진행사항이 너무도 궁금한 나머지 이 사실을 탈론페더에게 전했고 탈론페더는 기꺼이 함장실 몰래카메라를 켜 주었다. 


함장실 앞에 오손도손 앉아 태블릿을 보고 있는 모습을 지나가던 마리가 보았고, 상황설명을 들은 마리는 이 절제절명의 상황을 다른 지휘관들에게도 공개하라 명했다.


페더는 이왕 공개 하는 김에 모두에게 이 몰카 채널을 공개하기로 했다. 


때문에 닥터가 사령관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그의 바지를 내리는 순간을 용과 메이 등 최고위 지휘관부터 엊그제 합류한 말단 브라우니까지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와아아아아....

아까부터 들려오던 이 함성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린 닥터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저 멀리 복도 끝에서부터 성욕에 미친 좀비떼들이 애액을 뚝뚝 흘리며 함장실로 우르르르 달려오는걸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요, 뭐.... 알아서 하세요."

닥터는 세 사람에게 사령관을 넘기고는 얼른 함장실을 빠져나왔다.


성욕의 좀비떼 한 가운데를 닥터는 걸었다.

나이트엔젤도 팬티를 허벅지에 걸친 채, 심지어  스카라비아도 가슴을 홀랑 깐 채, 애액을 뚝뚝 흘리며 함장실로 달렸다. 정말 비현실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오빠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편히 잠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쨌건 기분은 좋았다.




그러나 이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