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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어?"


운명의 장난인 걸까.

흩어져 있던 희망이 다가왔으나.

짧은 추억만을 남기고 불신과 상처로 변했다.


처음에는 그저 놀이에 불과한 기구.

그러나 그것은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전조였을 뿐.


모두가 아쉬운 불만 속에 다른 기구를 이용하며 놀거나,

해킹을 감지해야 할 기술자들이 기구를 수복에 신경이 팔렸을 때.

첩자는 기밀 자료를 빼내어 델타에게 가져다 바쳤다.


그리고 지금...


"우리한테 왜 그런 거야, 갈라테아!!"


살라시아가 외쳤다.


"전단장님은 널 믿었어! 엠피 언니도! 멜리테도!! 그리고 시아도!!"

"시아..."


엠피가 다가와 시아를 달래었다.


"......갈라테아."

"엠피..."

"...."


엠피는 그녀를 노려보다가 두 눈을 감고, 시아를 데리고 떠났다.


"후후...."


갈라테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거대한 잔해 속에 파묻힌 채 머리와 팔 한 쪽만 나와 있었다.


"...."


머메이드 부대의 남은 한 사람.

멜리테가 남아 있었다.


"분명히 무슨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멜대짱이 말한다.


"....."


갈라테아는 가만히 듣는다.


"네가.... 우리의 정보를 넘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 그렇게 믿었다."

"후후... 공주님...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그래서는 초코 왕국을 세울 수 없어. 나 같은 여자한테 사기 당하고 말 걸."

"......너를 증오한다, 갈라테아."


멜리테가 다가가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니까 말하라. 숨김없이 밝혀 나의 증오를 달래다오. 뭘 숨기고 있는 게냐?"


갈라테아가 웃었다.


"이 지경이 됐는데, 뭘 숨기겠어. 다 말했잖아.

난 델타의 편이고, 너희는 델타의 적이라는 걸.

적을 염탐하고 정보를 빼내는 건 당연한 거야.

왜냐하면, 나는 항상 선두에 서며 모두를 지켜야 하니까.

나는 내 동료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어.

조용히 돌격해서 이곳에 들어왔고..... 안타깝게도 빠져나가지 못했지."


"델타가 우리 부대를 모두 없앴다. 그런데도 넌...."

"나는 델타님에게 충성을 맹세했어. 내가 살기 위해서."

"...."

"우리 공주님. 이런 사람도 있는 거예요.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을 팔아먹는 못된 여자가."


갈라테아가 피식 웃었다.


"못 믿겠다면, 그만큼 내가 너를 잘 속였다는 거겠지."

".....난....."


멜리테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도 널 믿고 있다. 아마도 끝까지 널 믿겠지. 내가 아는 너는 그런 여자가 아니니까."


멜리테가 일어섰다.


"제독."

"음."


사령관은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 일을 비밀에 부칠 수는 없겠는가?"

"글쎄."


그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뱉는다.


"아직... 아직 늦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갈라테아가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던 건 아르망을 포함한 몇 몇 대원들에게 이미 들켰어."

"....그래도..."

"게다가 일부 구역이기는 해도 천장이 무너져 내렸을 정도의 소란이 일어났잖아. 이건 숨길 수 없어."


갈라테아는 급히 도망치려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정확히는 살라시아가 그녀를 잡으려고 무리를 했던 것이지만.

그 결과, 천장이 무너져내릴 때 그녀가 그곳에 깔렸다.


"그리고 멜리테. 미안해. 숨길 수 있더라도, 숨길 생각이 없어."

"..."

"이런 일은 두둔하고 넘어가서는 안 돼. 네 마음은 잘 알지만...."

"그만."


멜리테는 고개를 돌렸다.


"알겠다. 제독에게 마무리를 맡기겠다."

"....."


멜리테는 미련을 가지고 다시 갈라테아를 보았다.


"갈라테아."

"응, 우리 공주님."

"....너와 다시 만나, 나는 행복했다. 너도 그랬기를."

"후후.... 맞아. 나도 행복했어. 즐거웠고. 진심이야."

"그래."


잠깐의 침묵 끝에 멜리테가 떠났다.


"....."

"하하... 안녕, 허니. 조금 요상한 모양새가 됐네."

"그러게."


사령관은 그녀에게 다가가 잔해를 해친다.

몇 번의 파헤침 끝에, 그는 그녀의 상반신을 드러냈다.


"뭐... 하는 거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숨쉬기 힘들잖아."

"...허니. 당신도 나를 살릴 생각이야?"

"너도 너의 입장이 있겠지."


사령관은 덤덤하게 말한다.


"예를 들면, 지금 이 대화를 델타가 듣고 있고."


갈라테아가 움찔했다.


"네가 정보를 누설할 때마다 잡혀 있는 동료가 죽는다는."

"....."

"하지만 델타가 정말로 그 약속을 지킬까?"

"뭐...?"
"네가 누설하지 않아도 홧김에 죽인다면?"
".....!"


갈라테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그런... 그럴 리가...."

"내가 아는 델타라면 충분히 가능해."

"....."


사령관은 그녀의 곁에 앉았다.


"미안해, 갈라테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양쪽 모두를 지킬 수 없게 됐어."


그는 솔직히 고백한다.


"원래는 널 보내줄 생각이었거든."


그는 갈라테아를 보내주고 그녀를 역추적하거나 그녀를 이용해 델타를 끌어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머메이드 부대가 눈치 챘고, 분노했다.

그 분노를 막을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럴.... 수가....."

"선택해야 해."


그가 말한다.


"지금 당장 몰아붙인다면, 델타가 인질에게 신경을 못 쓸 수도 있어."


폭풍처럼 몰아붙이며 목을 죄이면, 델타도 비상이 걸릴 거다.

그러면 인질들에게 신경을 못 쓸 가능성이 있다.


"물론, 폭주해서 다 죽일 가능성도."

"그건...."

"단, 여기서 미적지근하게 끝나 시간이 끌리면 다 죽는 건 시간문제야. 너처럼 이용 당하다가 하나씩 죽겠지."


잔인한 말이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네가 가장 잘 알 거야. 델타가 널 어떻게 압박했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행동했는지. 그걸 다른 동료에게 고스란히 적용할 거야."

"....."


갈라테아가 이를 꽉 악물었다.


"하지만 우리가 신속하게 움직인다면,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

"....."

"모두를 구할 선택지가 없어서 미안해."


사령관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여전히 따뜻했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야."


그는 얼굴을 가까이하고 다시 묻는다.


"델타의 위치를 알려줘."

"......"


잠시 후, 갈라테아가 눈을 부릅떴다.


"델타는....."







-젠장!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싸움은 순식간에 끝났다.

갈라테아는 텅 빈 방에서 홀로그램을 통해 델타의 처형식을 보고 있었다.


-레모네이드 델타.


멜리테가 검을 빼들며 그녀의 옆에 섰다.


-이 자리에서, 너와 얽힌 오랜 앙금을 풀겠다. 나의 검 아래 목숨을 다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이럴 수는 없어!! 인간! 너는 이렇게 함부로 남을 죽이지 않잖아!!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추한 여자여. 이제 그만 눈을 감거라.


서걱.


내려오는 칼날에, 델타의 목소리가 멈췄다.

멜리테는 칼날에 묻은 피를 장갑으로 닦아내고, 그 장갑을 바다에 던져 버렸다.


-먼저 간 나의 동료들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


일동 묵념.

처형식은 간단하고 묵직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이렇게 빨리...."


갈라테아는 놀랐다.

그녀가 델타의 위치를 말해주고 겨우 8시간.

거기까지 가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전투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게... 오르카호의 전력....'


물론, 레모네이드 전체가 아니라 델타와 그녀의 부대와의 싸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놀라울 정도였다.


'나는....'


문득, 그녀는 자괴감을 느꼈다.


'나는 괴물들에게 싸움을 걸었구나.'


이제 어떻게 될까.

그녀는 어중간하게 양쪽에 발을 들였다.


'나 같은 어중간한 박쥐의 결말은....'


어중간하게 끝나는 게 지당하겠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슬피 웃었다.

그저 동료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잘못됐다.


'차라리 맞서 싸울 걸.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는 지난 날을 후회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죄인 갈라테아."

"아..."


갈라테아는 바쁘게 눈물을 훔쳤다.

감히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다.

배신자 주제에 눈물을 보인다면, 저쪽의 화를 돋울 테니까.


"너에 대한 처분을 내리겠다."


멜리테가 엄숙한 분위기로 말했다.

심문실에 들어온 것은 멜리테와 살라시아, 그리고 엠피트리테였다.


"하.. 하하...."

"하지만 그 전에, 델타에게 잡혀 있던 머메이드 대원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지."

"....."


듣기 두려웠다.

모두 죽었다면....

그러나 갈라테아에게는 거부권이 없었다.


"중상자 19명부터 시작하지. 한 명 한 명의 부상을 알려주겠다. 먼저 xxx. 두부에 심각한 자상. 그 다음, xxxx.심한 굶주림과 구타 흔적. 그 다음xxx...."


멜리테가 목록을 쭉 훑으면서 부상자들의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듣던 갈라테아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라...?'


멜리테가 말하는 부상자 명단과 부상의 정도는 전부....


"대답해. 네가 알고 있는 부분과 뭐가 다른지."

"....똑같아..... 몇 명이 좀 더 부상이 늘긴 했지만..."


다섯 명 정도가 타박상과 골절 등의 부상이 추가됐고.

그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경상자가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한 명도 죽지 않았다.


"후....."


깊은 안도의 한숨.

갈라테아는 고개를 들어 멜리테를 본다.


"다행이다."

"다행?"

"한 명도 빠짐없이 구한 모양이다. 한 명도 탈락하지 않았어."

"......!!"

"제독의 예상대로였다. 갑작스러운 전투에 델타가 당황했고, 오히려 인질을 살려두었지. 교섭을 위해."


멜리테가 설명한다.


"그렇게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역으로 실력자들을 풀어 인질을 구출하고, 내부와 함께 외부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부상자는 그 과정에서 생겼다. 어쩔 수 없는 출혈이었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는."

"아...."


갈라테아가 서서히 사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멜리테가 방긋 웃었다.


"역시."


그녀의 뺨에 한 줄기 눈물이 흘러 내린다.


"나는 너를 믿었다, 갈라테아."

"공주님...."

"함께 제국을 세우기로 약속했지 않은가?"


엠피와 시아가 다가와 갈라테아의 속박을 풀어준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됐다, 갈라테아."





우리가 흩어졌던 날. 나는 믿었다.

우리의 신뢰와 우정이 모두를 불러들일 것을.

그리고 보아라.

또다시 우리가 한 자리에, 이렇게 모였으니.


초코랜드를 세우는 우리의 대서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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