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섭스는 컴패니언이나 페어리 팬이 아니라면 엄청 재밌지는 않겠지만, 썩 길지 않은 분량으로 캐릭터 13명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만 남겨줬다는 점에서는 굉장한 가성비를 지닌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음. 물론 가성비가 좋다는 게 늘 좋은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타인의 평가로 등장을 때워버리는 스토리를 양산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의 캐릭터성을 확정한다는 부분에서는 적절한 대상 선정과 타이밍이라고 생각함. 너무 남발하지만 않으면 괜찮은 방식이라고 봄.


반대로 컴패니언이나 페어리 팬이라면, 특히 그 중에서 좀 덜 다뤄진 애들 위주로 빨고 있었다면 가뭄의 단비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함. 단순히 지금껏 미묘하게 아쉬웠던 캐릭터성에 대한 변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많은 캐릭터들에게 기존까지는 명시되지 않았던 설정을 추가해서 창작용 떡밥도 마련해줬다는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음.


서두는 이 정도로 하고 각 캐릭터별로 내용을 살펴보자. 스토리에 언급되는 순으로 정리하겠음.


기존 - 요정 마을에서 주연을 맡아서 나름대로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컴패니언과 엮이고 난 후로는 출연이 많지 않았음. 컴패니언 자매의 모습을 다루는 장면에서는 비중이 부족한 편이었지.


신규 - 심성이 여리고 언니들에게 잘 의존하면서도 위급할 때는 용기를 낼 줄 아는 아이라는 속성으로 정리해줌. 요정 마을에서의 모습과 충돌이 없으면서도 컴패니언 내에서의 슴페의 입지를 확실하게 잡아줬음. 원탑 귀여움인 하치코의 아성을 위협하는 귀요미 막내라는 속성을 새롭게 받게 됨. 기존에는 성숙미가 좀 더 돋보였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가끔 귀여운 모습 보여줄 거라고 생각하면 막 흐뭇해짐. 그 와중에 스킨 판촉도 잊지 않음.


기존 - 레아의 대사에서 언니들과 잘 못 어울린다는 말이 있었고, 스토리에서도 리제를 무서워해서 벌벌 떨던 이미지만 있다가 그나마 방주에서 페어리 최고의 급발진 캐릭터성을 받았음. 아직은 어린아이 취급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미지가 조금씩 만들어지는 상태임.


신규 - 트러블 메이커 역할을 확실하게 받음. 다만 민폐형 캐릭이 아니라 선의에서 시작해서 사소한 실수나 급발진으로 일을 키우는, 보고 있으면 흐뭇해지는 캐릭터라는 것이 중요함. 게다가 뒤에서 말해주듯이 친화력 맥스 찍은 애라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활기차고 의욕적이고 미워할 수 없는 가벼운 사고를 벌이는, 굉장히 생동감있는 캐릭터가 연상되는 설정이 만들어짐. 이 설정에 맞춰서 기존의 자매와 잘 못 어울린다는 설정은 폐기하기로 결정하고 언니들을 동경하고 닮고 싶어한다는 설정이 확정됨. 


기존 - 페로와 티격태격하는 제멋대로인 고양이 그 자체, 사령관 앞에서는 발정난 고양이


신규 -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온/오프가 확실하다는 면을 부각시켜서 자유로운 성격에 대한 쉴드를 세워주고, 애교많은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귀여우면서도 영리한(?) 느낌을 넣어줌. 기존에는 페로와의 티격태격+사령관 좆을 노리는 색골 정도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는데 조금 더 귀엽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추가해서 다른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 때 확장성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함.


기존 - 사령관 바라기 멘헤라. 사령관에게 눈길을 끌기 위해 꾀병까지 부릴 정도. 농사 좋아함


신규 - 수확 특화 능력을 농작물로 뭔가 만드는 능력까지 확장시킴. 기지의 주방에 못 들어가는 걸 요리를 좀 못 하는 설정으로 밀어붙였던 과거 아쌉 답변이 있었지만 변화가 있을 듯? 여튼 맥주는 끝내주게 만든다고 함. 거기에 기존에는 오로지 사령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령관의 애정을 갈구하는 느낌이었는데 그 대상이 자매 전체에게로 확장되어서 귀여운 어리광쟁이 캐릭터를 받아감. 개인적인 감상을 추가하면 드리아드는 공식에서 드러난 캐릭터가 너무 협소한 설정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야 좀 뭔가 창작물을 만들어볼만한 최소한의 기반이 닦인 느낌임.


기존 - 천연계 노출광, 고기 매니아, 가끔 발정남. 서열상으로는 페로보다 밑이고 잘못하면 언니들에게 혼나면서 그럭저럭 맞춰서 살아가는 느낌


신규 - 노출은 그렇다 치고 무력서열을 넣어준 건 꽤 의외이면서도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함. 자매를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함을 보여주면서 무력 이슈로 애가 폭주하기 시작하면 주위에 다른 캐릭들이 말리기 힘들다는 당위성도 함께 부여해줌. 그리고 고기 매니아 설정도 단순히 혼자서 고기 많이 먹으려 드는 먹보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같이 챙기는 긍정적인 성격이 추가됐음. 야성적인 사고뭉치 원툴로 쓰일 수 있던 캐릭터를 좀 더 다양한 국면에 쓸 수 있으면서도 사고를 치더라도 나름대로 근거있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빌드업이 됐다고 생각함.


기존 - 기본 빌드업은 청순가련, 근데 중간에 나온 서약대사가 뜬금없어서 캐릭터성이 애매해짐. 어쨌든 서약대사 이후로도 스토리는 착하고 남 도와주는 청순캐 루트를 계속 타는 중. 다만 초코에서 리제에게는 밝힐 수 없는 사령관과의 관계 사실이 폭로되면서 약간 호박씨 까는거 아니냐는 느낌도 받을 수 있는 상황.


신규 - 기본 캐릭터성을 청순 캐릭터로 확정함. 모든 캐릭터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남들 상담도 해주고 돕기도 하는 등, 고생을 사서 하지만 그 대신에 높은 인망을 가지고 있고 인망 덕에 남에게 도움도 많이 받는 상부상조가 자연스러운 캐릭터로 정리됨. 다프네의 서사상 문제점 중 하나는 대사는 리제를 엄청 챙기는데 정작 스토리에서는 리제랑 거의 안 얽혀서 쿵짝이 안 맞고, 오히려 리제 앞에서 사령관이랑 한 거를 숨겨야 하는 설정이 추가돼서 상호작용 빌드업이 망해버렸다는 점임. 이 모순을 해결하는 대신에 챙겨주는 대상을 모든 캐릭터로 확장시키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조커같은 캐릭터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오히려 강점이 되니까 앞으로를 기대할만 하다고 생각함. 솔직한 개인 감상을 조금만 더 추가하면 일단 캐릭터성을 순수하게 청순캐로 확정해줘서 진짜 고맙다...스작...믿습니다...1~2년에 한 번 정도만 나와도 되니까 제발 캐붕만 안 나게 해주세요...



기존 - 누구에게나 친밀하게 다가가는 귀여운 강아지. 근데 알건 다 안다고 함. 


신규 -  누구에게나 친밀하게 다가가는 귀여운 강아지. 음...얘는 캐릭터성이 추가된 게 없기는 한데. 원래도 탄탄하고 유니크한 캐릭터라 굳이 더 안 챙겨줘도 괜찮아서 그런 듯? 난 좋다고 생각해.




기존 - 옛날에는 얀데레. 이제는 얀은 잘 모르겠고 방어력 0이라 사령관 내성이 음슴. 각각의 설정은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데 둘간의 시너지가 없다못해 역시너지가 나고, 쓸데없이 아다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성이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별로임. 특히 얀데레랑 방어력 제로 설정이 같이 섞이면 좀 많이 내로남불이 됨...분늑송 3부 보면 자기는 무서워서 사령관이랑 관계할 엄두도 안 난다고 하면서 남이 사령관이랑 관계가지는 건 엄청 견제하는 모습이라 보기에 좀 안 좋더라.


신규 - 예전에 얀 캐릭성이 너무 터질 때는 자매고 뭐고 다 썰어버리고 견제하는 느낌의 캐릭터였지만 이제는 공존을 위한 떡밥을 좀 더 넓혀가고 있음. 이건 낙원 때부터 계속 이어진 기조지만 어쨌든 앞으로는 적당한 선에서 질투하고 티격대지만 다른 자매나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되리라 생각함. 다른 페어리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돕는 중이라고 하고. 솔직히 빌드업은 이미 충분한 느낌도 있어서 기왕이면 이번에 아다떼고 마무리하면 좋았겠지만, 게임 외적인 문제로 인력 이슈가 있었으니 조금 미뤄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함. 외전 같은거 하나 주고 아다떼면 리제 팬들 불만은 없을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봄. 



기존 - 겉으로는 새침하고 도도한 척 하면서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은근히 어리광부리는 것도 좋아하고 질투심도 있고 귀여운 면면이 많음


신규 - 똑같음. 근데 얘는 뭐 워낙 인기캐였고 지금껏 설정도 딱히 캐붕 소리 들을만큼 이상한 건 없었어서 굳이 새로운 속성 추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이제 페로 - 포이 티격태격보다는 약간 츤츤거리다가 무너져서 마음껏 귀여워지는 부분을 강조하려는 것 같기도 함. 얘도 범용성이 워낙 좋아서 언제 어디에 넣든 무난한 좋은 캐릭터성이라고 봄.



기존 - 레아랑 사령관을 증오하다가 여하튼 어찌저찌 잘 풀려서 화해하기로 함.


신규 - 화해하기로 하고 좀 더 귀여운 모습들이 늘어나는 느낌. 자매들에게 상냥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걸 보니 진짜로 페어리 6명이 친한 자매로 모였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어서 콩가루 자매 이미지를 완벽하게 날려버릴 수 있게 된 점이 좋고, 사령관 입장에서 지금의 티타니아는 거의 츤데레에 가깝지. 속마음이 그대로 보이는 츤데레는 귀엽거등요?



기존 - 얘도 워낙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성이라 딱히 건드릴 게 없음.


신규 - 컴패니언의 큰언니 이미지도 꽤 오래 쌓여왔었고, 리쌍듀오 설정도 오래돼서 팔불출 큰언니의 모습 정도 추가된 느낌? 리리스도 워낙 잘 챙겨진 캐릭이라 이미지 안 무너뜨리고 계속 가기만 하면 됨.



기존 - 어...음...망한 이미지의 대표 예시? 밈으로는 레아줌마/레아가 밈이 있지만 진지하거나 상냥한 이미지를 꽤나 깎아먹었고 통수레아+하치코 외전에서의  자매보다는 친구가 중요하다 드립이 페어리 콩가루 자매 이미지까지 스노우볼을 굴렸지. 사실 하치코 외전의 '자매' 라는 표현은 페어리 자매가 아니라 바이오로이드 자매라는 뜻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니 간단하게 마무리.


신규 - 일단 이렇게 화기애애하게 자매 자랑하는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나쁜 이미지가 많이 희석됨. 특히 중간에 우리 리제 스토커라고 부르지 마라. 하는 장면은 진짜 큰언니 포스 지렸다. 이미 큰언니 이미지를 충분히 쌓아둔 리리스랑 다르게 자매를 애정하는 큰언니 서사가 약했던 레아에게는 이 섭스가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함.



팔불출 1명 추가요. 레오나는 귀엽지. 나도 좋아해.



요약해보면 레오나는 원래 덤에 가까우니 빼더라도 원래 분량을 많이 받았던 리리스, 페로, 하치코 3명과 최근에 이야기가 정리된 티타니아를 제외하면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긍정적인 이미지들을 추가해줬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떡밥거리가 너무 없던 애들은 2차 창작에서 써먹든 인게임에서 써먹든 뭔가 이야기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설정들을 넣어줘서 조금 더 쉽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밑준비를 했다고 생각함.


추가로 캐릭터가 왔다갔다 해서 애매한 이미지라든가, 나쁜 이미지가 있다던가 하던 애들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확정하는 시도를 했다는 점도 있지. 나는 이걸 '앞으로 얘는 이런 속성으로 갈 거니까 전 직원들이 벌려놓은 캐붕은 잊어주세요.' 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함. 


가장 좋은 건 망한 스토리를 싹 다시 리메이크하는 거지만 들어갈 노력 대비 성과를 생각하면 현실성이 너무 떨어짐. 결국 과거를 싹 갈아엎기에는 너무 일이 커지니까 그 대신에 나쁘게 구르던 스노우볼 확실히 끊어내고 새롭게 좋은 설정 굳혀서 앞으로는 그 느낌으로 간다고 하면 아예 손 안대고 어영부영 하는 것보다는 백만배는 낫지. 그냥 이상하게 그려진 그림을 덧칠로 지워버리는 느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음.


등장한 애들 중에서 유일하게 불만이 나올만한 애는 빨리 아다를 떼야 하는데 그게 더 뒤로 밀린 리제 정도인데, 이번 이벤트는 스마조가 현실적으로 모든 걸 챙겨주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좀 너그럽게 봐줄 수 있지 않나 싶음. 조만간 외전이든 뭐든 하나 주면서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납득하는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함. 쓸데없이 시간 끌어서 보상심리 자극할 바에는 그냥 적당히 데이트하고 섹스하는 짧은 이야기 하나 뽑아내는게 나을 것 같다고 봄.




이번 스토리는 절대로 주류가 되면 안 되는 타입의 스토리이기는 함. 캐빨겜에서 실질적인 등장 없이 남의 입을 빌려서 나오고 끝나버리는 건 팬의 입장에서 너무 슬프니까. 하지만 지금의 페어리랑 컴패니언에게는 꽤 적합한 스토리이기도 함. 둘 다 팀 단위로 치면 등장이 적은 편은 아니라 분량을 과하게 먹지 않으면서 부족하거나 애매했던 캐릭터성을 굳혀주는 역할이 필요한 타이밍이기도 했음.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시도들을 늘려가고 있다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캐빨을 해달라는 요청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서 방주 이후로 많은 데이트와 섹스 스토리가 나왔는데, 어쩌다보니 아다를 떼냐 마냐가 팬덤의 희비를 좌지우지하게 만드는 중요 사안이 되도록 상황을 몰아간 전임자들의 책임이 크기는 해도, 순수하게 스토리를 보는 입장에서는 데이트-섹스 원패턴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보면서 질려가던 것도 사실임. 


그러니 한 가지 스타일의 전개를 피해서 좀 더 넓은 영역에서 보는 사람이 질리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캐빨을 하는 게 훨씬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함. 캐빨은 캐릭터간의 진지한 이야기에서도, 피와 살이 튀는 전쟁 속에서도, 일상에서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이야기에서도,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이야기에서도 언제나 이루어질 수 있음. 그러니 앞으로도 넓은 시각에서 유져들이 질릴 틈이 없도록 각도를 바꿔가며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좋겠음. 뭐가 됐든 같은 스타일을 자주 써먹으면 질리게 됨. 



여튼 이걸로 감상은 마무리하고 떡밥이 늘어났으니 나는 새로운 2차 창작 해볼 수 있도록 머리 좀 굴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