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데레 대회) 쾌락의 주인 에키드나 - 1

Dis is SPARTA!



나는 연구소에서 태어나 연구소에서 자라고 연구소에서 죽을운명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이렇게 망가져버린게,




초능력을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고문에 가까운 수십가지의 실험과 약물투여를 받았을때?


벗어나지못한다는 진실을 마주한뒤 체념하고 받아들였을때?


오히려 모든것이 끝나고 언제올지모르는 자유를 갈망하며 실험실 한구석에 쳐박혔을때 였을지도 모른다.




고통스러운실험을 견디게 해준것은 별것 아닌것들이었다.


실험이 끝났을때 느껴지는 성취감, 해방감, 안도감


그리고 동기부여 명목으로 주어지는 약간의 쾌락.




실험 이후 수복 및 검사중에 성취도에 따라 뇌내에 마약성 물질을 소량 투여해주는것이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없었다면 진작에 정신이 붕괴됐거나 탈출을 계획하다 붙잡혀 분해되었을지도 모른다.




실험실의 쥐와같은 나날들


훈련받은 개와같은 나날들




연구소에서 성공한 실험체로써 보관되기전까지 남아있는기억은 얼마 없지만 이것만큼은 기억난다.


매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했던것.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것.


지금의 나를 망쳐버린것.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나의 목숨과 바꿔도 좋으니 최고의 쾌락을 맛보았으면.


.

.


"그래서, 희망사항이 그게 다야?"




"별것아닌것같지만 이것만큼 짜릿하고 농후한 쾌락을 맛볼 수 있는건 없을거에요, 당신, 들어줄꺼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야기를 들은나는 에키드나의 노란 눈망울을 바라보며 작게 실소할수밖에 없었다.




하루일과가 끝나고 매일 1시간씩 바이오로이드 들의 고민이나 희망사항을 들어주는 시간을 가진다는 계획까지는 좋았던것 같다.


생각보다 멀쩡한 의견도 많이 나왔다. 보급되는 식사가 너무 단조롭다는  소소한 의견부터 철충의 움직임에 대한 비밀기동작전부대 투입 의견까지.




물론 멀쩡하지 않은 의견이 80% 가까이 된다는게 문제지만.


대부분의 의견이 사령관과의 동침일정을 앞당기거나 왜인진모르겠지만 다수의 브라우니들이 사령관의 몸을 어린 소년으로 바꾸자는의견을 내는지라 이들을 설득하는것에 애를 먹고있다.


쾌락을 즐긴다며 이곳저곳 말썽을 일으키던 에키드나가 왠일로 적극적으로 나오기에 그나마 좀 나은 의견이 나오나 싶었는데....




"기간테스한테 둥가둥가 받는게 그렇게 중요해? 것보다 둥가둥가가 뭐야? 춤추는건가?"




"책에서 읽었어, 멸망전 인간들은 아기들이나 동물들을 행복하게 해주기위해서 감싸안고 위아래로 흔들어주는 행위를 한다던데. 당신, 설마 못해주겠다는건 아니겠지?"




에키드나가 어설프게 팔짱을 끼는 흉내를 내더니 춤추듯이 몸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모양이다.




"그거라면 지금당장 내가 해줄 수 있을거같은데 굳이 기간테스한테 받야야 겠어? 그리고 그정도는 네 능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잖아."




"책에선 분명 아기나 동물들이라고 적혀있었어, 당신한테 받으면 사이즈가 안맞잖아. 그리고 내가 스스로하는건 의미가 없지. 당신, 그렇게 안봤는데 꽉 막혀있구나?"




솔직히말해서 어려운부탁은 아니다. 기간테스는 지금 임무가 없어서 공방에서 유지보수상태이고 동침을 하고싶다는 것도 아닌데다 불가능한일도 아니다.


다만 쾌락을 즐기겠다며 지금까지 해온 행동들이 너무 예상밖의 일이라 당황했을 뿐이다.




가장 강력한 악은 가장 순수한자에게서 나온다고 했던가. 누가한말인진 모르겠지만 아마 에키드나를보고 한말이 아닐까 싶다.




초콜렛을 처음먹어보고는 일주일동안 오르카호 내에 초콜렛이 보이는 족족 뺏어와 자기 뱃속으로 넣는통에 알비스가 울음을 그치질 못했고




테마파크에선 관람차를 한번 타보더니 수많은 사건이 있던 내내 관람차 안에서 바깥구경을 했던 모양이다. 일이 끝나서 억지로 데려온다음엔 기분이 상했는지 자기방문을 잠가버리더니 네오딤이 관람차모양 장난감을 만들어줄때까지 본인 주변에 닥치는대로 전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느날은 LRL 에게 책을 빌려보더니 탐색을 나간 도시의 도서관에서 2주동안 책을 읽고있던걸 다음 탐색조가 찾아내서 복귀시킨적도 있다.




쾌락이라는게 상대적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아주 사소한것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건진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아직 성적인 쾌락을 모른다는게 나로썬 천만다행이 아닐수가 없다.




늘씬한 키에 쪽빛을 담은 아름다운외모,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지만 흉악한 크기의 가슴과 골반, 주변의 공기마저 숨막히게하는 허벅지까지. 같은실험체 출신의 초능력을 사용하는 바이오로이드인 네오딤의 신체가 빈약해 보일정도로 섹스어필이 강한 외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그쪽으로는 단 한번의 관심조차 주지않고있었다.




"좋아, 그럼 포츈에게 부탁해볼테니 내일 아침에 식사끝나고 찾아가 보도록해, 그렇다고 너무 오래하진말고."




"흠... 지금당장은 안돼? 당신, 내가 기다리는거 못하는거 잘알잖아."




"너무 늦었잖아. 다들 휴식하고 잠들시간인데, 오늘은 이만하고 에키드나 너도 가서 쉬도록해"




못마땅한듯 표정을 찡그린채 자리에서 일어나던 에키드나는 별안간 능력을이용해 나를 공중에 띄웠다. 강철의 검은뱀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촉수처럼 날 감싸올렸고 순식간에 움직이지 못할정도로 속박하기 시작했다.




"안돼, 못참겠어, 단 1분이라도 쾌락이 없는시간은 내가 용납못해. 당신, 피곤할텐데 미안하지만 나랑좀 어울려줘야겠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에키드나는 평소엔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이지만 본인이 하고싶은것에대해서는 사소한것도 놓치지않는 뱀같은성격이다.


더구나 그녀의 능력은 신체의 생체전기와 그것을 이용한 강철 유동체를 이용한다. 실수로라도 감전되거나 강철에 둘러쌓이는날엔 아무리 강화된 몸을 가진 나라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우선은 바라는것을 들어주며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수밖엔 없을것같다.




"앗! 아흑!"




찰싹! 찰싹!




"앗! 조금만 살살..."




짝! 짝! 짝! 짝!




"서두르지말라고 당신!"




짝! 짝! 철썩! 짝!




"아얏! 그건!.... 반칙이야..."




짝! 짝! 짝!




30여분쯤 지났을까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사령관실 문이 부숴지듯 열리고 경호담당이었던 캠페니언팀이 들이닥쳤다.




"주인님! 무슨일이신가요!"




"스토커! 또 네짓이야!?"




"헥!헥! 쥬인! 고기 먹다말고 왔어!"




"에엥! 하치코도 믿뜨빠이 먹다왔어용!"




한차례 쏟아져 나온 캠페니언팀은 사령관실 내의 상황을 파악하기 바쁜것 같았다.


에키드나역시 벙찐얼굴로 들이닥친 캠페니언들을 쳐다보기만할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쥬인! 손이 빨개! 익은 고기같아서 맛있어보여! 헥!헥! 핥아봐도 돼!?"




"에엥! 하치코는 안할틀래용..."




"스토커가 아니라 에키드나잖아?"




"주인님... 외람되지만 에키드나님과 손을 맞잡으시고 무엇을 하시는건지..."




"아 이게...저기.. 그... 미안해 얘들아. 별일 아니니까 돌아가서 쉬어도 돼."




에키드나와 나는 서로 오른손을 붙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상대방의 엄지손가락을 누른뒤 왼손으론 상대방의 손등을 때리는 멸망전 인류가 했더라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잠깐 놀아주면 금방 질려서 쉬러갈거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 서로 손등을 새빨갛게 달구며 열을 올리다가 때리는소리와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갔던 모양이다.




"에잉! 모처럼 즐기고 있었는데 너희들때문이 흥이 다 깨저버렸어! 뭐, 됐어. 오늘밤은 이정도로 해두도록 하지. 당신! 오늘 못다한건 내일 몰아서할줄알아!"




나는 두려움에 떨어야할지 황당함에 웃어야할지 모르는 상태로 뒤돌아 떠나가는 에키드나를 바라보며 잘자라고 인사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뒤늦게 들어온 펜리르가 나에게 달라붙어서 손등을 핥으려는걸 떼내느라 더 정신이 없었던것같다.




물론 빨갛게 부어오른 손등을 어루만지며 살짝 미소짓는 에키드나를 보지못한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것같다.


얀데레 대회) 쾌락의 주인 에키드나 - 2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나의 목숨과 바꿔도 좋으니 최고의 쾌락을 맛보았으면.





오늘은 여느날과 다름없이 평화롭고 한가로운 날이었어.




다만 한가지 다른게 있다면 내가 새로운 쾌락에 눈을 떴을지도 모른다는거겠지.




사령관실에서 일이 있은 후에 빨갛게 부어오른 내 손. 마치 불에 덴것처럼 뜨거우면서도 바늘에 찔리는것처럼 따가운 감각.




평소에는 내몸에 상처는커녕 작은 충격조차 허락하지않았어.  외부의 충격은 능력으로 만들어낸 철갑이 막아주고 내부의 문제는 바이오로이드의 신체가 막아내고 있으니까.




병에도 걸리지 않았지. 선천적인것은 물론이고 세균이나 바이러스따위는 범접할 수 없는 면역체계를 가진데다 내몸은 반년동안 썩혀둔 음식물 쓰레기만 먹고살아도 건강하게 무병장수할거야.




그것때문일까? 자유를 얻은이후로 고통이라는 감각이 어떤것인지 잊어버린것같아.




실험을 당하며 느껴온 감정은 분명 머리로 기억하고있어. 두려움, 불안감, 공포, 슬픔, 분노..... 하지만 그 실험들이 내게 주었던 통증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않아.




그렇다면 이제 난 무엇을 두려워 해야하지? 무엇에 공포를 느끼고 분노해야하지?




신체가 느꼈던 통증을 기억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척추를타고 전기가 흘러나와 온몸의 근육들을 손끝부터 발끝까지 저릿저릿하게 만들어버려.




몸이 나도모르게 떨려오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시작해. 숨이 가빠지고 땀이 흘러나와.




뱃속이 따듯해지는것 같으면서도 등골이 오싹해져, 머리는 어지러워지고 집중하기가 힘들어져.




이게 어떤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게 하나 있다면




실험이 끝나고 소량의 마약이 투여될때.




그때 이것과 같은 느낌을 느꼈던것같아.




그리고 오늘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




부어오른 내손.




그리고 벅차오르는 감정.




실험실의 쥐


훈련받은 개




오늘밤은 아주 긴 밤이 될거같아.


.


.

기상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오르카호의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딱히 요격이나 전투임무는 없다. 탐색임무 팀이 철충이 정리된 구역을 수색하는것과 오후의 지휘관 회의같은 일상적인 일들뿐이다.




아참, 식사후에 에키드나가 기간테스에게 둥가둥가를 받는다고 했는데 혹시모르니 보러가야할것같다. 분명 평소처럼 하루종일 기간테스에게 안겨있을 심산일테니 내가 중재라도 맡아야 포츈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겠지.




환복후에 패널앞에 앉았다. 오늘같은날은 시설을 시찰하거나 휴식중인 바이오로이드들과 상담을 빙자한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별일 없다면 아마 저녁식사 직후부터는 동침일정으로 바쁠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해둬야한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공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걸 알고 리제와 아스날이 사령관실로 들이닥친적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몸을 피하는것은 이제 능숙하다.




"포츈! 나왔어! 어제는 별일 없었지?"




기간테스 몸체에 상체를 거의 거꾸로 박은채로 일을하던 포츈이 몸을 일으켜 나를 반긴다. 식사도 거르고 정비중이었는지 작업복이 땀에젖어서 안쪽이 거의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어머, 사령관이잖아? 공방엔 왠일이야. 누나보러 왔어? 그런거라면 이 누나 조금 감동할거 같거든?




"어... 어어.. 맞아 얼굴 못본지 오래된거같기도 해서 와봤어. AGS들 관리상태도 점검해볼겸해서."




햇살보다도 따듯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포츈의 대답에 에키드나를 보러왔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 사령관 어쩜 이렇게 이쁜말만 골라서할까, 누나가 안아주고싶은데 작업복이 엉망이라 안아줄수가 없거든? AGS 들은 모두 최고수준으로 정비되있어., 저번에 닥터랑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대해서 대화를...."




오랫만이라그런지 할말이 많은것같았다. 대충 둘러봐도 아직 에키드나는 오지 않은것같다. 어째서지? 하고싶은게 있다면 아침식사를 거르고라도 공방에 찾아왔을텐데...




"어... 그부분에대해선 나중에 따로 대화하도록 하고, 혹시 에키드나 안왔어?"




"안그래도 그것때문에 밥도 안먹고 기간테스 정비하고 있었거든? 에키드나 성격 누나가 잘알잖아~ 근데 오질 않는거 있지? 덕분에 누나 배고파 죽겠거든? 손에 들고있는 오일이 크림수프처럼 느껴질 지경이거든...."




에키드나가 공방에 오질 않았다. 왜지? 혹시 몸이라도 아픈게 아닐까? 아니 애초에 에키드나가 아픈적이 있긴 했었나? 불길한 예감이 눈앞을 스친다.




쾅!




"사령관! 여기있었어!? 큰일났어 빨리 수복실로 가야돼!"




팬텀? 왠일이지? 지금껏 팬텀이 저렇게 크게 말하는걸 본적이 없다. 아니 팬텀이 말하는것 자체를 자주 들어보지 못해서일수도 있다.




"무슨일이야? 왜이렇게 흥분한거야? 너답지않게"




"자세한건 가면서 설명할게 지금 사령관이 꼭 필요하단말이야! 당장 수복실로가야돼!"




팬텀이 내손을 거칠게 끌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수복실까지 뛰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때 에키드나가 보이질 않길레 도서관이나 오르카 바깥으로 나간것같아서 찾으러 다녔어. 근데... 근데....."




"근데 뭐? 무슨일이있었는데? 말을 해줘야...."




"자기 방에 있었어...."




팬텀은 울먹이고 있었다. 말수가 적은팬텀은 오르카호 내에서 가장 내향적인 바이오로이드 일것이다. 겉으로 표현하지않고 가슴속으로 삭히기만하는 팬텀이 지금 눈물을 흘리며 울고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말을 해줘! 방에 있었으면 별일 없는거 아니야? 왜 우는거야?"




"자기 팔을 뜯어내고 있었단말이야!"




나는 더 빨리 달리는것밖엔 할 수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채로 수복실 문을 연다.




문을 열자 보이는 붉은 선혈이 낭자한 바닥. 분주히 움직이는 다프네와 리제, 어쩔줄 모른채 옆에서 굳어버린 네오딤. 코를찌르는 비린내. 약품냄새. 빤쯤 풀린얼굴을한 에키드나. 그옆에는 이게 정녕 한 사람의 몸에 들어있었는가 의문이 들정도로 많은양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인님! 마침 잘오셨어요! 에키드나님이 에키드나님이.... 제발요 주인님 말고는 멈출 수 있는사람이 없어요!"




"주인님! 이 망할 해충이 치료를 하려고만하면 자꾸 전기를 흘려보내서 치료할수가 없었어요...... 슬퍼하실 주인님을 생각해서 노력해봤지만....죄송해요 주인님...."




다프네와 리제의 말을 뒤로하고 에키드나의 상태를 자세히 보았다. 초점없이 뒤집어진눈, 힘없이 늘어진 턱과 흘러나오는 침. 고통에찬듯한 신음소리와 활처럼 굽어있는 허리. 떨림을 주체하지못하는 다리. 그리고 뜯겨나간 오른쪽 어깨를 미친듯이 긁어대는 왼손.....




나를 인식한건지 풀린눈이 초점을 찾더니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뗀다.




"다...당신, 으읏! 나..날보러 와.. 으으읏! 와준거야? 히긋! 흑!"




신음소리에 묻힌 에키드나의 목소리는 사람의 말인지 짐승의 울음소리인지 모를정도였다.




"이게 뭐야 에키드나!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철충이 습격하기라도 한거야? 사실대로말해!"




"거..걱정 마...하힛! 난 지금...읏! 정말 정...으읏!  정말 행...아흑! 행복 하니까... 응긋!"




"지금 어떤모습인지 알고 그런말을 하는거야?!"




급하게 에키드나의 왼손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녀가 내손을 뿌리쳐버렸다. 왼손을 떼어낼때마다 할때마다 무언가에 홀린듯 오른쪽 어깨를 긁기시작한다. 긁을때마다 피와 살점이 떨어져나온다.  그때마다 에키드나는 경련하며 울부짖는다.




"주인님, 지금 에키드나님은 어떤 조치도 설득도 소용이 없어요... 부디 명령을..."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은 인간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른다. 다만 나는 그녀들을 존중하고 인격체로써 인정하기위해 항상 권유하고 설득해왔지 직접적으로 명령을 하는것은 기피해왔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다르다. 그녀를 구해야한다. 이 상황을 끝내야한다.




"에키드나..."




"당신..."




에키드나가 별안간 내손을 잡았다, 그리고 애원하기 시작한다.




"난 지금..읏!... 너무 행복해, 정말이야. 흐윽!.... 내 행복을 방해하지 말아줘..."




"에키드나. 미안하지만 넌 지금 정상이 아니야. 정말 미안해, 명령이야, 당장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행위를 멈추고 얌전히 치료를 받도록해."




에키드나의 왼손이 긁는것을 멈췄다. 나를보던눈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동물의 눈처럼 침울하고 어두워진다.. 그리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당신.... 어째서..... 어째서 날 방해하는거야? 난 행복했어... 나는..."




다프네와 리제가 신속하게 지혈제를 바르고 붕대를 감기 시작한다. 에키드나는 마치 목각인형처럼 아무 반응도없이 치료를받는다.




"사령관... 에키드나는 어떻게 된거야? 자기입으로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저게 정말 행복한거야? 나는... 잘 모르겠어..."




긴장이 풀렸는지 반쯤 경직된 얼굴로 질문하기 시작하는 네오딤에게 이제 괜찮을거라며 다독여준뒤 팬텀에게 네오딤을 방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손상된 부위는 오른팔뿐이에요, 수복하는데 그리 오래걸리진 않겠지만 어째서 이런일을......"




"자세한건 내가 직접듣도록 할게 수복이 끝나는대로 연락해줘,"




나는 도망치듯 수복실을 빠져나왔다.





난 그저 멍하니 사령관실에 앉아서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수복실을 나가기 직전까지 에키드나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원망과 슬픔에 가득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종종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이 정신이상증상을 보이거나 PTSD 에 시달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자해를 하는경우는 없었다.




쾌락을 쫗는다며 사소한일에 집착하던 에키드나였기에 그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왜 저런일을 벌였는지. 알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을 해야할까? 앞으로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을거란 보장은 있는가?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와중에도 에키드나의 눈빛만큼은 잊어버릴수가 없었다.




점심식사는 하지않았다. 식사를 거르는것은 건강을 해친다며 소완이 불같이 화를 냈지만 미안하다고 일축하여 내보내 버렸다.




오후에 있었던 지휘관 회의도 불참했다. 메이가 찾아와서 이젠 네 멋대로 하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했다.




저녁식사 직전에 다프네에게 연락이 왔다.




자초지종을 들어야할때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뒤 수복실의 문을 열었다.




"어머 당신, 날 보러 와준거야?"




에키드나는 내 예상과는다르게 샛노란 눈빛을 반짝이며 싱긋 웃어보이고는 나를 반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