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데레 대회) 쾌락의 주인 에키드나 - 3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나의 목숨과 바꿔도 좋으니 최고의 쾌락을 맛보았으면.




그날밤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뛰고 흥분이 가시질 않아.




오른손을 타고 오르는 짜릿한 감각.




행여 잊어버릴까 두려워 더욱더 머릿속 깊숙히 넣어두려고 노력하려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간신히 찾아낸 나의 '행복' 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나는




스스로를 쾌락으로 물들여가기 시작했지.




왼손이 바쁘게 움직일때마다




머릿속에선 내 생에 본적없는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시작됐어.




붉은 꽃잎이 흐드러질때마다




가장 숨차게 달렸을때보다도 빠르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




하지만 무언가 모자랐어.




아무리 꽃잎을 휘날리고 폭죽이 터져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구석의 공허함.




그 공허함이 느껴질때마다




그 공허함을 잊어버리려고




더욱더 빠르게 손을 움직였지.




한동안 불꽃놀이에 정신이 팔린채 시간을 보냈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불꽃놀이는 차가운 공기와 검은 재만을 남겨뒀고




흐드러졌던 꽃잎들은 꽃송이 속으로 숨어버렸어




그리고 사령관이 내앞에 앞에 서있었지.




이때 처음으로 느꼈어.




꽃잎이 휘날리고 불꽃이 터질때에도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한구석의 공허함이




말라버린 우물 밑바닥에 다시금 지하수가 스며들듯이




천천히 무언가로 차오르기 시작한걸




실험실의 쥐




훈련받은 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건 분명히 쾌락일꺼야.


.



창 밖에는 물속에서도 어렴풋이 보이는 푸른달빛. 창 안에는 그 푸른 달빛조차 무색할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는 에키드나가 앉아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조용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수복실.




이게 정말 반쯤 정신나간채로 오른팔을 긁어댔던 그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정도로 차분한 에키드나.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덴 없어?"




"걱정하는거야? 후훗, 당신, 생각보다 따뜻한 남자구나? 리제가 날 죽일듯이 쳐다보는것 빼고는 전부 괜찮아. 고마워"




에키드나가 눈짓을 보낸다. 수복물품 보관소의 블라인드사이로 보라색 눈빛이 어렴풋이 보이는것 같더니 이내 사라진다.




평소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을 해충이라 부르며 멸시하지만 내가 걱정하는것 때문인지 바이오로이드들이 다치는것만큼은 다프네 못지않게 신경쓰던 리제이다. 예의주시하는정도는 이해할만하지.




"충분히 진정됐으면 이제 자초지종을 설명해줘도 괜찮을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에키드나는 약간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자신의 오른손을 쓰다듬었다. '명령' 이 있었으니 더이상 자해하는일은 없겠지....




"별일 아니야. 모든쾌락을 즐기겠다는 욕심이 스스로를 덮친거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해줄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녀가 지금 어떤 기분을 인지 모른다. 그녀가 오른팔을 긁어댈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모른다.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건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것 뿐.




"당신, 쾌락이란걸 느껴본적 있어? 작던 크던 상관없이 확실하게 느낀...."




"쾌락....이라.... 네가 말하는게 만약 '즐거움' 이라면 수도없이 느껴봤지."




잠깐동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콘스탄챠에게 구출되었던 일부터 네스트와의 전투까지. 철충과의 숨막히는 전투 사이사이에서도 나는 내곁에 있어주는 바이오로이드들과 함께 웃고 즐겼다.




"오해를 풀기위해 다들 최선을 다해서 요리를 한적도 있었고 다른바이오로이드를 도와주기위해 연기를 해본적도 있었어. 최근엔 내가 평생을 먹고도 남을정도로 초콜릿을 받았던적도 있고, 좀 단순무식하긴 해도 나랑 함께 있고싶다며 찾아오는 녀석들도 있었어. 그렇게 함께했던시간은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야."




"사랑이네"




"뭐?"




"맞아. 바로 사랑이었어, 당신은 그녀들을 사랑했고 그녀들도 당신을 사랑한거야, 그렇기때문에 어려운일을 하면서도 당신과 함께하고 당신을 믿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거였어!."




그녀가 양팔을 감싸쥐고 부자연스럽게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초점없이 흔들리는 눈을 크게 뜨고는 내쪽을 바라본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내가 쾌락을 쫓으면 쫓을수록 느껴지는 마음속 빈 공간이 있었어 초콜릿을 퍼먹을때도, 관람차에서 바깥을 구경할때도, 도서관에서 책에 빠져있을때도 어젯밤 쾌락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을때도 허전함이 없어지질 않았어."




그녀가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나를향해 다가온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당연한거겠지! 초콜릿을 먹을때도 관람차에 있을때도 도서관에 갈때도 어젯밤에도 내곁엔 당신이 없었으니까!"




그녀가 내게 손을 뻗어온다. 제지하고싶지만 몸이 전혀 말을듣지 않는다.




"이제 확실히 알겠어, 최고의 쾌락! 머릿속의 불꽃놀이! 잊혀지지않는 행복! 사랑이야! 날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건...역시 당신뿐이야!"




먹잇감을 산채로 붙잡아 질식시키는 아나콘다처럼 그녀는 나를 옥죄기 시작했다. 그때 느껴졌다. 내 발끝에서 머리끝가지 흐르고있는 젼류를. 내 주변 바닥에서 꾸물꾸물 기어나오는듯한 칠흑같이 어두운 강철의 뱀을.




"에...에킷.....이ㅣㅣ..무..ㅅ...."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온몸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전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는 태생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거나 위협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일이....




"걱정하지마 당신, 나만 사랑을, 쾌락을 즐기진 않을꺼야. 그건 불공평하잖아? 당신에게도 듬뿍 쾌락을 즐기게 해줄게. 후훗"




에키드나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뜨거운숨이 내 볼에 닿고 심장소리는 귀에 들릴정도로 크다. 그녀가 알고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다리사이에선 소변인지 애액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최고의 쾌락을 선물해줄게, 분명 당신도 마음에 들꺼야"




그렇게 말한 에키드나는 내 오른팔을 감싸쥐었다. 아니, 잡아 뜯을듯이 강하게 쥐고 있었다. 온몸에 흐르는 전류때문인지 통증이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찌이이이이익! 투둑 툭! 우득!




살갗이 뜯어지는소리, 근육이 찢어지는소리. 관절이 망가지고 뼈가 부러지는소리.




그녀가 약간 힘을주자 내 팔뚝은 마치 물에젖은 종이처럼 힘없이 뜯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팔에서 뿜어저나오는 붉은 선혈




마비로인해 무뎌진 감각에서 전해지는 약간의 저림, 따가움, 간지러움, 따뜻함.




신체의 위험을 감지한 몸이 내뿜는 아드레날린. 뇌속에 돌기 시작하는 엔도르핀




따뜻한 감각.




행복




쾌락.




머리속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쾅!




"주인님! 파...팔이!"




"이 망할 해충!!! 주인님께 무슨짓을 하는거야! 이...이!!!!!! 해충이!!!!!!"




보관실에서 휴식중이던 다프네와 리제가 문을 박차고 나왔다.




분노한 리제가 무기를 치켜들고 에키드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방해하지마!"




에키드나가 소리치자 주변으로 검은 뱀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거기서부터는 내 영역이야! 다가올 생각이라면, 죽을 각오를 하는게 좋을걸?"




리제는 잠시 주춤하는듯 했지만 이내 자세를 고쳐잡고 가속한다.




"닥쳐 이 해충! 주인님을 놔ㅈ...."




퍼석!




마치 썩은 과일이 송곳에 뚫리는듯한 소리. 지옥의 악마가 죄없는 영혼을 창으로 찌를때 나는듯한 귀를찢는 음색.




리제는 천천히 자신의 옆구리를 쳐다봤다.




검은색보다도 더 어두운 강철이 자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관통했다. 그 흑창의 끄트머리는 뱀과같은 형태로 리제를 정면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입에서 새빨간 피가 쏟아져 나온다. 몸이 크게 떨린다, 고개가 힘없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내 힘을 쥐어짜 내게 손을 뻗는다. 고개를 든다. 여느때보다도 생기없는 보라빛 눈이 눈물을 머금은채 나를 쳐다본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감각. 리제는 있는힘을다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주인ㄴㅣㅁ......사.....사....ㄹ...."




쿠르릉 콰직!




검은 뱀들이 한순간에 리제를 삼켜버렸다.




에키드나가 뱀들을 다시 불러들였을때




리제가 있던자리엔 무엇인지 형체조차 확인하기 힘든 고깃덩이가 놓여있었다.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




입술조차 달싹할수 없다.




다프네가 비명을 지르다 기절해버렸다.




이순간에도 여전히 나는 쾌락에 휩싸여 있었다.




머릿속에서 섬광이 멈추질 않는다.




더이상 생각하는것이 힘들어진다.




"난 수많은 실패작들을 밟고 여기까지 올라왔지. 당신은 이런 날 어떻게 생각해?"




그녀가 뜯어낸 내손으로 스스로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못했다.




"당신의 팔.... 나를 만져주고 있어... 나를 사랑해주고있어! 지금 난 최고로 행복해!' 죽어도 좋을정도로!"




그녀가 강철의 뱀에 드러누운채로 내손을 그녀의 다리사이로 가져간다. 이내 무언가에 홀린듯 비비기 시작한다. 본능적인 감각.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스스로 알아낸 쾌락의 행위.




"하아... 당신은 이제 내 거야. 살아서도... 죽어서도... 절대 놓치지 않겠어."




에키드나가 쾌락에 빠진채 시간을 보내는동안 바깥이 시끄러워졌다. 사령관실을 너무 오래 비운탓에 바이오로이드들이 날 찾아다니기 시작한거겠지.




시간이 흐르자 뇌속을 어지럽히던 쾌락이, 머리속의 불꽃들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오른팔의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




고통이




두려움이




슬픔이




분노가




느끼지 못한만큼 쌓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두렵다. 이 두려움속에서 벗어나고싶다.




상처를 더 낸다면 벗어날 수 있을지도모른다.....




아..... 애키드나




이젠 너를....




니가 느꼈던 고통들..




니가 느껴왔던 감정들을




이제야 알것만 같아.....


.


.


나는 연구소에서 태어나 연구소에서 자라고 연구소에서 죽을운명이었어.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이렇게 망가져버린게,




초능력을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고문에 가까운 수십가지의 실험과 약물투여를 받았을때?




벗어나지못한다는 진실을 마주한뒤 체념하고 받아들였을때?




오히려 모든것이 끝나고 언제올지모르는 자유를 갈망하며 실험실 한구석에 쳐박혔을때 였을지도 몰라.




고통스러운실험을 견디게 해준것은 별것 아닌것들이었지.




실험이 끝났을때 느껴지는 성취감, 해방감, 안도감


두려움 슬픔 분노




그리고 동기부여 명목으로 주어지는 약간의 쾌락.




사랑




실험 이후 수복 및 검사중에 성취도에 따라 뇌내에 마약성 물질을 소량 투여해주는것이 전부였지만




그게 바로 사랑이었어.




그마저도 없었다면 진작에 정신이 붕괴됐거나 탈출을 계획하다 붙잡혀 분해되었을지도 모르지..




아니야. 난 당신을 사랑하기때문에 그 고통을 이겨냈던거야.




실험실의 쥐와같은 나날들




아니었어




훈련받은 개와같은 나날들




아니었어




연구소에서 성공한 실험체로써 보관되기전까지 남아있는기억은 얼마 없어, 이것만큼은 기억하고있지..




당신을 사랑한다는것




매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했던것.




사랑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것.




사랑




지금의 나를 망쳐버린것.




사랑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당신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나의 목숨과 바꿔도 좋으니 당신과 함께 최고의 쾌락을 맛보았으면.



"닥터, 사령관은 좀 어때?"




반쯤 감긴눈으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닥터는 벌써 3일째 쉬지도, 제대로 먹지도 않고 일하는중이다.




"몸은 이미 새걸로 교채했고, 뇌에도 딱히 손상은 없는것같아.. 혹시몰라서 스카디누나한테 최근 일주일동안 있었던 기억들은 죄다 없에달라고 했으니까.... 오빠 깨어나고 나면 아마 조금 혼란해 할수도 있어....."




".......에키드나는....."




"죽어버린몸은 이미 분해실로 갔어... 유전자는 따로 뽑아내서 새로 배양중이야. 멸망전의 언니만큼 강력하진 않겠지만... 그쪽이 오히려 더 나을거야.... 최근기억들도 조금 손봐놨고...."




"수복실도 망가졌고 전투원들이 무장도 안하고 무작정 달려든바람에 전력손실이 엄청나. 당분간 철충과의 전투는 피해야할것같아. 멸망전 실험체라지만 그렇게 강력할줄은....."




"자세한건 지휘관 언니들이랑 말해, 오빠때문에 너무 슬퍼서 기분이 너무 안좋아..."




"아... 미안해. 지휘관들이랑 휘말린 아이들 정리는 내가 맡도록할게, 그리고... 사령관을 생각하는 마음은 좋지만 닥터 네몸도 생각해야지....... 그럼.... 갈게."




연구소의 문이닫힌다. 하지만 3일밤낮을 밝히던 불은 꺼질 기색조차 보이질 않는다. 라비아타는 작게 한숨을 쉬고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라비아타! 사령관 상태는 어때!? 문제 없는거지? 그렇지!?"




회의실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듯이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걱정스런 눈빛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쏘아붙이는듯 크다.




"네... 닥터말로는 다 괜찮다고 해요, 기억만 조금 지웠고 몸도 새걸로 바꿨고... 다들 부대관리는 어떻게 되가죠?."




"스틸라인은 부대규모에 비해서 피해는 적지만 브라우니들 입단속이 안될것같으니 앞으론 사령관과 접점없이 탐색임무 위주로 맡도록 하겠다."




"발키리랑 님프, 알비스개체 다수. 우리팀은 피해가 너무 커, 특히 발키리는 수복하는데 한참걸릴꺼야. 망할년이 의욕만 앞서가지고..."




"둠브링어는 멀쩡해, 사상자도 없고 다들 입은 무거운녀석들이니까. 몇주동안은 수복실업무를 돕는쪽이 좋을것같아. 호라이즌은 지휘관이 앞뒤 안보고 멍청하게 달려드는바람에 수복실 신세야, 무적의은 무슨 무적이야? 지몸하나 간수 못해서....부대원들은 오르카호 외부 함대에 주둔중이어서 피해는없어.."




팔짱을낀채로 못마땅하다는듯이 말하는 메이 옆에서 반쯤 폐인이 되어버린 페로가 리리스의 자리에 앉아있다.




"캠페니언즈는....... 전멸에 가까워요..... 다들 워낙 밝고 쉽게 잊는 성격이지만....리리스 언니가.....몇달간은 휴식하도록 할게요...."




"캐노니어와 앵거 오브 호드는 정찰임무중이었기에 딱히 사상자도 없고 뒤숭숭한 소문도 돌지 않았다. 당분간 캠패니언즈 대신 사령관의 경호를 담당하도록 하지"




레아가 입을연다. 항상 웃는 얼굴로 일관하는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울지 않는것이 대단해보일정도로 차분한 표정을 짓고있다.




"페어리는......다프네는 아직 힘들어하고 있어요....강한 아이니까 믿고 있지만 리제는.......유전자조차 찾을수가 없어서......더이상 예전의 리제가 아닐거에요... 먼저떠난 아이는 더이상........."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레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그녀가 눈물을 그칠때까지 지휘관중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네.. 그럼 다들 말씀하신대로 해주세요. 저는 닥터를 도울 수 있는방법을 모색해 볼게요,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회의가 정리되는 분위기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순간 회의실문이 열린다.




"라비아타. 물어볼게 있어."




"네? 아니 네오딤, 여긴 지휘관 회의실...."




무표정한 얼굴로 회의실에 입장한 네오딤에겐 예전보다도 더 활기를 느낄 수 없게되었다.




"에키드나는.... 어떻게 죽었어?"




"그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지금은 회의ㅈ....."




"말해줘, 말해주지 않으면 비키지 않을거야."




네오딤이 팔을크게 벌려 회의실 문을 막아선다.




"저기...그게...."




곤란해하는 라비아타 대신 회의실 구석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아스널이 입을열었다.




"복상사로 죽었다.."




"......복...상사?"




"참 웃기지 않나? 에키드나 한개체 막겠다고 3개 부대 수십명에 정예병사 3명이 죽을각오로 달려들었는데 전혀 막지 못했다."




아스널은 부자연스러울정도로 환한 미소를 띄며 말하고 있었다.




"에키드나는 처음 맛본 강력한 쾌락에 너무 깊이 빠져들었고 스스로 쓰러져서 더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쾌락을 경험했겠지.."




"사령관을 지킨다느니 사랑하는사람과 함께한다느니 말도안되는 소리를 찍찍뱉어가면서 가랑이를 비비는데 역겨워 죽는줄 알았다고"




"매이, 말을좀 가려서 하는게 좋지않을까...."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메이를 라비아타가 끌고 나간다. 네오딤은 아스널이 무슨말을 하는건지 잘 이해하지 못한듯 하다.




"에키드나가 스스로 죽었다고?"




"그래, 그녀 인생의 최고의 쾌락속에서 말이지."




"쾌락..."




"이런말을하면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부럽더군. 사랑하는사람 옆에서 최고의 쾌락을 맛보다 그대로 세상을 떠난다니....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얘기아닌가?"




아스널은 이해하지 못하는듯한 네오딤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다만, 너무나도 삐뚤어졌어. 쾌락의 노예가 되어버린거겠지"




쾌락의 주인 에키드나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