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와 등에서 느껴지는 프리가의 부드러운 가슴의 촉감을 즐기던 도중 들려온 그녀의 질문. 짧은 질문이었지만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기에 머릿속에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어... 그렇지?"


우선 갭모에란 무엇인가? 평소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발생하는 모에 포인트 아니던가. 마침 프리가의 질문도 있었고, 갭모에란 무엇인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녀의 갭모에란 어떤 것일까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등판에서 느껴지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품에 안겨 있노라면, 당연히 프리가의 평소 모습이란 마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망에 대한 갭모에 라면, 응당 유아퇴행한 프리가 일까?


"그런데 갭모에가 뭔지, 프리가는 알아?"

"제 나름대로 조사해 봤답니다."


머리를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이며, 듣는 이를 풀어지게 만드는 목소리. 아무리 봐도 마망인 프리가의 현재 모습에서 어려진 그녀의 모습이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것이다. 단지 평범한 젖병마저 그녀가 들고 있으면 감히 성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전술 병기라 칭할 수 있거늘, 그녀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내 위엄을 파괴하려는 것일까.


다소 엄습해오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남자의 마음 한구석을 뜨겁게 불태우는 갭모에는 역시 궁금했다.


'솔직히 프리가의 갭모에는 기대되니까.'


성인이라는 작디 작은 자긍심은, 꼴릴 것 같다는 생각에 개같이 패배하였다.


"그럼 오늘 밤, 프리가의 갭모에를 기대해도 되는 건가?"

"어머, 후후훗.."


살며시 풍만한 가슴에 손을 뻗어 어루만지며 프리가에게 권유하니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 후로는 유아 플레이란 색다른 영역이니 어떤 물품들을 준비해 그녀를 맞이할까 고민하며 남은 업무를 보았지만, 프리가는 은은한 미소 만을 띄우고 구석에 서서 경호를 지속할 뿐, 별다른 언질을 건네지는 않았기에 순수하게 기대감이 더욱 커져 갔다.




"용품은.. 이 정도면 충분한가?"


기다림의 시간이 이토록 설레던 적이 있었는가 생각이 들 정도로, 비밀의 방에서 프리가에게 사용할 아기 젖병이며 기저귀를 준비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평소 프리가에게 일방적으로 젖병을 물려지던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탈피할 절호의 기회. 갭모에를 스스로 언급 했으니 명분도 충분했고, 무엇보다 색다른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리라.


"이번엔 내가 '응애'를 하는 게 아니니까."


'응애' 단 한마디지만, 그것을 내뱉으면 정신마저 유아기 수준으로 퇴화되는 마법의 주문이다. 그동안 숱하게 프리가와 다른 마망들에게 젖병을 물려지던 과거의 굴욕적인 사령관은 더는 없을 것이다.


"오늘은 프리가가 '응애'를 할 차례니까."


이것을 기점으로 경험을 쌓아 다른 마망들에게도 젖병을 물리겠다는 거창한 야망이 가슴 한켠에 싹틀 무렵, 갑작스레 쿵쾅이는 소리가 복도로부터 들려왔다.


"주인님! 제 뒤로!"

"무, 무슨 일이야?!"


비밀의 방 밖에서 경호를 하고 있을 페로가 난데없이 들어와 발톱을 세우며 문을 걸어 잠그고, 맹렬한 기세로 바깥의 쿵쾅이는 소리가 접근하기 시작했다. 설마, 철충이 여기까지? 아니면 펙스의 숨은 첩자가? 온갖 근심 걱정이 몸을 휘감을 무렵, 페로가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작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 그게.. 갑자기 프리가 씨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어서..!"

"뭐..? 철충은? 펙스의 첩자는?"

"저도 모르겠으니 일단 몸을 숨기세요!"


프리가가 얼마나 맹렬한 기세면 페로의 꼬리에 털이 바짝 설 정도일까. 페로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비밀의 방 문을 부여잡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여긴 제가 시간을 벌... 꺄악!"


우지끈- 소리가 귓가를 맹렬하게 때리고, 강철로 만들어진 문짝이 벽과 함께 뜯겨 나가며 문을 붙잡고 있던 페로의 몸도 함께 떠올랐다. 가히 괴력이라는 단어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란,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심이 일어났다.


"꺄악~ 주인님! 제 방에 벌레가..! 어? 주, 주인님?"

"...설마 프리가가 말했던 갭모에가?"


강철 문짝을 통째로 뜯어낸 것으로 모자라, 그것을 페로와 함께 들어 올리는 프리가가 말한 갭모에가 벌레를 보고 무서워 하는 연약한 여자였단 말인가. 어찌 생각해보면 딱히 틀린 갭모에는 아닐 것이다. 분명 어지간한 철충은 반으로 접어버리는 그녀니까.


"아앗! 죄송해요 페로 씨!"


문짝에 매달린 페로를 발견한 프리가가 뒤늦게 문을 내려놓자, 엄청난 진동과 함께 굉음을 내며 철제 문짝이 내려졌다. 생존 본능과 앞으로 있을 정사를 기대하며 딱딱하게 솟아 올랐던 하반신의 주니어가 작아진다. 프리가가 보여준 괴력은 다시금 우연히 읽었던 곰에 관한 정보를 떠올려 주었기에.


"곰은.. 사람을.. 찢어.."


앞으로 프리가가 젖병을 내밀면, 그저 얌전히 젖병을 입에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은 사람을 찢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생존을 위해 내뱉을 말은 단 하나.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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