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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이곳에서 발견된 아쿠아는 피를 토했으나 목숨은 건졌다.

목숨은 말이다.


"헤헤헤 죄송해요, 저도 너무 오래 살았나 봐요, 다리가 안 움직이는 거 있지요?"

"............"

"이때까지는 어떻게든 움직였는데 오늘로서 제 역할은 이렇게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그렇다.

사실 아쿠아는 숨기고 있었다.

처음 이 섬에 왔을 때부터 이미 아쿠아의 신체는 망가져 있었다.


자신이 요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주인에게 자신이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맛을 느끼지 못했다.

만약 만들었다가 요리가 잘못되면 들킬까봐 소완에게 맡기었다.


자신이 정원에 같이 가서 자신이 직접 키운 나무와 꽃들을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한쪽 눈이 멀어 원근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페어리 시리즈의 바이오로이드에게 맡기었다.


주인님에게 항상 달라붙어 아양을 부리고 싶었다.

그에게 더욱더 사랑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몸이 너무 안좋아져 있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이 몸 상태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허나 이렇게 결국 들키고 말았다.

그리고 포기했다.


휠체어를 타고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이끌려 온 자신이다.

이런 자신은 후에 어떻게 될지는 그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 말고도 아쿠아 바이오로이드가 있으니까, 앞으로 그 애가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

"그래도 자그마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부탁이란 말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적어도 제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

아쿠아는 의연하게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은 버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허나..........

 

[몸을 낮추고 아쿠아의 몸을 안아준다.]

"!!!!!!!!!!!!"


아쿠아는 자신을 안아주는 사령관의 행동에 조금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허나 그저 안겨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따뜻함은 느낄 수 있구나."


아쿠아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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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

"당신이 검사한 아쿠아양의 검사 기록을 토대로 그리고 이번에 있었던 토혈의 건도 포함해 나온 결과입니다, 잘해도 3일입니다."


이곳은 의무실.

아쿠아의 검사 기록을 토대로 닥터와 베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사령관은 찾아왔다.

그리고 최악의 결과를 들었다.


남은 수명은 불과 3일

사령관과 만나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이것은 사령관의 잘못이 아닌 아쿠아의 각오 문제였다.

벨라도나를 정기적으로 먹어 온 몸이 망가져 신체 수명도 얼마 남지 않은 그녀가 이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주인을 다시 만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였다.

허나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의지가 떨어지고 그 결과 급속도로 안 좋아진 것이었다.


"저기 오빠, 그 아쿠아는?"

 

"..........."

 

"현재 페어리 시리즈의 숙소에 넣어두었습니다."

"잘했어, 오빠, 나라도 언니들과 있고 싶어 했을 거야."


닥터는 사령관의 행동에 찬성했다.

본래라면 사령관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게 좋겠지만 만약 얼마 안 있어 끝이 온다고 한다면 비록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도 자매들과 있고 싶어 했을 것이었다.

사령관은 잠시 생각을 하던 중 베가를 통해 말을 걸었다.


 

".................."

 

"혹시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냐고 묻습니다."

"부탁?"


사령관은 닥터에게 자신이 한 생각을 토대로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 그 부탁을 들은 닥터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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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시리즈의 숙소 내.

그 안에 구조된 아쿠아가 같이 있었다.


"여기에 온 걸 환영할게. 아쿠아"

"네 감사해요....그 오베로니아 레아 언니."

"후훗, 그냥 언니라고 불러도 된단다"


레아가 먼저 나서서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아쿠아를 환영해주었다.

그런데 이때 다프네가 말을 꺼내었다.


"그나저나 이곳에 아쿠아와 같은 이름이라서 조금 불편하네요, 조금 다르게 불러야 할까요?"

"........라이프는 어때?"

"라이프요?"

"별 뜻은 없어."


티타니아는 별 뜻은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것은 생각이 있어서였다.


피를 흘리고 죽어가서 생명을 상징하는 피에서 딴 것이고 그리고 조금 더 살아가기를 원하는 자신의 에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라이프.....좋네요, 제 이름은 라이프라고 불러주세요."

"헤헤헤, 그럼 라이프 있잖아, 우리 뭐할까 잠들때까지 이야기나 할까?"


아쿠아가 라이프에게 이렇게 제안을 했다.

라이프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주인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이 주제를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너무 늦은 밤이 되자 그 뒤로 잠을 청했다.

허나 라이프는 잠을 제대로 청하지 않았다.


".............."

겨우 보이는 한쪽 눈을 통해 푸르게 빛나는 달을 보며 라이프는 그저 말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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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이 되자 페어리의 침실 밖에서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들었다.

레아는 문을 열고 밖을 나가 보았다.


스틸라인 인원들 몇 명이 자재를 가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건 대체?"


레아는 지나가던 스틸라인 한 명을 잡고 물어보았다.


"저기......"

"아....레아씨."

"지금 뭐하는 거야?"

"오늘 사령관님께서 특별한 행사를 준비한다고 했어요."

 

"특별 행사?"

"네."


레프리콘은 잠시 숨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무려 결혼식이라고 해요."

"............."

"결혼식!?"


레아는 갑작스런 소리에 차마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결혼식? 갑자기?

이게 무슨 헛소리인지 레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허나 다음 말에 레아는 납득했다.


"아쿠아양의 결혼식입니다."

"아.....응 그렇구나, 준비해야겠네."


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아쿠아의 결혼식.

그것은 라이프의 결혼식.

시한부 여성이 죽기 전에 하는 서글픈 결혼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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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저택에서 이루어졌다.

저택 내에서 분주하게 사람이 움직여졌다.

결혼식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작업이 계속 이어졌다.

신부 준비실에서는 휠체어에 앉은 라이프를 웨딩 드레스로 갈아 입혀주고 있었다.


"와아~! 결혼식! 결혼식! 라이프의 결혼식!"

"............"

".............."

"..............."

"..............."

"............."

"언니들 왜 그래? 라이프와 주인님의 결혼식이잖아"

"이해해, 아쿠아, 주인님을 빼앗겼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그래? 주인님은 우리들의 주인님이잖아, 언젠가 우리도 할 텐데."

"하하, 여자의 질투란 그런 거야."


라이프가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이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시한부 여성의 마지막 결혼식.

마지막 가는 길에 보내는 행복한 1일

실제로 지금 결혼식장을 꾸미는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은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얼굴이 안 좋아져 있었다.

어떻게 웃을 수 있겠는가, 한 바이오로이드의 비극을.

자신들의 자매의 행복을 위한 희극을 가장한 비극을 보고 어떻게 웃을 수 있겠는가.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어느덧 웨딩 드레스는 갖추어졌다.


"고마워요, 언니들."

"응 언니로서 이 정도는 해줘야겠지?"

"원래는 주인님과 결혼하는 것은 나지만 이번만큼은 양보할게 라이프."

"응 행복해야 돼?"

"너는 오늘 주인공이란다."

"그러니 웃어주렴?"

"네 언니들."


라이프는 만면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 미소를 본 그녀들은 속으로 울것 같은 감정을 필사적으로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자아, 라이프 언니 가요 주인님이 기다려요."

"그렇네, 더 이상 주인님을 기다리게 하면 안 되겠지."


아쿠아는 라이프가 앉은 휠체어를 밀면서 밖으로 나갔다.

남은 페어리 시리즈는 울상을 지었다.


"죽기 전 웨딩 드레스인가."

"............"

"............"

"서글프군."

"그래도 축하는 해줘요."


드리아드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가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울상을 짓는 것보다는 웃으며 축하해주는 것을 목표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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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저택의 정중앙.

그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본래대로라면 사령관의 결혼식이라 하여 모두가 기뻐하거나 아니면 질투에 미쳐 난리가 나야 했다.


"..........."

"............"

"................."


허나 어느 누구도 식장의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사령관이 하는 행위는 죽기 전 여인의 소원을 들어주는 서글픈 것이고 그런 결혼식에서 멋대로 행동할 정도로 제멋대로인 인간은 없었다.


"에....지금부터 사령관님과 아쿠아......."

"잠깐만요......."

"네?"

"그녀의 이름은 라이프라고 합니다."

"아...실례했습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사령관님과 라이프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스프리건이 이렇게 말했으나 어느 누구도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다.

그저 박수 소리만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온 것은 사령관이었다.

단정하고 푸른색이 감도는 검은 웨딩복을 입고 들어왔다.


"원래라면 기쁜 날에 쓰고 싶은 물건이었는데."


오드리는 지금의 사령관을 보고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수트는 사랑을 깨달은 사령관이 누군가와 결혼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이지, 다 죽어가는 여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용도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오드리의 이 말에 동의했다

허나 사령관의 결정이었고 아무 말도 못했다.

게다가 죽음이 확정된 자매가 행복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었기에 아무도 방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

  

휠체어를 타고 라이프가 식장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그런 그녀를 보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허나 그녀들의 얼굴은 기쁨과 질투보다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죽기 전 신부인가."

"아무리 너라도 저거에 대해서는 질투 안하는 구나."

"아무리 나라도 저런 마지막 소원을 망가뜨릴 수가 없어."


버림 받는 것에 예민한 장화가 이렇게 이야기 할 정도로 모두가 라이프를 가엾게 여기고 있었다.


결혼식은 약식으로 진행되었다.


거창하게 해서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이라도 라이프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하고 싶었다.

허나 다만 라이프는 딱 하나만을 원했다.


"저는 주인님과 마지막까지 있고 싶어요."


이것만을 원했다.

사령관은 답답했다.

그저 그녀의 한을 풀어주고 싶은데 자신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둠 슬레이어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죽이는 것 뿐, 그 자식을 찾아 죽이고 이 아이의 한을 풀어주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허나 그 자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이미 몇 백년이나 지났고 발견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은 백골을 밟아 가루로 만드는 것 뿐이었다.


자신은 구해줄 수가 없다.


그것이 사령관이 자신에게 느낀 무력감과 혐오감이었다.


결혼 후에는 별로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저 같이 있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목욕할 때도 식사를 하러 갈 때도 산책을 할 때도 취침을 할 때도 같이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라이프가 볼일을 보도록 돕고 목욕할 때도 씻겨주고 식사할 때에도 먹여주고 산책을 할 때도 같이 가주고 취침할 때는 딱 붙어서 있어 주었다.

마치 그 모습은 죽어가는 자신의 늙은 부인을 돌보는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이내 2일이 지났다.


둘은 맑은 하늘이 펼쳐지는 석양이 보이는 테라스에 있었다.

테라스에서 라이프는 열기가 느껴지는 쪽을 보았다.


"주인님, 이쪽이 해가 지는 방향이지요?"


라이프는 이틀의 시간이 지나면서 나머지 한쪽 눈도 멀고 말았다.

팔도 마비되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휠체어에 손이 감겨 손톱이 빠지기도 했다.

더 최악인 것은 손톱이 빠져서 피가 철철 나는데도 말하기 전 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맞다는 듯이 어깨를 툭툭 친다.]


사령관은 어깨에 손을 올렸고 토닥였다.

그 토닥임에 라이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아직까지 촉각은 남아 있어서 따뜻함은 느껴져요."


라이프는 고개를 해지는 쪽으로 하였고 그러다가 사령관에게 물었다.


"주인님.....아니 사령관님이라고 해야할까요?"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사령관이라고 부르자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령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이 그 망할 놈이 아니란 것을 라이프가 알아차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혹시 그 아이들이 말해준 것인가 생각했지만 라이프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들이 말해준 게 아니에요, 혼자 알아차린 거예요."

 

[베가에게 의사를 전달하려던 중에]

"그리고 사령관님? 베가에게 전달하지 않고 말로 해주시겠어요?"

 

".............."

"주인님보다 더 상냥한 당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요."


라이프의 이 말에 사령관은 잠시 할 말을 잃었고 이내 그녀의 소원대로 해주었다.


"알았다."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라이프는 미소를 지었다.

"중저음의 무거운 목소리지만 매우 상냥하네요." 



사령관은 그런 라이프의 말을 들으면서 질문을 했다.


 

"언제.......부터 알.......았지?"

"사령관님이 안아주었을 때였어요."

 

"안아 주었......을 때?"

"주인님은 좋은 분이셨어요, 버려진 저와 같은 바이오로이드들을 주워서 보호해주셨지요, 허나 딱 하나 주인님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건 포옹이에요, 주인님은 우리들을 절대로 포옹해주지 않았어요."


사령관은 속으로 망할 놈이라고 욕을 했다.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는 놈이 더럽다고 이 아이를 안아주지 않았다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령관님에 대해서는 언니들에게 들었어요, 본래 이름은 둠 슬레이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인간이면서 철충이라고 하는 괴물들을 몰살하는 최강의 전사라고요."

 

".....그럼에도.....난....널.....못 구....한다."


그 말을 들은 라이프는 작게 웃다가 말했다.


"후후훗, 못 구한다고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저를 구해주었어요, 수백년 동안 혼자 있으면서 서서히 죽어가던 저를 찾아주었잖아요?"

 

"..........."

"만나지 못했던 자매들과도 만나고 평범하게 가족처럼 살면서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혼도 했어요, 사령관님은 절 구해준 거예요."


사령관은 이빨을 꽉 물었다.

분함이었다.

너무나도 분했다.

이 말들이 그저 자신을 위로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그것도 죽기 일보 직전인 시한부의 여자아이의 입에서 말이다.


한심해서 미칠 것 같았다.

뭐가 최강의 전사냐.

뭐가 창조주도 죽인 신살자냐.

자신은 그저 싸움 밖에 할 수 없는 한심한 놈일 뿐이다.

눈앞에 있는 어린 여자아이 하나 구해주지 못하는 한심한 작자다.


그렇게 자신을 매질하고 있을 때 라이프는 말했다.


"저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자신을 매질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은 저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요, 다른 인간 분들 이었다면 바로 버렸을 거예요."

 

"............"

"비록 얼마 안 되었지만 당신과 만나 결혼을 하고 아내가 된 것에 저는 엄청 기뻤어요, 따뜻했어요."


라이프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무척 행복했......푸헉!"


라이프는 말을 하다가 피를 토했다.

사령관은 그런 그녀에게 달려가 안았다.

입에서 피가 계속 나왔다.

그는 알았다.

이제 한계다.

더 이상 막을 수가 없다.

그녀에게는 죽음이 올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힘들 것 같네요."

"................"

"헤헤헤, 그래도 좋네요, 라이프라는 이름도 받았고 정말 저는......."

"Daisy Slayer Aqua LIFE"

 

"에?"

 

"너의 이름이다, 데이지 S·A 라이프, 데이지란 이름은 내가 지켜주지 못했던 아이의 이름이다."

".............."

 

"내 존재가 사라진 그날까지 그 이름을......널 잊지 않겠어."



사령관이 이렇게 말하자 아쿠아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라....왜 이러지.....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

"그저 내가 바라던 대로 사령관님이 해준다는 것 뿐인데 겨우 그것 뿐인데 왜 이러지?"


아쿠아는 자신이 왜 울고 있는 것인지 이해 하지 못했고 그러다가 이해했다.


"아, 그렇구나. 나 진심으로 기뻐하는 거야, 마음 속 깊숙이 100% 안심하고 기뻐하는 거야."


그 말을 끝내고 라이프는 또 피를 토했다.

허나 그 얼굴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도무지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평온했다.


"가끔 인간들에게는 신이 있고 바이오로이드에게는 신이 없다고 생각해서 한때 엄청 원망했는데 있었구나, 우리들에게도 신이........"


피를 머금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님이.....당신과 만나게 해주었던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떨구었다.

사령관은 그런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그 위에 작은 [빗방울] 몇 개가 그 눈물과 합쳐져 떨어졌다.

참고로 비는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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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간단했다.

지하에 있던 원혼들을 위령하면서 태우고 그리고 저택을 라이프와 같이 화장을 해주었다.

저택 정중앙에 죽은 라이프를 놓고 그대로 화장을 치뤘다.


망할 놈의 저택을 그녀의 안식처로 바꾸어버렸다.

벨라돈나도 모조리 태워버렸다.


저택은 크게 불이 일어났고 사령관은 그 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찾았어."


닥터가 와서 이야기 해주었다.

이전 사령관은 닥터에게 2가지를 부탁했다.


1번째는 결혼식 준비.

그리고 두 번째는 그 망할 놈이 간 장소였다.

적어도 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유해를 오물 통에 던져 넣어야만 한다고 사령관은 생각했다.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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